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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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간은 경복궁이 보이는 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최근 4~5년을 경희궁을 지척에 두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한양의 구중궁궐들을 넘어지면 코 닿는 곳에서 내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은 시공간을 넘어 조선시대로, 초가 집이 즐비했다는 옛날 고개들로, 어쩌면 궁궐의 비밀들이 흘러내렸을 청계천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관한 전설을 머금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은 재미와 흥미 이외에도 설마하는 순간 이세계로 끌려들어가는 미지의 문처럼, 금기시 되는 줄 알면서도 들여다 보고 싶은 우물처럼 말을 걸어왔습니다. 몰랐으니 이제는 알아야 한다는 듯 말입니다.

고려의 장수였으나 회군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운 태조, 형제들과 수 많은 정적들의 목숨줄을 끊어가며 지존의 자리에 앉은 태종,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지켜본 경복궁과 태조대왕의 정비였던 신덕왕후였으나 태종에 의해 강씨 부인으로 강등 된 왕비가 돌아가신 팔월 초닷새부터 삼봉 선생이 돌아가신 날까지 딱 이 주간 궁궐 지붕에 앉아 우는 고양이매(부엉이)를 시작으로 그야말로 기담이 흘러 나옵니다. 경복궁 교태전이 세워지기 전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았던 장백희가 들려주는 도깨비집터 이야기와 후궁 간택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태종이 교태전을 냉궁으로 만들어 중전을 감금하고, 새로 간택 된 후궁 정의궁주의 사가에서 온 식솔 단지는 임금의 총애를 받는 주인만을 믿고 방자하게 굴다가 궁궐에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궁녀 규칙 조례‘를 전달 받지도, 주의를 받지도 못하고 궁녀들에게 함부로 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까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도깨비 장난에 놀아난 듯, 스물여섯 살 장백희의 주술에 걸려든 듯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열지 말라는 문 너머로, 들여다 보지 말라던 우물 속으로.

어떤이는 볼 수 있지만, 다른이는 전혀 볼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존재가 사람의 형태만을 뒤집어 쓰고 있다면, 그런 존재가 버젓이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무섭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재미로 하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며, 호기심에 생명을 갉아먹히면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달콤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즈음 홀연히 나타나 알고 잡아먹히는 걸 택할지, 모르고 잠식당하는 걸 택할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의 이야기엔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실텐데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스포는 여기까지.

유교의 나라를 세웠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왕후의 건강을 빌기 위해 승려들을 모아 [금강경]을 외우며 기도를 하게 하고, ‘군자불어괴력난신‘이라 말하고 귀신처럼 삿된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면서 괴인 강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왕과 도깨비 뿔이 눈에 보이는 이들과 뿔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실체가 있음을 아는 이들, 늦은 밤이면 기담을 즐기는 궁녀들의 방에 찾아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기담을 더하는 경안궁주와 기절할 것 같은 외전에 실린 진실과 과연 무엇이 더 무서운 존재인지 던지는 질문이 난무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을 읽으며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도 느끼고 몰랐던 궁궐에서 행해졌던 행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궁궐의 지붕 위에 기물들 중에 손오공과 함께 모험을 떠났던 삼장법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비비‘라는 귀여운 이름에 이무기와 비슷한 용이 되지 못한 괴물(?)의 존재와 인간과의 공생관계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궁녀들의 비밀 이야기 세계에 푹빠져 지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딱 긴 여름밤 읽기에 좋은 소설로 추천합니다. 단, 심장이 약하신 분은 뒤돌아 가시길.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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