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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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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문장이 하나밖에 없는 소설 ‘프러시안블루‘를 시작으로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상상력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거대한 기둥들 사이사이를 거미줄 처럼 촘촘하게 엮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만났습니다.

코치닐깍지벌레 암컷 수백만 마리의 진홍색 피에서 얻을 수 있는 루비레드색 안료와 같은 붉은색 안료를 만들려다 우연의 산물로 얻은 ‘프러시안블루‘는 1709년 네덜란드의 대大화가 피터르 판데르베르프에 의해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성모 마리아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은은하게 빛나는 파란색 장옷에 쓰이며 메시아의 벌거벗은 시신을 둘러싼 제자들의 수심을 상징(20쪽)하여 미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성스럽고 고귀한 색 프러시안블루 염료를 극미량의 황산을 입힌 스푼으로 휘저어 현대의 가장 강력한 독약으로 탄생시킨 칼 빌헬름 셸레는 이 새로운 화합물의 이름을 ‘프러시안산‘이라 명명합니다. 산소를 비롯해 자연원소 7가지를 발견한 칼 빌헬름 셸레와 1915년 벨기에의 소도시 이프르 근처의 프랑스군 참호를 향해 역사상 최초의 가스 공격을 감행한 새로운 전쟁 수단의 아버지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 또한 우리가 청산이라 부르는 액체 상태의 시안화물 분자와 이를 이용한 살충훈증제 연구를 통해 ‘사이클론‘을 뜻하는 ‘치클론‘을 만들어내고 전쟁 기간 동안 가스 살포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가다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쟁 직전에 공기중에서 질소를 직접 채취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구아노와 초석 같은 천연 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질소 비료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며 유럽의 대기근으로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한 수억 명의 생명을 구하는 계기가 되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 되었습니다.

소설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과학사의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진실을 가장한 허구의 의심들을 풀어놓습니다.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만든 독가스 치클론A에 의해 자신의 누나를 포함한 유대인들이 나치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연한 아몬드 향을 맡을 새도 없이 죽어가고, 그 자신도 결국 독일을 떠나 영국으로, 팔레스타인으로 망명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과 전쟁 중의 가스 공격이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방정식을 발표한 이후 한달 만에 정확한 방정식의 해를 구한 천재 슈바르츠실트가 독일군 중위로 복무 중일 때 그의 몸에도 그 흔적을 남겼으며, 이번엔 과학자가 아닌 20세기 최고의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삶에도 치클론은 심각한 영향을 키쳤으며, 양자역학 이론하면 떠오르는 에르빈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 등 많은 이들이 시대를 이끄는 천재와 진보세력으로, 반대로 세상을 멸망에 이르는 파괴와 광기의 세력으로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말입니다.

‘한 측정과 다음 측정 사이에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엇인지, 어디에 위치하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달처럼, 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자를 실재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측정 행위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224쪽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우리는 중첩 된 세상의 어느 한쪽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발전의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어쩌면 멸망의 시초를 부르는 카운트다운의 버튼 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넘길 수도 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은 수많은 우연들로 이뤄진 시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도, 더이상 아무도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손에 주어진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추합니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분들도, 수학을 싫어하는 분들도, 세계사에 관심이 1도 없는 분들도 한번 읽어보시고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회를 잡으시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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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권당 소녀 바일라 16
김소연 외 지음 / 서유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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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테마 소설집 [만권당 소녀]는 고려시대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속 소녀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첫번째 소설 윤해연의 ‘만권당 소녀‘의 주인공은 ‘국이‘입니다.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시기의 연경으로 끌려와 볼모가 된 고려의 많은 사람들 중 만 권의 책이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만권당‘에서 일하는 국이는 원나라의 화첩을 보며 산과 자연이 주인공이고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주 작게 그려진 모습을 보며 늘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그때부터 만권당을 드나드는 학자들이 쓰다 버린 종이에 보이는 이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의 개성을 끄집어내고 특징을 구사해 모방이 아닌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개성넘치는 일러스트레이터 국이의 당찬 이야기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두번째 소설 윤혜숙의 ‘다모 백이설‘에서는 초학의와 간병의를 거쳐 혜민서로 들어가 궁궐의 의녀가 될 수 있는 기회보다 다모가 되어 직접 수사에 참여하고 싶어한 이설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여성사건에 있어서 전문직 수사까지 가능했을 ‘다모‘의 원래 뜻이 시험에 세번 불통하여 ‘차 수발을 드는 아이‘였다니 의외였는데 이또한 드라마 ‘다모‘를 통해 포도청에서 종사관들과 함께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고 무술 실력 또한 출중했던 주인공이 심어놓은 이미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명섭 작가의 ‘책 읽어주는 상희‘는 또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양 최고의 전기수 어판수, 상희도 열정만은 한양 최고였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전기수가 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엔터네이너 상희의 이야기와 마지막으로 김소연 작가의 ‘어느 소녀병의 편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대한민국 해병대 여군의 모집 과정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제주 소녀들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비록 역사책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먼 과거에도, 현재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며, 때론 희생한 소녀들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광복절 입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는 국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역사라는 테마와 ‘소녀들‘을 묶어 만든 소설집 [만권당 소녀]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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