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시인과 함께 한 시간

(와우북페스티벌을 다녀와서 151001 p.7:30,서교예술센터)






1. 홍대로 가는 길은 숨이 찼다. 인천에서 출발한 515-1번 버스는 배차시간때문인지 내가 탄 이후에도 시동을 끈 채 한참 잠을 잤다. 내달리라치면 신호가 발목을 붙잡고, 발목이 느슨하면 사람이 오르락내리락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메뉴판에는 분명 1,000원인데 어느새 500원 올라버린 와플을 우걱우걱 씹으며 지하철에 올랐다. 용산행 급행절차는 헐떡이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아는 듯 역 하나 둘 뛰어넘으면서 속도를 냈다. 신도림역은 언제나처럼 붐볐고, 홍대앞 9번출구를 나서자 벌써부터 음악소리가 들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출판사 이름을 메단 부스는 스산했고, 책도 사람도 없었다. 초행이라 길을 이동파출소에서 길을 물어 골목어귀에 있는 서교예술센터에 도착했다. 예전 대학로 '벙커1'을 방문했을때처럼 아지트같았다. 

철제의자는 가지런히 줄을 섰고, 양가엔 편안한 쇼파도 있었다. 쇼파 한켠을 차지하고 기다렸다. 기다림은 설렘으로, 설렘은 충만함으로 변하길 바랐다.




2. '글쓰기 글램핑'이라 이름붙인 강연의 모토는 '자화상, 아이처럼 내가 나를 신나게 골똘히 들여다 보기'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철 지난 유행가사가 귓가를 멤돌고, 뭐 있겠어, 라는 자조가 귀를 간질렀다.

'이원'시인이 중앙에 등장했다. 시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라 사막에서 태어난 아이가 눈 오는 바닷가를 처음 본 것 처럼 낯설고 설렜다. 

시인은 큰 주제 2개를 제시했다.



1) 창의적(인문적)글쓰기

2) 자화상



'창의적, 인문적이란 말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저는 인문적 글쓰기란 표면과 안을 동시에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겉과 속의 공존을 인정데서 출발하는 것이죠. 흔히들 글쓰기는 내면, 안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표면도 중요해요.'





 '마음속에 (질문)이 없으면 보이는 것이 너무 많다'

( )에 무엇을 채울까 물어보셨다. 


'관심, 편견...'

답은 없고 질문이 남았다. 질문이 답이 되고 답이 질문이었다.




강연은 이렇듯 (    )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집없는 아이의 집' '사순절(성동혁)'의 시와 화가들의 자화상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동안 잠시 정차하는 간이역이었다.




3. '내가 나에게 보내는 인사'라는 글쓰기 시간과 발표시간을 가졌다.



프롬프트에 한 장의 사진이 걸렸다. 기차가 지나간 철로에 한 두명 사람이 보이고 사방은 어둡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밑에 나왔다



1)'(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린다. 그리하여 (인생)을 바꾼다.'

2) 밖의 내가 안의 나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말 적기



3분정도 시간이 주어졌다. 채 20명이 안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돌아가면 한 사람씩 자신의 글을 발표했다. 꿈을 놓치고 일에 내린 사람, 혼기를 놓치고 웨딩카에서 내렸다는 남자, 일을 놓치고 자유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 데 모였다.



나의 차례가 왔다.


'겨울비를 놓치고, 봄눈에서 내린다. 그리하여 얼굴을 바꾼다.'






20대는 겨울비를 맞아 추웠지만 날이 풀리면서 내 인생에도 봄볕이 비춘 시기가 있다. 눈이 녹는건 슬프지만 봄이 왔기에 좋다. 봄이 오면 싹이 트고, 여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다. 다시 겨울이 온다. 내 얼굴도 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는듯하지만 변한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 되고 싶다. 




시인은 내 말을 듣고 흐느낌이 느껴진다고 했다. 

인생과 일생에는 진폭이 있다. 진폭의 고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각자에게 맞는 주파수가 있다고 믿는다. 이리저리 버튼을 돌려가며 자신만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 바로 자화상을 그리는 일이다.




와우 북 페스티벌의 첫째날은 그렇게 끝났다. 나는 오늘도 홍대로 간다. 그리고 모레도.




#와우북페스티벌 #이원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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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읽기와 세로읽기(문득 든 잡념)



옛날 책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고, 또한 한 행을 세로로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편찬되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고, 한 행도 좌에서 우로 수평적으로 읽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득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고, 차이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최근에는 절충적으로 융합되는 듯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기사나 잡지를 휴대전화로 읽게 되면서 수평적으로 읽어 나가되 스크롤은 아래로 내린다. 절충형은 또 어떤 의미일까? 절충적으로 읽는 방식은 가로읽기와 세로읽기가 합쳐진 형태인데 십자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체조에 '링' 종목이 있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자세 중의 하나가 십자버티기다. 양팔은 링을 잡고 다리는 붙인 채 공중에서 몇 초를 버텨야 한다. 군대 훈련소에서 곧잘 시키는 '온몸비틀기'도 머리와 등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모으고 좌우로 흔들어야 한다. 

절충은 정반합 형태의 이상향이 아닌 고통이다.

‪#‎읽기‬ ‪#‎십자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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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카페트를 걷는다
츄러스 하나 입에 문 사람만 입장할 것
가로수 길에서
이태원에서 
쫓겨난 사람만 손들엇
쭈그려 앉아 번호표만 쳐다보는 얼굴 속에
갓익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즈가 혀를 내민다
자동차는 카페트 위를 지나고
머지 않아 편지 한통 흐느적거리며 날아들겠지
입소문으로 다시 카페트를 깔아야 한다
경리단은 돌돌 말아 구석에 세워지고
새들은 옥상에 앉아 고개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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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김밥
#참치김밥





밤은 지샌 콘트리트 벽의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종소리에
밥알은 아스팔트에 드러 누워 잠이 든다
어깨를 맞대고 몸을 비비니
식었던 아스팔트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아주머니
참치김밥? 오늘은 조금 늦었네
밥알은 어린아이 감싸던 포대기끈에
묶여 목구멍을 지난다





수많은 밥알을 삼킨 내가
참치김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신기신 일어나 달구어진
아스팔트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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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숫개가 전화하나 언제 한 번 올래 못오제 내 죽어야

오겠제 죽을랑가 밤나무 가시에 찌신듯이 아프다 뭐라

카는지 안듣긴다 전화비 마이 나온다 끊어라



객기댁 정지를 들락날락 강셰이 오믄 뭐를 주꼬

고동국에 정구지 찌짐 해줄까 수루메 꺼내고 물고메 삶는다



밤나무골 너른 평상을 폴짝폴짝 뛰댕기는 공깃돌은

참외 한 조각 물고 땀을 식힌다



우리 숫개 모랭이 돌아 할배 산소 앞에 넙쭉 엎드린다 보소

할배 우짜등가 우리 강셰이 복마이 주소 안그라믄

내 저승가서 욕을 한 바가지 할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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