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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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인간이라는 직업(고통에 대한 숙고), 문학동네



1. 탯줄이 몸에 감기는 사건으로 뇌성마비를 앓게 된 스위스 출생 철학자, 서울로 가족과 이주해 가톨릭과 불교에 대해 공부 중이다. '장애인, 가장, 작가'라는 세 역할을 본인의 정체성으로 파악하며 '고통'에 대해, 특히 살아가는데 있어 직접적인 제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육체적 고통에 대해 고찰한다. 전체적으로 읽어나가는데 무리는 없으나 그 맥락이 한 번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식물인간'에 대해 논의한 챕터 '몸에 대하여' 부분은 아주 좋다.


- 목차 - 


* 즐거운 전투에 대하여

의지

결핍은 하나의 원천이 될 수 있고 좀 더 큰 행복을 위한 도약대


* 인간의 유일성에 대하여


* 고통에 대하여: 혹은 너울 씌우는 기술에 대하여


‘고통을 통한 앎’ ‘회복탄력성’



* 몸에 대하여


‘식물인간’



* 변형되는 것



* 내가 지금과 다른 나이기를 바라는 주위 사람들



* 인간이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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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시집 - 오르페우스 행렬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라울 뒤피 그림, 황현산 옮김 / 난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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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아폴리네르 시, 라울 뒤피 판화, 황현산 옮김, 동물시집-오르페우스 행렬, 난다



1. 5-6행의 짧은 시 30편, 목판화 30점, 1911년 3월 발간했던 시집.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목판화와 일체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우선 그림을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 한편과 역자의 보충주석을 보면서 읽어나가길 권한다.



- 오르페우스가 리라를 뜯으며 노래할 때는 사람뿐만 아니라 온갖 야생 동물들까지 모여들어 그의 뒤를 따랐다고 전설은 말한다. 아폴리네르는 시집의 뒤에 붙인 ‘주석’에서 오르페우스가 학문과 기예의 창안자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강림을 예고한, 예수 이전의 기독교도라고 말한다. 79쪽 역자 보충주석



- 오르페우스 9쪽

찬양하라 선의 탁월한 힘을/ 그리고 그 고결함을:/ 그것은 삼정 거인 헤르메스가/ 포이만드레스에서 말하는 빛의 목소리 : 시인의 목소리



- 오르페우스 43쪽(세 번째)

네 마음은 낚싯밥, 하늘은 양어장이 아니랴!/ 죄 많은 어부여, 민물고기건 바닷물고기건, / 어느 물고기가 자태로나 맛으로나 겨룰 수 있는가,/ 저 아름답고 숭고한 물고기 나의 주 예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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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결속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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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소설, 신비한 결속, 문학과지성사



1. ‘결속’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브르타뉴 지방에 여주인공 ‘클레르 므튀앵’가 어린 시절부터 관계를 이어 온 유부남 ‘시몽 클랭’, 클레르와 옛 피아노 선생님 ‘라동’, 동생 ‘폴’, 이혼 후 재회한 딸 ‘쥘리에트’와 얽힌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연어처럼 태어난 고향으로 회귀한 후 벌어지는 일들과 사건에 관한 소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관계들은 이미 맺어져 있는 것들이지 새로운 사건이나 계기에 의해 설정된 결속이 아니다. 소설에서도 동성애자인 동생 폴의 남자친구인 목사 장(Jean)의 입을 빌어 ‘신비한 결속’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 동생이나 누나나 서로의 직업, 결혼, 사직, 이혼을 통해 알게 된 어떤 허물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특히 여하한 경우에도 평가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209쪽




중심축은 클레르와 시몽의 남녀 관계이지만 사실상 부모로부터 떨어져 버림받은 채 큰아버지의 집에서 성장해야 했던 클레르와 폴의 남매간의 끈끈한 결속에 대한 부분이 자폐증을 오래 앓으면서 유사한 경험을 했던 작가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훨씬 감정이입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소설을 번역한 역자의 관점처럼 ‘고양이로의 변신 이야기’, 빛과 어둠에 대한 상징 등으로 읽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소설이다.

구성상 특이한 점은 총 5부 구성에 클레르, 시몽, 폴, 쥘리에트, 장, 사촌 오빠 등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다.






* 메모



- 이 모든 아름다움은 생생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살아 있으므로. 그녀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살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추억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웠던 것의 살아있는 추억이다. 삶은 이 세계를 만들어낸 시간의 가장 감동적인 추억이다.’ 191쪽



- “우리 어머니가 떠나기로 결심했었죠. 아빠는 그걸 원치 않았고, 차를 절벽 난간으로 몰아 시멘트 가드레일에 부딪혔어요. 아빠와 레나는 즉사했죠. 폴과 나는 살아남았고요. 엄마도 살았어요. 실은 엄마가 나중에 자살한 거예요. 근데, 장 폴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 아니 말해도 좋아요, 난 상관없으니까. 폴은 이 사실을 모르거든요.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내 생각엔 한 번도 알고 싶어 한 적이 없었어요.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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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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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용도, 니콜라 부비에 글,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소동, 2016



1. 1953년 6월, 제네바에서 1954년 12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카이바르 고개까지(구 유고-터키-이란-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카불) 고물 피아트 자동차를 타고 화가 친구 티에리 베르네와 동행(중간에서 헤어짐)하며 겪인 여행기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공간적 배경과 내가 가볼 수 없는 시간적 배경 속에 놓인 도시들과 사람들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책의 부록으로 첨부된 지도를 펼치고(다행히 책에 도시마다 번호가 있어 바로 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여행을 상상하는 일은 정말 앉아서 하는 여행 그 자체였다.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고 번역은 다행히 매끄러운 편이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만큼 가독성이 높진 않기에 완독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저자는 여행 중에 메모한 글들을 다 날려버리는 사고 후에도 여행 후에 이 글을 수백 번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여행의 과정을 상기하고 그때의 느낌을 재생하는 일은 굉장히 고통스럽고 귀찮은 일인데도 세밀한 묘사와 여정을 꼼꼼히 기록한 것이 놀랍다.



* 메모

- 우리에게는 9주일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었다. 돈의 액수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시간은 넘쳐났다. 우리는 일체의 사치를 거부하고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만을 누리기로 작정했다. 84쪽



- 침묵 속에서 하루가 끝나간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실컷 얘기를 나누었다. 여행은 엔진 소리와 스쳐가는 풍경에 실려와서 당신의 몸을 관통하고 당신의 머리를 환하게 밝혀준다. 아무 이유 없이 받아들인 생각은 당신을 떠난다. 반대로 다른 생각이 새로 정리되어 강 밑바닥의 조약돌처럼 당신 가슴속에 자리를 잡는다.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 도로가 당신을 위해 일을 한다. 도로가 제 할 일을 다 하여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인도 끝까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죽음까지 그렇게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86쪽



- 이 세상 어디서나 그렇듯 이곳(타브리즈)에서도 역시 정말 꼭 속여야 할 때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의 동기나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서까지 스스로를 기만하지는 않는다. (중략) 절차는 덜 음흉하고 덜 꾸며지는 대신 그만큼 더 명확하다. (중략) 다른 사람들은 속일망정 자기 자신은 속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348쪽



- 특히 이 도시(테헤란)에는 푸른색이 있다. 푸른색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곳까지 와야만한다. 이미 발칸반도에서부터 눈은 이 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스에서는 푸른색이 주조를 이룰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공격적인 푸른색으로서, 바다만큼이나 활동적이지만 또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모험적인 계획, 일종의 비타협성을 장려한다. (중략)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이 페르시아의 푸른색은 마음을 고양시키고, 가라앉지 않도록 이란을 받쳐주고, 위대한 화가의 팔레트가 환해지듯 시간이 흐를수록 밝아지면서 고색(古色)을 띤다. 청금색으로 된 아카드 동상들의 눈, 파르티아 궁궐의 선명한 청색, 더 밝은 셀주크 도자기의 유약, 세파비드 이슬람 사원의 푸른색, 그리고 이제 모래의 황갈색과 나뭇잎의 먼지 자욱한 연한 녹색, 눈, 어둠과 더불어 편안히 노래하고 날아오르는 그 푸른 색······. 373-374쪽



* 목차



서장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1. 발칸 반도: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2. 아나톨리아 가는 길: 이 광활한 땅, 이 진한 냄새, 사랑을 하면 그렇게 되듯이

3. 이란 국경: 아무리 빵을 씹어도 안 넘어가고 목에 걸리는 순간이 있다

4. 타브리즈-아제르바이잔: 삶이 중앙아시아의 어느 변두리에서 길을 잃고 해매도록 하고 싶었다

5. 교도소에서: 봄꽃들이여, 뭘 기다리니

6. 타브리즈Ⅱ: 이 세상처럼 오래되고 이 세상처럼 매혹적인 도시

7. 사흐라: 만져지지 않는 이 길, 어디에도 도달하지 않는 이 강

8. 사키바 주변에서: 여행은 나선처럼 그 자체 위를 지나간다

9. 아프가니스탄: 뭐든 천천히 하는 것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 카불: 아시아의 시간은 유럽의 시간보다 넓게 흘러간다

11. 힌두쿠시: 떨어지고 떨어지는 모든 물, 그것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어라

12. 이교도들의 성: 나는 왜 이 여행에 관해 말하려고 고집을 부리는가

13. 카이바르 고개: 세계는 잔물결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색깔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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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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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사

 

 

1. 기존 시집의 경향인 뿌리로 대표되는 식물성과 대립적인 이미지(흑백,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허공과 뿌리, 바다와 뭍)는 여전하다. 여기에다가 모호성과 경계성(런던, 아일랜드 등 국경, ‘말’ ‘조롱’ 등의 동음이의어의 사용), 원죄의식, 드물게 현실참여적인 시도 있어서 분명 이전의 시집과는 다른 면도 있다.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18-19쪽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 마리 풀려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중략//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 어둠이 아직, 26-27쪽 부분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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