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모두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물리적 나이는 점점 많아져가는데 나는 언젠가부터 성장을 멈춘 것 같은 기분.

 

지인의 (어떤 종류의) 기쁜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나에게 쓴 소리를 한다. 

남의 행복을 자신의 결핍때문에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하는 것은 정말 싫은 일이다. 

그런데 나도 그러고 앉아 있다. 누굴 뭐라 그러겠어.  

 

괜한 마음이 들 때 가만히 나에게 묻는다. '그래, 니가 바라는 게 뭔데?'

기다렸다는 듯 궁시렁거리며 몇 마디 꺼내다 보면, 결국 다 바스러질 욕심에 마음을 묶은 탓이다.

하루의 걸음에 열심히 의미를 새겼으면, 그걸로 되었다. 나머지는 물이 흐르고 해가 넘어가며 하나씩 이루어질 일이다.  

 

 

어제 k에게 그랬다. 당신을 열일곱에 만났고 우리 사이에 엄청난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여든까지 산다해도 함께 숨 쉴 시간 고작 몇 십년인데 그게 너무 짧아서 화가 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허허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때린 건가? -_- ).

아아 모든 게 참 총알같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사랑하게 허락된 날들도... 

 

 

 

이사벨 아옌데가 새 에세이를 발표했다. 격랑의 시간을 겪어온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결코 마음 쉴 수 없는 작업이지만, 에세이는 다르다. 먼저 살아준 자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그녀의 말처럼 모든 삶은 기적이다.   

 

 

 

 

 

 

 

 

 

 

 

 

오늘도 깜깜한 밤에 퇴근을 하겠지. 참 지치는 일이겠지.

그래도 퇴근길에 함께 수제비를 사먹을, 혹은 같이 꼬꼬면을 끓여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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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3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하루하루 놀라운 새날이에요.
책소식 고맙습니다~

heima 2012-01-03 14:36   좋아요 0 | URL
그죠, 매일매일 놀라운데, 놀랍다는걸 매일 잊어요..된장님 오늘도 놀라운 새 날 되세요 ^ ^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들. ㅎㅎㅎ 

내 생일도 아니면서 나에게 왜 선물을 해야만 하는가는 논외로 하자.

 

 

 제이미 올리버의 열풍이 한창 불 때, 나는 우연히 그 열풍을 비켜갈 수 있었다...만

 뒤늦게 갑자기 그가 궁금하고, 그의 요리가 궁금하다.

  

 그의 책들 중 가장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문했다.

  요리책을 구경하는 것은 어느 계절에도 즐거운 일이지만,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요리책을 넘겨보며 먹고 싶은 혹은 만들고 싶은 요리를 찜하며 노는 것은 유난히 더 즐겁다.

 

 

 

 

 

 

 

 

 고민없이 무조건 주문했다.... 라고 하면 거짓말.

 이동진 기자를 좋아하고,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독서 편력을 넘겨다 보는 것도 매우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고민이 되더라.

그래도 주문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단 한 줄이라도 무언가는 꼭 남을 것 같은 책이기에.

이 책을 읽고나면 내 장바구니는 또 새로운 책들로 가득차겠지. 통장잔고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에 말을 덧붙이는게 머쓱하지만.

 올 여름에 도서관에서 빌려 한번 손에 붙여보았는데 그 맘때 유독 책이 눈에 안들어오던 때라, 이승우의 농도짙은 문장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다시 주문. 크리스마스 리스트에 들어가기 충분한 책.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조르바 외에는 아직이다.

 좋을 것 같다. 그치?

 읽고 좋으면 러시아 기행 이랑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 읽어야지.

 

 

 

 

 

 

 

 

 

 

 

 

 

 필립 로스. 조금 더 알고 싶은 작가.

 주문했다 두근두근.

 

 

 

 

 

 

 

 

 

 

 

 

 한글로 읽고 너무 좋았던 책은 굳이 원서로 가지고 싶은, 이 기묘한 불편한 진실.

 언제 다 읽을 지 모르지만 조금씩 꼭꼭 씹어 또 읽어야지-

 아래의 채링크로스와 자매같은 책.

 

 좋다 좋아.

 이거야말로 선물같은 선물 :)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이야 말로 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니겠는가 싶다.

 덕분에 출퇴근 길이 즐겁게 생겼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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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2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의 이면, 에브리맨, 건지아일랜드, 채링크로스 84번지.. 모두 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인데 묘하게 겹치네요! 마구 반가워요. 심지어 저도 건지아일랜드 원서를 가지고 있답니다. 보지는 못하지만 말예요. 흐흣

heima 2011-12-23 17:55   좋아요 0 | URL
어어어어, 제가 몰래 흠모하는 다락방님 +_+ 갑자기 제 초라한 서재에서 광채가 나는 기분이에요. 정말이에요. 다락방님과 취향이 묘하게 겹친다니 이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에요! 마구마구 온 맘으로 반가워요!!!!!

다락방 2011-12-23 18:25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책 질러서 내일 박스가 도착하는데, 그건 그냥 산거니까..
저도 저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 몇권 더 살까 싶어지네요. 히히.

heima 2011-12-26 14:3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전에 무한삽질을 반복하다가, 회사에 제 밑에 들어오게 될 어린 신입사원이 저보다 경력이 조금 더 많아, 뭔가가 애매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점심을 먹었거든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고 왠지 뭔가 으쌰으쌰해졌어요. 그 정기를 받아 오후를 다시 이어가볼랍니다 히히. 난 이걸 근데 왜 내 서재에 쓰고 있지? 언젠가 보시려나 다락방님이~

다락방 2011-12-27 09:45   좋아요 0 | URL
봤어요, 지금. ㅎㅎ

heima 2011-12-27 10:59   좋아요 0 | URL
+_+
 

 

먼 북소리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신나게 읽고 또 샀다.

하루키 에세이는 정말 모두다 줄을 쳐가며 읽을 만큼 좋아했다.

무라카미 라디오는 거금(!)을 들여 원서도 샀다.

 

 

 

 

 

 

 

 

 

 

 

 

 

 

 

 

 

 

 

 

 

 

 

그런데 왜 잡문집은 진도가 안 나가지?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럴까? 아님 책이 너무 이뻐서?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 저녁 표지만 쓸어내리고 있다.

 

 

 

 

 

 

 

 

 

 

 

 

 

 

 

아아 요즘 피곤하다.

 

잡문집은 무거워서, 이번 주 출근길에는 위저드 베이커리와 청춘의 문장들이 동행해 주었다.

다음 타자는 카스테라.

 

 

 

 

 

 

 

 

 

 

 

 

 

 

 

 

그게 끝나면 좀 달달~하면서도 곱씹어 읽을만한 외국 소설이 읽고 싶다.

뭐 없을까?

 

 

페이퍼를 쓰면서 검색하다 보니, 7월에 무라카미 라디오 2권이 나왔네?

2만원이 넘는 원서를 살 것인가, 아님 번역이 되길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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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얼음 같은 기지로 빛나며 …… 지독할 정도로 정확한 분석이 빼곡한 『맹신자들』은 이성을 깨우는 강력한 책이다.”   -뉴욕타임즈 

 차가운 얼음처럼 빛났고, 눈금이 촘촘한 자를 휘두르는 듯 지독한 정확함..  뉴욕타임즈의 추천글처럼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은 그랬다.  이 책이 에릭 호퍼의 첫 책이라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저자가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집필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 깊은 사색과 독학을 통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에릭 호퍼..

사람들이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광적이리만큼 대중운동에 매진하는 것을 밝히기 위한 그의 시도는, 초기 기독교에서 민족주의까지 광신 현상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1940년대 저작이 2011년 오늘날에도 오래된 느낌없이 들어맞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것 정말 별반 차이가 없구나 싶기도 하다.  

신념에 주린 대중은 이데올로지스트가 되어 배타적이고 폭력적이 된다. 이 책에서는 반체제 저항뿐 아니라, 초기 기독교 운동, 종교개혁 운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나치즘, 일본의 근대화, 시오니즘 운동 등 인간이 집단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운동을 포괄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좌절한 이들의 심리로 태동기 대중운동을 설명하는 호퍼는, 맹신자에게는 대의명분이나 이상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고 말한다. 포퍼의 영리한 작업은 극단적 테러리스트, 자살폭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지침서가 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러한 부분에서 탁월성을 지닌다.
 

마지막장에서 호퍼가 대중운동의 단계를 살피며, 세 유형의 사람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특히나 공감할 만 했다. 대중운동의 토대를 닦는 것은 지식인, 실현하는 것은 광신자, 굳건히 다지는 것은 실천적인 행동가라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중반부까지 대중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어조로 설명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성숙한 대중운동은 사회적 선영향을 이끌어낸다는 그의 덧붙임에 안심이 되는 것은 왜일까.

불확실하고 격렬한 변화의 시대, 나를 포함한 많은 맹신자들에게 호퍼는 생각할 거리들을 잔뜩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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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강신주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출근하는 길 버스 안에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서, 출장가는 기차안에서... 한 문장씩 한 단락씩 꼭꼭 씹어 읽었다. 쉽지는 않았다. 나는 시를 오랫동안 좋아해왔지만 여전히 어렵다.  

문정희와 이리가레이, '유방암 검사를 받으며'는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엑스레이앞에 내가 얇은 병원가운을 입고 서 있는 상상을 했다. 차가운 느낌이 몸에 찌릿찌릿 와 닿으면서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정희와 시몬베유, '주여, 이제는 여기에'는 외로웠다. 외로운 충만감이 공기를 휘감았다. 가을이라 그랬을까. 주먹을 쥐는 다짐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다짐이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다짐은 다짐이다.  

한용운과 바르트의 연꽃... 그토록 고요한 풍경이 참으로 격정적인 줄 몰랐다. 침묵이 참 꽉 찬 공기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프롤로그다. 프롤로그라니. 내가 써놓고도 괜히 우습다.  많이 배웠다. 한문장 한문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인과 철학자들. 인문정신의 소망..

인문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고유명사’의 학문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노래하거나 논증합니다. 그들의 시와 철학에는 유사성은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김수영의 시와 신동엽의 시, 그리고 바흐친의 철학과 바르트의 철학이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시인과 철학자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의 궁극적 유사성은 바로그들이 자기만의 제스처와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시와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도 그들처럼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인문정신의 소망입니다. _17~18쪽_<프롤로그> 중에서 
 

 

 시와 철학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하품이 날지도 모른다. (정말일까?) 그러나 둘 중 하나에라도 마음이 있는 독자라면 개인적인 평이야 어떻든 끝까지 읽게 될 것 같다. 짧게나마 끄적인 수준낮은 개인적 감상을 다시 읽어보니 나에게 아직 철학은 어렵나보다.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개인적인 독서였다. 그러나 좋았다. 어려웠지만 반가웠다. 저자의 전작은 꼭, 반드시, 조만간 읽어보리라고 다짐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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