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 전 오늘 엄마가 되었다. 고통의 후유증에 정신없는 가슴 위로 아기가 올려졌을 때 나는 한기에 덜덜 떨며 `안녕 열무야, 고생많았지? 엄마야..` 를 말하고 또 말했다. 아기는 참 작았고, 겨우 뜬 작은 눈 속에는 별이 흩날리듯 박혀 있었다.

백일동안 아기는 많이 울고 많이 웃으며 태어난 무게의 두 배가 넘게 자랐다. 나는 잠과 밥과 여유로운 독서시간을 잃었고, 내 몸에 관절이 이렇게 많았었나 싶은 관절통을 얻었다. 아기로 인해 내 존재는 놀라울만큼 옅어졌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아기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아이가 먹고 자고 울고 웃는 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구나, 좋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닌다.

결혼 8년만에 아빠라는 이름을 얻은 남편은, 아기가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 된다고 울컥, 울 때 입이 세모 모양이 된다고 울컥한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자신의 우주를 행복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도와줄 수 있을까. 잠든 아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우리는 가끔 말을 잃는다.

`이 책은 네가 태어난 날 출간된 책이란다` 아이가 크면 보여주고 싶어, 아기가 집에 온 첫 날 한 권 골라 주문했다.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쉽지 않다 느껴질 때 맨 뒷장에 꼼꼼히 적혀있는 아이의 생일을 들여다본다. 그래, 그렇게 태어나주었지.

아이가 하루하루 크는 것을 보면서 나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 대학에 갈 때, 결혼할 때를 그려보면서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의 먼 나이를 마주본다.
아가야 열심히 자라렴, 엄마도 곁에서 열심히 어른이 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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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23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축하드립니다!!!❤️

heima 2015-07-24 14:52   좋아요 0 | URL
나비님 감사드려요 ^^ 저는 이제 겨우 걸음마 시작인데.. 나비님 아이들 이쁘고 반듯하게 키우신거 보면서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이... ^^

몬스터 2015-07-23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덩달아 행복해져요. 축하합니다. 좋은 세상에서 맘껏 자라도록 우리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야할 텐데... 애기 너무 너무 이뻐요.

heima 2015-07-24 14:53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느껴가고 있네요.. 저부터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겠다 싶은데 갈길이 머네요 ^^

2016-02-0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양성원 선생님 연주를 보고 왔다.


차로 20분 거리의 신세계경기점 콘서트홀. 

백화점 콘서트니까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하며 음향이나 분위기 전혀 기대안했는데, 정말 선생님 연주 매니아들이 어떻게들 알고 각지에서 다 모여 뭐랄까 하우스 콘서트 분위기였다. 음향도 오히려 날 것으로의 소리가 바로 귀로 꽂히는 느낌.

레퍼토리는 심지어 바흐 무반주 조곡 G, Dm, C 전곡 이었다.


나는 앞에서 세번째 줄 (앞자리 비어서 두번째 줄이나 마찬가지) 정중앙. 선생님 보잉하시는 손 끝, 지판 누르시는 소리, 양말 무늬 및 넥타이 땡땡이, 땀방울까지 다 보이는 2m도 안되는 거리. 연주보는 내내 연주자도 아닌 관객이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너무 편안하게 연주하셔서 처음에는, 아무래도 이런 연주는 선생님께 약간 쉬어가는 타이밍인가보다 했는데, 눈감고 들으니 CD 그대로.. 아 정말 대가는 몸에 힘을 쭉 빼고 하나의 긴장 없이 연주하는구나 머리를 쿵 맞은 듯 했다.

마지막에 Q&A 세션을 잠깐 가졌는데, 그것도 정말정말 좋았다.


이제 첼로레슨도 벌써 1년을 향해가는데 (띄엄띄엄 연습하고 레슨받아서 실력은 늘지를 않고 있지만), 지칠만 할때 소중한 자극이 되었다.


아, EMI 7CD 사고 싶다... (그러나 집에 CDP가 없다는 것..-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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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6-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우스 콘서트 분위기 저도 느끼고 싶네요.
요즘 클래식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참 좋아해요.

heima 2014-06-26 16:41   좋아요 0 | URL
저도 1번 참 좋아해요. ^^ 바흐..정말 명곡은 명곡이다 싶더라구요.
도서관과 클래식,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_^
 


지난 주 알라딘 파우치에 홀라당 넘어가 신나게 주문한 책_




고종석의 책을 몇 권인가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아, 나는 글쓰기 (문장쓰기)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엄청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트위터에 글쓰기 강의 공지 뜰 때부터 신청할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지리적으로 힘들어서 수강하지 못했다. 강의록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니 이런 감사한 일이..










 청춘의 문장들을 재미있게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다니..) 읽은 터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문. 














 번역본이 나오기전 킨들로 읽다가 (확실히 집중도가 떨어진다..) 내가 과연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몸을 베베 꼬던 중 파우치 핑계대며 드디어 주문. 


(지난달에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해놓았지만, 언제 들어올 지도 미지수인데다가,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도서관 대출 책은 왠지 읽으면서 마음이 급해지고, 깨끗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서 읽는 것에 비해 꼼꼼히 못 읽어내려가는 기분이..ㅎㅎ)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의 열렬한 애독자는 아니었지만 (기회가 닿을 때 띄엄띄엄 읽는 정도)  조만간 교토여행을 꿈꾸며 우리 문화재 전문가가 알려주는 교토가 알고 싶어서 주문했다. 

4년전에 교토에 갔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느라, 교토가 아닌 내 다리통증에만 집중했기에.. -_- 











+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주말에 민음사 패밀리세일 잠깐 다녀왔다. 이번에는 리스트도 제대로 안 만들고 오픈시간 맞춰가겠다는 다짐도 없이 득템 기대 않고 그냥 살살 다녀왔다. 쿤데라 책 사고 싶었는데 이미 동이 나서 아쉬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4 권과 민음 한국사를 구매했다. 희귀템(?)이라던 파운데이션 세트도 몇 세트 있었지만 나는 SF소설은 전혀 경험이 없어서 고민하다 내려놓고 왔다. 이러다 SF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파운데이션의 가치를 뒤늦게 알게되면 어쩌지? 


읽을 책이 많아서 안먹어도 배부르........지는 않고 ㅎㅎ .... 확실히 일상이 신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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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때 신경치료를 받은 이 하나가 다시 탈이 나서,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치통이 전면에 등장한지 수 개월. 수많은 밤을 끙끙대며 버텼는데 (미련하기도 하지), 첫 발을 내딛고 나니 별거 아니네 싶다. 물론 치료 과정은 예상대로 무지 아픈데,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치료가 모두 끝나면 더 이상 아플 일이 없겠지' 하며 신이 났다.


오전에 치과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자그마한 키의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미리 대기중이던 한 할아버지와 아는 사이신지 옆에 앉아 급하게 이야기를 쏟아 놓으셨다. 주된 내용은, 할머니가 요즘 소화가 잘 안되어 음식을 잘 못 드시며, 뭐랑 뭐랑 뭐가 먹고 싶은데 그걸 못 드셔서 아쉬우며, 어제는 아침 점심 저녁에 뭘 드셨고 그제는 뭘 드셨고 하는 것. 할아버지는 종종 흥얼흥얼 맞장구를 쳐주며 신문을 넘기셨고,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사포처럼 음식을 묘사하시고, 나는 고요가 깨어진 것에 약간 불편해하며 억지로 책에 집중했다. 


간호사가 할아버지를 불러, 할아버지는 진료실로 들어가셨다. 일순 대기실은 이 곳이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곳이었나 싶을만큼 차분해졌다. 말벗을 잃은 할머니는 강제로 입을 닫으셨다. 나는 순간 고요를 되찾은 것이 무척 반가웠는데, 기쁨은 잠깐이고 이내 마음이 짠해왔다. 할머니의 앙 다문 입가에는 슬픈 주름이 가득했고, 혹시 이야기 나눌 누구 또 없나 주변을 살금살금 두리번거리는 몸짓은 외로웠다. 옆에 가서 말을 걸어드릴까 잠깐 생각했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사회성은 꽝이라 주저주저하다가 진료실로 불려 들어갔다. 


마침 읽던 책에서 김연수 작가는 청춘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청춘의 절정을 한참 전에 지난 할머니를, 청춘인 나는 불편해하다가 짠해했다. 이 다음에 내가 그렇게 외로운 순간이 되면, 청춘인 누군가는 나를 불편해하지도, 짠해하지도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진료대에 누웠더니, 마취 주사의 얼얼함을 불평하기도 전에 드릴이 어금니를 파고 들어온다. 다음 차례라 옆 진료대에 따라 들어와 누운 할머니는 누구 하나 묻는 사람 없어도 한 주동안 이가 얼마나 불편하셨는지 공기 중에 내뱉는다. 아픔을 잊기 위해 평소처럼 숫자를 세는 대신, 할머니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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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민음사 패밀리세일에 다녀왔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 1권 못 산 것과 단행본 몇 권 찾기 힘들어서 포기하고 나온게 아쉽지만 전반적으로는 읽고 싶던 책 많이 사왔다.

 

 

구매 서적 일부사진

(레미제라블 세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계문학 몇 권이 사진에서 빠져있고, 창백한 언덕풍경은 원래 가지고 있던 책인데 저기 끼어있네 ㅎ)

 

 

 

일반은 정가에서 50%, 북클럽 회원은 뽑기 결과에 따라 60, 65, 70% 할인해주는데

뽑기 운이 좋았는지 70% 할인을 뽑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권 더 살걸 하기도 ㅎㅎ

 

이제 열심히 읽는 일이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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