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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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규호의 공간이 ‘제주(섬)‘에서 ‘인천‘을 거쳐 ‘서울‘로 그리고 ‘상해‘로 점차 넓어지는 반면, 화자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고저오디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퀴어의 성적 자유는 ‘대도시‘ 속에서 더 자유롭게 탐색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왔지만, 유독 병리화되는 특정 질병과 연결된 퀴어에게 도시의 경계선은 더 강력한 제약과 통제로 작동한다. 그래서 결국 화자의 공간으로 남는 곳은 대도시 속의 공항이다. 상해로 넘어가지 못한 채 홀로 공항철도를 타고 돌아오는 그의 쓸쓸한 모습은 소설 서두에서 만료된 여권 때문에 일본 여행을 가지 못하고 홀로 돌아오던 모습과 겹쳐진다. 카일리를 가진 그에게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은 그의 여권(시민권)이 언제나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절반의 시민권이 지금 한국에서 퀴어 정치가 지닌 한계를 반영한다는 사실 역시 자명해 보인다. 「해설:멜랑콜리 퀴어 지리학」, 329~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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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ㅡ 광어죠. 아니, 우럭인가? 제가 사실 생선을 잘 구별 못해요. 그냥 비싼 건 다 맛있더라구요.
ㅡ 맞고 틀려요. 당신이 맛보고 있는 건 우럭, 그러나 그것은 비단 우럭의 맛이 아닙니다. 혀끝에 감도는 건 우주의 맛이기도 해요.
ㅡ 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말씀이신지……
ㅡ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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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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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좋아요. 발표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들어요. 가난과 학대를 결합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학대‘라니, 정말 바보 같은 단어 아닌가요. 아주 상투적이고 바보 같은 단어예요. 사람들은 학대 없는 가난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절대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요. 자기 글을 절대 방어하지 말아요.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건 당신도 알 거예요. 이건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이건 그의 곁을 지켰던 한 아내의 이야기예요. 그 세대에 속한 아내들은 대부분 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딸의 병실에 찾아와 모두의 결혼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는 이야기들을 강박적으로 하는 거예요.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해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그녀 자신도 몰라요. 이건 딸을 사랑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예요. 불완전한 사랑이긴 하지만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랑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을 쓰면서 내가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 말을 떠올려요. 지금 나는 잘못하고 있는 거야.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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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 리패키지 답장+
김동률 노래 / 카카오 M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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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그림 찾기.

앨범 정보 없어도 무조건 예약 구매하는
믿고 듣는 동률님 음악.
콘서트는 또 언제 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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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무엇을 알아냈습니까?

단편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숨』, 테드 창

단편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2007)」은 물리학자 킵 손의 이야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킵 손은 1990년대 중반 북투어 중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틀 안에서 어떻게 (이론상의)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지 설명"했다고 한다. "킵 손이 묘사한 타임머신은 한 쌍의 문에 가까웠고, 한쪽 문으로 들어가거나 거기서 나오는 물체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다른 문에서 나오거나 거기로 들어가는 식으로 기능했다."(495쪽)

작가는 킵 손의 이야기에 『아라비안 나이트』의 형식을 접목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바그다드에서 직물 거래를 하는 푸와드 이븐 압바스(화자)는 통행금지 시간이 됐는데도 거리를 헤매다가 붙잡혀 대주교 앞으로 끌려간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 간의 사정을 대주교에게 풀어 놓는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선물할 물건을 사기 위해 한 가게에 들른 압바스는 연금술로 가게를 채웠다는 상인을 만나게 된다. 보통 '연금술'이라고 하면 비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 상인이 말하는 '연금술'은 의미가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주인장이 비금속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바꿀 수 있지요.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연금술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사실 그런 게 아닙니다.

땅속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보다 더 싼, 황금의 원천입니다. 연금술 문헌은 황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몹시 고되지요. 그에 비하면 산 밑으로 광산을 파는 일은 복숭아나무에서 복숭아를 따는 일만큼이나 쉬워 보일 정도로요." 13쪽

그는 비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흔한 연금술 대신 '세월의 문'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세월의 문' 양쪽은 이십 년의 세월로 분리되어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십 년 뒤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물론 다시 문을 열고 나오면 현재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한다.

상인 바샤라트에 따르면, "한쪽 부리의 시간을 마치 물처럼 흐르게 하고, 반대쪽 부리에서는 그것을 시럽처럼 걸쭉하게 만들었다"(18쪽)고 했지만 압바스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압바스가 '타임머신'을 믿으려하지 않자 20년 뒤의 자신을 만나고 돌아온 '하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밧줄을 꼬아 살아가던 하산은 '세월의 문'을 통과해 20년 뒤 어마하게 부자가 된 자신을 만났다. 젊은 '하산'은 나이 든 하산에게 물었다. "어떻게 운명을 이렇게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까?"(22쪽) 하지만 나이든 하산은 비법 대신 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만 매번 알려줬다. 젊은 하산은 나이든 하산이 한꺼번에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 게 궁금했지만, 나중에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 이 모든 걸 겪고 나자 나이든 하산은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줬고, 더이상 나이든 하산을 찾아가지 않았다.

상인으로부터 '하산'의 이야기를 들은 '아지브'라는 젊은 직조공 역시 20년 뒤의 자신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이에 실망한 아지브는 평소에 돈을 모아두는 궤를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는 금화가 가득 차 있었다. 부자이면서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20년 뒤의 자신. 그는 그 궤를 훔쳐 현재로 돌아왔고,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타히라와 결혼한다. 하지만 타히라가 갑자기 부자가 된 하산을 의심하며 자신을 위해 더이상 돈 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자, 하산 역시 자신의 사랑이 의심받는 걸 원치 않아서 그 돈을 갚을 때까지 궤에다가 금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훗날 자신을 찾아올 '젊은 하산'을 기다렸던 것이다.

"'세월의 문'을 이용한다는 것은 결과를 모른 채 제비를 뽑는 행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궁전의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것을 닮았습니다. 정상적으로 복도를 거쳐 가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하는 방에 도달할 수 있는 통로 말입니다. 어떤 통로를 이용하든 방 자체에는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과거와 마찬가지로 바꿀 수 없다는 뜻입니까? (…) 만약 자신이 지금부터 이십 년 뒤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그 죽음을 피할 방법은 전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바샤라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7쪽

상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단지 예정되어 있던 일들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는 왜 '세월의 문'을 만들어서 과거 혹은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그는 오래전 하산과 결혼한 '라니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우연히 남편을 찾아온 '젊은 하산'을 보고, 남편이 그와 나눈 이야기를 엿듣게 됐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그녀는 젊은 시절의 남편이 그리워서 '세월의 문'을 통해 젊은 하산을 만나러 갔다. 우연히 한 목걸이 때문에 젊은 하산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젊은 하산이 가지고 있던 그 목걸이는, 오래전에 남편이 자신에게 준 것이었고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것과 20년 뒤의 자신의 것을 모두 찾아가 젊은 하산을 구해줬다. 하지만 젊은 하산과 장년의 하산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고 해도, 과거를 방문하면 예기치 않던 일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군요."

"사실입니다. 이제 제가 왜 미래와 과거가 같다고 했는지 이해하셨습니까?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42~43쪽

이 이야기들을 모두 들은 압바스는 자신이 집을 떠나자마자 무너진 모스크 벽에 깔려 죽은 아내 나쟈를 만나기 위해 '세월의 문'을 통과하려고 한다. 그러나 바그다드에 있는 '세월의 문'은 이제 막 만들어서, 2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20년 후로는 갈 수 있지만 20년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단, 카이로에 있는 '세월의 문'은 20년 전으로 돌아가는게 가능하다는 것. 그는 어쩌면 나쟈의 죽음에 착오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니면 자신이 나쟈를 구출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카이로로 떠난다. 하지만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45쪽)는 법. 어렵게 카이로에 도착해 '세월의 문'을 지나 20년 전으로 돌아가지만 나샤는 이미 죽은 뒤였다. 대신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나쟈가 마지막 순간에 남편에게 했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그 슬픔에 거리를 배회하다가 검문에 걸려 대주교 앞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과거로의 제 여행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제가 배은 것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알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등장 인물인 동시에 관객이고, 우리는 바로 그 이야기를 살아감으로써 그것이 전해주는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56~57쪽

상인이 말하는 연금술은 비금속을 황금으로 만드는 길고 어려운 연금술이 아닌 황금을 캘 수 있는 지점을 알려주는 '세월의 문'을 만드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비록 바꿀 수는 없지만, 지름길을 통해 좀 더 빨리 갈 수 있으니 확실히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처럼 우리의 삶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더이상 의미없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운명이야 어찌됐든 우리의 '자유의지'대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비록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해도, 나는 미래의 나와 마주하는게 두렵다. 언제나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20년 뒤의 나는 도저히 만날 용기가 없다.)

작가가 소설의 배경을 무슬림 세계로 설정한 것은, 그들의 종교가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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