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알라딘 14주년 정말 정말 축하합니다! 14년동안 참 잘했어요! 그동안 알라딘이 ˝최초로˝ 선보여줬던 서비스들에 매우 만족하며 알라딘만 아끼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중무장한 알라딘을 계속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전국 곳곳에 이어 LA까지 중고서점을 세운 알라딘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알라딘, 화이팅! (짝짝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평집을 읽다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에 관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얼마전에 읽은 이다혜 기자의 『책읽기 좋은날』인데, 그녀의 표현처럼 워낙 쫀득하게 읽혀서 포스트잇이 여러개 붙여져 있어요.

노란색은 이미 읽은 책이고, 핫핑크색은 읽고 싶은 책인데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는 걸 또한번 느끼게 되었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책 가운데 제가 읽은 책은 겨우 4권(노란색) 밖에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읽고 싶은 책들은 너무 많아서 장바구니에 정신없이 담아뒀는데,

이 책에 소개된 책 중 제가 찜해 둔 책을 이다혜 기자의 글과 함께 소개합니다.

 

 

 

 

 

 

노벨라 카펜터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노벨라 카펜터의 농장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 그녀의 농장은 남들처럼 텃밭을 가꾸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녀는 도심에 가축을 기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키운 가축을 도축하고 다듬어서 먹기까지 하죠.

도심에서 가축을 기른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자신이 기른 가축을 도축까지 한다, 정말 믿기지 않지만

또다른 차원에서는 멋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이 생겼어요.

 

"고기는 모든 처리가 끝나, 마치 애초에 생명이 깃든 적 없는 고깃덩어리였던 듯

깔끔하게 포장되어 진열되는 물건이라는 생각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육식을 즐길 수 있게끔 도와준다." (p.32)

 

이렇게 된다면 저와 같은 육식주의자들의 육식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중혁 『좀비들』

이 책은 읽으려고 샀다가 지인에게 선물하는 바람에 못 읽었던 책인데,

김중혁 작가의 입담에 푹 빠져 있는 요즘 제일 먼저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좀비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는 좀비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와 공포를 조성하는 공포물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좀비와의 사투는 없다. 대신 그들이 마주하는 대상은 과거의 편린이다.

좀비라는 존재 자체가 죽은 자들의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귀환'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p.46)"

 

 

 

 

 

 

 

덕 파인 『굿바이, 스바루』

처음에는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와 비슷한 느낌의 책일까 했는데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뉴욕에 살던 덕 파인이 자연친화적인 노후를 위해 뉴멕시코로 가 자신의 농장을 가꾸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덕 파인은 12년간 탄 자동차 스바루를, 폐식용유를 연료로 쓰는 포드로 바꾸고,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염소를 키우고,

코요테로부터 염소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우리에서 잠을 잔다.

장보기 목록에 '오렌지주스, 고추냉이, 전기구이 통닭, 아이스크림' 대신

'건초, 엽총 탄창, 살아 있는 병아리들, 아이스크림'을 적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중국음식점에서 사용한 폐식용유를 연료로 쓰기 휘애 자동차를 사 개조한 뒤

운행을 시작하니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깐풍기 냄새가 나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 (p.71)"

 

 

 

 

 

 

 

한병철 『피로사회』

이동진이 진행하는 빨간책방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어서 관심이 생겼던 책인데,

이 책에서 또 만나게 되어 바로 장바구니로 쑹~

 

"『피로사회』를 읽을 때 가능한 단어들의 뜻을 저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노와 짜증이라는 단어를 예민하게 구별해야 하고,

저자가 쓰는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분노는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 되어간다.

짜증과 분노의 관계는 공포와 불안의 관계와 유사하다.

'피로'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우리가 처한 난관을 상징하지만 궁극의 탈출구를 뜻하게 된다. (p.89)"

 

 

 

 

 

 

 

리사 샌더스 『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얼마전까지만 해도 푹 빠져 살았던 드라마 《골든타임》.

드라마에서는 외상의학과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이 책에서는 진단의학과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드 《하우스》의 모태가 된 의학 칼럼 「진단」을 쓴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리사 샌더스의 글을 모은 책인데,

이 책에서는 각종 특이한 진단 사례를 읽을 수 있다고 해요.

 

"드라마 《하우스》만큼이나 특이한 사례와 독특한 추리과정, 뜻밖의 해답이 이어지는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잘못된 진단 때문에 고생해본 사람이라면

끝없이 이어지는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악몽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p.122)"

 

 

 

 

 

 

 

 

앨런 베넷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일반적인 질문을 했는데 일반적인 대답을 주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죠.

하물며 일반적이 않은 독자는 작가나 기획자에게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진심과 관계없는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수록 사회적으로 깨인 인간이 되는 사회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속 영국 여왕은 진심과 관계없는 대화의 일인자였다.

원래는 그랬다. 어쩌다 독서라는 취미를 갖게 되면서 취향과 기호의 신세계에 눈을 뜬 그녀는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요즘 어떤 책을 읽나요?")을 던지기 시작한다. (p.172)

 

 

 

 

 

 

 

 

필립 로스 『에브리맨』

이 책 또한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적이 있던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던 책입니다.

게다가 2013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필립 로스의 작품이기도 하구요.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읽으면 그 '기댈 곳 없음'의 적막함을 느끼게 된다.

별나거나 일그러진 사람이 아닌, 친화력이 있고 온건하고 근면한 사람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비롯되는 비밀과 거짓말.

누구의 마음에나 깃든 자만심과 이기심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장밋빛 볼의 과거에 이르는 그 모든 것.

누구나 제각기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그 길은 하나였고 우리가 그 길 위에 지금 서 있음을 알게 해준다.

보통 사람, 즉 에브리맨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p.187)"

 

 

 

 

 

 

 

 

 

장 에슈노즈 『달리기』

1999년 『나는 떠난다』로 콩쿠르 상을 받은 장 에슈노즈는

체코의 육상선스 자토페크의 달리기 인생을 소설로 썼습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콩쿠르 상 수상작가들은 신뢰하는 편이거든요.

 

"고통을 사랑하는 이상한 달리기 선수. 그리고 이상한 세상.

그의 고국에서는 고위층이 회의를 했다.

에밀은 현실 사회주의의 현상이므로 그를 곁에 두고 아껴야 하며

너무 국외로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이었다.

그래서 에밀은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곤 했다.

프라하의 봄 직전의 프라하와 그 이후의 프라하.

그는 늙어가고 더 이상 이길 수 없게 된다.

장 에슈노즈는 영광도 몰락도 같은 톤으로 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렇게 『달리기』는 한 스포츠 영웅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희비극이 된다. (p.234)"

 

 

 

 

 

 

 

폴 콜린스 『밴버드의 어리석음』

유머러스하고 기상천외한, 독특한 논픽션인 이 책은 잊힌 자들, 패배자들에게 주목한 책입니다.

부제는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인데요,

역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누락돼 버린 사람들, 하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프랑수아 수드르라는 보편 언어를 꿈 꾼 사람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음악을 통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보편 언어를 개발했습니다.

바이올린으로 질문을 던지면 다른 사람이 피아노로 응답하고,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로도 음악적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소문이 퍼지자 빅토르 위고까지 나서서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도와주려 했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죽었고, 마지막까지 그의 언어 솔레솔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몇 십 년 전 프랑스의 양로원에서 사망했다. (p.240)

 

 


 

 

E.M. 포스터 『전망 좋은 방』

물론 설명이 필요없는 소설입니다. 예전에 읽다가 완독하지 못해서 덮어버린 책인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워낙 영문학 쪽으로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한때는 피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더 그런 마음을 키웠던 것 같기도 하구요.

 

"영화 《전망 좋은 방》을 이미 보았다 해도 막상 책을 읽으면 황당할 정도로 새롭고 재미있다.

한밤중에 바느질하듯 단어마다 더듬으며 읽어도 책장은 오리엔트 특급의 속도로 넘어간다.

그 어떤 즐길 만한 전망도 없는 열대야의 벗으로 삼으시라. (p.275)"

 

 


 

 

카타리나 마세티 『옆 무덤의 남자』

로맨스는 거의 읽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생긴 소설입니다.

제목부터 뭔가 매력적인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구요.

 

"첫인상만으로는 혹은 그가 가진 조건만으로는 절대 'No, No, No'인 남자를

여주인공도 독자도 사랑하고 응원하게 된다.

파격적인 남자 주인공에 걸맞은 파격적인 엔딩이 인상적인데, 결국 몇 년 뒤 속편이 쓰였다.

모르긴 해도 안 쓰고 버텼다가는 스웨덴 국민들이 미저리로 변해 작가를 습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p.325)"

 

 


 

 

다우어 드라이스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기억과 시간 그리고 나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기억, 시간, 나이... 이런 것들에 참 관심이 많은 나이거든요.

 

"특히 나이듦과 기억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기억력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부모님이 치매의 전조라고 걱정하는 기억력 감퇴는

실제 기억의 상태로 판별할 수 없다고 한다.

200쪽이 채 안 되지만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면서 다시 첫 장을 펴게 된다.

절대 기억이 안 나서가 아니다! (p.343)"

 

 


 

 

아베 야로 『심야식당』

제가 워낙 만화책을 못 읽어서, 읽는 속도가 엄청 느려요.

게다가 완결되지 않은 만화책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는 것도 제 성격상 맞지 않구요.

그래서 늘 본다, 본다 해놓구선 아직도 안 보고 있는 만화책이긴 한데

요즘들어 부쩍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책이기도 합니다.

 

"『심야식당』을 보면서 지금은 망해버린 수많은 옛 단골집들이 떠올랐다.

대학 때 아지트였던, 좋은 음악을 틀던 그 술집들.

헤비메탈만 틀던 집도 있었고, 1960년대 록만 틀던 집도 있었다.

레코드 가게들은 어땠나.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동네 단골 레코드집 아저씨는 새로 나온 음반 중 베스트만 골라 녹음한 테이프를 2500원에 팔았다.

그때 받아들인 음악의 지도가 지금까지의 내 취향을 좌우한다. (p.384)"

 

 

 

아! 찜해 놓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을까요?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은 책들은 많아요!^^

여러분들도 마음에 드는 책으로 골라서 한번 읽어보세요. 아님 같이 읽어보아요.

 

 

2012. 10. 13.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기 독자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 김훈의 <바다의 기별>  

원래 좋아해서 사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알라딘 서평단을 통해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이번에는 작가 김훈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특히, 단문형의 문체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어요.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p13)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김훈의 <바다의 기별> 

2. 강미영의 <혼자놀기> 

3.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4. 존 어빙의 <일년 동안의 과부> 

- 아무리 해도 5권은 못 뽑겠어요. 7권 받아서 서평은 4권 밖에 안 올렸거든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왕성해지면서 일약 블로그로 스타가 된 블로거들이 책을 내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블로거 중 한명이기 때문에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그들의 책들을 대하고 있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프로 작가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은 읽을거리보다는 짧은 단상 혹은 예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혼자놀기』의 저자 강미영도 프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자 노는 아이템들이 책 가득 찍혀 있을거라 생각하며 책장을 휙휙 넘기는데, 예상과는 달리 촘촘하게 늘어선 텍스트들의 행렬이 펼쳐졌다. 이 텍스트들을 보면서 떠오른 두 가지 생각은, "꽤 열심히 만든 책이네!"와 "지루하면 어떡하지?"였다. 결론을 살짝 공개하자면, 잠들기전 펼쳐들었던 이 책을 결국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잠들었다는 것!

대부분 혼자놀기, 가끔 함께놀기!
   난 혼자놀기를 즐긴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혼자 놀 수 있냐며 신기해하며 나를 대하는데, 혼자놀기의 편안함을 알게 된다면 모두들 혼자놀기의 매력에 푹 빠지리라. 일단, 혼자놀면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언제 만날지 시간을 정하면, 어디서 만날지 고민이다. 장소를 정하고나면,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지가 고민이다. 혼자놀면 이런 번거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에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면 자신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밥은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혼자놀기 달인의 경지가 바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이집이나 한정식 집 같은 곳은 곤란하지만, 샌드위치나 케익 등이 준비돼 있는 커피숍 같은 곳은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거다. 난 혼자서는 절대 못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을 것이다. 혼자 살고 있다면 집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카풀을 하거나 사내커플이 아니라면 출퇴근길도, 매일하는 샤워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잠자는 것까지 모두 혼자 하는 일이다. 아마 꼽아보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일년 365일 중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놀기, 그거 별일 아니라는 이야기다. 혼자임을 낯설어 할 필요도, 혼자인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볼 필요도 없다.  

함께하는 "혼자놀기"여서 위로가 돼!
   엄친아 같은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나처럼 한달에 한번씩 월급이라는 마약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그녀도 나처럼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는 야근을 할 때는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고 버스를 타는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단순작업만 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비록 책 제목은 "혼자놀기"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반가웠다. 때론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용기를 내게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12/24 by 뒷북소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알찬 텍스트, 친숙한 작가, 편안한 내용!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혼자놀기"의 달인들 혹은 "혼자놀기"가 낯선 사람들에게  

•  한 핏줄 도서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시간이란 게 죽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월요일, 1일, 1월…… 뚝뚝 끊어주면서 계획도 다시 세우고 점검도 해줘야 한다. 어느 날 새삼스럽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음 매듭에서도 또 그다음 매듭에서도 할 수 없게된다. (p16)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똑같은 하루가 365번 반복되도록 두지는 말아야겠다. 오늘 하루를 기억할 만한 일들이 필요하다. 내가 일 년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스페셜한 날들 때문이다. (p25) 

30대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왜 그리 많았는지. 때를 놓쳤다고 그 일을 망설인다면 평생 그 일은 해볼 수 없는 일이 된다. 지금 늦었다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p39) 

가끔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손만 움직여도 되는 의식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고 싶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회고,
그러면서도 더더더더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하는 나에게
스스로 지쳐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머리에 담고 사는 내가 힘겨울 때가 있다. (p1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노희경,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들이 언뜻 떠오르질 않아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안타깝게도 제대로 본 작품이 한편도 없었다. 그나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몇 번 본 것 같고, 어떤 작품들은 제목조차 낯설다. 그녀의 작품 한 편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그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들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그녀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보통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작품들은 그저 가볍고 재밌게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그녀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나보다. 내가 보는 드라마는 일단 가볍고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얼마나 무겁고 머리 아픈 일에 시달리며 사는가. 잠시 여유가 생겨 보는 드라마마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사양하고 싶다.
   드라마는 왜 꼭 재미있어야 하나? 그건 편견이라고 작가 노희경은 말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 역시도 가벼운 게 좋다고 말한다.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진짜 유죄라고 생각해?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그동안 그녀의 드라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가볍게 잘 읽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이기 때문일까?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이런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거야" 드라마를 보며 흔히 내뱉는 말 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고 있었다. 그저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는내내 왠지 맞장구를 쳐주고 싶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그래!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어!"
   사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은 나에게 강한 반발심을 안겨줬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 죄를 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연애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소비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유죄라니. 도대체 작가 자신은 어떤 사랑을 해왔기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건지, 과연 이런 발언을 할 자격은 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이가 없었냐고? 절대 아니다. 바로 내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강하게 반발했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설득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p56)
 
   

   과연 그녀의 드라마 속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녀의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그동안 마니아 작가라는 평을 받았던 노희경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노희경 작가의 마니아들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p96)

2008/12/21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