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엎어지고 자빠져도 덜 상처받도록

비장의 낙법을 연마하겠습니다.

지금 죽어도 개죽음이 되지 않도록

꿈에서조차 사람의 언어를 살아나겠습니다.

애인을 100명만 만들고

…… 술은 술보다 아름다운 사람들하고만 마시겠습니다.

투표는 반드시 하고

울면서 이민을 결심하지는 않겠습니다.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지도 않겠습니다.

군대 면제와 위장 전입과 투기를 결심하지도 않겠습니다.

겨우 100만 부 팔리는 무협지 한 권만 쓰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너 나 없이 사람답게 살기를,

하느님답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새해 첫 인사 광야에서 올립니다.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 류근의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p.57~58

 

새해엔 꼭 그렇게 해보도록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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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5 ─

 

 

그러므로,

자신은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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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연기를 한다.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부끄럽지 않은 척, 무관심한 척.

그중의 제일은 뭐니뭐니해도 쿨한 척이다.

먹어치운 밥그릇 개수만큼 노련해진 우리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노출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표시한 관심 때문에 망쳐버린 연애.

딱 한 번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했다가 깨져버린 우정 따위.

진심이란 녀석은 땀을 잘 흘린다.

그래서 여차하면 들키기 십상이다.

아무한테나 겨드랑이를 드러내고 땀 냄새를 맡게 해서는 안 된다.

 

─ 윤미나의 『굴라쉬 브런치』 p.40 ─

 

 

 

아무리 먹어치운 밥그릇 개수만큼 노련해 진다해도,
지금이 진심을 드러내야 할 때인지,
혹은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심을 드러내도 좋은 상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의 진심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씩씩한 척, 다 이해하는 척, 시원한 척, 해보는데
결국 골병만 드는 느낌.
 
언제쯤이면 이 연기를 멈출 수 있을까요?
이젠 정말 그만하고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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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되는 시간

 

예전처럼 주말마다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아요.

예전처럼 이파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지도 않아요.

예전처럼 어린 날에 모아둔 앨범들을 쌓아두고 밤새 음악을 주구장창 듣지도 않아요.

예전처럼 밤을 새워 읽기에 빠져들지도 않아요.

예전처럼 늦은 밤의 현란한 네온사인을 올려다보며 친구들과 걷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나는 지내고 있어요.

무얼 하고 지내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밖에는 말할 없지만,

나는 지내고 있어요.

 

 김소연 『시옷의 세계 p.80 

 

 

 

이렇게도 지내고 있는 사람이 비단 그녀와 뿐이라고만 생각지 않아요.

아무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도 지낼 있어요.

그러니 예의상 지내냐고 던지는 인사는 이제 하지 말아줘요.

더이상 대답할  있는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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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리의 선물 

 

금파리들의 세계에서는, 짝짓기하는 동안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다.

짝짓기의 격정이 암컷의 식욕을 불러일으키면서,

자기 옆에 있는 머리가 수컷의 머리일지라도 암컷에게는 그저 먹이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수컷은 교미는 하고 싶지만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싶지는 않다.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는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를테면, 타나토스 없는 에로스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금파리의 수컷은 한 가지 책략을 찾아냈다.

먹이 한 조각을 <선물>로 가져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수컷이 고기 조각을 하나 가져오면 암컷은 허기를 느낄 때 그것을 먹게 되고,

수컷은 아무런 위험 없이 교미를 할 수 있다.

이 파리들보다 훨씬 진화된 다른 집단에서는

수컷이 곤충 고기를 가져올 때 투명한 고치로 포장해서 가져온다. 

그러면 수컷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

 

또 어떤 수컷들은 선물의 질보다는 선물을 개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포장된 먹이를 가져오되 두껍고 부피만 클 뿐 속은 텅 비어 있는 것을 가져온다.

암컷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이면 수컷은 이미 용무를 끝낸 뒤다.

 

수컷들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암컷들도 거기에 맞추어 자기들의 행동을 수정한다.

예컨대, 엠피스 속(屬)의 파리들의 경우에는,

암컷이 고치를 흔들어서 먹이가 들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또 대응책이 있다.

수컷은 암컷이 고치를 흔들어 볼 거라 예상하고, 선물 꾸러미에 제 똥을 담는다.

그것이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암컷은 고깃덩어리로 잘못 알기가 십상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314~315 ─

 

 

 

 

 

크리스마스에 뒤늦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1회를 보고 있는데,

김수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더라구요.

전지현이 하품을 폴폴 하며 듣던 그 강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은듯한 강의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찾아봤더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 나온 것이더라구요.

어쩐지 곤충들의 세계를 참 맛깔나게 이야기한다고 했더니,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저씨의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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