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리의 선물
금파리들의 세계에서는, 짝짓기하는 동안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다.
짝짓기의 격정이 암컷의 식욕을 불러일으키면서,
자기 옆에 있는 머리가 수컷의 머리일지라도 암컷에게는 그저 먹이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수컷은 교미는 하고 싶지만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싶지는 않다.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는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를테면, 타나토스 없는 에로스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금파리의 수컷은 한 가지 책략을 찾아냈다.
먹이 한 조각을 <선물>로 가져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수컷이 고기 조각을 하나 가져오면 암컷은 허기를 느낄 때 그것을 먹게 되고,
수컷은 아무런 위험 없이 교미를 할 수 있다.
이 파리들보다 훨씬 진화된 다른 집단에서는
수컷이 곤충 고기를 가져올 때 투명한 고치로 포장해서 가져온다.
그러면 수컷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
또 어떤 수컷들은 선물의 질보다는 선물을 개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포장된 먹이를 가져오되 두껍고 부피만 클 뿐 속은 텅 비어 있는 것을 가져온다.
암컷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이면 수컷은 이미 용무를 끝낸 뒤다.
수컷들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암컷들도 거기에 맞추어 자기들의 행동을 수정한다.
예컨대, 엠피스 속(屬)의 파리들의 경우에는,
암컷이 고치를 흔들어서 먹이가 들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또 대응책이 있다.
수컷은 암컷이 고치를 흔들어 볼 거라 예상하고, 선물 꾸러미에 제 똥을 담는다.
그것이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암컷은 고깃덩어리로 잘못 알기가 십상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314~315 ─
크리스마스에 뒤늦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1회를 보고 있는데,
김수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더라구요.
전지현이 하품을 폴폴 하며 듣던 그 강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은듯한 강의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찾아봤더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 나온 것이더라구요.
어쩐지 곤충들의 세계를 참 맛깔나게 이야기한다고 했더니,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저씨의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