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어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는 그 일을 했고, 끔찍한 일들을 했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는 자기 안에서 살아갈 수가 없었어요, 토미. 저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다른 남자들은 그럴 수 있었겠지만, 아버지는 그럴 수 없었어요. 그 일이 아버지를 망가뜨렸고, 그리고 ……"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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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형─2차대전에 참전했고 수용소가 비워질 무렵 그곳에 배치되었다─을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형이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는지를 생각했다. 결혼생활은 파탄을 맞았고 아이들은 그를 싫어했다. 죽기 얼마 전에 형은 토미에게 자신이 수용소에서 무엇을 목격했는지, 자신을 포함한 다른 군인들이 타운 주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어떤 식으로 수용소를 보여주었는지 말해주었다. 한번은 그들이 타운 여자들 한 무리를 데리고 수용소를 돌아다니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었는데, 형 말로는 어떤 여자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어떤 여자들은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듯 턱에 힘을 주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그 이미지가 늘 토미의 마음에 남아 있긴 했지만, 왜 하필 지금 떠올랐는지 그는 궁금했다. 그는 차창을 끝까지 내렸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그는 이미 나이가 들었다─자신이 선과 악의 이 혼란스러운 다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어쩌면 인간은 애초에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 잘 알게 되었다.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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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사람들이 진심에서 자발적으로 관대한 행위를 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기리를 모르는 인가‘이라 불리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리를 따라야 하는 것은 세상의 소문이 무섭기 때문이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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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4일 일본이 항복했을 때, 세계는 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일본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많은 서양인은 일본이 항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 여러 섬 곳곳에 산재한 일본군이 순순히 무기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일본군 대부분은 아직 국지적 패배를 당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전쟁 목적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 본토의 여러 섬도 최후까지 완강히 항전하는 군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따라서 점령군은 전위 부대가 소부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함포의 사정권을 넘어 진격할 경우 전부 살육당할 위험이 있었다. 전쟁 중 일본인은 어떠한 대담한 일이라도 태연히 해치우지 않았던가! 그들은 호전적인 국민이었다.
일본을 이렇게 분석한 미국인은 주를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천황이 입을 열자 전쟁은 끝났다. 천황의 목소리가 방송되기 전에 강경한 반대자들은 궁성 주위에 비상선을 치고 정전선언을 저지하려 했다. 그런데 그 선언을 일단 발표한 다음에는 모든 사람이 그것에 승복했다. 만주나 자바의 현 사령관도, 일본에 있던 도조도, 누근 하나 그것을 거역하려 하지 않았다. 미군은 비행장에 착륙하여 정중한 환대를 받았다. 한 외국인 기자가 서술한 바와 같이, 아침에는 소총을 겨누며 착륙했지만, 점심때는 총을 치워 버렸고, 저녁때는 이미 장신구를 사러 외출할 정도였다. 일본인은 이제 평화의 길을 따름으로써 ‘천황의 마음을 편안케‘ 해드렸다. 1주일 전까지 그들은 천황의 마음을 편안케 해드리기 위해 죽창으로라도 오랑캐를 격퇴하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했었다. 180~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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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은 끊임없이 계층제도를 고려하면서 사회의 질서를 다듬어 나갔다. 가정이나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연령, 세대, 성별, 계급 등이 알맞은 행동을 지정한다. 정치, 종교, 군대, 산업에서는 각각의 영역이 신중하게 계층으로 나뉘어 있어,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자신들의 특권의 범위를 넘어서면 반드시 처벌받는다. ‘알맞은 위치‘가 보장되어 있는 동안 일본인은 불만 없이 살아간다. 그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최대의 행복이 보호되는가 하는 의미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계층제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에서 안전하다. 이것이 일본이 인생에 대해 판단하는 특징을 이룬다. (...)
일본의 인과응보는 그 ‘안전‘의 신조를 외국에 수출하려 했을 때 찾아왔다. 135쪽

일본인은 스스로에게 요구한 일을 다른 나라에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들은 ‘각자 알맞은 지위를 받아들이는‘ 일본의 도덕체계가, 다른 곳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국가에는 그런 도덕률이 없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일본만의 산물이었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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