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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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서!

코로나 때문에 예전처럼 일상을 즐기지 못하고 보낸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얻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나의 '소비 혹은 지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많은 것을 갖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사람들을 덜 만나고 외출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덜 쓰게 된 것도 있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 노동 끝에 입금된 돈으로,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하며 사모은 것들은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니라 지나고 보면 그저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소비 생활은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서,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꼭 여러 번 생각하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은행 잔고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 월급으로 이 정도 모으면 됐지, 스스로 만족하며 살았는데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이 모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버리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돈독한 트레이닝』은 연 소득 480만 원이었던 저자가 월 소득 480만 원의 프리랜서가 되기까지(지금은 월 소득 1000만 원의 빌라주가 되어 있다.) 그녀의 노력과 과정, 더불어 그녀처럼 돈을 모으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 역시 38세가 될 때까지는 돈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대출을 받기 위해 갔던 은행에서 한 번의 좌절을 겪은 이후에 그녀는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직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 덕분에 치기공과를 나온 그녀는 2년 동안 치과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고, 그렇게 은행 대출 문턱을 넘었다. 그녀는 '똑똑한 1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의 아파트 같은 불가능한 꿈은 포기하고, 에어비앤비나 셰어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는 부천의 작은 빌라를 구매했다. 집은 구매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을 포기하고 거실에서 생활하며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활용해 N잡러가 되었고, 매일 경제 신문을 읽으며 주식과 같은 재테크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무려 한 달에 1,000만 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서른여덟 살 이전의 내가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을 충분히 가져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돈과 거리를 둔 것이다. 8쪽

『돈독한 트레이닝』의 장점은 무조건 이렇게 해서 이만큼의 돈을 모아라! 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잡은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ISTJ인 나는 아무리 수익이 좋다고 해도 어차피 주식이나 코인 같은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수십억을 모으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지금의 내 생활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이면 되는데, 이 책은 주식이나 코인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 같은 목표로 돈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도 들려준다.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에 흥미가 있어서 거기에 시간을 쓰는 게 괜찮다면 투자를 하는 게 맞지만, 저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관심이 가지 않더라고요. 투자가 유행인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관심을 갖고 애쓰느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게 더 낫습니다. 그래서 수입의 일정 부분은 적금으로, 목돈은 예금으로 돌리고, 그 외의 투자를 하지 않아 확보된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는 중입니다. 크리에이터 정은길 「돈터뷰」 184쪽

예전의 나라면 분명 혐오하는 카테고리의 책일 텐데, 사실 나는 띠지에 적힌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이 좋았다. "돈은 모으고 재능은 낭비하라!" 나도 그녀처럼 재능이 부자인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나를 잘 키우고 싶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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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최준호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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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고 위험해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은 '지금 여기'에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이 리뷰를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반대로 알고 나면 두려워질 수도 있다.

'뜨거워지고 위험해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과학자가 아닌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이자 논설위원인 저자가 쓴 책이다. 문과 출신이라고 했고, 현재 진행 중인 과학계 소식이 실려 있으니 저자 역시 이 책을 쓰기 위해 과학을 공부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는 몰라도 이 책에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뜨거워지고 위험해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과학 이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과학도서'로 분류하는 것도 애매하다.)

1부. 위대한 탐험이 시작된다 : 우주와 천체에 관한 과학

2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다 : 생물다양성과 AI에 관한 과학

3부. 지구 위기를 생각한다 : 지구환경에 관한 과학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류의 눈부신 성취'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그는 우리에게 닥친 혹은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우주를 개발하고 화성과 달에 인류를 보내 정착시키면 우리는 지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복제하고 편집해 현재보다 더 강화된 인류를 탄생시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면 기후 위기는 막을 수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해도,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가 전문가나 정책가의 장밋빛 미래를 믿지 않고 스스로 이 지구에 대해 공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재의 지구에 집중하고 지키자는 것이 아닐까.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가. 하지만 미래 예측은 허무한 일이다. 과거 수백 년 전 농경사회였다면, 선지자는 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절 변화를 미리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21세기 인류의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열려있다. 지금 내가,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미래를 결정한다.

호모사피엔스 인류는 지금 지구 밖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라면, 2024년에 인류는 최소 5600만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까지 직접 찾아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기회만큼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인류의 종착지는 과연 유토피아일까. 그 답을 찾아내는 것 역시 과학일 것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넘어 과학을 통해 앎의 영역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285~286쪽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우리에게 혹은 지구에게 닥칠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 내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온다. (저자는 앎을 통해 두려움을 넘어 보자고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알고 나니 더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 일은 한 사람의 두려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이룩하는 일도 어렵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직접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람이 과학을 공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7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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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더 유니버스 - 경이로운 우주가 인류에게 던지는 세 가지 화두
KBS <키스더유니버스>제작팀 지음 / 베가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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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너머를 향한 간절함이 우리를 우주로 이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을 더러 접하곤 한다. 코로나 때문에 세계여행도 힘든 시국에 억만장자들의 우주여행이라니. 어릴 적 나 역시 우주를 꿈꿨던 소녀(우주소년단 출신이다!)였고, 우주여행이란 어릴 적 꿈으로만 꿈꿀 수 있는 일들이었는데 실제로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오다니 놀랍다.

한때 우주를 꿈꿨던 소녀답게 여전히 우주에 관심이 많고, 관련 책들도 많이 읽고 있지만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은 순수하게 과학적인 측면에서 쓰인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키스 더 유니버스』는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 우주, 상업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인 측면을 쉽게 다룬 책이다.

『키스 더 유니버스』는 2021년 10월부터 11월까지 3부작에 걸쳐 방영된 KBS 대기획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직접 가볼 수 없는 우주 공간을 AR 테크놀로지로 구현해 경이로운 우주의 비밀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주는 다큐멘터리쇼로 배우 주지훈이 내레이션을 맡고 실제 AR로 우주를 체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방송 내용을 토대로 펴낸 것이기는 하지만, 방송에서는 미처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내용까지 추가해서 담았다고 한다. 책과 함께 방송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3부(지구 최후의 날, 화성 인류, 코스모스 사피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도전 혹은 연구를 담은 2부와 3부였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그들이 왜 우주까지 진출하려고 하는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어 왔으며, 그들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담겨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상황까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인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지구인을 이주시키려는 계획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주가 정말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천문학적인 비용과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데, 그 노력을 지금의 지구에게 투자하면 안 될까? 그 열정을 지금의 지구에 투자한다면, 지구 최후의 날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왜 힘들게 우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에 대한 답은 이것이리라.

우리가 화성에 가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지구가 곧 살 수 없는 곳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류가 계속해서 번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다. 하지만 화성에 가기 위한 그 수많은 노력을 우선 지구를 구하는 데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머릿속엔 탐험이 프로그래밍 되어있는지 모른다. 지금껏 인류는 도달하지 못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래서 인류가 그다음 단계로 화성을 바라보는 것은 역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171쪽

내가 사는 세상 너머, 미지의 공간인 우주를 더 알고 싶다는 간절함이 인류를 달로 이끌고 있다. 인간은 탐험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중요한 본능 중 하나가 바로 탐사 욕구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다는 그 실존적 호기심이 우리를 우주로 향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269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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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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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문학 실험실, 『파리 리뷰』

「파리 리뷰」는 '작가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미국 문학 계간지다. 1953년 출판과 문학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해 그 중심이 뉴욕으로 옮겨가자 1973년 미국 뉴욕으로 본사를 옮겼다.

문학잡지 「파리 리뷰 The Paris Review」는 1953년 창간 이후 소설의 실험실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우리 편집자들은 이야기를 쓰는 방식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운동이나 학파만을 신봉하지도 않습니다. 언어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탁월한 작가는 모두 자신만의 규칙과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믿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성공한 작품만을 모은 선집이 아닙니다. 장르의 대가 열다섯 명에게 「파리 리뷰」가 발표한 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고르고, 그 소설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서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어떤 작가는 고전을, 어떤 이는 우리에게조차 새로운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편집자의 말」, 5쪽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지난 반세기 동안 「파리 리뷰」에 실린 단편소설 가운데 15명의 작가들이 한 편씩 골라 엮은 단편소설 선집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나 레이먼드 카버처럼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기도 하지만, 낯선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경력이나 출신국, 성별,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파리 리뷰」의 원칙 덕분에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적인 작품들도 많은데, 각 소설 말미에 그 소설을 선정한 작가의 선정 이유와 해제가 붙어 있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일은 존재조차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헤매다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하고 처음 보는 꽃이 만발한 벌판을 만나기도 합니다. 「옮긴이의 말」, 9쪽

이 책에 붙여진 감각적인 제목이 책을 선택하는데 한몫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원제는 『실물 교육 Object Lessons 』이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데니스 존슨이 1989년 110호에 발표한 소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소설은 분량이 겨우 1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소설(어쩌면 '경단편'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이다. 화자 '나'는 출장 중인 세일즈맨의 차를 얻어 타게 되는데, 그는 '나'에게 혈관 내막이 벗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의 약을 먹였다. 그때 "나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일어나기도 전에 모든 일을 감지했다. 어떤 올즈모빌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기도 전에 내 앞에 멈춰 설 것을 알았고, 차에 탄 가족의 다정한 목소리만 듣고도 우리가 폭풍우 속에서 사고를 당할 것을 알았다." (20쪽) 감각적인 문장과는 달리 소설의 내용은 약에 취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 것을 묘사한 것이었다. 만약 이 소설을 선정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해제가 없었다면,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고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15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레이먼드 카버의 「춤추지 않을래」를 뽑은 데이비드 민스의 해제였다. '문학 실험실'이라는 타이틀답게, 읽고 또 읽어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 소설들이 많은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이야기는 영원히 긁어야 하는 가려움과 같다"(107쪽) 레이먼드 카버 역시 이렇게 썼다. "뭔가 더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말로 할 수는 없었다."(106쪽)

작가들은, 말로 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독자들이 알아채 주기를 바랐겠지. (아닌가?)

15편의 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실물 교육 Object Lessons 』이라는 이 책의 원제가 이해된다. 이렇게 쓴 소설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 평소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만 읽거나 이미 유명해진 고전만 읽던 나에게 다양한 소설의 세계를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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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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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여, 어디서 헤매느냐?

네가 찾는 생명을 너는 결코 찾지 못하리라! 127쪽


마블의 영화 《이터널스》에서 배우 마동석이 캐스팅돼 화제가 된 캐릭터 '길가메시'. 이 '길가메시'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라고 해서, 꼭 영화 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영화는 안 볼 거라서) 이 기회에 그동안 읽기를 미뤄뒀던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탓인지) 때마침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새롭게 번역된,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오리지널 텍스트를 번역한 완역본이 나와서 더 이상의 고민 없이 읽게 됐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점토판(일명 '태블릿')에 쓰인 인류 최초의 영웅 서사시다.

수메르 땅에 세워진 고대국가 우크르의 왕 '길가메시'는 여신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지만 "삼분의 이는 신이요, 삼분의 일은 인간"(129쪽)이라서 신처럼 영원을 살 수 없었다. 게다가 친구이자 하인인 엔키두가 꿈속에서 본 자신의 죽음 때문에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것을 본 이후로는 영생의 비밀을 얻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길가메시가 얻은 비밀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생의 덧없음이었다. 두려울 것이 없었던 왕이자 영웅이었던 길가메시도 결국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작자를 알 수 없는 신화로, 수많은 사람들의 필사가 거듭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발견되는 지역과 점토판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데, 이 책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모두 실려있어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지금도 이 이야기가 쓰인 점토판이 출토되고 있어서, 점토판이 출토될 때마다 번역을 업데이트해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길가메시 서사시』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번역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는데, 이 이야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고대 사람들이 양피지나 종이도 아닌 점토판에 한자 한자 (종이나 양피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힘들게 새겨 넣게 했을까.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어떤 기사를 보니 배우 마동석이 '길가메시'와 매우 흡사하다고 했는데 서사시 속 '길가메시'는 (인간 마동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에 가까울 정도로 크다. 책을 먼저 읽게 된다면, (스포일러지만) 영화 속 '길가메시'의 최후가 충격적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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