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재미있다. 

학자로서의 연구서 형식에 얽매여있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근거에 대한 집착 없이 자기 판단을 그대로 적시해서 드는 생각. 
이런 연구서를 좋아한다. 아주 빨리 읽히는 점도.

어쨌거나 동화를 생각하는 일은 흥미롭다. 
저 수많은 컨텐츠의 원형이니까.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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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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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훈련.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많은 기업이 이 훈련을 했었다.

여기 소설에 나오는 그런 ST는 아니지만, 좀더 순화되고 걸러진 것이었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온 피교육자 중에는 멘붕을 넘어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었다.

감성을 건드려서 그 자리를 감동 혹은 반성, 혹은 임파워먼트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그 폐쇄된 훈련장을 나와서 그 폐쇄공간 속에서의 자신을 감당 못하고 

노력했으나 어쩌지 못하고 주저앉은 사람들이 있었다. 적지 않았다.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후루꾸 트레이너, 더구나 돈만 챙기고 달아나는 정말 질이 나쁜 케이스.

그걸 후덜덜하게 다루고 있다. 거기에 악질다단계회사까지. 

전염의 완벽한 예가 아닌가.

입구에서 피해자가 출구에서 가해자가 되어 있는 광경. 무척 익숙하다. 

그들이 면죄부를 받는 과정도, 

그들이 오히려 구제받아야 할 피해자가 되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까지도. 아놔.

미미여사, 결국 이렇게 또 한 건 하셨다. 乃

감수성훈련. 말이 좋다 헛. 다행히도 이 훈련의 유행은 꽤 오래 전에 지나갔다.

요즘 산업교육계는 어떤 교육이 유행인지...요?



제길.. 미미서가를 만들 기세..가 되었어 ㅋ


<밑줄>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미. 남의 소문도 칠십오일.138p.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량은 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맛볼 수 있을  정도였다.134p.


자연스럽게, 입가가 한심하게 느슨해졌다. 142


나도 모르게 입을 뚫고 튀어나온 물음이었다.207 


::::나는 주로 글쓰기를 여기 의존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에 특정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면 쓸 수 없다. 이 무슨 어이없고도 복이 차고넘쳐서 남아도는 습관이란 말인가!


하수의 장고는 쓸모없다


나무가 숲속에 숨듯이, 사건은 사건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된다. 현대에는 숲도 여기저기에  있다. 257


도영주택부지내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고, 한 쌍의 그네가 있다. 내게는 추억의 그네다. 인연도 있었다. 이 그네 옆을 지나가면 왠지 내 주변 상황에 변화가 생기거나, 무슨 일이 일어난다. 279 


::::미미여사의 은근 재미난 부분. 리얼리티의 강박을 뿌리쳐야 하는 지점이라는게 소설 안에 있을 수 있음을, 그걸 거부하지 말이야 팔리는 재미난 소설을 쓸 수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 나 ㅋ


이런 일에 관련되면  선으여도, 꺼림칙한 구석이 조금도 없어도 괴로운 경험을 겪게 돼. 그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서도  무언가가 변하고 말지. 나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다. 무언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 변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겁쟁이가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331p.


올해  마흔네살인 그의 인생 대부분이 본의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342


쓴물을 끝까지 헤엄치지 않으면 단물에는 다다른 수 없다. 510 


:::: 죄를 짓고 뉘우쳐도 그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해진 속죄의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는 얘기.


남녀 불문하고 터프한 사람은 주위에도 에너지를 나눠준다.523


사코타의 기억에는 얼룩과 단절이 있는 것이다. 사고도 외길로 이어져 있지 않다. 582  


:::: 여러 길로 나뉜 것이 아니라 외길이 아닌 것이 팩트. 그럴 때 다른 말 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말라.


그렇게 그럴싸한 일이 있을  리가 없지요. 우리 어머니같은, 보잘것없고 무지하고 사람만 좋은 인간을 일일이 불쌍하게 여겨 줄 신이 있을 리가 없어요. 587


여성의 쇼핑근력은 월등하게 뛰어나다. 순발력도 지구력도 회복력도 집중력도. 732


솔깃한 이야기는 아무 데나 굴러다니지 않는다. 745


그런 거였나. 사카모토에게는 이전부터 실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751


네 그림자를 지워라.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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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소설을 읽다가 미미서가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묘사들이, 그 생각들이 좋아서 들었을 생각이므로 마치 내 서재에 미미서가를 만들어 놓으면 미미여사의 그 기발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글솜씨가 내 것이 되기라도 할 것처럼.

사실 구입해서 서가에 꽂아놓은 후에는 다시 꺼내 볼 확률이 한 10% 정도는 될까? 읽는 당장에는 나중에 그리워서 반드시 다시 꺼내 펼쳐볼 것이다 했지만 그리워지는 순간은 너무 재빨리 다른 생각들로 대체되어 버렸기 때문에 결국 그리움은 그다지 큰 동력이 못된다는 것을 깨닫고 만 지금. 그런 책을 읽었으면 후에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게 된 지금.

읽은 책이 꽂혀 있는 서가는 내가 읽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 비밀스러운 서재까지도 사실은 보여주기 위한, 내가 나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한, 나에게 그동안 이런 시간--읽을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을 가진 여유와 이해할 수 있었던 지력과 지나간 것을 간직할 공간이 너의 삶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것이다. 없으면 내가 앞날을 살아내지 못할 그런 절실한 것이 아니라 삶에는 없어도 되는 그런 악세서리 같은 소품인 것이다. 나에게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때를 그리워할 만한 기억력과 딱 그만큼 그리울 새 것일 것이다. 이 책일랑 그저 소중하게 한 줄 한 줄 바르게 어서 어서 읽고 반납해야지. 그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그때 다시 빌려 봐야지. 출판사나 서점에게는 좀 미안합니다만. 누구나 사정이 있는 거라서 호호.

 

 

"물어보셔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그때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제와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첫머리부터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미미여사!!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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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하자.

아주 옛날에 반지전쟁을 읽었고

피터 잭슨의 영화도 확장판을 준비해서 수차례 보았고

고맙게도 이 세계에는 꽤 견실하고 후덕한 덕들이 많은지라 

이웃도 삼고 카페도 가입해서 

영문으로 읽기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쳤고.


내 90년대 초반에 반지전쟁이라는 묘한 제목의 책을 사서

고 글자들 조그맣고 빽빽한 페이지들을 읽으며 와아...

감탄해마지 않았고 덕분에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다시 바로잡아

세상 보기를 엘프와 같이하기로 마음먹은지 오래인데

그게 뜻대로 됐을리(는 만무지 물론 ㅋ) 없는 지금에

그래도 그 세상을 엿보던 기억이 가장 평안했던지라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누려보고자 하여 드디어.


여전히 이 세계는 진지하고 순결하고 무겁고 아름다울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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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26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온라인 게임의 모태가 되었어요.ㅎㅎㅎ
트롤.오크.파이어볼.리콜..등등등.수만은 개념이 그래픽화되고 보여졌지요.하여간 북유럽신화를 기반으로한 신화의 전설이되었다능.

2016-01-26 11:23   좋아요 1 | URL
그렇죠. 감히 판타지문학의 모태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조차 시리즈를 끝내서 지금 마음이 헛헛해요.ㅠ
 

빌린 책 속에 들어 있는 누군가의 속눈썹 한 올을 가지고

길거나 짧거나

언제나 가늘어서 약해 보이는 

어쩌면 사람이나 동물의 가장 여린 부분으로 다가오고 지나가는 것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제 자리를 벗어난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생의 가여운 흔적


이라고 쓴,

곡기윤일랑*의 팬을 자처한 옛 친구의 속눈썹이 얼마나 예뻤는지








*곡기윤일랑 (たにざき じゅんいちろう | 谷崎潤一郞) 일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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