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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즈 (보급판)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64
죠제프 베디에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트리스탄과 이즈>는 전설이다. 어렸을 때 영화로 본 듯하다. 그 때의 인상이 아직까지 남아서 흰 돛과 검은 돛이 가끔 꿈 속 이야기에 등장한다. 궁금했다. 어린 시절부터 남아 있는 그 인상을 제외하고 좀더 확연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스토리를 알고 싶었다. 그것에 관해 참으로 많은 작품이 존재한댄다. 그 중 원형에 가장 근접한 책이 1900년, 죠제프 베디에의 이 <트리스탄과 이즈>랜다. 한 번에 다섯 권을 빌려주는 이동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후훗. 진흙 속에서야 아니지만 보석을 발견한 기쁨이 있었다. 읽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 

 

-슬픔 속에서 너를 낳고, 너에게 베푸는 첫잔치 또한 슬프니, 너로 인하여 나는 슬픔을 안고 죽노라. 너는 그렇게 슬픔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으니, 너의 이름을 트리스탄이라고 지어 주노라.

('트리스탄tristan'은 '슬픈 사람', '슬픈 남자'라는 뜻)-블랑슈플뢰르, 트리스탄의 생모

 

-쁘띠크뤼 :

작은 강아지. 아발론 섬의 요정이 사랑의 징표로 웨일즈의 길랭공작에게 보낸 선물. 강아지의 목에 황금사슬로 매달아놓은 작은 방울. 이 마법의 방울은 트리스탄이 혼자 남아 비탄에 잠겨 있을 이즈를 위해 목숨을 걸고 괴물과 싸워 길랭에게서 받아낸 것이다. 이즈에게 보냈으나 그 방울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진 이즈는 혼자 슬퍼하며 살아갈 트리스탄을 생각하고 창밖 바닷물에 던져 버린다. 바다에 이르러 마음이 풀어지는 이유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이 방울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라 한다.

 

-아발론 섬 :

게르만 신화의 발할라나 로마신화의 엘리제에 해당하는 켈트 전설의 극락이다. 아서왕이 그 섬에서 쉬고 있다 한다. 글자 그대로 옮기면 전복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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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
요시다 겐코 지음, 채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바다출판사.

여기서 나온 책들은 인상깊은 것들이 많다. <블루데이북>이 그렇고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들이 그렇고 <박무직의 만화공작소>들이 그렇고 가깝게 <시평>이라는 계간시잡지가 그렇다. 하긴 <시평>이라는 잡지는 나를 시로 이끈 주범이다. 그 하얀 책표지와 명조체의 제목. 매호마다 달라지는 작은 사각형의 색깔. 지금 <시평>은 시평사가 출간하지만 처음엔 바다출판사의 책이었고 그 안에 <도연초>광고가 실려 있었다. 인상적인 제목이지만 도무지 내용을 추측할 수 없는 일본 중의 수상집. 두 달 동안 천천히, 무료할 때 하나씩 하나씩 읽어나갔다.

-봄날의 그림(제43단):

부드럽고 따사로움을 주는 어느 화창한 봄날, 그리 허름하게 보이지 않는 한 채의 집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나무들도 세월의 흐름을 담고 있었으며 정원에 떨어져 있는 꽃잎들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던 차에 문이 열려 있어 집안으로 잠시 들어가 보았다. 사랑채의 남향에 있는 미닫이는 모두 닫혀 있어 적적한 느낌이 들었으나 동쪽의 여닫이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문 앞에 엉성하게 쳐진 발 사이로 엿보았더니 스무 살 정도의 고상한 한 매력 있는 젊은이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열려 있는 집에 대한 향수가 이 글에서 멈추게 했을 것이다. 상호간의 위협이 없는 세계가 빚어내고 있는 봄날의 그림. 겐코는 이런 그림 속의 젊은이에게 자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읽어가며 찾아낼 수 있었다. 일본의 역사만화물을 보자면 저런 젊은이가 책을 읽고 있는 집 안을 흔히 보는데 이런 정경은 나름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종의 매혹이 아니었을까. 젊음과 고요함과 독서가 함께 하는 풍경의 매혹. 좀 고답적이기도 해서 지금도 충분히 매혹적으로 보인다.

유난히 사람에 관한 글들이 많다. 보기 흉한 사람, 보기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 비천한 사람, 중후한 사람과 경박한 사람 등등. 글의 대개는 너무 상식적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었으나 이렇듯 사람을 묘사하는 글은 은근한 매력이 있었다.

-우아한 여인(제 32단):

음력 9월 스무날 경 어느 분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새벽까지 달을 벗삼아 산책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은 불현듯 생각이 난 듯 어느 집 앞에 멈추어 서서 집안의 동정을 살피게 한 후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뜰에는 이슬이 흠뻑 내려 있었고 은근한 향내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으며 세속적인 티끌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있는 모습에 깊은 정취를 느꼈다.

잠시 후 그 분은 그 집을 나왔는데 나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여인마저도 우아하게 느껴져 그늘에서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여인은 손님이 나간 뒤에도 여닫이문을 조금 열어 둔 채 달을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방문객이 나간 다음 곧바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면 실망을 했을 텐데, 이러한 여인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평상시의 마음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내심 감탄을 했다. 여인은 손님이 가고 난 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그 여인은 얼마가지 않아 곧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후훗, 역시 은근하다. 읽으며 끄덕끄덕.. 우아해서나 깊은 정취에서가 아니라, bye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친구들을 뒤에 남아 바라보면서 느꼈던 말도 안되는 배신감이 떠올라서다. 일부러 집에 갈 때는 친구들과 미리 헤어져 혼자 정류장에 닿았다. 버스를 태우고, 혹은 먼저 버스에서 내려서 그들을 바라보는 일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들이 더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안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바라보고 싶으면 바라보고 그 바라보는 일을 완벽하게 잊어버릴 수도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 서운함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그 호젓한 느낌은 언제라도 생각날 것이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무료하고 쓸쓸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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