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도다 O.S.T.
애프터스쿨 (After School) 외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알찬 CD. 탐나는 대로 질러도 후회없을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캔디 캔디 흑백판 세트 - 전5권
이가라시 유미코 지음, 송희승 옮김 / 하이북스 / 2001년 5월
42,500원 → 38,250원(10%할인) / 마일리지 2,120원(5% 적립)
2009년 08월 20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3주만에 끝냈다. 그동안 마감이 겹쳐서 짬없이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한번에 줄줄 읽을 수 없는 소설이라서 더욱 오래 걸렸다. 메모할 것도 많았다. 빌린 책이라 줄을 그을 수도, 이어지는 상념을 적어넣을 수도 없었다.  아마도 그 상념을 사용하게 될 것 같아서 지난한 일이지만 하나 하나 적어둘 수밖에 없었다.

인도나 티벳을 오래된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감동하고 순례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의 오체투지에 대하여 인간승리의 눈으로 따라가는 다큐도 꽤 많이 보았다. 한결같이 그들의 순진성과 비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스러운 경지를 갈구하는 선량한 인간성까지 두루두루 찬양에 이르렀다. 그러나 티벳 승려가 되는 험난한 과정을 그린 다큐 앞에서 나는 보고야 말았다. 그곳에서도 빈곤은 다른 곳에서의 빈곤과 똑같이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학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드디어 승려로 받아들여진 어린 승려가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가족은 좀더 잘 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신에게 감사합니다. 그랬다. 그들도 저 하늘의 신성을 기리고 또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를 전시함으로써 벌게 될 자본으로 여기 이 바닥에 있는 나의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 그것을 직업이라 부르지 않을 뿐, 그들의 사원은 그저 가족을 부양하고 좀더 먹을 것 입을 것을 풍부하게 가지고자 하는 일터, 바로 직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여 몇 년에 걸친 오체투지의 순례길로 가난한 자를 내몰아 그들을 재생산이 없는 심각한 가난에 더 깊이 빠뜨리고, 그들이 그 가난 속에서 겨우겨우, 자기의 창자를 뽑듯 힘들고 아프게 게워낸 재물로 그들이 그와 그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을 목도하고 말았다. 오래된 미래조차 그러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임을 다시금 깨닫고 말았다.

상실의 상속 역시 거기 인도의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도 빈곤 속에서 진리를 찾고 그들을 순수한 영혼으로 찬미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 뿌리 깊에 심는 거름을 주는 저 많은 인도 찬미가들의 인도보다는 훨씬 더 진실에, 순수성에 가까웠다. 삶은 언제 어디서나 척박할 뿐이다. 그 척박함을 외면하고 가난 속에서 욕심없이 행복한 그들의 얼굴을 읽어내는 자가 더욱 위험하고 천박한 자들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진정한 인도의 모습은 이미 내가 겪는 것, 이미 내가 겪은 것, 내 핏줄이 모두 살아낸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그렇고 미래도 그러할 것이다. 이를 확인시켜준 소설이었다. 인도 작가의 인도에 관한 소설, 상실의 상속. 희망이 없으나 희망이 있다고 역설하지 않아서 훌륭한 작품이었다. 

 

밑줄:
 
사이는 부풀어오른 숲의 존재를 느끼고, 속이 빈 대나무 마디가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산의 네크라인 깊숙한 곳을 흐르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낮 동안 집안에서 나는 소리에 파묻혀 있던 그 소리가 밤이 되자 일어나 순수한 목소리로 창 밖에서 노래를 불렀다. 67 

고양이 무스타파가 있었다. 아무리 많은 사랑이나 과학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완벽한 봉쇄를 과시하는 거무스름한 털북숭이 녀석이었다. 지금 이 순간, 녀석은 사이ㅡ이 무릎 위에서 트럭처럼 시동을 걸고 있었지만, 멍한 눈은 사이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면서 이것을 친밀감의 표현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84  

되도록 빨리 떠나는 게 좋아. 인도는 가라앉고 있는 배야. 주제넘게 나서려고 하지 마라. 네 행복만 생각해. 하지만 문이 영원히 열려 있지는 않을거야..... 89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너무 추워서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더 깊은 곳에 있는 슬픔의 실을 풀어냈다. 흐느끼는 소리 사이에서 오싹할 만큼 무서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기 때문에, 비주는 자신의 슬픔이 그렇게 깊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96 

밤이 되면 요리사는, 아직도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어 있는 프로이트적 상징이 아니라 현대적인 암호로 꿈을 꾸렀다. 그가 다이얼을 돌리기 전에 날아가버리는 전화기의 아라비아 숫자라든가 화면이 일그러진 텔레비전이라든가. 103 

요리사는 어느새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현재는 너무 쉽게 분해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개는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103 

빨리 움직이는 새로운 시간을지키기 위해 재판소에는 시계탑이 세워졌고 106 

사건이 법정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몇 세기 동안이나 서로 적대하는 가족들 사이에 이미 수많은 다툼이 일어난 뒤였다. 서로 얽키고설킨 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보복이 수시로 되풀이되었기 때문에 이제 옳고 그른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답변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었다.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얼마나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가? 107 

여러 언어 사이에, 그리고 언어와 문맹 사이에 얼마나 많은 진실이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정의가 요구하는 명료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116 

우레 같은 총성이 울려 퍼지고, 나뭇잎이 바르르 떨었다. 그는 폭력이 지나간 뒤에만 찾아올 수 있는 그 깊은 적막을 맛보았다. 117 

진실은 조금 모였을 때 가장 잘 보인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작은 진실도 많이 모이면 결국에는 불유쾌한 커다란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8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만사가 다 좋았다. 주된 요소들은 균형이 잡혀 있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액체와 고체, 양지와 음지. 121 

노니는 갑자기 피로가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문제의 해답에는 과학이 아니라 기적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려 보이는 것은 과보호를 받으며 살았기 때문이고 조숙해 보이는 것은 모든 시간을 나이든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123 

계급 간에 적당히 선을 긋는 게 중요해. 그렇지 않으면 그 중요한 경계선 양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상처를 입게 돼. 하인들은 온갖 생각을 하고, 세상이 남들에게 주는 것을 자신과 자식들에게는 주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으면 분개하고 세상을 원망하지.  125  

노니는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노니는 조용한 방에 앉아 영혼을 촛불처럼 떨리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노니는 자기가 계속 케상을 질투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127 

그런 곳에서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지하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질문을 받아도 잠자코 있고, 어떤 의견도 밝히지 않고,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한테 붙잡혀서 파멸할 수밖에 없다. 127 

부탁을 받으면 그만큼 지위가 올라가는 셈이다. 148 

비주는 자기를 이 나라에 혼자 보낸 아버지에게 강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아버지가 자기를 이 나라에 보내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151 

어쨌든 돈이 전부는 아니야. 요리사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누군가를 돌봐주고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그 소박한 행복도 있었다. 158 

네 혀를 깨물어라. 못된 녀석 같으니. 그 말을 최소해! 159 

이름은 잊었지만 부잣집 딸이었고, 네 할아버지보다 훨씬 지체 높은 가문 출신이었어. 물론 카스트 자체는 너도 알다시피 별로 높지 않지만, 이 카스트 집단 안에서는 두드러진 분파였지. 섬세한 이목구비를 보면 그걸 알 수 있어. 발가락과 코, 귀, 손가락이 모두 곱고 작았지. 살결은 우유처럼 희었고, 피부색 때문에 외국인으로 오해받을 정도였대. 그 집안 사람들은 열다석 가문하고만 혼인을 했는데, 네 할아버지는 인도행정부 관리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락받았어. 하지만 그 이상은 나도 몰라. 161 

역사는 곡예를 부릴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제공하지 않는다. 165 

시간은 흘러야 돼. 나처럼 시간이 지나가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지 마라. 170 

사람은 떠받들릴수록 더 많이 떠받들릴 테고, 선물을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선물을 받게 될 테고, 선물을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존경을 받게 될 테고, 존경을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선물을 받게 될 테고, 더 많이 떠받들릴 테고-- 172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면, 잘난 체 우쭐댈 수 있는 작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76 

시아는 교외로 하이킹을 하러 갔어. 나는 시아한테 말했지. 아프리카 남자들은 나뭇잎을 보러 가지 않는다고. 어쨌든 나한테는 시아가 모르는 애인이 한두 명은 더 있어. 185 -사이드 사이드가 비주에게 한 말. 

비주는 아마 두번 다시 사이드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배운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도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기 일쑤였다. 음지에서 사는 계층은 이리저리 전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와 도시를 찾아 떠났고, 추방되어 고국으로 돌아가면 이름을 바꾸어 돌아왔다. 때로는 길모퉁이를 돌아서 다시 불쑥 나타나거나 지하철을 타고 왔다가 또다시 사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187 

자신의 약점을 깨닫는 것은 느낌일 뿐만 아니라 맛이기도 했다. 그것은 열병과 비슷했다. 198 

아아, 그는 자신의 용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용기는 그를 앞으로 몰아댔고, 그를 되부른 두려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용감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사이릐 코를 따라 아래로 움직였다. 211 

사이는 무엇이든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다정함만 빼고는 무엇이든. 219 

네 사람은 모두 깨어 있었고, 밖에서는 비바람이 휙휙거리고, 나무들은 헐떡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번개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초오유 위에서 하늘의 지퍼를 열었다. 220 

무스타파의 뼈는 털을 쓰다듬는 사이의 손 밑에서 녹아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은 황홀경에 빠져 눈을 감고 사이의 무릎 위에서 빙빙 돌았다. 무스타파는 이 종교도 저 종교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이 느낌만 아는 신비론자였다. 
그 나라는 샹그릴라를 찾는 여행자들과 옛날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서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파괴하기가 훨씬 더 쉬웠다. 234 

장사는 장사다. 버터를 그리 얇게 발라야 한다면 차라리 빵에 버터를 바르지 않고 놔두는 편이 낫다. 최고의 적자適者가 이겨서 버터를 차지한다. 245 

그 레스토랑의 메뉴는 한 가지뿐이었다. 스테이크와 샐러드와 프라이. 부유층은 단순함에서 어떤 자부심을 느꼈다. 246 

신성한 소와 신성하지 않은 소. 248 

돼지는 더러워. 돼지는 지저분해. 우선 나는 무슬림이고, 나는 진지바르 사람이고, 다음 나는 미국인이 될 거야. 249 

그는 힘센 쪽에 서려고 애썼다. 너무 많은 것에 충성을 바쳤기 때문에 ,자신의 수많은 자아 가운데 설령 진정한 자아가 있다 할지라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268 

뜨겁고 차갑고, 달콤하고 시큼하고, 쓰쓸하고 얼얼하고, 사람에게 완전한 평형 상태를 줄 수 있는 어유르베다(인도의 전통의학 비법)의 오래된 지혜..... 269 

무스타파는 또다시 자기가 좋아하는 사이의 무릎 위로 기어올랐다. 우선 얼굴을 불 쪽으로 돌리고 다음에는 엉덩이를 그쪽으로 돌렸다. 엉덩이가 천천히 부드러워지면서 의자 밑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깜짝 놀란 녀석은 슬픈 듯이 길게 외치면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그 꼴사나운 짓이 마치 사이 탓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이를 노려보았다. 275 

그 곳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소리 뿐이었죠. 277 

100년 전에는 선물이 티베트 차, 샤프란 쌀, 태어나기 전의 새끼양의 모피로 안을 댄 중국산 비단옷 같은 거었어요. 
그들의 사원에 있는 욕조는 파낸 나무줄기로 만들어졌고, 아래쪽에 홈을 파서 거기에 뜨겁게 달군 돌멩이를 넣었어요. 그러면 물이 식지 않고 계속 수증기를 내지요. 거기에 몸을 담그면, 하인들이 들락거리면서 뜨거운 돌멩이를 갈아주고 때를 밀어주었지요. 278 

지안은 공중에 붕붕 뜬 것처럼 시장을 지나가면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자기 밑에서 휙휙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전쟁 다큐멘터리에 주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282 

우리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자. 날아간다. 바이 바이. 안녕. 역사로부터의 자유, 가족의 요구와 수세기 동안 쌓인 빚으로부터의 자유. 애국심은 가짜였다. 283 

한 나라의 역사에, 한 나라의 심장 속에 그런 클라이맥스가 있다면, 그 나라는 또다시 그런 클라이맥스를 갈망하지 않을까? 284 

의자까지도 뚱뚱합니다. 287 

얼간이를 흔들어봤자 무슨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말을 붙이면 두 배의 좌절감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290  

묻혔던 증오를 파내었을 때, 그들은 그 증오가 전보다 더 순수해진 것을 알았다. 과거의 슬픔은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증오만 남아서 증류되고 해방되었다. 290 

관객은 얼마나 놀라운 기대를 품는가--그들은 로맨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코 믿으려 하지 않는다. 297 

친척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카카, 카키, 마사, 마시, 푸아, 포이 들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합치면 한 아이씩 따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무서웠다. 수많은 팔과 다리를 가진 합성괴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300 

제무바이는 미숙함과 서투름을 증오와 분노로 감출 수 있어서 기뻤지만(증오와 분노는 다양한 분야에서 평생 동안 그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속임수였다), 섹스를 이루는 모든 요소의 기괴함에 충격을 받았다. 304 

니미는 아버지의 울타리 안에 갇혀서 19년을 보냈다. 그래서 아직도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문은 그녀가 드나들 수 있도록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것을 보면 그녀의 마음은 외로움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방치되었고, 자유는 아무 쓸모도 없었고, 남편은 의무를 소홀히 했다. 308 

향수를 느낀 장인들은 붓꽃에 대한 집요한 꿈을 도처에 새겼다. 그들은 자기가 만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번도 없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309 

그녀는 세상을 내다보았지만 세상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고, 거울 앞에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어쨌든 잠시라도 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빗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옷을 차려입거나 머리를 빗는 것은 행복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311 

수탉-뱀-돼지, 탐욕-분노-어리석은. 저마다 쫓고 쫓기고, 잡아먹고 잡아먹힌다. 314 

동물을 죽일 수 있으려면 우선 그 동물한테 욕을 해야 한다. 324 

그들은 귀족을 좋아했고 농부들을 좋아했다.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귀족과 농부 사이에 끼어있는 중간계층--끝없는 무리를 지어 수평선 너머로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중간계층이었다. 348 

나는 이 책(죄와 벌)을 읽고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당황했어요. 고백과 용서라는 이 기독교적 관점은 범죄 피해자한테 범죄의 무거운 짐을 떠맡기는 거에요! 범죄 행위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왜 죄악은 고백과 용서를 통해 없던 일로 되돌려야 하죠?
실제로 그 체계는 고결한 사람보다 죄 지은 사람에게 더 유리한 것처럼 보였다. 나쁜 짓을 하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여분의 재미를 얻을 수 있고,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과 똑같은 지위로 돌아갈 수 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은 추가로 혜택을 받기는커녕, 이제 죄인을 용서해야 하는 어려움과 범죄에 따른 피해로 이중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안전망이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은 전보다 더 거리낌 없이 죄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미안, 미안해. 오오, 너무너무 미안해.
사람들은 새들이 훨훨 날아가듯 미안하다는 말을 지유롭게 풀어줄 수 있었다. 359  

이익은 나라들 사이의 격차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해야만 이익이 생긴다. 그들은 제3세계가 영원히 세 번째 세계에 머물도록 저주하고 있었다. ...... 그는 영국정부가와 영국관리들이 배를 타고 떠나면서 토피(인도에서 사용하는 가벼운 헬멧)를 뱃전 너머로 던져버린 것을 생각했다. 그들이 뒤에 남겨둔 것은 제 영혼을 파멸시키면서 배운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어리석은 인도인들뿐이었다. 368 

보세에게는 아직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과거를 저주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것인가? 370

고백의 위험성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고백은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모든 희망을 영원히 없애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그 고백에 덤벼들어, 심장을 날것으로 먹듯 그것을 게걸스럽게 다 먹어치울 것이다. 375 

판사는 욕을 했지만 그냥 차를 몰고 지나갔다. 그는 요리사의 부업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그의 습관이고 하인노릇을 하는 것은 하인의 습관이지만, 하인과 주인이 둘 다 안전하다고 착각하게 하는 체제에서는 그들의 관계가 좀 달라졌다. 377 

거짓을 토대로 삼아 그 위에 무언가를 지을 때는 튼튼하고 단단하게 짓는다. 귻을 무너뜨린 것은 진실이었다. 인간은 거짓을 때려 부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는 완전히 허물어질 것이고, 따라서 현재도 무너질 것이다. 378 

사이는 영국인 수녀들의 손에서 자란 서구화된 인도인이었고, 인도에 살지만 인도와는 소원해진 인도인이었다. 378 

나는 왜 저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을까? 남의 인생에 방 한 칸 빌려 살 수는 없을까? 383 

사이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고, 놀라움은 그녀의 아가미 위로 넘쳐흘렀다. 386 

무슨 일이야? 판사가 소리쳤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니까, 침묵으로 반응해야 했다. 395 

이런 말을 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는 그렇게 세련되고 친절하게 굴 수 있어서 점점 더 행복해졌다. 397 

저 아래 티스타강이 얼핏 보였다. 강물은 지금은 아무 색깔도 없고, 브라마푸트라 강과 합류하러 가는 길에 검은 빛이 반짝일 뿐이었다. 그런 황량함이 부드러운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었다. 그는 그것을 격렬하고 강렬하게 사랑했다. 399 

이곳에서 사이는 음악과 술과 우정이 한데 어우러지면 얼마나 위대한 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402 

갑자기 말이 끊겼다. 그 다음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감정은 있는데 대화는 없었다. 감정은 활짝 꽃이 피었는데, 대화는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갑자기 텅 빈 공허 속으로 빠져들었다. 415 

그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들은 전쟁이 한창인 비상시처럼 짧게 생략된 전보 문구만 외쳤을 뿐, 둘 사이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의 삶에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관련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417 

애정은 결국 습관일 뿐이고, 사람들은 사랑을 잊어버리거나 사랑이 없는데 익숙해졌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들은 애정의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초오유가 내부에서 흰개미들한테 먹히고 있듯이 애정은 안에서부터 갉아 먹혔다. 418 

사악한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없어요.
누가 사악해요?
우린 아니에요. 사악한 건 그 사람들이죠. 그런데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건 우리에요. 사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없어요. 423 

올해 조랑말들은 자유로웠다. 424 

수고양이 무스타파는 제 자존심이 공격당한 것을 느끼고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노니의 품에 안겨있었다. 꽉 조여진 녀석의 똥구멍은 분노를 나타내는 부호였고, 꼬리는 그 위에 그어진 단호한 직선이었다. 429 

그들을 보호해주는 담요처럼 여겨졌던 재산이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원흉이 되었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노골적으로 더 부유했고, 그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는 스피커로 방송되고 벽에 큼지막하게 나붙었다. 분노는 구호와 총으로 응결되었고,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한 불운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들, 롤라와 노니로 밝혀졌다. 그들은 몇 세대에 걸쳐 남들과 나누어 갚아야 할 빚을 도맡아 치르게 되었다. 433 

그는 꽃이 넘쳐ㅏ는 듯한 말의 꽃밭을 만들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여전히 장미꽃과 탄원, 기도와 축복을 흩뿌리면서 물러났다. 436 

힘을 끌어내는 방법은 힘이 존재하는 척하는 것이고, 그래서 힘이 평판에 걸맞게 커지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롤라가 농담거리가 된 것은 평생에 몇 번뿐이었다.

롤라는 밖으로 나오면서 그들이 웃어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발은 어떻게 걸어갔을까? 롤라는 죽을 때까지 자기 발에 감사할 것이다. 438 

어떤 상황에서도 잔학행위는 정당한 명분을 빙자해서 저질러지는 법이야. 442 

우리는 잘못 생각했어. 우리의 진정한 처지를 깨닫지 못했어. 우린 둘 다 바보였어.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을 차지하고, 도서관의 오래된 여행기에 매혹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 자신을 낭만적으로 포장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 여행기에서 묘사된 곳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까를 찾으면서 우리가 흥미진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지. 사실 그 여행기는 저자가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왕립지리학회에서 한 손에는 셰리주를 들고 한 손에는 머나먼 히말라야 왕국들을 탐험했다는 증거로 금가루가 뿌려진 명예로운 증명서를 둘둘 말아쥐고 강연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일 뿐이었어. 하지만 머나먼 왕국들은 무엇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 누구한테 이국적인가? 그곳이 자매에게는 중심이었지만, 그들은 한번도 그곳을 중심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443 

그들은 캠프생활에 필요한 보급품, 플래시, 모기장, 비옷, 탕파, 브랜디, 라디오, 구급상자, 스위스제 군용 칼, 독사에 관한 책을 상비해 두었다. 이 물건들은 현실을 다른 것으로 변형시키는 일에 물든 부적이었고, 그것들을 용기와 동일시한 세계가 제조한 보급품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용기가 아니라 비겁과 동등했다. 444 

사이는 고독을 잘 견뎠던 과거의 기술을 잃어버렸다. 446 

그는 친구를 사랑에 빼앗길 때 느끼는 질투심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특히 그 우정이 사랑보다 더 한결같고 더 건강하고 더 속편하고 아무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사랑에 빠진 친구를 질투하는 법이다. 우정은 언제나 도움을 줄 뿐 아무것도 빼앗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447 

1할은 흔히 볼 수 있는 감기였고, 나머지 9할은 흔히 볼 수 있는 슬픔이었다. 450 

선교사들은 위험한 시기에는 언제나 이곳을 떠나 고국에서 초콜릿 쿠키를 즐기고 자금을 더 많이 모아왔다. 그러다가 다시금 과감하게 진격할 수 있을 만큼 평화로워지면 돌아와서, 약해지고 절망에 빠진 민중을 상대로 더욱 강해지고 새로워진 공격을 개시했다. 454 

사이는 그 집이 누군가의 소중한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잔화와 백일홍이 베란다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456 

닭들은 강간과 폭력을 저지르는 기괴한 무리였다. 암탉들은 강간범인 수탉한테서 달아나려고 애쓰면서 비명을 지르고 날개를 퍼덕거렸지만, 수탉은 그런 암탉들을 마구 때리고 쪼아댔다. 458 

어떻게 감히 나를 찾아내어 제멋대로 동정심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458 

초오유는 허물어져가고 있을지 몰라도, 한때는 웅장한 저택이었다. 미래는 없어도 과거는 갖고 있는 집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할 터였다. 459 

당신은 공짜로 그걸 먹었어요. 요구해서 얻은 다음, 그 받은 것에게 침을 뱉는 게 당신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죠. 467 

이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었다가는 온 가족을 영원히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의 가족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식량도 전혀 없을 테고, 남편은 눈이 먼데다 다리까지 부러졌고, 아내는 빈혈에다 허리가 구부러졌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아홉 달마다 아기를 쑥쑥 낳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베풀어주면, 그들은 당신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을 것이다. 가족은 한편으로는 죄의식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끝없는 탐욕과 의존심 때문에 함께 멍에를 졌다. 당신이 민감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모두 당신의 죄책감이 늘어나도록자심들의 죄책감을 당신한테 떠넘길 것이다. 해묵은 죄책감, 새로운 죄책감, 지나간 죄채감까지 모두.  473 

그의 말이 다른 곳으로 가는 길에 기묘하게 생략된 형태로 비주의 귀에 닿았다. 477 

자기 운명에 대한 그의 지배력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운명에 대한 지배를 포기하고 운명의 결정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생활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는 자기 자신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굉장한 사치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480 

좋아. 계속 멀리 떨어져 있어. 이 재미없는 곳으로는 절대 돌아오지 마라. 482 

아직도 세상은 한 쪽으로 가면 하인이 되고, 다른 쪽으로 가면 왕처럼 대접받을 수 있어. 482 

차갑고 단단한 근육같은 강물의 힘 484 

그가 애당초 인도를 떠나는 동기가 되었던 이런 것들을 비주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484 

비겁함은 그가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겉치레와 그럴듯한 논리가 필요했다. 488 

역사는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 천천히 세워진 것이 순식간에 불타버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속에서 앞뒤로 도약하고, 젊은이들은 해묵은 증오에 휩쓸렸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은 결국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작았다. 493 

죽은 뒤에는 마지막 굴욕으로 몸뚱이가 스스로 똥오줌을 배출한다는 것. 493 

그는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희망도 야망도 없이, 걱정도 없이, 이 삶을 끝까지 무사히 살아내게해주는 자질들이 전혀 없는 자질을 드러내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496 

가난해진 사람들은 너무 가늘어서 과연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선 위를 걷고 있었다. 폭도와 법률 사이에 있는 상상의 선, 강탈당하는 것(그들이 경찰서에 가봤자 누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겠는가)과 남의 죄를 뒤집어쓸 희생양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는 것 사이에 그어져 있는 상상의 선. 그들이야말로 가장 굶주린 사람들이었다. 503 

그 사람들은 이렇게 먼 길을 걸으려고 하지 않을 거에요.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올 수도 없어요. 그들은 우리 이름도 모르고, 우리 마을도 모르고, 우리한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어요. 506 

지금은 평소 찍어둔 사람을 없애기에 좋은 시기였다. 523 

주민들은 이런 폭력사태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 모든 폭력이 너무 평범하다는 데에도 자주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할 일도 없이 집에 앉아 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심술궂어질 수 있는지 깨닫고, 상상할 수 없는 악의 악취에 직면해도 인간은 따분해져서 하품을 할 수 있고, 양말 한 짝이 사라진 문제나 짜증스럽게 구는 이웃 사람에게 몰두할 수 있고, 뱃속에서 작은 생쥐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시장기를 느낄 수 있고, 무엇을 먹을까 하는 절박한 문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524 

재산은 더 많은 재산 위에 쌓이는 법이다. 529 

흔히 영웅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이민이 사실은 정반대일 수 있다는 것. 이민들 대다수는 비겁해서 미국으로 갔다는 것. 그 여행을 특징짓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이며, 빈곤을 보고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곳, 하인들과 거지들과 파산한 친척들의 요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곳, 통 크게 인심 좀 쓰라는 요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곳, 처자식과 개와 마당만 돌보면 선량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바퀴벌레처럼 허둥지둥 달아나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 532

좁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만 확실한 자심감이 생긴다.  532 

분노는 일단 풀려나자, 마법의 병에서 해방된 마신처럼 다시는 축소시킬 수 없었다. 541 

이 시점에서 그는 자제력을 잃고 궁극적인 폭력행위를 저질러 인생을 망쳐버리기가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를 깨닫고 불안해져서, 생활의 다른 모든 분야--일, 목욕, 머리 빗기--에서 더욱 신중하고 꼼꼼해졌다. 542 

재는 무게가 없다. 재는 어떤 비밀도 말해주지 않는다. 범쥐행위에 비하면 너무 가벼베 올라간다. 중력에 비하면 너무 가볍게 떠올라 고맙게도 사라져버린다. 547 

가족을 떠나 일하러 가면, 그들은 몇 세대 동안 머리로는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은 항상 다른 곳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결코 머리와 가슴이 한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553 

인생의 목적은 단순하지 않았다. 아니, 인생의 방향조차 단순하지 않았다. 사이가 배운 것의 단순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사이는, 인생에는 하나의 이야기밖에 없고, 그 이야기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해 있고, 자신도 이제 하찮은 행복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안잔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두 번 다시는 생각할 수 없었다. 573 

손을 내밀어 진실을 따기만 하면 되었다. 5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에프라시압 이야기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11월 15일에 저장

서사철학- 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09년 11월 14일에 저장

궁궐을 제대로 보려면 왕이 되어라- 우리문화재 풍수답사기
장영훈 지음 / 도서출판 담디 / 2005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9년 10월 12일에 저장
품절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박창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13,900원 → 12,51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09년 10월 12일에 저장



5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장편소설.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중에도 미니멀리즘으로 분류되는 영역에 있다는 명성을 들었고 내가 읽은 것은 오로지 <좀비>가 전부다.
1936년에 유대인 수학교사가 두 아들과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미국, 그러니까 아메리카가 아닌 유-에스로 가는 배에 올랐다. 아프리카 노예선만큼이나 혹독한 배 위의 생활로  쥐한테 내장까지 다 파먹힌 제이콥 슈워트와 그의 가족, 그 끔찍한 배 안에서 11시간의 진통을 거쳐 태어난 딸 레베카의 이야기. 인생 A가 어떻게 완벽한 인생 B가 되는지, 얼마나 이민자의 삶이 고단하고 고독한지, 읽어가며 슬프다. 게다가 이 소설은 아주 색다른 반전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리얼리즘 소설을 즐기는 것 이외의 발견이 들어 있다.

사토장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a gravedigger 사토莎土장이. 무려 우리 단어보다 쉬운 영단어.

제이콥이 꼭 이렇게 비참하고도 굴욕적으로 살아야만 했을까 하는 의아함이 생겼던 것은 아마도 내가 변화 적응에 능한 한국인이기 때문이고, 나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을 피해 외국으로 밀항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고, 독일인=나치스 같은 비합리적이고 악의적인 등식 바깥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 음악과 영화 

영상과 꿈을 파는 사업. 항상 영화 산업은 표를 파는 것을 최고 목적으로 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더 이상 쉽게 끌리지 않게 된다. 갤러허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싫어하는 요소는 음악이었다. '영화음악'. 보통 영화에 나오는 음악은 그의 신경에 거슬렸다. 감정을 일으키기 위해서, '장면에 맞추기' 위해서 음악을 감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분 나빴다. 극장마다 오르간 연주가가 연주를 했던 당시 무성 영화에서 이어져온 잔재다. 모든 게 과장되어 있고 비뚤어져 있다. 가끔 그는 음악에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가끔 영상에 눈을 감고 싶었다.- 재즈피아노 연주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 부잣집 아들 쳇 갤러허 (하권 155p.) 

이제는 오로지 영화의 파편들만 계속 반복해서 보아야 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몇 시간 후에야 첫 장면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첫장면을 보고 나서 곧 극적인 결말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야기가 무한 반복되었다. 등장인물도 그대로였다. 카메라가 '새로운' 장면을 비추기 전에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게 되었다. 관객들은 매번 다른 사람들이고 스스로의 감정에 따라 웃는데도, 관객들이 언제 웃을지 알고 있었다.화면을 보지 않아도 음막만 들으면 무슨 장면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다 보면 인생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해야할 지 혼란스런 감각을 가지게 된다. 인생에는 음악이 없어서 실마리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은 침묵 속에서 일어난다. 인생은 앞으로만 진행되고 뒤의 일밖에 기억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다시 재생되지 않으며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그 기억도 불완전하다. 인생은 영화처럼 간단하지 않고 기억해야할 것도 너무 많다.
"그리고 잊어버린 것들은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처럼 사라져버리죠. 우는 대신에 웃는 게 나아요."
- 극장 매표소 직원 헤이젤 존스 (하권 158p.)  
 

:::: 1.

- 영화가 싫은 이유가 영화음악일 수도 있다.
영화는 영화다 라는 영화가 진실로 영화에 대한 영화는 아니었다.
-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헤이젤 존스의 웃음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음에도 저 현상은 동일하다.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돌이켜야만 하는 것은 절대 병치할 수 없다. 
 

:::: 2. 

아마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번역한 사람의 번역이 아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소설이었다. 오츠. <좀비>로 나를 괴롭힌 기억이 남아 있었는데, 역시나 극세심리묘사로 시작되는 초반 부분에서는 난독증세가 왔었다. 그러나 이런 묘사가 반드시 필요한 주제와 소재가 있는 법이다. 아주 적확하게 그 능력을 구사한 J. C. 오츠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행복해지라.. 기원도 참 어줍잖은 국외자의 감상적이고도 일회적인 자기기만인 듯하여 마음놓고 붙여주기 힘든, 한 마디로 참 폭폭한 소설이라 하겠다. 참으로 황량하고 거칠다, 그 세상은.  

:::: 3.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으로서는 요 며칠 안에 다른 이야기로 들어가기 힘들 것 같다.
이 안에서 본 학살과 학대, 공포와 냉소, 진실과 거짓, 사랑과 열정 들이 한동안 나를 떠날 것 같지 않다.
레베카. 위대하다고까지 얘기하는 번역자의 말 같은 건 신경쓰이지 않는다.
끝까지 읽으려면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마지막 50페이지는 진정 압권이다.
놀랍게도 총 900여 페이지를 압도하는 긴장과 위무가 함께 한다. 
진정한  '엄마'는
그저 우리 기억 속에 단편적으로 새겨 있는, 
그것도 '나'를 위해 존재했던 그런 고마운 존재 이상임을,
삶을 용기 하나로 끈질기게 살아낸 실체적 존재임을 일깨우리라. 
읽는 도중 뺀 별 하나를 더해 별 다섯 개를 진하게 채운다.
소설다운 소설이란 역시 장편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