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사람의 어두운 면만이 부각되어 있는 소설은 우울하게 만든다. 베라의 펀치가 없었다면 정말 찝찝했을 것. 인물의 묘사가 탁월하다. 외면 내면 할것없이, 인물의 전형성을 담당하는 부분들마저도 진정 무릎을 칠 만했어. ㅡ 한편의 반전극을 보는 듯했다. 격한 갈등이 있고 위기를 거쳐 결말로 가는데 역시 있음직한 그곳에서 반전이 있고 그것이 주제를 감싸안는다. 짧아도 완결서사를 가진 좋은 소설. 요즘에야 서사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ㅡ 정치를 할 때는사람들의 화를 돋우는 게 가끔 아주 유리하긴 하지요. 하지만 누구의 화를 돋우느냐, 이게 중요해요...... p.121ㅡ 소설을 참조글 로만 읽어왔구나, 내가.레오니다스와 아멜리, 베라를 다시 문장으로만 읽어가다 문득, 내가 그동안 작가에게 얼마나 흔들렸는지, 어이없게도 내가 잘읽고 있는 거라고 얼마나 잘도 착각했는지 깨달았다. 이렇게도 삼류 저질 관계를 어떻게 사람을 제외하고 바라보았는지! 나, 참 어리석었구나!
글쎄다.분량의 적음으로 눈길을 끌었다는 점에서그 속보이는 눈길이 아쉽긴 한데제목이 다이므로 괜히 끝까지 읽으면 오히려 헷갈릴 수 있다고 ㅋB. F. 스키너에서 더 나아갔다는 느낌은 안들었다.뭐 뇌과학적 측면에서 밝혀진 게 그다지 없으니이미 밝혀진 것에게조차도 전격적 신뢰를 얹기 힘들겠지.그래도 심리학자의 인문학적 가설보다야 믿을 만하지 않겠냐만저자 본인조차 뱀이 제 꼬리를 문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원.
이렇게 간단한, 간결한 문장으로 사람간의, 나라간의, 문화간의 갈등과 그 비극적 해결들을, 그 다사다난한 긴 역사를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구나.스무살에 남의 나라 그것도 자기네 식민지 얘기라서참으로 남의 일, 지난 일이라서이 신문기사형 문장이 가능했을까.저 금단의 사랑은 또 어떻고.무엇이든 괜찮다. 읽는 내내 영화 미션의 음악까지 마음 속으로 들려왔으니내 기억들이 온통 읽기에 참여하는참 오랜만인 즐거움이었다.그나저나문체를 바꿨다니 차기작은 읽을 자신이 없네.
감이 좋다. 이 문체적 특징을 닮아갈 필요는 없지만.아마도 읽는 도중에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읽은 소설은 내 평생 이 소설이 처음인 듯싶다.결국 책을 사고 말았다. 순례자 부분.... 매리앤이 하이포인트농장을 둘러보는 그 여정은 압권.사냥꾼 부분... 패트릭이 진정한 멀베이니가 되어야 했던 이유.작가 J. C. 오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2009/08/20
언제나 좋다고요.
언제나 재밌고 언제나 촌철살인하시죠.
좀 아픈 부분도 있고요.
'토막말'이던가... 이후로 난 정양시인의 팬.
토막말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 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심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
.........
- 정양, 『눈 내리는 마을』(모아드림 刊, 2001)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