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
민용태.박태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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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시가 명품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민용태 교수님은 강조한다.

첫째는 시에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얻는 체험, 느낌 그리고 감동이 그 소재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독창성, 그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비전은 앞을 내다보는 눈이다. 시인은 예언자적 영감을 가져야 한다.

pp.8~9

신춘문예에서는 시가 지나치게 서정적이거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은 환상이나 상상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현실 비판적인 의식이나 문명 비판적인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합니다. 이 시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얻고 있지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진화 때문에 새는 벽에 부딪히고 깨진다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p.23

개와의 공놀이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시가 되려면 어떤 형태로든 마지막에 가서는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지 못하면, 상징이 주는 감동을 주지 못하면, '이 시는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독자들이 의아해할 것입니다.

p.48

우리는 우리의 수업에서 최상의 텍스트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런 시를 보면서 공부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매년 실시되는 신춘문예는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는 매우 잘 쓴 작품입니다. 대단히 철학적이거나 교훈적인 글은 아니지만, 일상성과 반복을 통한 개인적 상징을 만들어 낸 시입니다.

이 시가 좋은 시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일상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왼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연상이나 비유법을 쓰지 않고도 '개인적 상징'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결론을 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네 편'과 '내 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가까워지고 익숙해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잘 정리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p.58~59

대단히 야단스러운 시적 표현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선, 가식, 진짜가 아닌 가짜, 그것들이 우리에게 와닿았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시라고 합니다. 시적인 미학은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는 산문시를 아이러니 기법을 써서 성공시킴으로써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낸 훌륭한 시를 읽었습니다.

p.98

우리들이 이 시에서 제일 눈여겨봐야 할 시어는 바로 어깨입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어깨가 적셔지는, 그러다가 심하면 과로사도 하게 되지요? 우리 사회는 그런 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시인은 꿋꿋하게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감동적이지요? 남들은 실체가 없다고 하는데, 시인은 여기에 있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식과 관념의 세계가 물방울을 통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느끼게 하지요? 시를 공부하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시를 만났을 때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p.161

  • 신춘문예 시 비결

첫째, 신춘문예 시는 너무 짧거나 너무 길어서도 안 된다. 평균 18행 이상 25행 이하 정도가 좋다.

둘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짙은 만큼 아이러니 수사법의 활용이 절대적이다.

넷째, 신춘문예 시는 기발한 은유나 상징을 창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신춘문예 시는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혁명적이어서는 안 된다.

pp.337~345

민용태, 박태만, <"2024 신춘문예 詩" 깊게 읽기> 中

+) 이 책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작년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에 등단한 작품들을 분석한 평론을 엮은 것이다. 정확히는 민용태 시인의 시문학 강의록이라고 볼 수 있다.

민용태 시인이 문학 전공자가 아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춘문예 당선 시를 해설한 강연을 박태만 저자가 다듬어 평론서로 만들었다.

이 책은 2024년 여러 신문사에서 등단한 시인들의 당선작품 11편과 신작시 20편을 함께 담고 있다. 시 작품 한 편을 먼저 싣고, 뒤이어 그 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담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시에 대한 분석은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쉬워 공감이 간다. 또한 시를 읽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깨닫는 바가 있다. 시 창작법을 배울 수 있는 만큼 시 분석법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간혹 심사평에 제시되지 않은 점을 설명하며 심사평과 결을 달리하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런 부분은 문학 작품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춘문예 당선작과 신예 시인의 신작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어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시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2024년 각 언론사의 당선작들을 읽으며 분석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 평론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 편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실하고 알찬 책이었다. 신춘문예를 목표로 시 창작법과 시 분석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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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면 군주론
김경준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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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 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고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p.10

기업, 개인을 포함해 어떤 집단도 생존을 위해 구사하는 책략과 속임수는 본능적이다. 물론 개인이든 조직이든 위장과 속임수만으로 성공할 순 없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성실하고 신뢰를 지키는 개체가 살아남고 발전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근본은 신뢰와 성실이다. 그러나 위장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순진함으로는 생존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위장과 속임수에 속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면서 적절히 대응하는 역량을 현실적으로 갖춰야 한다.

pp.53~54

사람을 지배하는 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자 논리적 근거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합리화하고자 논리를 동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다.

지식인과 리더의 차이점은, 지식인은 논리를 만들지만 리더는 사람을 움직인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리더는 사물을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p.88

'완벽한 선을 추구하지 말고 악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들 속에서 파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지키려는 군주는 악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ㅡ [군주론] 15장

p.106

'인간은 두려워하던 자보다도 애정을 느끼던 자에게 더 가차 없이 해를 입힌다. 원래 사람은 이해타산적이어서 단순히 은혜로 맺어진 애정쯤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기회가 생기면 즉시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에 대해선 처벌이라는 공포로 묶여 있기에 결코 모르는 척할 수 없다.'

ㅡ [군주론] 17장

p.167

지식인은 논리로 말하고 리더는 결과로 말한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지식인이 인정을 받지 못하듯, 의도했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리더도 평가받기 어렵다.

p.263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이 지점에서 현재적 생명력을 갖는다. 그는 선악을 부정하는 반도덕이 아니라 선악을 초월하는 초도덕을 주창했고, 부정적 비관도 아니고 막연한 낙관도 아닌 긍정적 현실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기반한 낙관주의로 평가할 수 있다.

p.323

김경준, <오십이라면 군주론> 中

+) 이 책은 제목에서도 연상되듯,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지금의 시대에 대입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군주론>의 핵심적인 구절들을 직접 인용해, 오십 대의 나이쯤에 꼭 한 번을 읽어야 할 인간의 생존 전략들을 풀어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선과 악 그리고 자애로움과 엄격함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안팎의 위기와 흔들림에 대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군주론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읽으면 조직을 현명하게 통솔하는 방법과 리더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 등을 배울 수 있다.

개개인이 읽어도 대인 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미래를 위한 진취적 선택으로 무엇이 있는지, 방황하게 되는 삶의 전환점에서 어떻게 올곧은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습득할 수 있다.

<군주론>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26가지 방법들을 명확히 제시하며, 그에 맞는 다양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사례를 들고 있기에 신뢰감이 생긴다.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동의하겠지만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주장과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판단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점을 고려하여 현재의 인생에서 마키아벨리의 전략을 부드럽게 접목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문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단호한 표현으로 드러냈다고 본다.

읽는 이들이 자기의 삶에 필요한 전략들을 선택해 활용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생각의 전환으로 바뀔 수 있는 선택은 많기 때문이다. 꼭 오십의 나이에 한정해 읽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인생의 지혜를 <군주론>을 바탕으로 얻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삶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싶은 개인이라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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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프로아나부터 폭식증까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알고십대 7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 풀빛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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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한 다이어트와 거식증의 차이점 - 건강한 다이어트는 일단 음식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살 안 찌는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을 나눌 수는 있어도 그걸 어겼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우울,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하지 않아야 합니다. - 건강한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의 여러 규칙들이 내 삶을 통제하지 않는 것입니다. - 건강한 다이어트는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의 체중 유지를 목표로 삼아요. - 건강한 다이어트는 체중에 따라 나의 자존감이나 감정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야 해요. 체중이 내려가면 기분이 좋긴 해도 딱 거기까지입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체중과 나의 존재감 자체를 연결 짓지 않아요. - 건강한 다이어트는 배고픔과 배부른 느낌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여겨요. pp.17~19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폭식도, 체중 증가도 한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되면 멈춘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정말 주의할 점! 자꾸 머리로 계산해서 식욕을 누르면 안 돼요. 이때 최고 체중까지 올라간 자신의 몸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살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된다면 거식증은 폭식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p.31 힘들어도, 짜증 나도, 외로워도 실제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떨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보다는 폭식과 구토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상을 마비시키는 가장 큰 문제는 감정 조절의 가장 기본인 먹는 것과 자는 것 모두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먹는 것이 무너지니 당연히 타인과 먹는 것도 어려워지고, 타인이 얼마만큼 먹는지를 계속 보면서 나와 비교하게 됩니다. p.43 ​ 내가 느끼는 배부름과 배고픔의 감각을 믿지 말아야 해요. 가장 먼저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내가 객관적으로 먹고 있는가?'입니다. 다이어트 식단과 비교하지 말고 정말 영양가 있는 적당한 양을 먹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지요. pp.50~51 다이어트 문제는 겉에서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에요. 그 안에는 가족 간의 깊은 갈등, 억압된 분노, 대인 관계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등 여러 심리적 부분들이 들어 있답니다. 즉 무리한 다이어트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식이장애를 생기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마음의 문제입니다. p.67 마음의 눈으로 나의 내면을 관찰하는 훈련의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바로 호흡 관찰하기예요. 호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변화를 일으켜요. 내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난 뒤, 몸을 편안하게 바꿔 주는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시켜 주세요. 몸의 자세를 바꿔 주고 긴장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pp.146~150 나의 신경계가 어떤 것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긍정적 자원 찾기라고 해요. 아주 찰나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안 들고 마음이 편안할 때를 찾아보는 거죠. p.173 ​ 박지현,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中 ​ +) 이 책은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거식증, 폭식증 등의 식이장애를 겪고 있거나, 겪을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 저자는 식이장애 전문 심리상담사로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건강한 다이어트와 거식증의 차이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폭식증이 왜 생기는지 원인을 살피고, 의식적으로 느끼는 배고픔과 배부름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극단적 다이어트는 몸의 문제 이면에 깔린 마음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다. 대인관계를 잘하고 싶은 마음과 애정 결핍, 잘못된 의사소통 아래 굳어진 자기 비난, 분노와 질투, 감정을 억누르기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리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찾고, 건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며 새롭게 배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건강한 다이어트와 정상적인 식사법이 무엇인지 확인했고, 마르고 싶은 욕구 이면에 깔린 마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폭식증이나 거식증이 극단적인 식이장애라고 생각했는데, 다이어트에 몰두하다 보면 바로 그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식이 장애를 겪고 있다면 자기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어떤 점이 스스로를 불안하고 불쾌하게 하는지 찾아 관찰하는 시간을 늘리며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 청소년을 예상 독자로 설정했지만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더불어 마음의 안정을 위한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대안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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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 자장율사 사릿길 탐사기
권오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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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 법성포 포구는 자장율사 이전 약 250년 전 동진의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으로 불교를 백제에 전파한 유서 깊은 곳이다.
 자장율사가 귀국하면서 어느 곳으로 왔다는 기록은 없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주변 유적지와 설화를 유추해서 그곳이 영광군 법성포라 생각하고 도보 답사 첫 출발점으로 정했다.
 앞으로 기나긴 도보 답사 예상 여정을 계획해 보며 법성포를 출발하여 익산을 지나 경주에서 양산을 거쳐 울산으로 동해를 따라 올라가 강원도 내륙에 있는 적멸보궁을 모두 답사할 예정이다.
pp.15~16


미륵산 너른 품에 서동요 담겨 있고
옛 가락 미륵사지 쌍 석탑 장엄하네
역사와 설화의 경계 어느 곳에 머물까

폐사지 한 모퉁이 흩어진 기와 조각
묻혀진 천사백 년 담겨진 백제 역사
한 조각 손에 쥔 와편 흥망성쇠 말하네
p.36


저 건너 경주 남산 서라벌 진산이라
불성의 향기 찾아 걸어온 나그네 길
무심한 시선 끝 간데 피안의 길 예 있다
p.82


청량한 운판 소리 설화를 반추하고
죽비음 날 선 소리 망상을 깨우시네
나 어디 무엇을 찾아 행랑 꾸려 길 가나
p.138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는 주변 지형지물이 사자를 상징하는 천연 지형지물이 없어서 사자암을 건립하여 문수보살의 사자를 대신하였고, 법흥사 적멸보궁은 보궁 그 자체가 사자산에 봉안된 것이고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의 적멸보궁은 사자바위가 힘찬 기운을 포효하며 사리탑을 호위한다.
pp.158~159


선재길 걸음걸음 한 걸음 지혜롭게
청정심 일으켜서 두 걸음 깨어 있게
날마다 환희심 가득 걸어가게 하소서
p.163


권오찬, <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中


+) 이 책은 신라 시대 스님인 자장이 부처님 진신사리, 가사 장삼, 불경을 갖고 당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하면서 걸어온 길을 따라 저자가 도보 답사하는 기행문이다. 

저자는 문수사, 금산사, 미륵사, 탑사, 대견사, 분황사, 통도사, 정암사, 법흥사, 수다사, 월정사, 상원사, 건봉사 등의 사찰을 방문하거나 그에 얽힌 불교 관련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자장 스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따라 걸으며 떠오르는 시상을 시조로 담아냈다. 책의 제목처럼 불성의 향기를 글자와 운율에 맞게 창작 시조로 정성스럽게 묘사한다.

천천히 여유로운 호흡을 지닌 도보 답사기인 셈이다. 중간중간 사진과 지도, 저자의 창작 시조를 담고 있기에 느릿느릿 여유를 즐기며 볼 수 있다.

종교를 떠나 긴 도보 여행을 떠난 사람의 마음과 걸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도보 여행을 하며 시조를 짓기란 무척 힘들었을텐데. 걷기와 짓기, 모두를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해낸 저자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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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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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문학은 누군가의 옆에 가만히 서는 것입니다. 많은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사실 문학을 해서 작가나 평론가가 되는 것은 부수적으로 올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고 결국 사람을 중심에 놓는 인본주의의 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이 사람을 바르게 보고, 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 세상이 유지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 옆의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게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까지 만나는 일입니다. 엄청난 일이지요.

p.21

힘들어도, 불안해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만큼 살고도 여태 방황하고 매일 고꾸라져요. 그런데 견딜 만합니다. 괴테가 말했듯 방황한다는 건 갈 곳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 알고(살면서 수십 번 확인했죠!), 수학 문제와는 달리 인생에는 답이 없지만 자기 앞에 닥친 시련의 의미와 모양을 정확히 알 때 감당할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 괴테 덕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되돌아보니 어려워도 더 쉬운 길,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하던 일을 바보같이 꾸준히 했고,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해야 할 때면 목전의 이득보다는 올바른 쪽으로, 긴 안목으로 해왔더군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한 가지만 힘들게 꾸준히 해온 것이지요.

p.40

"사람의 거처는 인생의 절반이다."

-괴테

p.55

<데미안>은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모토를 앞세운 짧은 철학적 성찰로 시작됩니다.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누구나 나름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pp.96~97

시인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지 마시오!

들여보내만 주시오.

나 인간이었으니까.

그건 전사라는 뜻이오.

당신의 힘있는 눈길을 날카롭게 하시오!

여기! - 이 가슴을 꿰뚫어보시오.

보아요. 삶의 상처, 간계를

보아요, 사랑의 상처, 욕망을.

-괴테, [서-동시집]의 '낙원의 서'

pp.100~101

그곳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 두 가지, 뿌리와 날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날개가 돋아나기를, 꿈과 뜻이 자라기를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대신 달아주면 짐이 될 뿐이지요.

더욱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땅에 발 디디고 뿌리 내리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발을 뗐다는 생각이 들 때 구역 하나를 정해주는 일. 이 구역, 요만큼은 내가 딱 책임진다. 혼자서. 그렇게 시작된 세상 한 귀퉁이가 점점 자라나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랍니다.

pp.138~139

전영애,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中

+) 이 책의 저자는 괴테의 작품들을 번역하는 학자로 경기도에 여백 서원을 운영하며 괴테 마을을 조성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독문학자인 저자가 여러 문학 작품들을 만나고 이해하며 할머니가 되기까지 인생의 여정에서 깨달은 이치를 글로 옮긴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괴테의 이야기는 물론, 카프카, 헤르만 헤세, 그림형제 등에 대한 단상도 담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에서 깨달은 소소한 삶의 진리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쉽지 않은 인생길에서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하는 것이 순리라면 산 하나를 넘을 때 최선을 다해 묵묵히 올바른 쪽으로 걸으라고 이야기한다.

그 길이 험난한 것을 알지만 저자는 우리들의 할머니처럼 다정하게 말해준다. 외롭지만 올곧게 걷다 보면 그 시련을 감당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저자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흔들림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 그리고 그것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며 함께 응원해 준다.

또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언급하며 부모가 자식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지 가르쳐 준다. 더불어 본인의 경험을 담아 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 책의 제목처럼 괴테를 좋아하는,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할머니의 인생 조언을 다정하면서도 단단하게 전해 들은 느낌이다.

괴테의 문장과 카프카 그리고 헤세의 문장을 접하면서 뭉클하며 마음을 울린 순간이 많았다. 저자가 번역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달하는 부분도 저자의 글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좀 더 오래 인생을 살아온 선배의 지혜를 담은 따뜻한 책이었다. 인자한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이런 따뜻하고 단단하며 올곧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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