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중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2
김온서 지음, 임나운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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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빠는 사기꾼 때문에 불행하다고 아우성치고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불행하다고 맞섰다. 서로를 탓하며 누가 더 불행한지 대결이라도 벌이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사람 때문에 슬픈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걸까? 집을 잃은 날부터 나는 투명 인간이 되었다. 엄마도 아빠도 불행만 바라볼 뿐 나를 보지 않았다.

p.27

불행만 바라보던 엄마 아빠는 이제 게임 속 돈만 보았다. 집을 잃은 후, 투명 인간이 되었던 나는 많은 돈 앞에서 또다시 투명 인간이 되었다.

p.40 [로딩중]

아빠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생각해 보고 그다음부터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걸 찾는 중인데 정후 엄마는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무책임한 아이인 것처럼 나를 무시했다.

속상해하는 나에게 아빠가 말했다.

"네 지도는 네가 그리는 거야. 그러니 너를 믿으면 돼."

pp.69~70 [뒷모습의 아이]

"네가 나쁜 말을 먹어 줘서 그런지 기분이 좀 나아졌어. 너를 내 마스코트로 삼을 거야."

휴, 다시 말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지나가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지나를 선택한 거니까. 지금 지나 옆에 먹을 게 많으니 함께 있는 거라는 말이다.

pp.100~101 [나를 녹여줘]

글 김온서, 그림 임나운, <로딩중> 中

+) 이 책에는 판타지 동화 세 편이 실려 있다. 가정 내 갈등으로 상처받는 아이, 아이들이 겪는 교우 관계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걱정, 모진 말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의 진심 등을 담아낸 창작동화집이다.

[로딩중]은 가정불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회사 운영의 실패로 가정이 기울자 아빠, 엄마는 진우를 옆에 두고도 자주 다툰다.

그럴수록 진우는 게임에 집착했고, 그러다가 정말 영화처럼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난다.

거기서 아빠, 엄마의 행복을 위해 돈을 챙기려는 진우와, 돈이 생겼음에도 진우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는 아빠, 엄마, 그런 부모에게 또 한 번 상처받는 진우의 모습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은 아이들의 여린 마음과 그걸 외면하는 어른들의 이기심을 잘 그린 작품이다. 파격적인 결말로 인해 읽는 이의 마음을 더 안타깝고 씁쓸하게 만들지만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동화이다.

[뒷모습의 아이]에는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하나뿐인 친구를 잃는 정후, 정후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정후를 멀리하는 강산,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 강산과 강산의 아빠가 존재한다.

엄마와 친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얼굴이 희미해져가는 정후는 이내 뒷모습의 얼굴로 일상을 살게 된다. 아이들은 공포감에 더욱 정후를 멀리하지만 강산은 정후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관계의 물꼬를 튼다.

그러면서 언뜻언뜻 정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가족과 친구끼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잠깐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 주는 동화이다.

[나를 녹여줘]에는 나쁜 말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있다. 사람들의 나쁜 말을 먹어치우며 명을 이어가는 존재에게 지나는 '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친구처럼 지낸다.

친구를 사귀면서 나쁜 말을 줄이게 된 지나는 좋았지만, 나날이 배가 고픈 생명체는 지나 곁을 떠나야 하나 고민한다.

이 동화는 나쁜 말을 하게 된 상황과 원인을 살펴보며 아이들에게 진심을 표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진심 어린 말을 더 자주 하도록 관심을 갖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다.

세 권의 동화는 어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파격적인 결말과 판타지적 소재를 사용했기에 좀 놀랄 수 있다.

그러나 낯설고 두려운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의 선택을 제시하며, 어린 독자에게 상상하는 힘과 생각할 힘을 동시에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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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물어보세요
이창훈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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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긍정은 반복할수록 더 쉬워집니다.

긍정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찾아보는 힘입니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생각을 자동으로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p.20 - 긍정도 연습이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고, 어떤 틀에 갇혀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은 핑계입니다. 단지 내가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이죠. 내 시간의 결정권을 다시 찾아오세요. 내 시간을 내가 컨트롤해야 합니다.

오늘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 보세요. 평소와 다른 메뉴를 선택해 보세요. 늘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걸어 보세요. 하고 싶었던 취미를 하나 찾아보세요. 이렇게 조금씩, 작게 나에게 변화를 주세요.

p.37 - 변화는 선택

흔들리는 이유는, 사실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에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분도 나쁜 기분도 잠시 머물렀다 지나가죠.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이런 감정에 휘둘려 오늘 하루를, 인생의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감정과 나를 분리하세요.

나는 감정보다 큰 사람입니다.

p.49 - 기분은 지나간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저 우연히 말이죠.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살면서 확실한 것들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연을 받아들여 보세요.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이 키워집니다.

p. 53 -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

누군가와 잘 맞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저 맞지 않았다는 뜻일 뿐, 내가 덜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한 순간보다 그 일을 계기로 스스로를 덜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더 크게 다친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나를 더 깎아내리는 분석이 아니라, 결과와 자존감을 분리해 내는 연습 일지도 모른다.

잘 안된 만남이, 나의 가치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p.74

괴로움은 멈춤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견디고 있는 '나'입니다.

지금 힘들다면 나는 이미 견디는 중이며, 지나가는 중입니다.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p.92 - 지나가는 중이다

돈을 벌기 위한 과정에서 나의 감정을 너무 소모하지 마세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더하지 마세요. 일할 때는 일만 하세요. 그리고 일이 끝났다면 수고한 나를 위해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내세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나 앞으로 해야 할 걱정들은 다시 일하는 시간에 생각하면 됩니다.

p.114 - 일은 일로 끝내라

진짜인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압니다.

진심과 진정성은 말보다 태도와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죠.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 책임감과 배려의 깊이 이런 것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입니다. 그래서 진짜는 증명하려 하지 애쓰지 않습니다.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p.167 - 말보다 태도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틀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신중해지고, 결국은 멈추게 된다. 하지만 멈춰 있는 상태는 불안을 더 키운다.

당장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경험을 쌓는 시기일 수 있다.

확실한 길을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먼저다.

pp.201~202

이창훈, <오늘, 나에게 물어보세요> 中

+) 이 책은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많은 내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상담을 진행하며 현대인들이 열심히 살고 또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 각자가 지닌 내면의 힘, 즉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우리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 가지 주제 하에 엮은 몇 개의 질문으로 우리에게 잠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수용하며 생각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한 꼭지씩 화제를 표현하기에 매일 하루 한 장씩 읽으면 자기 삶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짧은 메시지이지만 저자의 경어체 문장과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가, 마치 실제 상담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상황과 신뢰감이 생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책을 며칠에 나눠 읽으니 과거의 일들이 자연스레 떠올랐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저자의 말들이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따뜻하지만 분명하게 조언하는 문장들에서 심리상담사가 건네는 말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이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이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짧고 명확한 문장들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위로와 응원의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혹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조금씩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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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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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는 순간 마음을 꽉 잡고 있던 한 가지만 기억해. 죽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진짜 원하는 바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그 사장님의 경우엔 고양이가 마음 쓰여서 작은 문을 열고 다른 주인을 찾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이후에는 '문을 열어야 한다'만 생각났던 거야. 아마 그거 외엔 물어도 몰랐을걸?"

"죽는 건 그냥 죽는 거야. 뭐가 있긴 있겠지만 직접 겪기 전엔 모르지."

19%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희도 좋은 일 해야 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항상 좋은 일이란다."

"그럼 그 사람들은 힘든 거예요?"

"응. 그 사람들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거거든. 그걸 해결해 주면 가벼운 걸음으로 가야 할 곳에 간단다."

20%

"나는 이제 지는 해야. 내게 남은 이 세상은 저 끄트머리만 한 크기만 남았어. 하지만 해가 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냐.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차례지."

33%

아주 오래전부터 희진의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을 각오하고 살았다. 희진이 죽은 것은 슬펐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쭈그리고 있는다고 잊히겠니? 살다 보면 잊는 거지."

66%

"아이, 죽은 사람들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죽었다 살아났는데 어떻게 절 기억하겠어요."

"하긴 그건 또 그렇네."

"그냥 어디서든 잘 살기나 했으면 좋겠네요."

98%

조현선, <나의 완벽한 장례식> 中

+) 이 소설에는 장례식장을 겸비한 종합병원 매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나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병원 매점의 야간 근무를 자처하는데 언젠가부터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낯선 이들을 만나게 된다.

반려묘를 미용실에 두고 문을 닫고 나온 미용실 주인아주머니, 회생 불가한 회사를 운영하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사장님, 부모를 잃고 친구들과의 오해가 쌓인 고등학생,

의료 기구를 몸에 달고 종이쪽지를 건네는 할머니, 병원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강아지, 매점에서 팔지 않는 붕대를 사러 같은 시간에 계속 오는 젊은 남자 등이 그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묘하게도 나희에게는 보인다. 나희도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하나씩 그들의 원을 해결해 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을 풀지 못해 떠도는 영혼들을 나희는 침착하게, 최선을 다해 돕는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누군가를 돕는 일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중요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이승에 미련이 있어서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담아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 누군가가 우리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주었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소설은 꾸준히 그 점을 부각한다. 그리고 이승에서 마지막 걸음을 떠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들며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삶, 인생의 미련이나 풀지 못한 관계는 없었으면 하는 삶, 스스로에게도 가족과 주변인에게도 마음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삶.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베풀고 돕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로,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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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즙 배달원 강정민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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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나를 파악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나 자신을 파악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봤자 좋은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의사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내가 의학 용어로 말하자면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술을 끊고 싶다. 그렇지만 두렵다. 술을 끊으면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인가. 끊고 싶으면서도 끊고 싶지 않다. 끊고 싶다. 그렇지만 끊고 싶지 않다.

10%

"미제국주의의 습속과 서구의 천박한 상업자본주의의 산물인 생일 케이크를 아이들의 생일상에 굳이 올려야 하는가, 그보다는 우리 고유의 떡을 찧어 나누어 먹는 것이 전통적이면서도 민족적인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좋다 이거야. 근데 그 떡을 누가 찧을 건데! 토끼가 찧어줄 건 아니잖아? 결국 내가 찧겠지! 알다시피 내가 거기서 맡은 직분이 한두 개가 아니지 않겠어? 그런데 이 민주적인 사람들이 왜 나한테만 김민주 선생님, 까라면 까야죠,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참......"

민주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렇다. 역시 단가가 저렴한 사람인 나도 함께 탄식할 수밖에.

"사람값이 제일 싸다니까! 사람이 제일 싸다고!"

29%

"아직 젊은데, 언제 멀쩡한 일 할 거예요?"

글쎄요,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런 말들과 함께 대강 넘어가긴 하는데, 뭐는 멀쩡한 일이고 뭐는 안 멀쩡한 일이란 말인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멀쩡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늘 꾹 눌러 참는다. 멀쩡한 일과 멀쩡하지 못한 일의 경계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내 노동의 값을 얼마나 후려치고 있는지는, 오늘 유독 야구를 좋아하는 어느 손님 때문에 알게 되고 말았다.

"할머니~"

"왜, 아가?"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떡해요......?"

할머니는 솥을 휘젓던 국자를 잠시 내려놓더니 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가, 걱정하지 마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

"정말요?"

"그럼, 기다리고 있으면 저절로 안 들어갈 날이 곧 와. 그런께 걱정하지 말어."

42~43%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주책을 너무 떤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네, 많이 떠셨어요."

문을 열려던 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섰다.

"지금 뭐라고요?"

"주책 너무 떨었냐고 물어보셨잖아요. 맞다고요. 너무 떠셨어요. 저는 이미 다 봤으니 할 수 없고, 다른 지원자들한테는 안 하시는 게 좋겠어요. 개인사 캐묻는 불쾌감은 물론이고 업무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이게 무슨 면접입니까? 제가 써낸 희망 연봉 아실 텐데요. 겨우 그 푼돈 받겠다고 왔는데 정견 발표회도 아니고 면접과 무관한 주장을 한참 하시니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앞으로 주의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다 팀장님이 오빠 같고 아버지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 거 아시죠?"

62%

할머니는 한 번 더 과자를 뿌리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다 살겠다고 그러는데, 얼마나 이뻐. 살겠다고 하는 것들은 다 이뻐......"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뻐. 물론 잘 살겠다고 악에 받친 사람들은 무섭지만 그저 살겠다는 것들은 이쁘다. 그리고 이제 함부로 비둘기가 징그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가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살겠다고 하는 것들끼리.

79%

"나는 비겁한 인간이에요."

"......"

"늘 나는 준비 기간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내 인생은 진짜가 아니라고, 나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고. 내가 진심으로 마음먹고 출발하면, 금방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내가 녹즙 배달을 1년 반 넘게 한 것도, 어떤 사람들은 내가 궂은일 해내서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걸 그만두면, 진짜 인생을 살아야 되니까. 삶에 대한 핑곗거리가 없어지니까."

88%

김현진, <녹즙 배달원 강정민> 中

+) 이 소설은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러 병원에 다니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웹툰 작가가 되고자 애썼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퇴사해 녹즙 배달 일을 하는, '강정민'씨의 일상을 담고 있다.

책의 표지에 실린 캐릭터로 강정민의 삶 혹은 성격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작품이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짠하지만 유쾌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원작의 감수성을 살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면 어떨까 바라기도 했다. 인물 캐릭터가 분명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이 꽤나 현실적이라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 느낀다.

녹즙을 판매한 만큼 수당을 받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강정민과, 어린이집 양호 선생님이나 실제로는 어린이집의 온갖 일을 다 하는 '김민주'의 일상을 통해 작가는 여성 청년의 사회생활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청춘과 뼈아픈 현실을 핑계로 끝없이 술을 마시고 술 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못하는 강정민은 단짝 김민주와 함께 낮술과 밤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삶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곤 한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건 이렇게 위태롭고 안타깝게 보이는 순간도 어느새 피식, 하고 웃게 만드는 뼈 있는 대사와 흡입력 있는 상황 묘사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아픈 거나 웃픈 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위트와 재치 혹은 유머로 그 순간을 가려보는 젊은 청춘들. 이 작품에는 이들이 마주 선 현실과 그 안에서 버티는 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물론 이들 외에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정말 참 열심히들 산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이들도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지 씁쓸하면서도 발랄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알코올의존증 문제, 데이트 폭력,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 성희롱 문제, 취업의 어려움, 먹고살기 고단한 현실 등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소재를 담았음에도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게 읽힐까.

읽는 내내 몇 번을 웃으며 참 재미있게 잘 본 소설이다. 슬픈데 명랑한, 어린 시절에 보던 유쾌한 만화들이 떠오른다. 묵직하면서도 유쾌 상쾌 통쾌한 사실을 가득 담아낸 그런 구성을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웃픈 현실에서, 그리고 알코올의존증에서, 진솔한 자기 객관화와 적당한 거리 두기를 시작한 어른 강정민의 삶을 응원하며 소설 읽기를 마쳤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존의 어려움과 사는 것의 고단함을 이렇게 슬프게, 아프게, 그런데 재미있게 담아내다니. 서사를 이어가는 힘이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유쾌하고 발랄하며 현실적인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알코올의존증으로 걱정인 이들에게, 취업 전선에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그리고 사회에서 받은 차별로 속상한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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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영미권 출간 기념 특별판)
김수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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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

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지나갈 인연을 붙잡아 악연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마음 졸여도, 끙끙거려도, 미워해도

그들은 어차피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8%

자신에 대한 수치심, 무가치함은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 감정을 숨기고자

냉소로 무장하고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변명 뒤에서 자신을 보호한다.

그런데 문제는 변명으론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데 있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변명에는 사실 그 자신도 속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 과거에 묶여 인생 전체를 소진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자책과 원망을 소거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투명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주 봄 끝에 가장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데 있다.

13%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은 건강한 자존감을 위한 두 기둥을 자아 효능감과 자기 존중감이라 말했다. 자아 효능감이란 현실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자기 신뢰이자 자신감이고, 자기 존중감은 스스로를 존중하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마음이다.

스스로를 충분히 의식하지 못한 채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 질질 끌려 사는 것으론 결코 자존감에 닿을 수 없다. 그렇기에 단단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은 분명하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

22%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앗아간다.

ㅡ 코리 텐 붐

38%

삶이라는 모호함을 견딜 것

우리는 삶에 확신을 얻고 싶어 점을 본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온다 해도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건 점쟁이가 내공이 없어서, 혹은 복채나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삶의 본질이 모호함에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결국,

모호함을 견뎌내는 일이다.

삶의 안정감은

불확실을 완벽하게 제거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불확실과 맞서며 얻어진다.

39~40%

문제를 안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

당신도 그럴 수 있다.

너무 지쳐서, 나 자신이 지긋지긋해서,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런 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살다가 어떤 불행을 마주한다 해도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했다면

그 원치 않는 사실과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자.

당신의 고단함이 별것 아니라서

혹은 다들 그렇게 사니까,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당신에겐 가장 애틋한 당신의 삶이기에

잘 살아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50%

화상이 생겼을 때 흉터가 남지 않는 법

  1. 연고를 바른다. 2. 자주 바른다. 3. 계속 바른다.

다른 방법은 없다.

상처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꾸준히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이다.

71%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을 멀리하라.

ㅡ 톨스토이

84%

우리는 누구도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없고,

누구도 우리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타인의 행복은 우리의 영향권 밖의 일이며

우리의 행복 역시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는 거다.

그러니 자신의 행복을 방치하지 말자.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은

애정과 사랑은 나누되

자신의 행복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니,

부디 다들 알아서 행복하자.

87~88%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끝나지 않던 질문.

내 나름의 답을 이야기하자면,

우리 좋은 삶을 살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와 좋은 책과 함께하며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을 쬐는 것.

나는 그 일상의 따스함이 좋은 삶의 전부라 생각한다.

95%

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나'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그리고 '나'의 삶에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단단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기 위한 방법, 나답게 살기 위한 방법, 인생에서 자주 찾아오는 불안감을 견디는 방법,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 더 나은 세상과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 등을 제안한다.

이 책은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문장 하나하나에서 확고한 느낌의 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에는 깊이 공감하며 동의하면서도 또 어떤 생각에는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단단한 사람이 되기까지 저자가 용기 있게 살아온 모습이 떠올라 부럽기도 했다.

자기 생각을 지키고 또 변화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선택하며, 혹여 지난 선택이 틀린 거였다면 그때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멋지게 인정하는 것.

저자의 에세이는 이렇게 솔직하고 과감한 문장들로 작성됐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적인 표현을 잘 사용할까 생각했다. 그건 저자가 말한 저자 자신, 즉 '나'답게 살면서 스스로 '나'를 인정하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급하면서도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 등을 끝없이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내는 멋진 독자들에게 저자의 문장이 든든한 지지대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 또 나로 살고 싶은 소망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끎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자존감을 찾고 지키는지 알고 싶은 이들, 우리의 삶에서 무엇보다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에 확신을 얻고 싶은 이들, 그러면서도 더 나은 세상과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같이 고민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자기만의 삶을 꾸리고 싶은 이들, 자기 삶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든든한 응원의 문장, 단호한 의지의 문장, 따뜻한 위로의 문장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사는 것에 지치고 자기 삶에 위축된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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