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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진민영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9월
평점 :
잡다한 물건은 보행에 불편이 되고 무거운 가방은 짐스러워진다. 몸이 힘들면 분노의 허들도 낮아진다.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상하고 별일 아닐 일도 견디지 못하는 뾰족한 사람이 된다. 몸은 가볍고 손이 자유로우면 무엇 하나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그런 날에도 관용을 베푸는 넉넉한 인간이 된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일도 많고 작은 일에도 혀를 끌끌 차는 상황이 잦다면 부정적인 나의 태도를 마냥 꾸짖기보다 높은 불쾌지수에 기여하는 환경에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6%
수단이 된 일은 낭비되는 헛된 시간이 아니다. 더 큰 자유와 행복을 위한 적립입니다.
14%
내가 매일같이 행하는 많은 일은 1원 한 닢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영화관에 가고, 전시회를 관림하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신다. 왜냐하면 이 일들은 내 영혼과 정신을 기름지게 해 주고 이해의 폭을 넓혀 주며 삶을 활력 있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주위의 납득과 승인을 구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그 마음과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이 지속해야 할 더 정당한 이유다.
33~34%
외향성은 관계의 대단한 메리트가 아니며 내향성 역시 치명적인 핸디캡이 아니다.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풀리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로 씨름한다.
세상의 질서는 아직까지 '함께'에 더 많은 방점이 찍혀 있다. 사회가 이렇다 보니 관계의 폭이 좁은 내향인들은 초조함을 더 많이 느낀다.
어울림이 아닌 빛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중심이 가 있기를 바란다. 불필요한 어울림을 강요하지 않되 마음의 문만은 언제나 활짝 열어 놓는 것으로도 충분한다.
48%
나를 제쳐 놓고 누군가를 위한 산책을 한다면, 그 선택에는 아무런 기대도 없어야 한다. 나의 주관적인 이타심에 타인이 응해야 할 이유는 없다.
64%
의미 있는 삶은 누구나 정의가 다르다. 그렇기에 내 삶의 의미를 놓고 누구 하나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74%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애쓰는 시간이 아니다. 모두가 즐겁기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은 맞지만 한 쪽이 불평등하게 에너지를 과하게 소비할 의무는 없다.
스스로에게 제발 관대하지 말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아야 한다. 과할 정도로 엄격하게 휴식과 충전을 의무화하자.
91%
불안 좀 하면 어떻습니까. 당신이 지금 하는 고민이 무엇이 되었건 어김없이 내일은 오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잡념의 무게가 나를 압사할 것 같아도 안전과 생명에는 손톱만큼도 지장이 없습니다.
97%
진민영,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中
+) 이 책은 저자의 단상을 엮어 만든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각이 많은 내향인들이 평소 안고 사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고민 등을 짤막한 단상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할 때'라는 글의 틀에, 우리가 겪는 상황에 따라 어떤 생각과 감정이 그려지는지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감정이 우리 안의 것만이 아니라 외적 상황이나 환경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행위가 먼저인지 감정이 먼저인지 상황별로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며,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진솔하게 풀어냈다.
내향인으로서의 삶,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삶, 매일 하는 루틴의 진정한 가치, 업에 대한 단상, 불안과 공허감 속에서의 태도, 보편의 삶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성실하게 글을 써온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의 깊이를 균일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힘이 있는 작가라고 느꼈다.
간혹 개인적으로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구나 싶게, 비슷한 사고방식을 드러낸 문장을 보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비슷한 취향의 문장을 만날 때 얻을 수 있는 위안인 듯했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싶거나 스스로 생각이 많다고 느낄 때, 부담 없이 읽기에 좋다.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묵직한 생각들을 가볍게 만들 순간을 만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