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콩알 사또 사계절 중학년문고 43
차율이 지음, 송효정 그림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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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말 위에 작은 남자아이가 늠름하게 앉아 있었다. 고유는 산기슭 아래 어슴푸레 비치는 고을을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듯, 나는 이 고을의 빛이 될 거야."

p.4

자신이 창녕에 온 이상 더는 소중한 백성의 머리털 하나 건들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방의 말은 도움이 됐다. 한 사람씩 따로따로 말을 들어 보는 것, 진실의 조각은 고요할 때 맞춰지는 법이다.

p.25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콩알, 콩알 놀리는데, 다들 맨발로 콩알을 밟으면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듯했다. 고유는 아전들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야.'

비록 고유의 키는 작아도, 꿈과 지혜는 태산보다 크고 높았다.

pp.37~38

수많은 사건이 담긴 책을 다 봤지만,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책으로 배운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역시 경험이 진짜 공부구나.'

앞날이 깜깜하군. 범인을 못 잡으면 망신만 당하겠지.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이방에게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문제가 어려울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옳거니, 처음으로!

pp.50~51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좋은 사또가 되고 싶었다. 나라 전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다스리는 고을은 배초같이 억울한 백성이 없는 곳으로 가꾸고 싶었다.

"모두들 나더러 키가 작다고 놀리지만 나는 내가 작아서 좋아. 키가 작으니 나는 누구를 만나도 내려다볼 일이 없지. 내 꿈은 낮은 자세로 백성을 우러러보는 사또야."

pp.74~75

"그래, 티 난다. 그동안은 죽은 동태눈이더니, 다모가 된 뒤부터는 물 만난 명태처럼 생기가 넘친다!"

"아무렴. 천하의 명태는 바로 나지!"

여울이의 눈동자에 빛이 내려앉아 반짝거렸다. 저마다 잘하는 일은 반드시 있다. 자신이 원한 꿈을 이룬 여울이는 이제 누가 뭐래도 더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p.157

차율이 창작동화, 송효정 그림, <전설의 콩알 사또> 中

+) 이 동화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아 약하게만 보이는 '고유'가 경상남도 창녕의 사또로 부임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이 공부하는 또래 양반들에 비해 유달리 키가 작아 왜소하게 보이는 고유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그때마다 노비이지만 친구였던 '배초'가 고유를 대신해 매를 맞고 감싸주었다. 하지만 배초는 고유를 보호하다가 양반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일로 고유는 큰 충격을 받아 백성들을 지켜주는 사또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고유 혼자서는 창녕을 지킬 수 없다. 그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 백성들 중에서, 그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고유는 그들의 모습에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백성들을 위해 지낸다.

그렇게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꼬마 사또 고유, 전형적인 탐관오리 이방, 말을 잃었지만 그림에는 능한 노비 사우, 여자이지만 힘이 세고 용감한 노비 여울,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에게 돌려주는 불뫼 도적단 등이 그들이다.

고유의 모습에서 지혜와 올곧음을 배울 수 있다면, 여울이의 모습에서는 용기와 정의로움을 만날 수 있다. 또 사우에게는 의리와 열정을, 불뫼 도적단에게는 약한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추리물로 훌륭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떠오를 정도로 추리 서사물의 논리적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백성을 생각하는 고유의 마음만큼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고유의 지혜가 잘 묻어나, 어린 독자들에게 지혜와 흥미, 모두 선사할 수 있다고 느낀다.

한국 역사와 설화 속 실존 인물인 고유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우리의 선대 중에 이렇게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배층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동화집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지켜볼 어른들에게도 정의로움과 지혜를 생각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지혜와 정의로움을 함께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역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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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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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젠 멈추고 싶다

사람들 하기 좋은 말로

마음을 비우라 그러지만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빠르게 가는 길이라면

천천히 가고 싶고

자라고 변하는 날들이라면

자람도 변화도 이제는 그만

멈추고 싶다

참으로 이것은 이전엔 없었던 마음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에 간다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간다

아니다, 나를 버리는 것 배우러

한 번도 가본 일 없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나라

탄자니아를 찾아간다.

[탄자니아에 간다]

p.33

누군가는 자기가 자기한테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인도에 오래 머물다 왔노라 고백했지만

나는 나를 버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

먼 나라 땅 탄자니아에 왔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이제 꽉 찬 나이 80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비탈진 언덕

찌꺼기를 너무 많이 남기지 말고 떠나야지

그러려면 더 많이 버려야지

버리는 것만이 진정 내가 갖는 것이지

내가 쓴 돈만이 내 돈이고

내가 산 인생만이 내 풍경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내 사람이라는 것!

이것은 내 평소의 지론

탄자니아 먼 땅에 와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마음에 새긴다]

p.100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오늘도 숨쉬는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여기 오기를 잘했다

내가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다 잘했다.

[잘했다]

p.181

오늘 보니 다 예쁘네

어제는 별로였는데.

[여행 둘째 날]

p.239

나태주 시, 그림,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中

+)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탄자니아를 방문하며 느낀 감정을 풀어낸 시와, 여행의 순간들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탄자니아 여행기에 대한 진솔한 내용은 산문으로 몇 편 담고 있고 대부분이 여행시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생생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서 느꼈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시집은 저자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탄자니아 경험담, 사람과 자연이 간직한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시인이 만난 이들과 머물렀던 장소와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한 편 한 편 시로 형상화되어 따뜻한 마음도 들고, 탄자니아의 고된 현실과 그럼에도 순박하고 맑은 이들을 묘사한 시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노년의 저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묻어나는 시편에서는 여유로움만큼 생의 소중함도 묻어난다. 사람과 인생을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이 시집의 숨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이런 아름다운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며, 시와 시화가 맞닿아 풍기는 분위기가 이번 여행시집을 잘 묘사했다고 느낀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접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쓸쓸해지다가, 다시 미소 짓게 되는 시화집이다. 탄자니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특히 그러했다. 아이들의 웃음만큼 진실한 게 없는 듯하다.

저자의 시를 모아 필사할 수 있는 필사노트 책 또한 마음을 정리하고 맑게 만든다. 필사노트 책은 왼쪽에 시가 쓰여 있고,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이 실려 있어 여유롭게 따라 적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사서 두 권의 선물을 받은 셈이니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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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4.0이 온다 - AI와 블록체인이 만드는 디지털경제
송민택 외 지음 / 이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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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구분

특징

시기

기술 키워드

웹 1.0

읽기

수동적 고객, 공급자 마인드

~2000년대

HTML, 게시판

웹 2.0

읽기+쓰기

사용자의 참여, 공유, 개방

~2010년대

SNS, 유튜브, 플랫폼

웹 3.0

읽기+쓰기+소유

블록체인 개념의 활용

데이터에 대한 권리와 보상

2018년~현재

NFT, DAQ, 탄소배출권

웹 4.0

읽기+쓰기+소유+이해

초개인화(맥락 상황 이해)

자동화된 프로세스

인간과 AI 협업의 일상화

2025년~

AI 에이전트, 초개인화, 디지털 트윈, 자율웹 등

p.15

이전 웹이 기술적 진화를 의미했다면, 웹 4.0은 이전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며 사회적 전환을 요구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이 자리한다.

AI와 블록체인이라는 두 흐름이 맞닿는 순간, 데이터는 화폐처럼 움직이고 사회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전환은 언제나 양면성을 갖고 있다. 효율성과 혁신의 약속 뒤에는 불평등의 우려가 숨어 있다.

규제와 제도의 균형,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준비 없이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웹 4.0은 어쩌면 저절로 오는 미래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일지 모른다.

pp.33~34

AI의 발전 동력

구분

내용

설명

데이터

무한한 학습 재료

과거엔 부족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센서, loT가 방대한 데이터 스트림을 공급하며 AI 학습의 원천이 됨

연산

GPU, TPU 기반 병렬 연산

병렬 구조 덕분에 수조 회 연산 수준의 성능 발휘

대규모 모델의 학습 속도와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장

모델

딥러닝, 트랜스포머

언어, 이미지, 음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다루며 맥락을 이해하는 구조를 통해 정교한 추론 가능

응용

산업, 사회 확산

챗봇, 의료 진단, 생성형 AI 등 실질 서비스로 확산

산업 혁신과 사회적 영향력 확대

p.56

웹 3.0과 웹 4.0을 가르는 경계는 기술 자체보다 제도와 산업의 흡수 여부에 있다. 웹 3.0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무대에 가까웠다. 반면 웹 4.0의 문턱에서는 이미 각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설계하고, 글로벌 기업은 공급망과 지급결제, 공공 및 행정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점차 국가 전략과 산업 운영의 원리 속으로 편입되는 모양새다.

기회요인은 분명하다. 속도와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합의 메커니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분산 신원 증명, 글로벌 네트워크와 맞닿은 스테이블코인까지. 산업적 응용은 이미 소매 유통, 의료, 물류, 공공 행정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여기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 발맞춘 친환경 합의 메커니즘의 부상은 '지속 가능한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여전히 공존한다. 불법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급격한 투기 과열, 취약한 내부 통제로 인한 거래소 붕괴 같은 사건은 시장의 신뢰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pp.72~73

국가의 통화 전략이 재배치되는 동안, 시장의 권력도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다음 무대는 플랫폼이다. 결제가 달라지면 시장의 권력 구조도 흔들린다.

이것이 곧 빅테크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 균열과 강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복합적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pp.139~140

웹 4.0 기술이 이끄는 디지털경제의 완성은 새로운 경제적 등식 위에서 이루어진다. 데이터는 곧 가치가 되고, 네트워크는 시장이 되며, 프로그래머블 구조는 제도처럼 작동해야 한다. 보조 도구로 여겨지던 디지털이 이제는 경제 질서를 직접 규정하는 본체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기술 혁신, 사회적 합의, 금융 인프라의 진화가 서로 맞물릴 때만 우리는 완성된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목격할 수 있다.

pp.180~181

지금 필요한 것은 관망이 아니라 결단이다. 부정적 우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제도 속에 구현하는 것, 이것이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이다.

p.210

송민택, 길재식, <웹 4.0이 온다> 中

+) 이 책은 인터넷의 진화 과정에서 보편화된 웹의 양상을 '웹 1.0, 웹 2.0, 웹 3.0, 웹 4.0'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웹 4.0 시대의 사회 전반적인 변화 과정을 추측하고 있다.

저자는 웹 4.0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주목해야 하는지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이 산업 경제 구조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한다.

이 책에는 AI의 기능, 블록체인의 신뢰도 검증과 오라클의 역할, 데이터 분산화의 효과 등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접점, 즉 초개인화의 유기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경제의 구조와 대표적 사례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언급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개념, 세계적 흐름과 현황, 활용 시 기대 효과,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하고 있다.

웹 4.0 시대에 각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한다. 장단점을 지닌 스테이블코인을 국가(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웹 3.0 시대인 현재에서 웹 4.0 시대를 관망하는 이 책은 기술의 전환을 설명하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세계 경제와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고 있어서 미래 사회 경제를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해 어렵지 않게 분석하고 있기에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적 현황과 우리나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고 있어서, 디지털 금융 분야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국제 정세와 경제 체제의 움직임을 포착해 해석하고, 다양한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들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다.

최근 경제 기사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아울러 웹 4.0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핵심 개념을 정리하며 읽을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경제 상식을 키우고 싶은 이들, 디지털 자본과 디지털경제에 관심 있는 이들, 미래 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유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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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 어차피 지나고 나면 먼지 같은 일이야
김묘정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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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현실적인 조언이나 훈계도 없었다. 그저 "우리 강아지,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말을 들으면, 아무리 흔들리고 불안해도 다시금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힘든 순간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괜찮아. 우리 묘정이는 잘할 거야."

삶이란,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믿음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강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p.48~50

복지관에 미용 봉사를 다니면서부터 나는 미용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위를 잡는 매 순간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진심으로 일했다. 가위질 하나에도, 손끝의 드라이 바람에도 마음을 담았다.

p.56

인생을 바꾸는 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의 꾸준한 반복 속에 숨어 있다. 꾸준함은 잘 드러나지도 않고 기적보다 조용하지만, 결국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가장 멀리 데려다준 건 거창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의 기록이었다. 꿈 노트를 쓰면서 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매일 체크하며 확인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날에도 '이 꿈을 적던 나'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섰다. 꿈 노트는 단순한 다짐을 담은 기록이 아니라, 내 인생의 지도를 그려주었다.

pp.106~107

내가 보여 준 인간적인 면을 리더의 약함으로 오해한 사람도 있었다. 진심은 모두에게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비로소 '어른의 관계'라는 걸 이해했다.

이제는 억지로 사람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내 편일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각자의 길을 존중하면서, 함께 걷는 인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pp.133~134

진심은 돌아오고, 진정성은 남으며, 믿음은 관계를 지탱한다. 이 세 가지가 내가 가진 인간 관계의 중심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나는 여전히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때론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결국 관계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가보다 얼마나 진심이었는가로 남는다고 믿는다.

p.152

버티는 데에도 분명한 의도와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길고 긴 버팀의 과정과 아픔이 이후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후부터는 쌓아온 근육이 삶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아픔과 시련, 실패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쌓아온 단단한 근육이 있다면 제로 베이스가 아닌,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다.

p.169

서른 중반이 되면서, 나는 종종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하고는 했다.

그런데 미용 봉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복지관에서 80대, 90대 할머님들을 자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분들을 만나면 나는 꼭 같은 질문을 한다.

"할머니. 몇 살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러면 할머니들은 망설임 없이 말씀하신다.

"나는 딱 10년 전, 80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왜 하필 10년 전이냐고 여쭤보면, 그때는 무릎도 아직 괜찮았고, 잘 걸을 수 있던 때라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꽃구경도 더 많이 다니고 여행도 더 자주 다녔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마흔은 끝이 아니고 쉰은 늦음이 아니다. 그 나이는 비로소 나 자신을 알고 나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pp.181~186

김묘정,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中

+) 이 책은 지나고 나면 먼지 같은 기억들, 매일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힘, 진심이 통하는 인간 관계 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조부모님의 사랑으로 견딘 추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추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조심스러울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저자가 그분들께 얼마나 사랑을 받은 존재였는지 느낄 수 있기에 살짝 적어본다.

저자를 아껴주던 이들의 죽음 이후로 저자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준 이들도 많았다. 그런 인간 관계의 아픔이 가난하고 힘든 현실만큼 저자를 더 괴롭게 한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어린 나이에도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실을 감당하고 견뎠다. 물론 좌절하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무너져도 어떻게든 일어섰다.

그런 순간에 저자와 늘 함께한 건 '꿈 노트'였다. 하루하루, 한 문장 한 문장, 구체적인 꿈에 대해 적었다. 그렇게 십 대부터 꾸준히 해온 글이 지금의 저자를 만들었다는 걸 알려준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자는 단발머리 전문 헤어 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히고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는 리더이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이 솔직하게 쓰여 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또 몇 번이나 좌절과 실패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진심, 그리고 실패와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배신과 아픔의 기억도 차분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넘어져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섰고 힘들어도 애쓰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의 단단한 마음가짐과 용기, 그리고 끈기가 느껴지는 문장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감정과 깨달음이 현재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으로 잘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은 크게 느껴져도 다 지나갈 일이며 우리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아픔에 공감할수록 그 이후의 단단한 시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도 우리가 한 번쯤 느끼고 고민했을 순간들이 중첩되는 것 같아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편적으로 와닿는다.

열정적으로 사는 저자에게 쉼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을 토닥이며 그녀가 걸어갈 길도 응원하고 싶다.

희망과 위로를 주는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저자의 말처럼 진심이 통하는, 그러면서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상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에세이 글이 아니라 감정 이입과 몰입도가 높은 에세이집이었다고 생각한다. 80대의 어르신들이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에 견준다면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이다.

일에 대한 열정을, 실패를 견디는 힘을,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관계를 수용하는 지혜를 나누는 따뜻한 에세이집이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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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말말말
스즈키 도시타카.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김재민 옮김 / 데이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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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스즈키 : 박새는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겨울을 보내느냐 하면, 북방쇠박새가 저장해 둔 먹이를 훔쳐 먹습니다. 저장은 못 해도 먹이의 위치는 기억하는 거죠.

야마기와 : 그렇군요. 어쨌든 인간에게 없는 인지 능력이네요.

스즈키 : 그래서 저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로 언어와 인간의 능력이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언어를 얻게 된 의미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pp.30~31

야마기와 : 동물들의 언어는 어떻게 태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스즈키 : 환경에 대한 적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응이란 쉽게 말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생존에 유리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 결과, 언어와 관련된 유전자가 그 집단 내에서 퍼진 거죠.

반대로 말하면, 어떤 동물이 어떤 언어를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는 그 동물이 사는 환경에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p.35

스즈키 : 박새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울음소리를 심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험을 통해 이 점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그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아 나무 줄기를 따라 끌어 올리면서 "쟈쟈" 소리를 들려주면, 박새는 거의 틀림없이 이 나뭇가지를 뱀으로 착각하고 확인하러 다가옵니다.

같은 방식으로 나뭇가지를 보여주면서 다른 소리도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박새는 나뭇가지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쟈쟈" 소리와 함께 보여 줬을 때는 그렇게 놀라며 달려오던 박새들이요. 즉, "쟈쟈"라는 소리가 뱀의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박새에게 "쟈쟈" 라는 소리가 뱀의 심볼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pp.44~47

스즈키 : 새의 울음소리에도 문법이 있다는 근거를 꾸준히 쌓아 왔지만, 여전히 새들이 인간처럼 말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저항감을 가진 연구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 방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게 바로, 박새에게 병합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야마기와 : 병합이라면, 언어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두 단어를 하나의 의미 단위로 묶는 조작을 뜻하죠.

스즈키 : 결론적으로 박새의 울음소리에서는 재귀(무한히 긴 문장을 만드는 능력)나 계층의 구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새는 병합을 통해 두 단어를 하나의 단위로 묶을 수 있습니다.

pp.77~82

야마기와 : 인간뿐만 아니라, 집단이 흥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 있죠. 적의 무리를 물리친다든가 하는 일들요. 강렬한 감정의 공유 없이는 그런 행동은 불가능합니다.

즉, 언어는 감정의 에너지를 제어하고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언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언어로 명확한 지시를 내려도, 집단을 움직이는 공감이나 감정 에너지가 없으면 실현되지 않으니까요.

pp.151~152

스즈키 : 예전에 제가 동물과 인간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지금'과 '여기'에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씀드렸었죠.

즉 눈앞에 없는 것을 상상해서 말하려면, 머릿속에서 정보를 재구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오랫동안 새들을 관찰했지만,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대부분 눈앞의 암컷에게 구애한다거나, 천적이 왔으니 경계하자 같은 그 장소와, 그 시점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공상한다는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입니다.

p.225

스즈키 도시타카, 야마기와 주이치, <동물들의 말말말> 中

+) 이 책은 새를 연구하는 '스즈키 도시타카'와 '고릴라'를 연구하는 '야마기와 주치이'가 동물들의 언어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에세이집이다.

스즈키 박사는 새 중에서도 특히 박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주목한다. 새의 언어를 통해 새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생활하는지 오랜 시간 지켜보며 분석했다.

야마기와 박사는 영장류, 특히 고릴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역시 그들과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한 학자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나 동물의 언어가 지닌 특징에 대해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기준으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언어와 삶을 이해할 것을 권한다.

박새는 뱀과 매 등을 구별해 표현하는 언어 능력이 있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고릴라는 춤을 추는 비언어적 수단 활용하며 때로는 속임수를 쓰는 장난을 칠 수 있다.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인간과 달리 동물들이 사용하는 말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언어를 비교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동물의 말이 그들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하는지, 또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상황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지, 동물의 말이 그들 세계에서 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즉, 언어라는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기호 수단인 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동물의 생태를 추론할 수 있는 내용 영역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인간이라는 동물의 언어와 진화 과정을 언급하며, 현시대를 보여주는 문화와 사회적 양상을 인간의 언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대화집이라 지루할 거란 편견을 가진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젊은 학자와 노년의 학자가 만나 나눈 대화를 소주제별로 짤막하게 나누어 구성한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류와 영장류의 시조를 설명하며 인간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진화해왔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동물의 언어라는 맥을 통해 동물의 소통 과정 및 진화의 흐름과 특성, 그리고 문화 등을 골고루 살펴본 것 같아 유익했다.

박새와 고릴라의 생태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 동물의 언어와 문화가 궁금한 이들, 가볍게 동물 언어학 교양서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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