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 개정2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 / 두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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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는 1910년대 어느 날 프로방스의 북부 오트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하다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납니다. 홀로 양을 치면서 나무를 심고 있던 엘제아르 부피에였어요. 그는 깊은 믿음으로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를 묵묵히 심고 있었지요. 부피에는 도토리 10만 개를 심었지만, 2만 개가 싹을 틔웠고, 개중 1만 그루만 살아남아요. 라벤더만 겨우 자랄 수 있는 척박한 토양과 매서운 미스트랄 때문이지요. 장은 부피에의 헌신에 큰 감명을 받습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장은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며 절망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장은 다시 부피에가 사는 마을을 찾습니다. 부피에는 양 4마리만 키우며 벌꿀 100통을 치고 있었지요. 양이 나무를 훼손했기 때문이에요. 그 사이 부피에가 심은 나무들은 무성히 자라나 있었답니다.

장은 부피에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다듬고 다듬어 1953년 『나무를 심은 사람』(The Man Who Planted Trees)을 발표하지요.

캐나다 영화 감독 프레데릭 백은 이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합니다. 5년 동안 혼자서 2만 점에 가까운 원화를 직접 그려 동명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1987년 발표합니다. 이 단편은 오스카 상의 영광을 안았지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헌신했던 부피에의 삶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겸손한 인간의 모습이자, 신이 내린 일꾼의 모습이기도 해요.

언젠가 기회 되면 장의 고향 마노스크에 들러보고 싶고, 부피에가 가꾼 숲도 살펴보고 싶어요. 프로방스 라벤더 제철이 6월 중순부터 7월말이라고 하니 이 시기에 맞춰서 말이에요.

이번 개정판은 프레데렉 백 감독이 그린 원화 대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최수연님의 그림이 실렸군요. 산뜻한 그림들은 새로운 느낌을 안겨줍니다. 고전은 매번 다시 해석되면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에요.

나는 이 책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상평을 나누며 헌신과 신념을 지키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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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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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는 기원전 64년 혹은 59년에 태어나서 서기 17년에 사망했다. 사망 시점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의 생애는 아우구스투스의 생애와 거의 겹친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29년부터 로마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4년 뒤 첫 1~5권이 발간되었다. 원제는 『Ab Urbe Condita Libri』, '도시가 세워진 이래로'라는 뜻이다. 통상 『로마사』 또는 『로마 건국사』로 번역된다. 이 책은 발간 즉시 높은 인기를 끌어 이전의 역사가들이 쓴 로마사는 모두 빛바래게 되었다 한다.

 

원저가 다루는 로마사 범주는 로마의 개국 신화(B.C.753)부터 아우구스투스의 통치(B.C.9)까지 750여 년간이다. 현재 상당 부분 소실돼 1~10권, 21~45권 등 35권만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로마사』의 영역본은 『The early history of Rome』이다. 세인트 존스대에서 2학년 과정 필독서 중 하나다.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10권 묶음 한 단위로 발간했다. 도시의 창건으로부터 왕정 시대를 거쳐 공화국의 수립과 팽창을 다룬 첫 1~10권을 펴냈고, 그 다음에 공화국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11~20권(소실), 포에니 전쟁을 다룬 21~30권, 이어서 소아시아에서의 전쟁을 다룬 31~40권, 로마 제국이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인 41~50권 (이중 후반 5권 소실), 이런 식으로 그는 14단위(140권)까지 펴냈다. 141·142권은 유작으로 남았다.

 

10권 묶음의 출간은 온전히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 단점이 되었다. 시인 페트라르카와 교황 니콜라스 5세 등이 없어진 원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책은 두루마기 형식이었으므로 화재로 불타거나 전쟁시 약탈되기 쉬웠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아우구스투스의 죽음까지 다룬 150권까지 완성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우리말로 나온 『로마사』 1권은 A4판형 기준 서문 포함해서 532쪽이다. 권당 106쪽 가량이니 142권 전체로 보자면 15,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물론 현존하는 판본 중에는 불완전한 것도 있어 이보다 적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에 설치된 리비우스 기념상

 

출판사 현대지성에서 총 35권의 원저를 전4권에 담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 풍성한 로마사 향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먼저 선보인 『리비우스 로마사 1』은 원저 1~5권을 담았다. 1권은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어 2~5권은 로마에 공화정이 들어서는 모습과 갈리아인이 로마를 약탈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리비우스는 서문에서 후대 사람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우리의 조상이 어떤 종류의 삶을 살았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로마의 권력이 처음 획득되어 그 후 계속 확장되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정치와 전쟁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등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촉구한다. 그런 다음 우리나라의 도덕적 쇠퇴의 과정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먼저 오래된 가르침이 무시되면서 도덕적 기반이 붕괴한 과정,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신속한 해체 과정, 이어 도덕적 세계관의 전면적 붕괴 과정을 살펴보기 바란다. (...) 역사의 연구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라틴어 원전으로 된 『로마사』는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법학교나 대학에서 라틴어 수업을 위한 교재로 널리 쓰였다한다. 라틴어 특성상 문체가 간결하고 담백하다. 동양의 시각에서 보자면 능히 사마천의 『사기』에 필적할 만하다. 혹자는 정확도 면에서 『로마사』가 다른 역사서보다 뛰어난 것으로 본다. 가령 단테는 『신곡』 지옥편 28곡에서 "그르치지 않는 리비우스가 쓴 것과 같이"(『단테의 신곡』(상) 가톨릭출판사, 384쪽)라며 칭송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연암서가, 2016)에서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통해 16세기 부패로 쇠락하던 피렌체 공화국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을 도출하고자 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교황청, 피렌체, 밀라노, 제네바, 나폴리 등 5개국으로 쪼개져 합종연횡이 난무했다. 게다가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등 외세가 수시로 내정에 개입하던 외우내환의 시기였다.

 

마키아벨리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도시국가 피렌체가 다른 공국과의 경쟁과 외세의 개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있었다. 그는 『로마사』 10권까지 분석하면서 피렌체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비정한 권모술수, 약속 위반, 느닷없는 배신, 냉정한 기만, 신속한 폭력 등이 불가피하다고 설파했다.

 

독자에게 다행스런 점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종인 선생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도 맡았다는 점이다. 사실 『리비우스의 로마사 1』에는 주요 인물이나 용어 풀이가 없어 다소 읽어내기 불편하다.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 부록 편에 실린 63쪽 분량의 「용어·인명풀이」를 참고하면 좋다. 『로마사』에서도 옮긴이 주 형식으로 따로 설명하고 있으나 빈약한 감이 없잖아 있다.

 

추천사를 쓴 김덕수 서울대 교수는 독일 출신 역사학자 프리츠 M. 하이켈하임의 명저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번역, 소개한 로마사 전문가다.

 

능준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이종인 선생이 맡은 번역 솜씨 역시 깔끔하다. 별도로 선생이 덧붙인 리비우스의 로마사 해제와 작품 해설은 세밀히 살펴 읽어야 할 정도로 매우 알차다. 옮긴이의 번역뿐만 아니라 로마사 전문가다운 식견 덕분에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수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온새미로 전해졌다. 나는 봄날 그리운 임 보듯 마냥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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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혁명 -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거대한 기술
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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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록체인에 관해 국내에 나와 있는 책 중 단연 최고다! 내용도 번역도 매끄럽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책을 구매했다. 경쟁사의 악의적인 댓글(일부 쓴 이의 서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음)에 부디 속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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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근현대사 - 제국 지배에서 민족국가로
오승은 지음 / 책과함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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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런던대 슬라브·동유럽 대학에서 크로아티나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서유럽간 불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에서 동유럽 체제 이행, 포퓰리즘, 민족주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동유럽의 낙후된 이미지는 주로 서유럽이 주도하는 역사가들에 의해 조장돼 왔다고 말한다. 이에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에서 동유럽의 근현대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동유럽이 처한 현실을 내재적 원인 및 외부적 요소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동유럽과 한반도는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외세 개입과 식민 지배 등 역사적 질곡과 아픔을 우리와 비슷하게 겪어왔다는 것이다.

 

‘동유럽’ 이라는 말은 1731년 볼테르의 《샤를 12세의 역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동유럽을 묘사하는 독일어 ‘사이에 끼인 유럽(Zwischen Europa)’은 동유럽의 지정학적 의미를 잘 표현해 준다. 동유럽 인구의 다수는 슬라브족으로, 600여 년에 걸쳐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분기점을 따라 지금의 동유럽 지역에 이주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19년 베르사유 협정에 의해 동유럽에는 7개 신생 국가(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가 수립되었다. 이들 7개국은 1990년대 냉전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14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민족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는 7개국(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코소보)으로 쪼개졌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었다. 2004년 소비에트연방에서 탈퇴한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더해지면 동유럽은 모두 17개국이 된다. 동유럽은 다시 중동부 유럽과 발칸 유럽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발트해 3국을 제외한 동유럽 국가 14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동유럽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족과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의 다수는 슬라브족이나, 고대 이래 흉노족, 게르만족, 아바르족, 마자르족, 불가르족, 튀르크 족 등 수많은 종족이 침입해 지나갔거나 정착했다. 종교는 가톨릭과 기독교 정교, 이슬람교가 혼재되어 있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면서 동유럽은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오스만 제국은 1299년 아나톨리아에 수립한 작은 공국에서 출발해 15세기 이후 발간으로 세력을 확장했고, 16세기에는 중부 유럽, 서아시아, 캅카스,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803년 신성로마제국의 동쪽 전진기지에서 출발했다. 샤를마뉴 황제는 "아시아 야만인"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동쪽 변방에 ‘오스테리히’를 수립했다. 이어 12세기 도나우 강 유역으로 진출하면서 그곳에 이미 정차해 있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와 충돌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동진하면서 침공하자 중동부 국가들은 합스부르크 제국에 손을 내밀었고, 이는 제국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오스만 제국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던 빈을 두 차례 공략(1차 1593년, 2차 1683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 결과 합스부르크 제국은 헝가리와 체코(보헤미아) 그리고 크로아티나·루마니아의 일부를 복속시켰다(1699년 카를로비츠 조약).

 

한편 오스만 제국은 빈 공략의 실패 이후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제국은 농업 경제 중심이어서 침략 전쟁을 통해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채워왔던 터였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피지배국에게 가톨릭을 강요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강제이주 정책을 추진했다. 중동부 유럽은 가톨릭 중심이었던 데 반해, 발칸 유럽은 기독교 정교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슬람이 혼재되었다. 강제 이주의 경우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세르비아인들을 크로아티아 국경 지역으로 대량 이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동유럽의 종교 갈등과 민족 갈등의 불씨가 된다.

 

여기서 저자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동유럽 특히 발칸 유럽의 후진성은 ‘오스만 굴레’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이 주장은 서유럽에서 만들어진 이후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의 발로라는 것이다. 가령 헝가리는 오스만 제국보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더 오랫동안 받았으나,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더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 책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유럽의 역사에 관한 ‘공백’을 메꿔준다. 특히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 독일과 러시아 등 외세의 개입으로 근현대 들어 종교 갈등과 민족 갈등을 겪은 동유럽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유럽 근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일관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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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 파울리, 배타 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지음 / 계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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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강영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이던 1993년 LEP 가속기의 L3실험 그룹의 멤버가 되어 유럽원자핵연구소(CERN)에서 1년간 머물렀다. 1996년 힉스 입자를 비롯한 기본 입자 사이의 대칭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책에서 물리학자 파울리를 중심으로 배타 원리(Exclusion principle) 그리고 스핀(Spin)의 기본 개념과 양자역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스트리아 태생 미국인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는 1925년 원자이론에서 배타 원리(또는 파울리 원리)를 발표했다. 즉  한 원자 내에서 2개의 전자가 같은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공로로 194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

 

배타 원리가 나오면서 원자 속 전자 배치가 극적으로 규명되었다. 배타 원리에서 유추할 수 있었던 이론은 전자가 스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자가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전자는 스핀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질량이나 전하처럼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스핀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회전을 멈출 수 없고, 더 빨리 돌 수도 없다. 다만 벡터양이기 때문에 방향만 달라질 따름이다.

 

이제 전자는 “질량과 전하, 그리고 스핀을 갖고 있는 점 입자”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듯 전자에 대한 연구는 192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태동을 가져왔다.

 

스핀의 개념은 양자 역학에서 기본 용어중 하나다. 스핀 연구를 통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 자 이에 대해 정리해 보자.

 

자연계에는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전자기력, 중력, 약력 그리고 강력이다. 강한 상호작용(강력)은 양성자나 중성자들을 원자의 한가운데에 핵으로 모여 있게 하는 힘이다.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이다. 수소원자를 제외하고 모든 원소는 둘 이상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다. 전기적으로 +를 띤 양성자들이 어떻게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핵으로 뭉쳐 있을 수 있을까?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는 1935년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주고받는 새로운 입자, 파이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했다. 파이온은 1947년에 우주선을 이용한 실험에서 마침내 발견되었다. 그 공로로 유카와는 1949년에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편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들을 일컬어 ‘하드론’(강입자, hadron)이라고 한다. 양성자(proton)·중성자(neutron) 같은 중입자(baryon), 파이온(pion) 같은 중간자(meson) 등이 이에 속한다.

 

왼쪽부터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엔리코 페르미. 이들의 연구는 양자역학의 태동을 가져왔다. 

 

미국의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은 하드론을 구성하고 있는 안 층으로 ‘쿼크’(quark)를 제시했다. 1970년대  쿼크가 연달아 발견(현재 6종)되었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들도 검출되었다. 이 입자들은 쿼크를 묶고 있는 글루온(gluon)이다('글루온'이라는 이름은 풀을 뜻하는 glue에서 유래). 이로써 하드론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는 쿼크와 글루온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반해 약한 상호작용(약력)을 보이는 입자는 ‘렙톤’(경입자, lepton)이다. 렙톤에는 전자(electron)·전자 중성미자(electron neutrino),  뮤온(muon)·뮤온 중성미자(muon neutrino), 타우(tau)·타우 중성미자(tau neutrino) 등이 있다. 약력의 대표적인 보기는 핵분열이다. 92개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는 우라늄은 불안정하여 자발적으로 붕괴한다.

 

뮤온은 1936년 우주선 연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유카와가 1935년 예측한 파이온으로 오해되었다. 뮤온은 파이온의 붕괴로 만들어지는데, 파이온과 달리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지상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파이온이 발견된 것도 안데스 산맥 정상에 놓아둔 사진 건판을 통해서였다. 한편 뮤온은 한 개의 전자와 두 개의 중성미자로 붕괴한다.

 

여기서 뮤온의 등장이 중요한 이유는 힉스 입자의 발견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파이온과 뮤온의 차이점 중 하나는 스핀이다. 파이온에는 스핀이 없으나, 뮤온은 스핀을 갖고 있다.

 

뮤온은 파이온이 붕괴하면서 R뮤온과 L뮤온이 만들어진다. R뮤온(우선성)은 스핀의 방향이 운동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고, L뮤온은 정반대다. 파이온 붕괴시 확률적으로 보면 R뮤온과 L뮤온이 나올 가능성은 반반이어야 한다. 이처럼 R과 L의 동등성, 일명 거울 대칭을 ‘패리티(Parity)’라고 한다.

 

1957년 리언 레더먼(Leon M. Lederman)은 한 가지 중요한 실험을 했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뮤온에서도 과연 패리티가 적용될까? 결과는 놀라웠다! 뮤온이 모두 우선성(R뮤온)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거울을 볼 때 좌우가 바뀌는 것 외에 물리적 특성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레더먼의 실험 결과는 우리 세상과 거울에 비춰진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것이다.

 

힉스 입자의 예견 -1의 약전하를 띤 L뮤온은 0의 R뮤온과 약전하가 -1이고 스핀이 0인 힉스 입자로 전환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힉스 입자는 L뮤온과 같은 약전하를 가지고 있어야 약전하가 보존된다. 각 운동량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힉스 입자의 스핀이 0이어야 한다.

 

한편 정지해 있지 않은 뮤온은 자체 질량 덕분에 지그재그식으로 진동한다. 이것을 ‘카이럴리티 변환’(chirality change)이라고 한다. 뮤온은 L카이럴리티로 전환되었을 때 붕괴한다. 이때 전하는 -1이다. R카이럴리티의 전하는 0. 그런데 문제는 전하보존의 법칙이다.

 

전하는 사라지면 안 된다. -1의 전하를 받을 새로운 입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새로운 입자는 뮤온의 스핀 방향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스핀이 0이어야 한다. 리언 레더먼은 정확히 힉스 입자의 특성을 예견했다. 마침내 2012년 7월 4일 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 실험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

 

힉스 입자가 발견된 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가속기(LHC)

 

저자는 배타 원리와 힉스 입자의 발견까지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면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는 물리학을 연구하는 기쁨은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에 있다고 강조한다. 자연 현상의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론과 방정식 만큼 그 어떤 것도 아름다울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간 저자가 독자의 눈높이에서 입자물리와 양자역학을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과학저술의 꽃이 이 책을 통해 찬연히 피어났다.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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