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출신 앤드류 피어스는 1789년 런던에 이발소를 차렸다. 그는 얼굴 피부를 개선해줄 파우더, 크림 등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피어스가 만든 제품은 미백 효과 뿐만 아니라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인기가 많았다. 그는 1807년 세계 최초의 투명한 제형의 비누 ‘피어스 비누’(Pears’ Soap)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초기 피어스 비누는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상징했다. 비누 같은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명권과 그런 상품과 문화가 완전히 결핍된 비문명권이 재발명되어야 했다.

 

 

 

최근 ‘도브’(Dove)가 인종차별적으로 비춰지는 페이스북 광고를 실었다 소비자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를 표했다. 도브는 2011년에도 이와 유사한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도브의 전략은 피어스 비누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교묘한 방식으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비누’가 어떻게 백색 신화를 전파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설혜심 교수의 책에서 5장 ‘비누’ 편을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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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알파 : 리더를 깨우는 리더
대니엘 할런 지음, 김미란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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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언덕을 오른 후에야 오를 언덕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닐슨 만델라

 

저자 대니얼 할렌은 리더십 및 잠재력 향상 센터를 설립하여 개인과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최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돕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교육학과 정치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뉴알파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사회적 책임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인생의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 인생의 목적, 특히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대의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이야말로 영감을 주는 최고의 리더다. 저자는 이들을 뉴알파(New Alpha)’라고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참된 리더십이란 세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가는 능력을 말한다. 즉 타인들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칭찬하며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힘과 영향력을 세계의 이익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뉴알파 리더는 중요한 세 가지 영역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한다. 바로 탁월한 사람이 되는 법’, ‘탁월한 리더가 되는 법’, 탁월한 그룹이 되는 법이다.

 

사람들이 내게 함께 일해본 사람 가운데 누가 최고의 리더인지 물어볼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카고대 차터 스쿨의 사무총장 베스 내플턴Beth Napleton이다. 몇 년 전 비영리 교육봉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에서 함께 일했던 그녀는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감성 지수가 높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동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알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하나같이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었다. 본질적으로 베스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정립하고 그 비전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 한 사람이었다. (323)

저자 대니엘 할런 (Danielle Harlan)

 

저자는 책에서 뉴알파의 리더십 철학 그리고 뉴알파 리더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방법, 정보, 훈련법을 소개한다. 단순히 이론에 거치지 않고 실제 적용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시되어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탁월한 사람이 되는 법에서 행복하고 건전하고 높은 성과를 내며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기본 습관 양성에 초점을 두었다.

 

2탁월한 리더가 되는 법에서는 세상에 기여하는 고유한 재능과 능력의 산물인 개인적 리더십의 정체성을 알아본다. 3탁월한 그룹이 되는 법에서는 1부와 2부의 내용을 토대로 힘든 상황에서 타인을 효율적으로 리드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의 능력을 다루었다.

 

전통적 리더인 올드 알파성취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한다. 반면 새로운 리더인 뉴알파자기 충족감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그들에게 성공과 영향력이란 숭고한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생긴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부디 스스로 너그러워져라. 우리는 실패가 싫어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덫에 빠지기 쉬운데 그런 사람은 인생에서 재미와 의미를 절대 찾을 수 없다. 우리 앞에 놓인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성공의 결과를, 완벽한 이상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이 아닌 지속적인 배움과 진보라는 잣대로 가늠하라. 그리고 성취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해서도 칭찬하고,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대하듯 그렇게 자신을 대하라.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하면서 말이다.” - 412~413

 

저자는 뉴알파 리더십 프로그램 4종을 웹상에 공개했다. 국문판은 책세상 홈피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바로가기 : 뉴알파 리더십 프로그램 4종 (국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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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역사 -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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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현대인들은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소비는 생산보다도 더 밀접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생산과 노동을 점령하는 상황에서 소비는 머지않아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활동이 될지 모른다.

 

저자 연세대 설혜심 교수는 그간 역사책으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독자들과 대화를 시도해 왔다. 이번에는 근대 이후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호모 콘수무스로서의 소비하는 삶을 조망했다. 저자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상품은 물론, 약장수, 방문판매, 우편주문, 백화점, 쇼핑몰 같은 근대적 판매 방식과 공간 등 폭넓게 다룬다.

 

원래 원고는 네이버의 파워라이터 ON소비의 문화사라는 제목으로 20171월부터 8월까지 연재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을 위해 쉽게 풀어쓴 덕분에 흥미롭게 읽힌다.

 

화장하는 백인 여성을 지켜보는 아프리카 여인들

백인들은 비누를 비롯해 치약, 화장품 등을 이용해 몸을 씻고 이를 닦는 새로운 방식을 전파함으로써 자신들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아프리카인들에게 이식했다.

 

저자가 목적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진지한 학문적 주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둘째,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학이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의 내밀한 행위와 동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를 살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역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역사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욕망하다(굿즈), 유혹(세일즈), 소비하다(컨슈머), 확장하다(마켓), 거부하다(보이콧) 등 다섯 파트로 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구성은 소비라는 주제에 마케팅,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목시켜 논의를 풍부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사실 소비 시대는 저임금 노동과 산업혁명을 통한 대량 생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생산자와 자본가들은 일상 생활에서의 소비 혁명을 통해 사람들이 소비의 진정한 행복을 맛보게 했다. 19세기 후반에 급속히 성장한 기성복과 드레스 산업은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때로는 식민지나 먼 이국에서 들여오는 이색적인 물건들, 가령 향료, 상아나 도자기 등이 특별한 소비를 촉진하기도 했다. 피어스 비누 같이 백색 신화를 조장해 시장을 공략하는가 하면, 부티크 처럼 귀족이나 부유층의 여성을 공략해 사람들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특히 재봉틀의 발명은 소비 패턴과 인식에서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우선 방문판매와 할부방식이라는 마케팅을 선보여 불티나게 팔렸다. 다른 상품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소비를 더한층 촉진시켰다. 재봉틀의 보급은 그간 공장과 집이 공간적으로 분리대 있던 시대를 벗어나 여성들이 가사 노동에 얽매이는 단초가 되었다

 

Elizabeth Okie Paxton, 〈The Open Window〉, 1922, Museum of Fine Arts, Boston

여성들의 삶을 개선해줄 거라는 홍보와 함께 가정용 재봉틀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재봉틀은 여성적인 물건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백화점 진열대의 상품은 바로 눈앞에 놓여 있기 때문에 손에 넣고 싶다는 그릇된 욕망을 부추긴다. 의사들은 쇼핑 중독이나 병적 도벽 같은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근대 사회에서 건강한 사람이란 적절한 소비로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절대로 과도한 충동에 휘둘리지 않아야 했다. 인간의 몸 역시 제약 산업과 의료 시장에서 거대한 소비의 장이 돼버렸다.

 

1994년 실시된 한 연구에 의하면 평균 이상의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12% 정도 더 높은 소득을 올린다. 그런데 성형수술로 외모가 개선되어 수입이 증가하더라도 그 수준이 성형수술 비용을 충당할 만큼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성형은 투자라기보다는 본인의 즐거움을 위한 소비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띤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여성들의 유방 성형 수술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예로 든다. 가령 아르헨티나는 유방 확대를, 브라질은 유방 축소를 선호한다. 아르헨티나는 가슴이 큰 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반면, 브라질은 노예제가 유지되던 시절 풍만한 가슴은 육욕의 대상이자 식민적 종속의 상징물이었다. 오히려 브라질은 여성의 매력으로 엉덩이를 더 강조한다. 이처럼 소비에 대한 욕망은 그 나라의 문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

 

이제 소비는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생산, 고용, 수익 창출이 온전히 국경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19813월 도요타 차 박살내기처럼 불황과 금융 위기 마다 자국 상품 애용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경쟁력 없는 상품은 결국 설 자리를 잃기 마련이다. 한편 세계화와 더불어 소비자운동도 촉진되었다. 미국의 흑백 분리에 맞선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수동적인 돼지가 아닌 소비 행위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저자에 따르면 소비의 역사는 모호함 속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역사학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다. 이 책은 다양한 상품과 소비 주체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역관계를 보여주면서, 근대 이후 소비라는 주제를 통해 근·현대사를 개관한다. 이러한 읽기는 역사 현장에서 그간 소외되었던 주체를 발굴하고 복원해 냄으로써 다각적으로 조망하고 통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고의 힘을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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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1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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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트리스탄 굴리(Tristan Gooley)20년 경력의 영국출신 베테랑 탐험가다. 그는 5개 대륙에서 탐험대를 이끌었으며,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의 산을 여러 차레 등반했다. 작은 배로 바다를 건너기도 하고, 소형 항공기를 몰고 아프리카와 북극을 돌아보기도 했다. 혼자서 하늘과 뱃길로 대서양을 횡단한 기록을 유일하게 갖고 있다.

 

굴리는 알랭 드 보통이 운영하는 인생 학교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법으로 강의도 한다. 그에 따르면 자연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고유의 연결망 속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탐사와 산책으로 알아낸 수백 가지의 자연 현상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집필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은 저자의 만만치 않은 내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특별한 장비나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신호와 단서를 포착하여 가야 할 방향을 알아내고, 이정표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추측한다.

 

가령 나무뿌리의 곡선이 나침반 역할을 하거나, 바위의 색깔이 야간 산책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을 알려준다. 귀뚜라미는 13에서 1초에 한 번 정도 울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더 빨리 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동네 주변이나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을 산책할 때 활용하는 기초 정보를 설명한다. , 나무, ·식물, 이끼와 버섯, 바위와 야생화, 하늘, , 해와 달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 어디서나 세심하게 관찰하면 흥미진진한 지식을 가득 쌓을 수 있다.

 

두 번째, 보르네오 제도 깊은 곳에서 자연 속의 단서만 의존해서 살아가는 다약(Dayak) 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약 족은 보르네오에 살고 있는 200여 부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다약 족의 남다른 지혜와 우림 생활 이야기는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호기심을 자아낸다.

 

저자 트리스탄 굴리(Tristan Gooley)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의 개념 중 하나는 1751년 린네가 처음 제안한 꽃시계. 하루 동안 봉우리를 열었다가 오므리는 꽃의 모양을 보고 시간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발아래, 별이 빛나는 하늘 위에는 그보다 더 특이한 것들이 많이 있다.

 

가령 페르세우스자리에 있는 별 알골은 이틀 반마다 정확히 네 시간 반씩 밝기가 굉장히 어두워진다. 버뮤다 파이어웜은 해안 근처의 진흙 아래 살다가 여름에 한 달에 한 번씩 빠져나와 빛의 쇼를 펼친다. 보름달 사흘 후, 해가 지고 57분 뒤에 생물발광을 일으킨다. 시간상으로 이들이 해와 달, 그리고 조수의 리듬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듯 저자는 날씨 예측, 흔적 추적, 자연·해변과 도심 산책 등 수십 가지 분야에서 자연의 단서와 신호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들려준다. 그는 물에도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강과 바다에서 단서를 추측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도 집필한 바 있다.

 

한편 부록에는 산책자에게 더없이 유용한 팁이 두 가지 소개돼 있다. 하나는 도구 없이 간단하게 거리, 높이와 각도를 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별이나 달을 이용하여 남쪽을 찾는 법이다.

 

독자가 이 책을 벗 삼아 길을 나선다면 자연과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지원 씨가 맡은 번역도 수려하다. 저자의 노하우가 깃든 한 단어, 한 문장도 놓칠세라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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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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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평론가 샤를 단치는 위대한 고전은 매번 새롭게 읽어야 한다고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역시 이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 대작을 완독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작품에 숨겨놓은 코드를 읽어내기는 더욱 어렵다. 혹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관심있는 독자라면 좋은 참고가 될 만한 길잡이 책이 나왔다.

2013년 여름 프랑스 라디오 앵테르 방송에서 8명의 프루스트 전문가들이 각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는 로라 엘 마키. 그녀는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2009년 앵테르에 입사했다.

로라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문학의 정세를 일변시킨 경이로운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독자 각자는 소설을 통해 공상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기쁨과 두려움을 알아차릴 수 있고, 심지어는 몇 가지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전기 작가,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프루스트 전문가 8명이 하나씩 주제를 맡았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만 해도 시간, 등장인물, 사교계, 사랑, 상상의 세계, 장소, 철학자들 그리고 예술 등 다양하다.

 

외젠 부댕은 프랑스 항구마을 옹플뢰르에서 태어나 바다를 가까이 보고 자랐다. 그의 작품은 모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트루빌 해변>(1863)은 프루스트가 추구했던 감각과 인식 그리고 감정의 혼합을 잘 보여준다.

18살 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는 앙투안 콩파뇽은 프루스트의 소설에 과감히 뛰어들어 진정으로 끝까지 읽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인생의 대원리를 일깨워준다. 처음 30페이지를 넘기기만 하면 그 다음을 읽어낼 수 있단다.

아드리앵 괴츠는 프루스트를 읽는 것은 완전히 쓸모없고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어떤 짓을 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옮긴이 길혜연 씨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독서가 거의 모든 것을 향하고 있는 엄청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평한다.

프루스트는 원고를 끝낸 후 셀레스트 알바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젠 죽을 수 있겠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째 권이 1913년 출판된 이래 마지막 권은 사후인 1927년에 나왔다. 프루스트는 19221128일 쉰하나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셀레스트는 프루스트가 세상을 뜰 때까지 10년간 곁에서 간호하고, 시중들었다. 그녀는 프루스트 사후 50년간 침묵을 지키다 여든두 살(1973) 때 프루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대필 작가 조르주 벨몽에게 구술했다. 한국에서는 《나의 프루스트 씨》(Monsieur Proust)의 제목으로 번역됐다. 독일 감독 퍼시 아들론은 구술을 토대로 영화 〈셀레스트〉(Céleste, 1982)를 만들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프루스트는 초상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와 곤충학자의 면모를 지니기도 했다. 또한 스완, 게르망트 공작부인, 알베르틴, 생루 그리고 샤를뤼스 같은 등장인물들은 당시 실존했던 인물이 모델이었다. 특히 라셸의 실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 루이자 드 모르낭은 프루스트와 잠시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책에는 실존 인물들의 사진이 나와 있다. 사진으로 그 인물의 외형적 특징 등을 어느 정도 알아낼수 있으므로 소설 속 인물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간 완독할 기회를 놓쳤던 독자라면 다시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을 길삼아 나선다면 한결 희망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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