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만큼 자란다 -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 꿈 / 비전 편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1
조영탁 지음 / 행복에너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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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스로가 성취하고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성장한다. 만약 자신이 되고자 하는 기준을 낮게 잡으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만약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높게 잡으면, 그 사람은 위대한 존재로 성장할 것이다. 일반 사람이 하는 보통의 노력만으로도 말이다. -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일본의 '코이'라는 관상어는 어항에서는 5cm, 수족관에서는 25cm, 강물에서는 1m까지 자란다고 한다고 한다. 처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것. 저자는 우리도 자신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갖는 꿈의 크기에 따라 5점, 25점, 100점짜리 인생을 살 수 있고, 그만큼 자라난다고 주장한다.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2003년 가을부터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라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명사들의 일갈이나 동서고금의 명문들을 추리고, 거기에 자신의 견해나 명상을 더해 근 10년 동안 지속해 왔다. 이 책은 그간 조영탁 대표의 경영과 마음가짐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한 금언(金言)을 정리한 것이다.

근데 그는 기왕에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묶어 내면서 시리즈 3권을 완결했다. 이 책은 '꿈/비전' 편인데, 이 책 말고도 '긍정' 편의《긍정하면 마술이 시작된다》, '도전' 편의《지금 당장 시작하라》등 2권을 더 냈다.

아마도 저자는 그간 경영 현장에서 체득하고 깨우친 내용을 다산의 수사차록(隨思箚錄) 마냥 정리하고 숙성(?)시켜 두었다 이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아닐까 한다. 내게 도움 되는 명문이 많아 말 그대로 '촌척할인(寸尺活人)' 혹은 일침(一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꿈’은 무엇일까? ‘꿈 PD’ 채인영 박사는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은 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일, 기뻐서 가슴이 뛰는 일, 내가 살아있는 이유라고 느껴지는 일, 그것을 이룬 사람을 보면 무척 부럽고 때론 질투까지 느껴지는 일, 바로 그것이 꿈이다."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다. 말보다는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 우호적 환경이 아니라 내면의 확신에서 힘을 얻는 사람, 가는 길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전진하는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전구도, 비행기도, 컴퓨터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곧잘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비결을 알려 달라고 나에게 청한다. 두 사람이 구멍가게처럼 시작한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런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행운도 따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비전이었다. - 빌 게이츠

추격자의 경우에는 속도를 높여 일등을 따라 잡아야 하지만, 선도자 역할을 수행할 때는 빨리 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이는 자신들의 꿈과 비전 못지않게 그 꿈과 비전이 어디로 향하는 지도 중요하지 싶다.

필립 코틀러는 회사 경영을 통해 얻는 제1의 지혜는 마케팅이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있는 고객을 찾아내고 유지하고 키워 나가는 과학과 예술'이라고 했다 이익 추구 대신 타인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서 진정한 성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이 성공하는 것 보다 타인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버는 돈이 내 돈이 아니라, 내가 쓰는 돈이 내 돈이다. 남을 위해 고객을 위해 사회를 위해 가치를 부여하고, 아낌없이 헌신할 때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 온다는 것. 중국 속담에도 “평생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고 했다.

정영석 넥슨 카트라이너 개발실장은 게임을 개발할 때 “돈이 목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목표가 돼야한다”고 고백한다.

꿈이 있는 사람은 인생을 즐긴다. 어려움이 닥쳐도 기꺼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꿈이 없는 사람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남에게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 삶이 무미건조하다면 꿈을 리모델링할 때가 된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의 크기다. 꿈의 크기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성과물의 결과도 달라지는 법이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세운 비전과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리고 리더가 낮은 비전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가 된 회사를 본 적이 없다.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창조바이러스 H2C’에서

브라이언 트레이시도 "성공적인 모든 사람들은 가슴 속에 큰 꿈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도록 운명이 결정된다."고 했다.

사람은 꿈의 크기 만큼 성장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회의적 시각 때문에, 혹은 비전을 달성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역경과 고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 꿈과 비전을 실현가능한 크기로 줄여나가면서 현실에 적응한다.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 산은 높을수록, 오르기 힘들수록 매력적인 것이 된다.

오늘도 나는 내 꿈을 쫓아 열심히 뛰려 한다. 단, 나 홀로가 아닌 가능하면 우리 함께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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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 -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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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모방(biomimicry)’이라고 하는 용어는 재닌 베니어스가 1997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베니어스가 쓴《생체 모방》은 국내에 번역,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이라면 참고하시라.

자연의 기능과, 형태, 운동을 본딴 생체 모방은 현재 의료, 군사,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황금시대》의 저자 제이 하먼은 이러한 생체 모방에 착안해서 무언가를 발명하고, 특허를 내고, 벤처 기업을 일군 경영자다. 그에게는 자본이 하나도 없었지만, 단지 예리한 관찰력으로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어쩌면 생체 모방은 아이디어의 보고가 아닐까? 그래서 하먼에게는 생체 모방이 '황금어장'이요,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바로 '황금시대'다. 새로운 노다지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하먼의 독특한 관점과 창의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생체 모방에 관한 전문가도 좋고, 단지 관심이 있는 독자여도 이 책을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혹시 이 책을 펼친 순간 고개를 갸웃한다면, 이인식의《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를 먼저 보실 것을 권한다.

내가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나선의 기하학이었다. 하먼은 묻는 다. "두 점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는 무엇일까?" "당연히 직선거리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유체나 에너지나 물건을 두 점 사이에 있는 유체를 통과해 이동시킬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역시 직선거리일까?"

하지만 수십 억 년의 진화를 거친 자연은 직선거리를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가령 욕조 배수구 위에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보라. 우리 몸의 DNA는 이중 나선 구조로 되어 있다. 유전자 정보를 재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가 직선이 아닌 나선이다. 흔히 사람이 사막에 길을 잃으면 나선 궤도를 그린다고 한다. 우주 행성도 사실은 케플러가 증명한 타원형(언젠가는 그 자신과 만나는 닫힌 곡선으로서의)이 아니라 풀리는 스프링처럼 나선형이다. 침식 패턴을 봐도 그렇다. 세계의 모든 강들은 구불구불한 나선 패턴을 보인다.

좋다! 자연의 가장 효율적인 이동 형태가 나선형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을까? 하먼은 팬과 프로펠러를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트 추진 장치나 믹서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오호! 나는 의자를 바싹 당겨 몰두하면서 읽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본문에 삽입된 사진이 흑백이라는 점이다. 생체 모방은 자연의 색채와 색감도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에 사진만이라도 컬러로 실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먼은 생체 모방의 최신 동향에 대해서는 '애스크네이처(asknature.org)'를 추천한다. 
사실 이 웹사이트의 원류는 재닌 베니어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2006년에 만든 바이오미미크리 인스티튜트(Biomimicry Institute)다. 이 연구소는 강연을 통해 수백 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수백 명의 생물학자, 디자이너, 사업가들을 교육해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생체모방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애스크네이처'는 2008년 이 연구소에서 만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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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0-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합니다 ^^
 
여덟 살 때 잠자리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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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파주의 서술은 거침없다. 그의 입체적이고 독특한 문장은 독자들은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방관자로 이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피오가 여덟 살 때 본 잠자리는 그녀의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모티브다.

피오는 여덟 살이 되었다. 숲의 나무 아래로 폭풍우가 요란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새들이 피난처가 될 만한 하늘 모퉁이를 날개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그날의 오후는 이제껏 피오가 알아왔던 오후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청동기 시대 때 사라져버린 오후인 듯 했다. 하늘은 적갈색이었고, 구름은 황갈색이었으며, 부드러운 공기는 반짝거려 마치 어린 소녀의 머리카락과 섞이기도 하는 것 같았다. 피오는 마메 할머니의 캠핑카 앞에 있는 공터에 몇 해 전부터 버려져 있던 재규어 소버린 자동차에서 뜯어낸 시트 위에 앉아 있었다. 비바람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붉은색 가죽에서는 썩는 냄새가 풍겼다.

또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피오는 자신이 하늘이나 나무와 같은 종류에 속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폭풍우가 마치 자신에게서도 생겨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섬광으로 전기를 띠게 되었고, 아무런 의심 없이 폭풍우에 동참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진회색의 거대한 구름처럼 말이다. 그녀가 부드럽지만 빠른 비를 이 세상에 내리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기분 좋은 격정을 가득 차, 그녀는 자동차 시트에서 일어났고, 어린 소녀의 감정을 쏟아내려고 팔을 뒤로 쭉 젖혔다.

이 때 잠자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잠자리는 놀란 다른 동물들처럼 움직이지 않고 피오의 손에 내려앉았다. 추위로 떨리던 그녀의 자그마한 손에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잠자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곧이어 그 곤충의 머리 위로 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고, 곤충의 가느다란 발은 더 쇠약해져갔다. 떨어진 빗방울은 날개까지 휘게 했다. 바로 그 순간 마메 할머니가 캠핑카의 문을 열고 피오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날은 아주 어두워졌고, 번개가 하늘을 수놓고 있었으며, 몇 초 후에는 천둥소리도 뒤따라 울려 퍼졌다. 이때 소녀는 자신의 초록색 스웨터와 빨간 머리카락이 물 때문에 빛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런 폭우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반짝거렸고, 빗방울의 작은 알갱이는 잠자리의 초록색과 파란색을 뒤덮었다. 피오는 일어나서 이 곤충을 살리기 위해 캠핑카를 향해 달려갔다. 자신의 잠자리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죄어왔다.

그런데 캠핑카에 거의 도착한 그 순간, 무언가 손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자리가 발을 구부렸다가 하늘을 향해 자신을 내던졌던 것이다. 피오는 진창에 서서, 머리카락이 얼굴에 뒤엉킨 채로 잠자리가 빗방울 사이를 넘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잠자리는 날아오르고, 또 날아올랐다. 번개가 쳤다. 물론 이 어린 소녀에게서 나온 번개가 아니라 하늘에서 친 번개였다. 피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잠자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190~192쪽)


피오는 여섯 살 때 부모를 여의었고, 아홉 살 때 마메 할머니도 떠나보냈다. 그녀는 아마도 외롭고 적막한 마음을 그 잠자리에 어린 추억을 통해 달래 왔을 것이다. 사실 할머니에게도 비슷한 추억이 있었다. "높이 자란 풀밭에서 나란히 달리는 하얀 강아지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같은.

내가 보기에 절망적일 것만 같은 피오의 인생인데도 그녀는 그리 낙관적이지도 그리 비관적이지도 않다. 그녀는 부모님이 피웠던 것과 같은 담배를 인공호흡기를 통해 태운다. 그것은 그녀가 부모님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추억 중 하나였다.

바로 그녀가 아홉 살 때 캠핑카가 불타면서 부모님의 사진과 모든 추억이 몽땅 사라졌고 할머니도 잃었다. 피오는 그 담배 연기 속에서 자신의 과거 단편들과 잔해들을 떠올린다. 포퓰러 담배 향이 어린 시절의 세계로 그녀를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마지막도 이 담배 연기와 함께 한다.

피오는 여덟 살 때 본 그 잠자리를 지켜 나간다.
피오가 조라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간 어느 날이었다. 조라는 곤충 잡는 에어로졸을 들고 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모든 곤충을 죽여버린다. 이어 조라가 주변을 맴돌고 있던 청실잠자리를 죽이려 하자, 피오가 손으로 에어로졸 입구를 막았다.

"그건 잠자리잖아."
"너 미쳤니. 도대체 뭐야? 넌 이 괴물의 공격을 받도록 내가 나를 방치할 거라고 생각해?"
"제발 부탁인데 죽이지 마."

피오와 조라는 서로 잘 맞는다. 조라는 냉소적이며 반사회적이고 신랄했지만, 피오와 함께 할 때만큼은 들판에 핀 연약한 꽃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본 유전자연구소에 침투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피오는 그녀의 시신을 수습해 들여온다. 피오는 유일한 친구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혼자? 아참, 고양이 펠랑이 있었지.

사실 피오는 범죄자다. 열여덟 살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는 독특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인간의 부도덕성에 주목하여 신문에서 오려낸 단어를 사용하여 익명의 편지를 만들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 특히 고위층을 겨냥하며 마구잡이로 보냈다. 인사에게 무작위로 익명의 협박 편지를 보내 돈을 뜯어낸다. "우리는 당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돈을 지불할 시간을 일주일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피오는 잡히지 않는다. 이는 또다른 부조리다.

피오는 협박 편지를 보내고 난 뒤, 돈봉투를 가져오는지 지켜보기 위해 숲속에서 숨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협박 편지를 보냈던 앙브로즈 아베르콩브리에게 들킨다. 예술계의 전설이자 거장이었던 그는 피오 그림을 단박에 알아본다. 그녀는 앙브로즈의 제안에 따라 그림을 그에게 팔게 되면서 그를 통해 화단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 때 파주의 날선 예술관이 요소요소에서 드러난다.

예술가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예술가는 그런 고상한 비탄에 관해서는 무능하다. 왜냐하면 선량한 양심, 다리가 마비된 어린 돼지를 죽이는 호랑이보다 확실하게 예술을 죽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가니까, 예술가란 자기 자신의 상중에 있다는 것일까? (159쪽)


게리네 에스크리방의 입을 빌어 "사회란 예술을 질투하기에, 예술은 사회 내부의 적이기에, 사회는 최상의 요소를 빼앗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전위 예술이란 "이단이 기준이 되어버리는 희극"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너무 독창적인 관점이지 않은가! 하지만 톡톡 튀는 파주식의 묘사는 지천으로 널렸다. 마치 개울가에서 이쁜 조약돌을 줍는 것 같은 감칠맛 나는 문장들.

존재하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죽이는 셈이 되는 사람이 있다. 때로 어떤 사람에게 살아 있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조류도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연 과학자들이 발표하지 않는 한, 새는 자기가 날고 있는 줄 모른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튼 그림이 비싸게 팔리면서 피오의 생활은 달라진다. 그런데 이 묘사가 또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그녀가 하는 말은 다른 사람의 관심이라는 수액의 영양분을 받게 되었다. (중략) 놀라운 일이었지만 피오는 자신의 운명이 새롭게 바뀜으로써 초래되는 변화에 있어, 육체적인 면이 심리적인 면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보다 더 행복하지도 더 불행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이젠 지구의 인력이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254쪽)

내가 보기에 피오의 삶은 부조리 그 자체다. 그런 그녀가 "몇 년 동안 살아남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진리를 선택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여덟 살 때 잠자리"라는 그 특별한 비밀을 통해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삼은. 이해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작가의 예리한 눈으로 들여다보는 우리 세상은 어쩌면 그 사소한 어릴 적 감성 만으로 힘든 우리 인생을 버텨내는, 삶의 본보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싶다. 근데 난 여덟 살 때 무엇을 보았나?

 

어쨌든, 나도 즐렘즐렘(gelem gelem)을 찾아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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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 시즌2 스티커!

 

전 아들 침대 옆 독서등에 붙였어요. 아들은 자기 전 꼬옥 30분~1시간 정도 책을 읽고 자거든요. 그래서 침대 머리맡에 등을 달아 놓았었죠.

 

스티커도 넘 이쁘고 크기도 따악 맞아서 등에 붙였답니다. 어때요? 운치 있지 않아요~ ^^

 

아들: "어, 저게 무슨 뜻이에요?"

아빠: "응, '책을 읽지 않으면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하고 묻는 거야!"

아들: "아하~ 난 책을 더 읽어야징~!"

  

뜻하지 않게 소기의 목적(?)을 거둔 보람이 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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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시즌1·2 카드 6종 전체를 앞면, 뒤면으로 묶어 봤어요. 넘 이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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