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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
밀턴 마이어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11월
평점 :
밀턴 마이어(Milton S. Mayer, 1908~1986)는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는 언론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고,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으며,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유대인 가문의 출신답게 나치와 관련된 이슈를 파헤치기도 했다. 이 책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They Thought They Were Free: The Germans, 1933-45)는 1955년에 나왔다. 그의 대표적인 역작이다.
다양한 경력을 쌓는 동안 그의 관심은 줄곧 비합리적 이성에 대한 저널리즘이었다. 가령 196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 열풍이 불 때 국무부는 '충성 맹세'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고, 마이어는 이를 거부했다. 이는 나치가 지난 1930년대 독일인에게 강요했던 노예적 선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만약 1935년에 선서를 거부했더라면, 그건 결국 독일 전역에서 저와 같은 사람 수 천 수 만 명이 선서를 거부했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이들의 거부는 결국 수 백만 명의 마음을 움직였을거에요. 그랬다면 정권은 전복되었을지도 모르고, 최소한 애초에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223쪽
마침내 1945년 4월 30일. 히틀러는 벙커에서 에바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쳤다. 이어 찾아온 해방구. 마이어가 보기에는 더 이상 나치도, 비나치도, 나치 반대자도 없었다. 단지 실제 천년 제국의 박살난 돌조각 밑에서 기어 나온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나치에 충성을 맹세하고, 지지한 결과가 이처럼 비참했다.

우리는 흔히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제2차 대전의 주요 전범은 히틀러와 그 소수의 추종자라고 생각한다. 당시 독일인구는 약 7천만 명. 저자는 히틀러와 나치 당원 백만 명이 저지른 전횡은 나머지 절대다수의 암묵적 동의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즉 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공범자라고 봐야 한다는 것.
당시 대다수 독일인들은 히틀러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나치 정권의 정책을 지지하였으며, 반유대주의와 반러시아에 근거한 선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비극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나치의 예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파시즘이나 독재의 대두는 민족주의와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에서 이를 비판하거나 극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다수에게서 이 경우 언론이나 정치에서 매도당하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버리기 때문에 인간성의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적 교훈을 다시 짚어 보는 것은 유사한 사례가 도래하지 않도록 예견하고 미리 방지하는 데 있다. 비록 한때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자유 의지를 포기할 수 없겠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은 초판이 나온 지 6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한국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