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사 편력 1 - 고대에서 근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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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교수 처럼 무언가에 홀딱 빠져서 인생을 보낸다면 참 멋지지 않을까? 내게 박 교수가 그렇다. 그는 서양사, 특히 밀턴에 푹 빠진 위인이다.

 

게다가 윌리엄 L. 랭어 등이 엮은 방대한 에세이집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2001),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2004)도 홀로 번역했다고 하니학문적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히유~

 

그간 《번역은 반역인가》(2006), 《밀턴 평전》(2008) 등의 저서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2011),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상)》(2014)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냈다. 이번에는‘나를 깨우는’ 서양사의 장면들, 아홉넷의 에피소드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1권은 고대, 중세, 근대 1부로 되어 있고, 2권은 근대 2부와 현대의 시대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권 말미에 밀턴에 관한 에세이 5편이 추가되어 전체적으로 총 99편의 타이틀이 실렸다.

 

1권의 대미는 영국 근대화의 엔지니어 브루넬에 대한 이야기다. 브루넬은 세계 최초로 철교를 설계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또 대서양을 횡단하는 거대한 증기선을 제작하고, 런던에서 브리스톨까지 철도도 놓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하나.

 

책에는 이외에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많다. 담배씨로 뒤웅박을 파듯 언제 그 디테일을 다 챙겼나 싶다. 독자로서 반갑기 그지 없다. 이 책 끼고 읽다 보면 마누라가 불러도 아이가 졸라도 모른다. 아니 같이 보자고 채근하거나, 아이 머리맡에서 신나게 들려줄지 모르겠다.

 

어느새 날밤 새서 눈을 비비다 보면 뭔가 머릿속에 반짝하는 번뜩임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역사는 끊임없이 해석되고 반추되기 마련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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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코믹 - 뇌신경 그래픽 탐험기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2
하나 로스 지음, 김소정 옮김, 마테오 파리넬라 그림, 정재승 감수 / 푸른지식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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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 우스개 삼아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겠다.

 

"난 너무 복잡해서 나 자신을 나도 잘 몰라." 훗~ 하지만 뇌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그래픽과 만화 형식을 빌어 주인공 남녀가 뉴런를 탐색하는 모험담으로 꾸며져 있다. 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겠다 싶다.

 

뇌에 대한 연구는 노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가령 치매나 파킨슨 병 등 나이들면서 더욱 빈발하는 노인성 뇌 질환은 노인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뇌연구소를 세워 많은 인력과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 뇌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뇌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인 나로서도 무척 호기심이 가는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이 뉴런의 숲에서 길을 헤매며 뇌 속의 다양한 영역을 지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레 뇌의 각 영역이 담당하는 역할을 배울 수 있다.

 

가령 신경전달물질을 방해하는 괴물과 축삭돌기 실험체가 되어 복수 하는 거대한 오징어, 기록을 관리하는 해마 등 뇌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어려운 내용을 위트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두 가지 재주를 함께 지닌 하나 로스는 신경과학자이자 일러트스레이터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재미지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현재 과학의 필수 역량이 아닐까? 일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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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사업, 인생 -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세 가지 이야기
스기모토 히로유키 지음, 동소현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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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20대 초반의 나이에 자신만의 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한순간에 와르르. 바트, 남보란 듯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남자. 그 주인공은 스기모토 히로유키. 오늘은 그이에 관한 이야기다.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세 가지, 돈, 사업, 인생. 왜 여자가 빠졌을까? 돈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자신의 꿈을 좇는 인생을 거머쥔다면 여자는 저절로 따라온다? :)

 

스기모토는 스무 살 때까지 한국 국적을 가졌던 한국계다. 외할아버지는 한국인이었고, 어머니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무사 혈통을 지닌 순수한 일본인이었다고. 자신의 본적을 추적하다 혈통의 내막을 알면서 일본 국적으로 바꾸었다.

 

그의 아내도 한국인이란다. 뭐 그렇다고 본문에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없다. 아마도 그는 일본에서 나고 일본에서 자랐으니, 온전히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한 모양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세상에 거칠 것 없이 하이 킥을 날리는,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단단한 사내가 있다면? 게중에 한 명이 바로 스기모토다.

 

그는 사회에 나와 부동산관련 회사에서 일하다가 자신이 그쪽으로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스무네 살 되던 2001년 ‘에스그랜트 코퍼레이션’이라는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한다. 첫 사업은 원룸아파트임대업. 남다른 감각과 저돌적인 배팅으로 승승장구한다. 2005년 1월 나고야증권거래소 센트렉스에 상장하면서 도쿄증권거래소 2부를 거쳐 1부까지 진출한다.

 

당시 일본 부동산의 거품이 정점에서 빠지고 있을 때였다. 게다가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몰아치기 직전이었으니. 스키모토의 스타일은 정면돌파 쪽이다. 그는 쓰나미 직전까지도 거침없는 투자로 승부수를 띄운다. 사업이 어디 맘대로만 되던가.

 

2009년 에스그랜트 코퍼레이션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청산형 민사재생 신청을 한다. 청산 절차를 밟던 와중에 경기가 더디지만 완만하게 회복되기 시작한다. 운도 따랐다. 묶여 있던 부동산이 하나둘 처분되면서 채무 전부를 조기 상환할 수 있었다.

 

스키모토는 성공의 절정을 맛보고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재기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치기어린 20대의 배짱이 불황의 위기 속에서 시련을 맞았다. 30대에 사업의 의미를 알기 시작하면서 인생 행보가 조심스러워졌다.

 

이제 곧 마흔 줄에 접어든다. 그가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에서 크게 깨우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겸손과 감사다. 그는 책 말미의 ‘감사의 말’에 자신이 힘들었을 때 지지하고 도와준 은인들의 이름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빼곡이 채운다. 분량이 무려 두 쪽이나 된다.

 

책에 저자의 영업 비밀(?)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사업 과정에서 변곡이 찾아든 시점과 그 여파,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언급된다. 이 역시 '겸손'의 자세는 아닌지 헤아려진다.

 

나는 저자의 치열한 인생 체험을 들여다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인생은 쓰라린 경험을 한 만큼 더 단단해진다.’는 것.

 

한편 스키모토 사장이 시련을 이겨내고 체득한 ‘행동지침’(276쪽)은 내게 큰 울림이 있었기에 소개하고 마친다.

 

1. 평소에 절약을 생활화하면 경비절감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2.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3. 수입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물건은 그저 쓸모없는 짐일 뿐이다.

4. 사람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5. 중장기적인 시야에 입각한 인재 양성이 자산관리보다 더 중요하다.

 

6. 상황이 비관적이면서 경기가 나쁠 때는 공격을, 상황이 낙관적이면서 경기가 좋을 때는 수비를 해야 한다.

7.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목적은 곧 이념이다. 그 후에 목표 즉 결과가 있다.

8. 중심축을 흔들지 않는다. 중심축은 모든 발전의 토대가 된다.

9. 차입은 자기자본금 범위 내로 한정할 것. 실력 이상의 채무는 멸망을 가져온다.

10. 성공한 사람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과 감사하는 마음이다.

 

11. 타인과 비교하지 마라. 허세와 허영심은 경계해야만 한다.

12. 직원들의 눈높이와 고객의 눈높이를 항상 잊지 마라.

13. 자문자답을 생활화하라.

14. 부끄러운 행동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마라.

15. 분한 마음이 든다면 두 배, 세 배로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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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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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한 해제(《21세기 자본》 별책 부록으로 제공)를 쓴 이정우 교수는 피케티가 수학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초등학교 산수 수준의 식이 딱 3개 썼을 뿐이라며 앨프리드 마셜과 대비시킨다. 마셜은 수학자에 버금가는 수학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경제학 원리》에는 간단한 수학이 조금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장하준 교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펴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봐도 수학이 나오지 않는다. 장 교수는 그 이유를 유추할만한 단서를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다.

 

정보 과다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 개발되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좋게 말하면 매우 부족한 정도였고 최악의 경우에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잘못된 안정감만 안겨 준 것으로 드러났다.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294쪽

 

이정우 교수는 피케티의 책이 한국 경제학계에 끼친 영향을 일컬어 ‘피케티 현상’이라 칭한다. 그간 추상적인 분석에 능하고 세상일에는 초연한 한국 경제학계에 크게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우리 학자들이 하는 일은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수학에 더 가깝다고 지적한다.

 

가령 국내에 소개된 경제학에 관한 책들만 보더라도 거의 번역 일색이다. 국내에서 교재나 교양서 수준 말고 피케티나 장하준 같은 깊이 있는 읽을거리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아쉽고 또 아쉽다.

 

《21세기 자본》은 결코 읽기에 어렵지 않다. 피케티는 부와 소득의 역사적인 동학(무려 300년에 걸친)을 이해하기 위해 15년(1998~2013)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피케티는 3박자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과히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열정으로 파고든 방대한 연구성과, 인문학적 소양 그리고 글쓰는 역량까지. 이론적인 설명도 쉽지만, 숫자와 도표가 적절히 따라오니 이해도 잘 된다.

 

 

책의 분량을 보면 주(註)를 빼고 정확히 700쪽이다. 피케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량에 비하면 오히려 단순명쾌하다. 그에 따르면 지난 300년 동안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점점 커져 왔다. 다만 20세기 중반 잠시 불평등이 감소했던 적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본문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하므로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자.

 

쿠즈네츠는 미국 단일 국가의 35년(1913~1948)간 분석한 결과,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불평등이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감소한다”(역U자)는 이론(쿠즈네츠 가설)을 발표했다(1955).

 

피케티는 이를 “1930년대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촉발한 충격이 겹친 데 따른 것”(23쪽)이라고 해석한다. 피케티에 따르면 쿠즈네츠 가설은 1910년에서 1950년 사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들어맞았고, 특히 프랑스의 경우 1945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영광의 30년’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론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전쟁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정책들이 불러온 결과”(32쪽)라는 것. 1980년대 대처주의와 레이거노믹스가 등장하면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점점 심해져 지금까지 U자형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피케티는 쿠즈네츠가 저지른 오류를 피하기 위해 300년의 자료를 추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세가 도입된 시기는 19세기 후반 무렵이었으니, 소득관련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하고도 지난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피케티가 제시하는 수많은 숫자와 통계는 그 자체 값진 것이기도 하겠지만, 자신(혹은 동료)만이 다룰 수 있는 램프의 요정과도 같은 것이다. 가령 일부 보수층에서 피케티 이론에 반론을 제기했다가 실증에서 밀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피케티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그는 부와 소득 측면에서 각각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누진적인 소득세’의 도입과 발전(589쪽)이다. 피케티는 최적최고세율로 80퍼센트를 제시한다(614쪽). 물론 이 최고세율은 연간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의 소득(상위 0.5~1.0퍼센트)에 대해서 적용된다. 그는 이렇게 부과해도 경제성장을 둔화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무익한 행위를 합리적으로 억제하고 실제로 성장의 과실을 더욱 널리 분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도입(617쪽)하는 것이다. 여기서 부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부동산, 자본, 특허권, 금융자산 등)을 말한다. 한 나라에서 과세하면 부는 다른 나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통으로 같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피케티의 제안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결단을 전제로 한다. 나라별로 상이한 경제 수준과 상황을 조율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거대 금융 자본이 이에 협력할리도 만무하다.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방기할 수 없는 학자의 책무이기도 하겠다. 아니면, 우리는 운에 의존하거나 어제와 같은 내일을 맞이할 수밖에.

 

아무쪼록 한국에서도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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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
박나리 지음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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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간다면 맨 먼저 찾는 곳이 런던이다. 미국하면 뉴욕이듯이 런던에는 영국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어디를 갈까?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다. ‘폭풍의 언덕’의 하워스나 비틀즈의 리버풀로 가기도 한다.

 

자, 볼거리가 많은 런던. 어디를 가볼까? 여왕이 사는 버킹검 궁이나 으리으리한 박물관과 미술관도 좋겠고, 트렌디한 시청사도 보고 런던 아이에서 템스 강을 내려다보는 맛도 좋겠다.

 

오후에는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 들고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한 편 때린 다음 펍에서 맥주 한잔한다? 웅 너무 근사하다, 그치?

    

  

이제는 런던에서 나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이다. 거기서 살아본 사람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가령 애니메이션 감독 남편을 따라 프라하에 날아간 진선명을 보자. 그녀는 프라하에서 살아본 이야기를 풀어 《프라하, 소풍》이라는 책을 냈다. 어떻게 다르냐고? 그녀는 체코산 맥주만 해도 ‘필스너 우르켈’부터 ‘감브리누스’,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스타로프라멘’ 등 유명 브랜드는 물론이고 지방 양조장 출신의 다양한 맥주까지 맛보았다고 자랑한다. 일정이 빠듯한데 누가 마트에서 술을 종류별로 마셔 볼까? 살아본 사람만이 전해줄 수 있는 ‘깜’이 있다.

 

박나리. 그녀도 런던에서 3년을 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냈다. ‘이제 내볼까?’ 수준에서 나온 책이 아니다. 처음부터 기획하고, 작정하고 달려든 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뿜을 수 없는 내공이 꿈틀댄다. 순천만의 뻘 처럼 달콤함도 스며있다.

 

음, 런던을 클래식하게 여행하자면? 그녀는 대답을 망설이는 독자에게 서슴없이 깐다. 왕실, 애프터눈 티, 정원 산책, 앤티크&빈티지, 펍, 스포츠, 그 외 전통(책방, 푸드 등) 같은 아이콘들이 어떠냐고 냅다 들이민다.

 

   

‘애프터눈 티’ 편을 보자. 1841년 베드포드 7대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가 시작한 대접이 사교 문화로 널리 확산된 것이 애프터눈 티의 유래란다.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유달리 좋아한다. 하루에만 6천만 잔. 전 세계 생산량의 50퍼센트를 소비한다.

 

그녀는 영국 홍차의 명가 ‘포트넘앤메이슨’에 들러 티리스타 페이 레이와 인터뷰했다. 티리스타는 티와 바리스타의 합성어. 인터뷰 기사를 보면 새로운 것도 알게 된다. 가령 포트넘앤메이슨 로고에 들어 있는 시계가 네 시를 가리키는 이유는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 3~5시의 중간대라는 것.

    

 

하이 티도 있다. 오후 5시 경 저녁 겸 해서 드는 차를 말한다. 이때 좀 더 기름지고 푸짐한 고기 파이나 미니 햄버거가 딸려 나온다고. 머핀, 햄 조각, 훈제 연어, 수플레도 서비스된다.

 

런던에는 매년 5월 중순부터 닷새 간 첼씨 플라워 쇼가 열린다. 우리나라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하는 등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플라워쇼.

 

영국 정원은 프랑스 정원과 다르다. 프랑스 정원은 베르사이유 궁전에 조성된 정원에서 보듯이 반듯반듯한 정형미를 자랑한다. 영국 정원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품은 듯 여유와 멋이 일품이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에 따르면 18세기 영국 정원 문화에 일대 새 바람이 불었다. 그간 '보다'란 말로 대표되는 정원의 개념이 '걷다'로 바뀐 것이다. 화려한 장식과 보여주는 의미의 정원에서 광대한 호수를 돌고, 지평선이 보이는 잔디를 가로지르는, 걷고 느끼는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첼씨 플라워 쇼도 부스를 라운딩하면서 둘러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봄이 되면 지역별로 다양한 플라워 쇼가 열린다. 왕립식물원 큐에는 대영 제국 시절 채집해 놓은 온갖 식물 표본을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가드닝에서 나오는 쓰레기(화초, 화분, 흙)도 분리수거한다.

    

 

앤티크와 빈티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에서 소개하기로 빈티지는 30년 이상된 것이고, 앤티크는 백년 훌쩍 지난 것이다. 누가 그랬다지? 우리가 복고풍을 찾는 이유는 세월의 덧없음을,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거의 변화가 없는 영국인의 삶 속에서 앤티크와 빈티지가 유행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런던에 가면 포토벨로 마켓에 들러 맘에 와닿는 앤티크 하나 골라보자.

 

 

마지막으로 스포츠. 사실 영국 만큼 사시사철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도 드물다. 축구, 골프, 테니스, 경마, 크리켓, 폴로, 여우 사냥 등등.

 

테니스만 해도 6월이면 윔블던, 8월에는 US오픈, 한겨울 1월에는 호주 오픈이 있다. 1월에 추우니까 호주에서 여는 것이다. 지금 2015 호주 오픈(1.19~2.1)이 한창이다. 아시안컵은 시드니, 호주 오픈은 멜버른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 중에 앤디 머레이(아래 사진 왼쪽 우승트로피를 든 선수)가 있다. 앤디는 2012년 US오픈에서 마침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매번 나달, 조코비치와 페더러 등에 밀렸었다. 현재 호주 오픈에 모두 8강에 진출했다. 호주 오픈 결승전은 2월 1일 열린다. 아시안컵 결승전은 하루 전날인 1월 31일.

 

 

책 구석구석 지은이가 발품 손품을 팔아 열심히 뛰어다녔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예약하기 어렵다는 윔블던 테니스도 로얄석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햇살 좋은 날, 금방 구운 스콘에 버터 발라 홍차 한 잔 놓고 책을 펼쳐보자. 영국이 런던이 색다르게 아기자기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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