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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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우선 머리가 명석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정리하려면 부지런한 사람일 것 같아서다.

저자에 대한 나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널리 알려진 정치인이자 작가다.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했다. 말도 똑 소리나게 잘 한다.

그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소설이나 시에 대한 창작론이 아니다. 논리적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가령 에세이, 자기 소개서, 인문학적 논술, 리포트, 신문 기사나 평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펼쳐 보이는 기술과 요령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려면 부담이 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쓰는 글 자체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육아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거기에 맞게 잘 키워야 한다. 행동 따로 글 따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청와대에서 8년간 일했던 강원군 전 비서관이 쓴《대통령의 글쓰기》는 대표적인 전범(典範)이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글쓰기에 대한 요령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논리적인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들려주고 실제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내 생각에 《대통령의 글쓰기》와 《고종석의 문장》(2권)을 먼저 읽고 난 다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글을 잘 쓰기 위한 디테일을 익히지 않으면 이 책에서 풍기는 글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접속사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한 요령이다.

"흔히 글쓰기도 방법을 배우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다." -11쪽

저자에 따르면 논리적 글쓰기를 잘 하기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규칙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훌륭한 글은 읽는 사람의 이성을 북돋우고 감정을 움직인다.” -77쪽

훌륭한 글쓰기의 첫걸음은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을 읽지 않고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많이 써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 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 264쪽

 

요컨대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라!(多讀 多商量 多作)” 어떻게 보면 익히 알려진 평범한 준칙이겠다.

한 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생(生)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다채로운 이력과 삶 속에서 체득한 지혜를 버무려 ‘논리 글쓰기’라는 메뉴로 내놓은 밥상이다. 한 숟가락 떠 보시라. 참으로 담백하고 푸짐할 것이다.
이어 나올 자매 편은 '논술 시험 편'이란다. 딸을 향한 내리 사랑이 녹아 있다. 다음 밥상도 얼른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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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
야콥 마르틴 스트리드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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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마르틴 스트리드는 참 재주도 많은사람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특색있는 그림도 척척이다. 그는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 출신이다.


이야기는 어떤 바닷가에 있는 어여쁜 도시 햇빛언덕에서 시작한다. 햇빛언덕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고 건강하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딱 두 가지. 하나는 햇빛언덕의 예바 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또 하나는 부시장 크비스트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크비스트는 언제나 뿌루퉁 화가 나있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독불장군이다.

주인공은 고양이 미코와 코끼리 티보.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는 어느 날 미코는 낚시를 하고 티보는 사과 주스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미코의 낚싯줄에 유리병 편지가 딸려온다. 편지는 예바 시장이 보내 온 것이었다.

"미코 티보! 신비의 섬을 찾았다. 일 년 동안 여기서 살고 있다. 멋진 발견을 했는데, 그 까딹은 너희가 씨앗을 심어 보면 알거다."

미코와 티보는 집 마당에 씨앗을 심었다. 밤 사이 씨앗은 자라서 아침에 어머어마하게 커다란 배가 되었다.이제 본격적으로 미코와 티보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실 서양 배는 우리 배 보다 크기가 작고 모양도 볼품 없다. 맛도 덜 달다. 스트리드는 역발상으로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를 상상한 것이다.

아들 녀석은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흠뻑 빠져든다. 그림도 무척 아기자기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가령 마을에 있는 다양한 가게, 모비딕을 읽고 있는 아저씨(아마 은퇴한 선장이 아닐까?), 햇빛언덕에 있는 쥐돌이 집까지. 특히 쥐돌이는 낚시도 하고 모험도 같이 하게 된다.

"여기 쥐돌이가 책을 읽고 있네!"
아이는 책읽는 쥐돌이를 찾고는 어찌나 반가와 하던지. 한편 이웃집 토토로도 있다. 어디?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 배를 활용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식으로 보면 먹는 배와 타는 배가 같은 말이니 더욱 절묘하다.

매혹적인 그림과 함께 하는 독특한 모험담! 아이에게 사 주어도 지인에게 선물해 주어도 물론 대환영받을 것이다. 한
편 스트리드의 홈페이지(http://www.strid.dk)에 가면 그의 최신작을 엿볼 수 있다. 다음에 소개될 스트리드의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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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7첩 반상 - 인류 최고 스승 7명이 말하는 삶의 맛
성소은 지음 / 판미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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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늦가을 몇 사람이 모여 경전에 관한 독송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종교 너머 아하! 경계 너머 아하!"를 지향하는 '일요경모임'이다. 한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여러 종교의 경전을 함께 읽고 묵상해 보자는 의도란다. 참 반가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인문은 고통과 위기에서 피어난 꽃이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혼란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창조의 원동력 아닌가. 지금 나의 삶이 위태롭고 아프다면 여태껏 잊고 살았던''라고 하는 꽃망울이 터져 나오려 하는 것일지 모른다. 여리게나마 움트기 시작한 내면의 생명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사유라 해도 좋고, 성찰이라 해도 좋다. 지금까지는 세상을 알고자 애쓰고 세상과 조화하고자 노력했다면, 이제는 나를 이해하고 나와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 10~11

지금 세계는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을 걸고 서로 다투고 죽인다
. 아마 그 신들은 자신의 가르침이 변질되고 편향되었다고 가슴을 칠 것이다. 마치 달마가 말한 "도는 전해줄 수 없다[不立文字]"라는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이들이 경전을 모조리 불살랐던 것처럼.

공존과 상생을 위한 원칙은 무엇보다 상대의 인정과 존중이다
. 신의 섭리를 깨친 사람들은 한없는 포용과 덕망으로 세상을 품을 것이라. 마치 태양이 지구상의 모든 만물을 감싸듯이.

이 책은 7가지의 경전으로 차린 생각밥상이자 마음밥상이다.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초기에 이루어져 담박한 맛이 일품인 『숫타니파타』, 동양 문헌 가운데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으로 간주되고 있는 『도덕경』, 기독교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선두마차 『도마복음』,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가장 결여되고 그래서 무엇보다 간절한 정신이기도 한 『중용』,

나 뿐만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의 대 자유를 추구하는 대승의 중추이자 한국 불교의 소의(所依) 경전인 『금강경』, 인도를 넘어 세계의 고전이 된 『바가바드기타』, 그리고 자랑스럽게 우뚝 선 우리 종교·우리 정신·우리 철학, 동학 천도교의 『동경대전』이 그것이다.

 

 ▲1945년 이집트 니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

특이했던 것은 도마복음이다. 이 복음은 1945년 이집트의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되었다. 성서의 네 복음서와 일정 부분은 같으나, 두 가지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고 한다. 첫째 예수의 행적이나 죽음, 부활에 대한 언급 없이 오직 예수의 말씀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일관되게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

도마복음은 권력을 독점하려는 성직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손 닿는 곳에 있을
그 나라를 스스로 찾아 들어가라고 가르친다. 오늘날 일부 성직자들은 도마복음을 복음과 독약이 혼합되었다며 배척하기도 한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경구는
숫타니파타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였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때 무소의 뿔은 정신의 무한한 고양을 위해 오락가락하지 않고 꼿꼿하게 홀로 정진해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수행자라면 천 길 낭떠러지를 앞에 두고도 한 걸음 내딛는 서릿발 같은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 지난한 인생의 고행을 벗어나려면 독각(獨覺)의 일침(一針)이 필요한 법!

세상은 서로 자신이 믿는 신만 옳다고
, 자신이 떠받드는 경전만이 옳다고 한껏 요란하다. 아니 주먹과 무기를 내세워 윽박지르고 강요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문명 충돌이 그 대표적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는 우선 그들이 읽는 경전에서 출발해야겠다.

다양한 종교의 경전을 만나고 이해하는 것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인문학의 바탕을 다지는 일이요
, 나아가 '참된 나'를 체득하는 뛰어난 방편이다. -12

이런 맥락에서 진정 더불어 사는 지구촌을 위해 우리는 경계를 넘어 상대의 경전을 읽고 상대가 믿는 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래야 자신의 믿음과 종교도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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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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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

패밀리가 떴다의 엉성 천희가 가구를 만든다고? 한 번 쓰면 다 부서지는거 아냐?’

이천희 씨
. 그는 1979년생이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그간 개콘, 드라마, CF 등 다방면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만도 18편이나 된다. 권오광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돌연변이에는 이광수, 박보영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다. 올해 개봉 예정.

이력을 보면 가구 만드는 일은 분명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 부업이 된 취미라고 할까어쨌든 그가 가구 만드는 것에 관한 책을 냈다. 책을 낼 만큼 가구 만드는 일에 미쳤거나 아니면 진짜 미쳤거나 둘 중 하나겠다. 어느 쪽일까? 물론 전자다. 그는 자칭 목수 경력 14년차다.

 

 

어떻게 가구를 직접 만들게 되었을까? 그는 제대하고 나서 잠시 옥탑방에 기거했다. 기울어진 지붕 때문에 제대로 가구 하나 들여놓기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물론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풍월도 있다
. 할아버지가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 주셨고, 아버지는 한옥 짓는 기술을 배웠다. 아버지는 동네 정자를 손수 지으신다니 말 다 했다. 어머니 마저 등가구 공예기술을 취미로 즐겼다. 온 가족이 DIY 달인이 아닌가.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있어 연극을
, 영화를 본업으로 택했을 것이다. 서핑에, 캠핑에, 친구들은 그가 제일 늦게 결혼할 거라며 못말려 했다. 웬걸 친구들 중 자신이 가장 먼저 결혼했다고. 하지만 가구 만드는 일은 그에겐 또 다른 세계다.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 그가 운영하는 공방도 아버지가 쓰던 농장을 개조한 것이다.


▲아내 전혜진 씨와 딸 이소유 양과 함께

 

좀 더 진도를 나가면 역시 캠핑과 서핑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 다음은 소중한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 그는 아내 혜진 씨를 어떻게 만났는지도 자세히 들려주고, 딸 소유와 보내는 일상도 살갑게 그려낸다.

이 책은 사실 본업과 취미 그리고 가족이라는 세 토끼를 다 잡은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다
. 나는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너무 부럽다눈...

천희 씨
! 근데 제목이 조금 그래요. “천희, 만들다라든가 만들다, 꾸미다, 가꾸다가 더 있어 보이지 않아요? 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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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히라타 오리자 희곡집 3
히라타 오리자 지음, 성기웅 옮김 / 현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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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타 오리자가 쓴 서울시민연작. 여기서 말하는 서울 시민은 일제 시대 식민지 수도 서울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을 말한다.

이번 작품집
서울시민」(희곡집이다)1도쿄노트2과학하는 마음(이상 2013년 현암사)에 이어 3권 째.

서울시민연작은 3대에 걸친 30년 동안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2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5부작으로 완결되었다. 책 앞쪽에 실린 서울시민 가계도(18~19)를 확인해 두자.

1909
년을 배경으로 한 첫 작품 서울시민1989년에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 서울시민 19192000년에, 세 번째 서울시민·쇼와 망향 편2006년에 초연되었다. 마지막으로 2011년에 서울시민 1939·연애의 2중주상파울루 시민이 새로 더해져 대망의 5부작이 완성되었다. 3권에는 서울 시민 연작 4(상파울루 시민제외)이 실렸다.

난 게중에서
서울시민 1919를 먼저 읽는다. 마침 2003년에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으로 서울에서 우리말로 상연된 바 있었다. 내용을 펼치니 등장 인물의 소개(21명이나 된다), 대사를 말하는 요령 그리고 무대 구조가 설명되어 있다. 희곡은 134쪽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기에 적당한 분량이다.

 

▲「서울시민 1919」의 한 장면


이야기의 무대는 제목에 암시되어 있듯이 191931일의 ‘3·1 독립운동바로 그날 오전이다. 조선인 유학생들이 도쿄 칸다(神田)에서 독립선언을 한 내용도 언급된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그날도 삼시 세끼와 스모 이야기로 여느 일상과 다를 바 없이 하루를 보낸다.

서울 시민들은 당시 조선 백성들이
만세! 만세!”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을 보고 무슨 축제가 있느냐며 어리둥절해 한다. 당시 그들은 조선의 사정에 무심했다. 아니 애써 외면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 히라타 작품의 백미가 드러난다.

가능한 한 웃음의 요소와 음악을 많이 넣어 시끌시끌한 연극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면 떠들스록 식민지 지배자의 골계적인 고독을 부조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 604

히라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자
. “서울시민 시리즈에는 잔인무도한 군인도 극악한 상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시민의 모습입니다. 그 시민들의 무의식이 식민지 지배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되풀이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6)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연출가 성기웅도 적극 거든다
. “남의 나라 땅의 수도에 와서 너무나도 자연스레 일본인다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이 이방인들의 모습은 한국 독자들에게 이질감과 당혹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의 개연성이 퍽 높다고 여기고 있다.”(10)

 

▲김미옥과 박관례가 「안개 이슬을 부르고 있다.

 

 앞서 히라타가 이야기했듯이 서울시민 1919에는 노래가 몇 곡 나온다. 가령 김미옥과 박관례가 함께 부르는 <안개 이슬(the Foggy Dew)>(165). 이 노래는 아일랜드 독립을 상징하는 노래 아닌가. 히라타는 일제에 조국을 빼앗긴 김미옥과 박관례의 한을 노래로 대신한 것이리라.

마침 두 사람이 마주 보며 노래하는 무대 사진
(두 사람 모두 한복을 입고 있다)도 실려 있어 어딘가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 히라타 이 사람 뭐야?’ 하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무대는 일본인 등장인물 셋이
<도쿄 타령>을 부르면서 페이드아웃된다. 물론 가사는 조선과 경성을 배경으로 바꾸었다. 결국 서울시민들은 조선 지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으며 그 일상을 여흥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나저나 내 관심사도 있고 해서 내처 희곡집
2권을 읽으려 한다. 과학에 관련된 희곡이라니 도대체 히라타 이 사람 뭐야?

 

▲히라타 오리자(왼쪽)와 성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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