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죽지 않는다 - 인터넷이 생각을 좀먹는다고 염려하는 이들에게
클라이브 톰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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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97IBM이 개발한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에게 여섯 게임을 내리 승리했다. 인간과 기계의 팽팽한 지능 대결은 허무하게 끝났다.

 

1998년 카스파로프는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인간과 컴퓨터가 한 팀이 되어 체스 게임을 벌이는 것. 상대는 탑 랭킹의 베셀린 토팔로프였다. 그들은 컴퓨터가 추천하는 수를 참고할 수 있었다. 다만 제한 시간이 60분이었기 때문에 마냥 기계에 의지할 수 없었고 때로는 직관도 필요했다. 카사파로프는 컴퓨터와 인간이 결합된 새로운 팀을 켄타우로스로 명명했다. 결과는 33으로 비겼다.

 

2005년 인간과 컴퓨터의 조합에 제약이 없는 프리스타일시합이 열렸다. 노트북을 사용해 체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 수를 참고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추어에 가까운 팀이 쟁쟁한 마스터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카스파로프는 이 결과를 두고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과 인간의 전략적 지침이 결합하면 놀라운 실력이 나온다.”고 결론지었다.

 

클라이브 톰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기술 과학 분야의 탁월한 저널리스트이다. 뉴욕타임스매거진, 와이어드와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지적 성실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책은 제목 값을 톡톡히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야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의 범주도 광범위하다. 정치와 사회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와 개인의 일상 그리고 온라인 글쓰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디지털 툴(가령 스마트 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카메라, 센서 등)이 우리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툴은 엄청난 규모의 외부 메모리를 활용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기록되는 세상이 되었다. 또한 아이디어와 사진과 사람과 뉴스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쉽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생각 공개의 과잉을 부추긴다.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은 위키피디아처럼 군중이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부터 TV 프로그램 리캡(전체 내용을 몇 개의 장면으로 쪼갠 동영상), 맵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스마트폰 앱에 올린 사진으로 시작되는 SNS (카카오톡, 밴드같은) 토론 스레드, 정치 풍자를 위해 재치 있게 슬쩍 해온 서평 스레드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각종 형태의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효과는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모습을 지배할 것이다. 그 영역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과 연결될 것이다.

 

앤드루 K. 우즈는 집단적 무지는 정보의 문제라고 단정한다. 집단적 무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널리 전파하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와 생각을 알게 되면 의외로 쉽게 집단적 무지를 몰아낼 수 있다.

 

저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변화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06월 이집트에서 칼리드 사이드라는 젊은이가 경찰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사망했다. 사이드의 참혹한 시신의 모습은 SNS 게시판을 도배했다.

 

아제르바이잔의 SNS 탄압 사례를 보면 한국의 국정원과 군경이 왜 사이버 감시와 여론 조작(사이버 댓글 등을 통한)에 혈안이 돼 있는지 잘 알게 된다. 또한 일부 보수층에서 종북 몰이를 하는 정치적 의도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집트 당국은 사이드가 마약중독자라고 흑색 선전하기도 했다.

 

소련 붕괴 후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겪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사회 안정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일부 급진 세력의 저항에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는 식으로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정치 선전은 상당 정도 효과를 보았다.

 

왓슨. IBM에서 사용이 허락된 거의 모든 종류의 자료를 입력한, 퀴즈 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슈퍼컴퓨터다. 놀라운 것은 지식이나 상식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재치 있으면서도 엉터리 같은 곁말 놀이를 이해한다는 사실이다. ABC에 출연한 왓슨은 몇 해 전에 연이어 74명을 물리쳤던 세계 퀴즈 챔피언 켄 제닝스를 간단히 제압했다.

 

자 지금은 왓슨을 어디에 이용하면 좋을까? IBM은 메모리얼 슬로운케터링 암센터와 손잡고 의학 버전을 만들고 있다. 왓슨에 의학적 사례와 새로운 의학 연구를 입력하여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지금 X라는 약을 먹은 환자는 미열이 있고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어떻게 보는가?” 왓슨은 가장 신뢰가 높은 예측부터 여러 가지 답을 내놓을 것이다. 물론 최종 진단은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왓슨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빠르게 진단하고, 오진율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견해는 컴퓨터와 인터넷은 인간의 우수성을 새로운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물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지스 함과도 같은 멀티 촉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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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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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혜나. 작가는 2010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당시 작품은 제리. 제리는 노래방에서 주인공 가 만난 멋진 남자 선수 이름이다. 작품 속에서 스물두 살의 는 거의 매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남자 친구 강과 섹스를 나누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스무 살이던 그녀는 제리에 나오는 처럼 매일 술 마시며 비틀거리며 삶을 소비해 버리는 비루한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체중 70킬로그램 이상 허리사이즈 33인치.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따금 학교에 가더라도 국어책 속에 실린 현대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소설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냥 술 마시고 노는 일 외에는 다른 무엇도 재미있지 않았단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망가지고 있었다.

 

요가. ‘요가라는 말은 ()에 멍에를 씌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멍에가 없는 말처럼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그런 마음이 지쳐 쓰러지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요가라는 멍에를 씌워 차분히 다스려 주어야 한다고.

 

딱히 뚜렷한 목적도 없이, 그냥 다이어트를 위해, 마냥 어설프게 만난 요가. 요가를 통해 작가는 거듭나고, 또 거듭났다. 그 사이 진정한 스승의 이끎도 있었다.

 

이 책은 작가가 요가를 통해 자신을 바꾼 인생 이야기다. 볼품없는 몸매 탓에 거지반 숨어 지내야 했던 사춘기 시절, ‘죽고 싶다라는 욕망 그리고 우울증, 이십 대에 등단을 위한 욕망으로 인간 관계마저 끊어 버린 두문불출. 낙방할 때마다 온종일 토해냈던 눈물들... 그녀는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다. 거침없는 하이 킥!

 

어쩔거나, 그녀의 진짜 인생은 요가를 만나면서 시작되었으니. 사바아사나. “사바아사나는 완전한 소멸, 죽음을 의미해요. 그리고 소멸은 곧 부활을 의미하죠. 모든 존재는 소멸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진정으로 죽어야지만,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는 거에요.”

 

작가는 요가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김혜나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생명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율했다.

 

네덜란드 의사가 남긴 의학 서적에는 단 한 줄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배가 따뜻하고, 머리가 차가우면 이 세상의 병원과 의사는 아무 필요가 없다.’ 그녀는 진정한 스승을 만나 아사나를 새로 시작한 지 칠 개월 만에 배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 그녀가 마침내 이전에 앓던 심신의 고뇌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존재 그 자체로서 완전한 사랑을 받았으며, 신에게 받은 이 사랑을, 나의 존재를, 퍼서 나누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신에게서 받은 이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 238

 

나는 이 책을 통해 요가의 참 뜻, 큰 뜻을 처음 깨우쳤다 바가바드 기타하타 요가-프라디피카라는 요가경을 알게 된 것도 무엇보다 기뻤다. 특히 바가바드 기타는 개인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참나(atman)를 찾아가라는 크리쉬나 신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인도의 대서사시라고 한다. 전사 아르주나에게 크리쉬나 신이 다가와 상황을 해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작가는 바가바드 기타를 읽고 나서 어떤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제리의 마지막 장을 끝맺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 진리 그리고 그 현신으로서의 예술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리라. 옴 샨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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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 북카라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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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세계 시장에서는 약 2조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의 실패율을 통상 60퍼센트 이상으로 추정한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의 사례로 아메리카온라인(AOL)2000년 초에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때 AOL1,64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들였지만 결과는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물론 인수합병을 제대로 추진하는 기업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이다. 구글은 매년 수십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성공률도 60퍼센트를 넘을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다.

 

왜 그럴까?  구글은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기업 문화와 통합 과정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내 직원들의 행동 역학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구글의 탁월한 경영 전략 덕분이기도 하다.

 

벤 웨이버는 미국 빅데이터 벤처기업인 소시오메트릭솔루션스 대표로 있다. 그는 MIT 미디어랩에서 비지터 연구자로 재직하면서 센서 장치와 센서 기술을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 관리 기법을 고안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직원들의 행동 역학 분야에 응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팀을 만들어 끊임없이 직업 만족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가령 직원들의 연봉이나 식사의 종류를 바꾸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직원들의 친밀도와 행복감이 향상될 수 있는 지 하는 것들이다.

 

이렇듯 구글은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저자는 구글이 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하면 직원들끼리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기업은 인간 행동 분석 시스템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팀 배치를 사전에 테스트하면서 서로 다른 팀의 특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도구가 센서 기술을 응용한 센서 장치다.

 

이런 맥락에서 야머(Yammer)나 구글 행아웃(Hangout) 같은 사내 의사소통과 협력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저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연구 사례를 두 가지 든다. 하나는 애리조나주립대학 연구자들이 소시오메트릭 배지를 활용하여 미국 전역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개발자들을 자세하게 관찰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평균 시간이 증가할수록 창의성이 높았다. 기업에서 장기적으로 창의성이 계속해서 일어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서로 교류를 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MIT와 하버드 보건대학원 공동으로 실시한 질병이 생산성에 미치는 연구에 관한 것이었다. 이 연구에는 저자도 직접 참여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염된 직원이 병가를 내지 않고 근무하게 될 경우 건강한 사람과 100분 이상 대화를 나누면 건강한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50퍼센트를 훨씬 넘었다. 반대로 건강한 사람 20명과 각각 5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을 때도 1명을 감염시킬 확률은 똑같이 50퍼센트였다. 이때 특정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은 3.5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사내 네트워크에서 긴 대화(100)와 짧은 대화(5)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다. 저자에 따르면 가까운 동료와 나누는 긴 대화가 중단되면 집단의 응집력이 약해진다.

 

짧은 대화의 경우 보통 안부 인사 같은 가벼운 주제 중심이다. 짧은 대화를 배제하면 단기적으로 생산성은 올라간다. 그러나 서서히 조직의 유대감은 약해진다. 나중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울림방(echo-chamber)처럼 변할 것이다. 평소 깊이 교류하지 않는 직원과도 짧은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미래 사회는 다빈치형 인재보다 해커톤형 인재가 각광받을 것이다. 나홀로 혁신을 이루는 다빈치형 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주제 제한 없이 마라톤을 하듯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논의하는 방식)형 인재가 더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의 협력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간 협력으로 커질 것이다. 이 때 우리의 미래 모습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남다른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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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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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이 나온 때는 1969년이었다. 1970년대 들어 절판되었다가 2014년 미국과 영국에서 재출간되었다. 초판이 나온 지 무려 43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열풍을 일으킨 연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빌 게이츠가 이 책을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라고 격찬한 데 크게 힘입었다. 빌은 작년 워렌 버핏이 일독을 추천하며 빌려 주기에 읽었다고 한다. 빌이 특히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에 대해 자신의 홈페이지와 월스트리저널저널리즘의 명예 전당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고 평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나는 우선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부분을 먼저 펼쳤다. 같은 내용이라도 읽는 독자가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법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록스의 탄생과 성장 과정이 마치 빌이 PC 운영시스템 즉 도스와 윈도우를 개발하는 과정과 유사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특히 저자가 윌슨 사장의 측근 리노위츠 변호사와 인터뷰 한 내용이 그랬다. 그는 제록스의 성공을 이끈 속성은 이상주의와 불굴의 정신,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 정열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빌은 크게 공감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은 제록스에 관해 현지의 기업인이 전한 말이었다. “이곳의 현지 산업들은 대부분 19세기부터 이어져 왔는데, 이 산업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풋내기를 항상 좋은 눈으로만 보진 않아요. 제록스가 혜성처럼 급부상하자, 어떤 사람들은 곧 거품이 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거품이 터지길 바랐지요.”(275)

 

제록스(Xerox)의 윌슨 사장이 인정한 것처럼 상호명은 코닥(Kodak)’을 모방한 것이었다. 모방이란 엇비슷한 회문(回文,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동일한 단어나 구) 방식을 말한다. 사실 윈도우도 애플의 UGI 체계를 모방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제록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세전 순이익의 1.5%를 교육과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빌과 워렌 역시 스스로 기부에 앞장서면서 부자들도 적극 기부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록스 정신은 빌의 이상과 거의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존 브룩스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글쓰기를 선보인 금융 부문 저널리스트였다. 1920년 뉴욕에서 태어나 1993년 뉴욕 주의 이스트햄튼에서 사망했다. 경험의 모험초판(1969)을 낸 것은 브룩스의 전성기 때였을 것이다.

 

책에는 모두 열두 개의 사례가 분석되고 있다. ‘감수의 글을 쓴 이동기 교수는 거의 반세기 전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다룬 것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게 다가온다고 평한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철 지난 역사 속 사건들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브룩스가 맨 먼저 포드 사의 신차 에드셀의 처참한 실패를 다룬 것에서 '실패에서 배우자'는 교훈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멋들어진 성공 사례를 기술하는 것이 더 쉽고 독자에게도 환영받을 것이다. 브룩스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가(史家)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그는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사례에서 배울 교훈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역사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법이다. 브룩스가 든 열두 개의 사례는 근 반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미국 소득세법의 변천과 편법과 위선이 판치는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는 부자 증세를 피하려고 서민들의 투명 지갑을 파헤치는 한국 정부의 고육지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꺼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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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 마케팅의 눈으로 보는 삶, 그리고 세상
필립 코틀러 지음, 방영호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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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는 1967마케팅 관리론: 분석, 계획, 통제를 발표했다. 기존 마케팅 지침서들은 대부분 농업 시장과 산업용품 시장에 관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코틀러의 완전히 새로운 지침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세계 유수 기업에 자문했으며 전 세계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마케팅 강연을 했다. 또한 명예박사학위를 15개나 받았다. 그는 현재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 국제마케팅 담당 석좌교수로 있다. 그간 55권에 달하는 책을 썼다. 이 책은 마케팅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룬 코틀러가 자신에 관해 쓴 이야기다.

코틀러는 아내 낸시와 세 딸 그리고 손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 이야기도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세 딸, 아미, 제시카와 멜리사의 사진을 실었다. 또한 세 딸에게서 얻는 아홉 명의 손주도 그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고 사진도 게재(2명이 빠진 7)했다. 그는 참 가정적인 아빠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부친 모리스 코틀레브스키(Kotlerevsky)는 러시아 출신이다. 17세에 사회주의 혁명이 한창이던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코틀러(Kotler)로 짧게 줄여 성으로 정했다. 모친 베티 부바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2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었다. 부모는 시카고에서 만나 세 아들을 보았다. 첫째 필립은 1931527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이어 남동생으로 밀턴과 네일이 있다.

밀턴은 중국에 코틀러 마케팅 그룹을 설립해서 세계적인 자문 회사로 키웠다
. 형의 명성과 후광이 큰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네일은 필립과 함께 뮤지엄 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학창 시절 고전을 읽으며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
. 이 때 읽은 작품 허먼 멜빌의 백경,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잘 알려져 있듯 고전 운동
(Great books movement)이 시작된 곳은 코틀러의 고향 시카고였다. 당시 시카고 대학 로버트 메이나드 허친스 총장은 모티머 애들러와 머리를 맞대고 고전 운동을 창안했다. 고전 100권의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이 위대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접하게 했던 것이다. 코틀러에 따르면 이 고전 운동은 시카고 대학을 삼류에서 일류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서글픈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코틀러는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웠다
. 틈틈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을 평생의 숙원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랭크 나이트 같은 시카고 경제학파에게서 경제학을 배운 그는
MIT로 진학한다. 여기서 그는 폴 새뮤얼슨, 프랑코 모딜리아니, 로버트 솔로 같은 쟁쟁한 교수들에게서 케인스주의를 배우게 된다. 그는 MIT 재학 시절 당시 래드클리프 대학을 다니고 있던 아내 낸시를 만났다.

그가 현재 석좌 교수로 몸담고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은 시카고에 있다
. 돌고 돌아 결국 고향에 정착하여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켈로그라는 명칭은 존 켈로그가 대학원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시리얼 회사 켈로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단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다
. 게다가 그가 관심을 기울인 분야의 전문가와 추천 도서도 엿볼 수 있다. 가령 비제이 고빈라다잔의 리버스 이노베이션같은 책은 나도 덩달아 읽고 싶어졌다.

널리 알려진
‘4P’라는 전문 용어도 그가 마케팅 관리론에서 처음 사용했다. 4P 전략은 지금까지도 정치, 사회, 종교, 예술 그리고 보건 분야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 당신의 제공품은 무엇입니까? (제품 Product)
- 제공품의 편익과 비용은 무엇입니까? (가격 Price)
- 제공품을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겁니까? (유통 Place)
- 제공품을 어떻게 홍보할 겁니까? (홍보 Promotion)

 

내가 4P 이론을 처음 접한 것은 건강증진사업 모델을 개발할 때였다. 당시 캐나다 보건당국은 청소년대상 금연 캠페인에 4P 이론을 적용, 획기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농구와 록스타를 배경으로 점프력을 높이거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려면 금연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특히 소득의 편중에 대한 코틀러의 지적을 빼놓을 수 없다
. 그는 부에 의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 위험을 막기 위해 기대치만큼 높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논리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부자들은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돈 잔치를 즐긴 반면
, 노동자들의 실제 소득은 1980년대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 서약을 본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자신이 인연을 맺었거나 방문했던 적이 있는 나라들
, 가령 인도, 일본, 스웨덴,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멕시코,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브라질의 호세 살리비 HSM 설립자와의 인연은 각별해서 초청강연을 위해 열두 차례 이상 브라질을 방문했다고 한다.

올해
84세에 이른 코틀러는 아직 몸과 정신은 60세 수준이라고 말한다.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선언한다. 노장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독특한 그의 취미도 참 흥미롭다. 세공품 네츠케와 츠바 수집 이야기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물씬 느끼게 해 준다.

옮긴이 방영호는 기업에서 마케팅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살려
카오틱스, 퍼스널 마케팅, 전략 3.0등을 번역한 바 있다. 코틀러의 생각이 온전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은 옮긴이의 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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