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 내면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38가지 처방전
마스노 슌묘 지음, 김정환 옮김 / 담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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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섭섭한 감정이 들 때면 불쑥 화가 나곤 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주위에 다른 사람과 잘 지내면서 일도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어떻게 해야 나도 이런 사람들처럼 잘 해낼 수 있을까?

최근 접속보다는 접촉을 하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
. 스마트 시대에 개인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나오지만, 어쩐지 한편으로 무척 외롭기도 하다.

일본 선승 마스노 슌묘가 전해주는
, 현대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하는 38가지 처방전. 저자의 글은 내가 위안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불안과 외로움에 잘 듣는 약
. 그런 것은 없단다. 설령 그런 약이 있다고 해도 처방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이것저것 마음의 약을 시험해 보면서 살고 있다. 저자는 선() 수련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약상자를 열어 보고 발견한 것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어떤 환경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주인공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 본래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모습과 만나는 것입니다. - 22


그는 세상의 잣대를 염두에 두되
세상이라는 유령에 현혹돼 자신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남과 비교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知足]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외로워진다.

그런 불안도 걱정도 봄 눈 녹듯이 반드시 사라지는 날이 찾아온다
. 그리고 불안을 없애는 약은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당당히 맞서 나가는 용기에 있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다른 존재이므로 고정 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상대를 대하면 마음도 관계도 편해진다
. 물욕과 탐욕을 내려놓고 내 주머니 속 보물에 주목하자. 그리고 남을 돕되 보답을 바라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한결 살기 좋아진다.

불교에
삼독(三毒)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삼독()’, ‘()’, ‘()’, 세 가지를 뜻한다. ‘은 탐하는 마음이요, ‘은 분노의 감정이며, ‘는 어리석음이다.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와 비교하지도 않으며 자유로운 마음으로 보내면 안한무사(安閑無事)’에 이를 수 있다. 인간은 외로움과 고독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닫는다. 위대한 작가들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명작을 잉태했다

.
최근 수년 사이 경제는 침체에 빠졌고, 정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덩달아 커진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불안해 하고, 또 장년 세대는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한다. 이런 막연한 불안 속에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선승은 가히 '불안의 시대'라고 이름짓는다.

 

인간이 안고 있는 삶에 대한 불안은 어느 시대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엄습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불안이 없던 시대를 알지 못하며, 한 줌의 불안도 없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 210~211쪽

 

불안도 외로움도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책에 정리한 선(禪)의 사고방식들, 38가지 처방전이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런 힌트를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방식을 바꿀 때 비로소 그것이 인생의 약이 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불교 용어와 선어
(禪語)를 활용하여 내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 고요한 명경지수에 이는 파랑[秋波] 마냥 내 마음에 촉촉이 와 닿는 책이었다. 사랑지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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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기니에서 에볼라 출혈열(Ebola Haemorrhagic Fever, EHF)이 발생했다. 이어 인접국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등지에 급속히 번졌다. 당시 WHO에서 집계한 자료(7월 31일자)에 의하면 3개국에서 모두 1,322명이 감염돼 728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55퍼센트.

 

에볼라 출혈열이 맨처음 발생한 때는 1976년 자이르(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와 수단에서였다. 당시 자이르에서는 환자 318명 발생, 280명 사망으로 88퍼센트의 치사율을 보였었다. 발생 규모면에서 보자면 올해 것이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 경험했듯이 여객기를 통해 단 하루만에 대륙을 넘나들 수 있다. 발생 지역 뿐만 아니라 WHO와 미 질병통제센터(CDC)도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우리도 공항 검역소 차원에서 집중 감시했었다.


1987년 미 작가 로빈 쿡은 자이르 에볼라 출혈열 발생을 다룬 의학소설 《바이러스》(Outbreak)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자이르에서 발생한 출혈열이 미국에 상륙, CDC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 주인공은 역학조사관 마리사 블루멘탈.

 

최근 출판사 '오늘'에서 로빈 쿡의 〈Outbreak〉을 새로운 번역으로 펴냈다. 질병을 다룬 문학은 당시 사람들이 그 질병으로 겪었을 고통과 시련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쿡의 《바이러스》도 벌써 한 세대 전에 나온 것이지만, 첫 발생의 위기감을 생생하게 들려 준다.

 

만일 에볼라 출혈열이 한국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도 지난 5월 메르스 발생으로 혹독한 경험을 치른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상황을 미리 가늠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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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오늘 하루만 8만 6,400초라는 시간을 선물로 주셨다. 그중 1초라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데 썼는가?"

 

- 월리엄 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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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도쿄의 거리에서 - 1923년 간토대지진 대량학살의 잔향 카이로스총서 37
가토 나오키 지음, 서울리다리티 옮김 / 갈무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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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 일원을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명 관동(간토) 대지진. 수십 만의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고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재산상 피해가 컸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혔다. 금방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기세였다. 당시 정부와 경찰은 시민들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자신들이 화를 입으리라고 직감했다. 희생양을 찾았다. 분노를 표출할 통로가 필요했다!

 

당일 조선인들이 방화를 하고 우물에 독을 탔으며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1일 오후 3시경 경시청이 공식적으로 유언비어를 확인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일본 내무성이 경찰에 내려 보낸 문서가 발단이 되었다. 문서에 조선인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죽창, 칼과 몽둥이 따위를 들고 조선인을 보는 족족 무차별 학살했다. 조선인 학살은 장장 7일 이상 지속되었다. 이 기간에 희생된 조선인 숫자는 6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때 일본 행정당국, 군대와 경찰 그리고 일본인으로 구성된 자경단 등이 관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저자 가토 나오키는 일본 프리랜서 작가다. 그는 수많은 증언과 발굴 문서를 섭렵하면서 간토대지진의 진실을 파고들었다. 저자는 그렇게 조사한 자료들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책은 저자가 블로그에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그간 간토 대학살에 관한 책은 다수 있었으나, 이 책 만큼 디테일하게 접근하지는 못했다.

 

9월 1일 도쿄에서 강연 후 대담하는 저자 가토 나오키

 

그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민족차별 또는 인종주의에서 비롯한 유언버이에 선동돼 평범한 사람이 학살에 손을 담근" 탓이다.

 

나치는 아리아인의 우생학적 우월성을 내세워 유대인을 수백 만 명 학살했다. 2001년 9 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백인들이 유색 인종에 깊은 반감을 표시하거나 노골적으로 보복을 가했다. 어디 이 뿐일까? 2005년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일대를 강타한 이후 백인 자경단이 흑인들을 공격했다. 나는 '민족차별 또는 인종주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든 재현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간토 대학살 같은 사건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무엇보다 다른 민족과 인종을 비인간적으로 보는 인종주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인종주의자와의 싸움은 일상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일본 정부는 조선인 위안부, 난징 대학살 같은 만행을 놓고 사과나 반성은 커녕 부정하거나 왜곡하기에 여념이 없다. 과거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철저한 진실 규명, 처절한 반성과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래야 진정한 인권 회복과 민족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저자는 당시 희생된 조선인(중국인도 포함해서)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며 야만과 광기의 시간을 재현했다. 또한 조선인을 구하기 위해 결연히 맞섰던 일본인, 대학살에 대한 반성과 고인의 추모에 나선 일본인과 단체에 대한 언급도 빠트리지 않았다. 

 

나는 가토 나오키 같은 양심적인 지식인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살아 있는 양심은 짐승의 역사가 재발될 때 단호히 "노!"라고 외칠 수 있는 행동으로 나설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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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던 사이언스 - 무엇이 왜 과학의 무대에서 배제되는가
현재환 지음 / 뜨인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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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촛불 시위,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삼성반도체 백혈병 논쟁,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등 현재진행형의 과학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어떠한 시각에서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가?

 

하나의 시각은 정부, 기업,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반대편의 시민운동가들, 또는 제3의 배후세력이 정치적, 상업적인 이유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서 진실을 오도한다고 보는 것이다. 일명 '용의자 X'에 해당한다.

과학 문제를 '용의자 X'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자는 실제로는 누가 용의자 X인지 쉽게 알 수 없다고 단정한다. 또한 이 관점에서는 과학의 순수성과 가치중립성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용의자 X'를 극복할 대안적 관점을 모색하고 이에 기초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 논쟁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자는 것.
이를 위해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라는 용어를 빌린다. 

이 용어는 미국의 데이디브 헤스가 "정부, 산업, 사회운동의 제도적 매트릭스 속에서 특정 지식에 대한 체계적 비생산이 이뤄진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생산되지 않은 지식들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수행되지 않은 과학'이란 뜻이다.

저자는 '언던 사이언스'를 좀 더 넓은 의미로 쓰고자 한다. 지금까지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종류의 과학적 지식이 생산되고 사용되는 과정에서 왜 어떤 것들은 강조되고 어떤 것들은 배제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지식의 정치'를 검토하기 위해 활용한다.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은 용의자X를 찾는 진실 게임에서 벗어나 왜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어떤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지 기본적인 전제 자체를 새롭게 논의하고 검토해 보려는 입장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용의자X에게 이용당한 과학의 전형으로 꼽히는 사례들, 가령 유럽/북미의 여성호르몬 연구, 일본제국의 조선인 연구, 나치 독일의 장애인 연구를 검토한다. 2부에서는 과학지식의 생산이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영역들과 교차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전개되며 그럴 수밖에 없음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우리와 우리 주변의 과학 문제들을 언던 사이언스 시각에서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저자는 과학이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고 단언한다. 가령 2001년 영국의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영국 정부의 대응은 '합리적인' 과학에 기대어 '비합리적인'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진단한다.

영국 정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편적 공공선' 논리를 내세워 살처분을 강행했다. 당시 1천 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도축되었고, 관광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는 등 피해가 컸다.

저자에 따르면 '보편적 공공선' 담론에는 두 가지 국소성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보편적 공공선을 정의하는잣대가 '경제적 관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축산업 수출과 관련된 특정 기업과 집단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어떠한 정책 결정이 과학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보다는 구제역 백신과 관련된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방역을 둘러싼 논쟁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또 다른 과학적 근거, 사회적 논리, 경제적 근거가 무엇인지, 왜 배제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한 나치 독일에서 인종위생이란 이름 하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우생학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흔히 우리는 나치 독일의 파쇼적 행태에 의해 과학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

이미 나치 집권 이전부터 독일의 과학자들은 장애인에 대한 불임시술과 안락사를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이 나치 집권 때 현실화되었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단지 용의자X를 찾는 것만으로는 장애인 학살의 과정과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신 어떠한 사회 속에서 어떠한 의제를 가진 과학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은 같은 사안을 두고 국제적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도 유용할 것이다. 가령 대만과 한국의 산재과학 지식 투쟁이 좋은 사례다. 대만에 설립된 미국 가전업체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에서 1990년대 암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7년 삼성반도체서 일했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대만과 한국의 노동자들 입장은 달랐다. 대만의 경우 법원이 역학에 기초한 과학적 증거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에 대해 비판한 반면, 한국에서는 거꾸로 삼성과 용역업체에게 역학 연구의 기본을 올바로 지키라고 요구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대만 RCA는 1992년에 공장이 없어진데다 회사마저 GE에합병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현장이 없으니 역학 조사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삼성반도체의 경우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작업 공장의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일부 유해 물질을 역학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저자는 언던 사이어언스의 관점에서 전후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신선한 제안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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