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 이야기 - 알아두면 전혀 무서울 것 없는
나카노 토오루 지음, 김혜선 옮김, 박성혜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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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면 꼭 배워야 하는 기초학문 중에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그리고 병리학이 있다.

병리학은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기전, 그리고 진행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풀이하자면, “질병의 분류·기재 및 그 특성과 병인 그리고 진행 과정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 나카노 토오루 교수는 오사카의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간 교토의대, 오사카의대 미생물학연구소 등을 거쳐 현재 오사카의대에서 병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간 대중적인 저서로 줄기세포와 복제, 나카노 토오루의 생명 과학자의 전기를 읽고, 후성유전학등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이는 김혜선 서울의대 약리학 교수다. 김 교수는 이화약대를 졸업하고 도쿄의대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그간 대한약리학회 학술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있다.

책은 미국에서 나온 로빈스 기초 병리학(Robbins Basic Pathology)을 토대로 했다. 원서는 249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저자는 이중 병리학 총론에 해당하는 1~8장 중 세포의 손상, 적용, 죽음, 혈행동태의 이상, 혈전증, 쇼크, 종양3장을 선택, 독자들이 알기쉽게 풀어썼다.

책은 머리말과 4개의 장과 인터미션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세포가 여러 자극에 노출되었을 경우, 어떻게 적응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세포가 죽음에 이르는가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뇌심혈관 장애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또한 흔한 질환 중 하나인 빈혈, 혈전증, 쇼크도 알아본다.

 

 

 

 

이어 쉬어가는 페이지에서는 분자생물학의 기초인 DNA와 돌연변이를 설명한다. 이는 뒤에 2개의 장에서 설명하는 암의 총론과 각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3장은 암이라고 하는 질환이 어떠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가를 설명한다. 4장은 암의 각론 성격으로 자궁경부암, 위암, 간암 등을 알아본다.

책은 전반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와 ATP, 암검사의 감도*와 특이도 파트가 그렇다. 이 부분은 각각 생화학과 역학에서 핵심 개념 중의 하나인데, 저자가 독자를 위해 얼마나 쉽게 쓰려고 애썼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어 감도대신 민감도를 사용한다. 이 부분을 보면 김 교수는 우리말로 옮기면서 일본식 용어를 바로잡거나, 순화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방사선에 의한 발암이다.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또 하나의 대규모 사고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제일 원전 사고인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어린이의 감상선암에 대한 조사가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체르노빌보다 피폭량이 적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되고 있는데, 조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273)

 

최근 일본에서 있은 한 조사에 의하면 일본인의 57%'국제협조보다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나카노 교수 역시 자국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역시 자국의 이익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일본인인가 싶다.

나는 이 책을 병리학을 공부하는 예비 의료인이나 과학 전공자들은 물론이요, 병리학 그리고 이와 연관된 개념을 폭넓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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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비어 - 전 세계 맥주와 함께 하는 세계 여행
낸시 홀스트-풀렌.마크 W. 패터슨 지음, 박성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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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가족과 함께 홋카이도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홋카이도 하면 명물이 서넛 가지 있는데 개중에 삿포로 맥주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도 삿포로 맥주 브루어리를 찾았다삿포로는 기린아사히산토리와 함께 일본의 4대 양조장 중 하나다일본에서 맥주는 보리 맥아 함량에 따라 세금이 매겨진다그래서 맥아 함량이 67퍼센트 이상이면 맥주라 부르고그 미만이면 발포주라고 한다나는 삿포로 맥주 시음장에서 라거발포주크래프트 맥주 등 다양한 종류를 마셔보았다술에 약한 이를 위해 알코올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중국 하면 맥주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중국은 맥주와 깊이 연결돼 있다중국은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홉의 세 가지 모든 종이 발견되는 유일한 나라다또한 효모 사카로마이세스 3종이 모두 발견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중국은 기원 전 3400년부터 2900년 사이에 운영되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때 독일의 조차지였던 칭다오의 맥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매년 8월에 열리는 칭다오 비어 페스티벌은 아시아의 옥토버페스트라 불린다.

이 책은 맥주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부터 시작하여 유럽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아시아호주&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지구촌 6대륙의 맥주 세상을 사진과 지도와 함께 들여다본다특히 지역의 역사문화와 지리 등을 기반으로 맥주 양조와 축제를 설명하고 나라별 대표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비어 가이드를 덧붙였다.

공저자 낸시 홀스트-풀렌과 마크 W. 패터슨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케네소 주립대에서 지리학과에 재직하며, ‘맥주와인주류의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다두 사람은 이 책 집필을 위해 지구를 6바퀴 반 돌면서, 400명 이상의 양조사와 매니저 그리고 맥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했다세계 최고의 맥주 권위자인 개릿 올리버가 추천사를 썼다.

옮긴이 박성환 씨는 미국 조지아대에서 식품과학을 전공하고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양조사 겸 맥주 교육가로 일하고 있다국내 전문가 김만제 선생이 감수를 맡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유래는 무엇일까? 1810년 10월 바바리아주의 루트비히 1세와 테레제 왕비가 결혼식을 올렸다. 1818년 축제 때 맥주 가판대가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고, 1819년 뮌헨이 축제를 조직하기로 하면서 개막식 때 뮌헨 시장이 케그 탭핑을 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옥토버페스트는 독일인이 진출한 곳이면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어디서나 열린다가령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 역시 세계적인 맥주 축제 중 하나다.

독일 맥주와 관련해서 특히 흥미로운 이야기는 라거의 발명에 얽힌 일화다남아메리카에 토착 맥주에 치차(Chicha)가 있다잉카 사람들은 유카나 옥수수 같은 전분을 씹고 뱉은 후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었다. 15세기 후반 유럽 탐험가들은 보리나 밀 같은 곡물로 만든 맥주를 남아메리카에 들여왔다이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동서로 양분했지만맥주 시장은 영국과 독일이 거머쥐었다.

1500년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산 효모가 유럽으로 유입됐다이 효모는 나무 배럴에 붙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유럽 균주와 교배해 새로운 효모(사카로마이세스 유바야누스)로 탈바꿈했다새로운 효모는 전 세계 맥주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라거를 만들어냈다.

이를 계기로 한때 독일 맥주는 북부의 에일(상면 발효)과 남부의 라거(하면 발효로 양분되었다가 현재 거의 라거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배우 김태리 씨가 찍은 클라우드 맥주 광고를 보면  라인하이츠거보트(Reinheitsgebot)라는 용어가 등장한다이 말은 독일 맥주의 순수령을 뜻하는 용어다. 1516년 바바리아주(독일 맥주의 60퍼센트가 생산된다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뮌헨도 이 주에 속해 있다)의 빌헬름 4세는 맥주는 오직 보리물로만 만들 수 있다고 명시한 맥주 순수령을 제정했다이후 다른 부가물을 섞어 만들거나 그런 맥주를 수입하는 경우 독일에서 맥주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1987년 유럽사법재판소에서 독일에서 맥주의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현재 다양한 맥주 제품이 맥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영국 인디아 페일 에일(IPA, India Pale Ale)의 유래는 제국주의 패권과 깊이 관련돼 있다본래 IPA는 17세기 동인도회사에서 영국에서 제조해 인도에 체재하는 군인과 거주민들을 위해 실어 나르던 맥주였다당시 영국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서는 수에즈 운하가 아직 개통 전이어서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6개월여 기간이 소요돼 맥주가 곧잘 상했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선한 홉을 추가했다이런 여파로 IPA는 풀 바디감홉의 쓴맛상대적으로 높은 도수가 특징이다.

1990년대 미국 애리조나 주 일렉트릭 브루잉 컴퍼니에서 더블 IPA를 만들었다플라스틱 발효조를 사용해 맥주를 만들었기에 원하지 않는 풍미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홉 양을 두 밸로 늘리고 더 많은 몰트를 사용했다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1세기 로마에서 홉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철학자 플라이니 디 엘더(Pliny the Elder)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현재 미국에서 홉의 대부분은 워싱턴 주에서 생산된다.

한편 1990년대 캐나다에서는 1980년대 독일에서 우연히 발명된 아이스 비어가 크게 유행했다아이스 비어는 맥주를 빙점 이하로 낮추면맥주에 함유된 물의 일부가 어는 반면 알코올은 액체 상태로 있게 된다이때 신선한 물을 다시 넣어 만든다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스 비어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서 순하고 쓴맛은 적어진다현재 아이스 비어는 캐나다 맥주 시장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아마 벨기에나 독일일 것이다정답은 체코다체코는 1인당 연간 144리터를 소비한다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49리터다체코에 비하면 삼분의 일 수준이다.

책은 우리나라에서 시음해볼 만한 비어팝으로 맥파이 브루잉(제주), 고릴라 브루잉·와일드 웨이브 브루잉(부산), 바네하임·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서울), 버드나무 브루어리(강릉등 여섯 군데를 소개한다특히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서울 성수동의 작은 공간에 소규모 양조장을 지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언제 좋은 날에 어울리고 싶은 사람 몇몇 모여 찾아보면 어떨까가장 좋은 술 안주는 역시 사람이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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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데이터 과학
히사노 료헤이.키와키 타이치 지음, 김성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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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서 뭔가를 살 때 다른 상품을 추천하거나 신용카드 회사에서 의심스러운 구매 행동이 발견되면 카드 소지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모두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 과학 덕분이다.

데이터 과학은 통계학이나 머시러닝 뿐만 아니라 컴퓨터 과학의 여러 분야와 연관되어 있다.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아가려면 다양한 서적을 오랜 시간에 걸쳐 공부해야 하는데 입무자가 쉽사리 전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기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보듯 딥러닝이라는 이름 덕에 이미지만 앞서 가는 경우도 있어 정확히 어떤 문맥에 있는 기술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관공서나 민간 기업에서 빅데이터를 모아 의사결정을 하거나 지원할 때 기존의 컴퓨터 기술과 통계 기법만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이때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빅 데이터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이터 과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일반 데이터 과학에서는 보통 생략되기 쉬운 전제 지식들, 가령 하드웨어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알고리즘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데이터 과학의 방대한 분야를 알기 쉽게 그림이나 도표로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다행인 것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데이터 과학에서 다루는 기초 지식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데이터 과학의 개요와 관련 지식을 교양차원에서 습득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공자가 입문하는 기초 교재로 활용해도 무방하다. 자신이 더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책을 구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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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인문학 - 인문학에서 발견한 기획의 인사이트
홍경수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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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수 전 PD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방송국에서도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여러 번 대박을 쳤다.

그는 1995KBS 에 입사해서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이소라의 프로포즈, 다큐멘터리 3, TV 책을 말하다등을 만들었고, 낭독의 발견, 단박인터뷰를 처음 기획했다.

현재 저자는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독일 뮌헨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유럽의 다양한 기획 사례를 공부했다. 저서로는 확장하는 PD와의 대화, 예능PD와의 대화등이 있고, 어원은 인문학이다를 번역했다. 그는 종종 일본 TV프로그램과 잡지를 통해 기획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상의 이력을 염두에 두고 책을 펼치면 저자가 기획의 인문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저자는 15년 동안 방송 현장에서 기획을 한 경험과 9년 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의 토대가 되는 인문학을 정리했다.

책은 기획의 인문학을 위해 천··인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기획의 3요소, 창의력에 대한 논의,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철학, 볼터와 그루신의 재매개 이론, 말의 뿌리를 통해 기획하는 의미론과 어원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가와키타 지로의 KJ, 마츠오카 세이고의 편집론, 디자인씽킹과 에스노그라피(현지 조사) 등 동서고금의 지혜들을 파헤친다.

이때 아쉬운 대목이 있다. 책에 기획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저자는 기획은 세상의 촉각(외부탐험)과 기획자의 촉각(내부탐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는 기획의 정의가 아니라 기획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말한다.

인문학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정의는 명확히 나와 있다. “사람이 남긴 삶의 무늬를 연구하는 학문”(18)이다. 여기서 기획의 인문학의 정의는 약간 모호하다, 이와 관련된 함의를 살펴보면 삶의 무늬인 인문학과 유사어라 할 수 있는 교양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다”(18)는 정도다.

이렇듯 기획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면, ‘좋은 기획이나 멋진 기획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본문의 흐름을 통해 좋은(또는 멋진) 기획이란 킬러 프로그램이나 대박 프로그램을 터트리는 기획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독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숱하게 나와 있는 기획에 관한 또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정말 좋은(또는 멋진) 기획을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오히려 나는 저자에게 제안하고 싶다. 저자가 15년 동안 만들었던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시시콜콜히 들려준다면 어떨까? 독자들은 성장 배경이나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다. 자신이 상황에 맞게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TV프로그램기획에 관한 특화된 내용을 전문적으로 담았다면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나는 이 책의 장점을 두 가지 들고 싶다. 하나는 다양한 에스노그라피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레이 데이비스의 움프쿠아 은행, 일본의 마이센 돈가스, 데시마 미술관, 음식에 잡지가 따라붙는 먹는통신등은 배울 것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설득을 위한 종합적인 기획 및 구성에 관한 체계라는 것을 세련된 톤으로 보여준다.

어디, 맥루한이 말한 방식으로 끝맺어볼까? 모든 기획의 분석은 또 하나의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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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Or Not! - 자연적인 식재료를 활용하는 건강한 레시피
미셸 탬.헨리 퐁 지음, 송윤형(챨리)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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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리에 미친 덕후, 커플 이야기다. 미셸 탬(Michelle Tam)은 캘리포니아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약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스탠포드대학병원에서 야간 약사로 12년 넘게 일했다. 헨리 퐁(Henry Fong)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낮에는 변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요리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쓴다. 둘 사이에 아들 오웬과 올리가 있다.

커플이 공동으로 펴낸 첫 번째 요리책은 『놈놈 팔레오: 인간을 위한 음식』(Nom Nom Paleo: Food for Humans)이다. 여기서 ‘Nom’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사람(guy)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지칭하는 감탄사다. ‘Paleo’는 원시 시대를 뜻한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원시 시대 식단이라는 뜻이다. 팔레오 식단은 글루텐, 곡물, 유제품, 정제 설탕과 GMO 같이 가공된 식품은 지양하고 자연적인 식재료를 주로 활용한 건강식이다.

 

헨리, 미셀, 올리, 오웬(맨위 왼쪽에서 시계방향)

 

이번 책은 팔레오 식단 중 150개 정도를 추려 만들었다. 원제 ‘레디 오 낫(Ready or Not?)’이 뜻하는 것처럼 ‘요리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에 따라 목차를 구분했다. 요리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든, 탬과 퐁은 독자들에게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한다.

책을 보면 상황에 맞게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팔레오’ 식단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다양한 레시피를 배울 수 있을 것이고, ‘팔레오’에 대해 언뜻 들어본 사람이나 ‘팔레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팔레오’와 건강한 레시피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내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눈동자가 진동한다. 장모님이 신혼시절 나를 보고 그러셨다.

“자넨 너무 좋겠어~”
“아니 왜요?”
“요리 잘하는 아내를 얻었으니 말야.”

정말 그랬다. 아내는 10명의 손님도 혼자서 감당하는 요리 전문가였다. 꽃게탕, 닭도리탕, 갈비찜, 잡채, 산적 같은 것들을 힘들이지 않고 뚝딱 해냈다.

책의 구성은 총 5파트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문격인 'Welcome!'에서 팔레오 식단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생각하는 요리 철학을 들려준다.

1장 'Get Set'에서 언제든 요리하기 위해 필요한 주방용품, 식재료외 기본 레시피를 알려준다. 이어 2장 'Ready!'에서 요리 체계가 갖춰졌을 때 미리 준비해 두는 레시피를 설명한다.

3장 'Kinda Ready!'에서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활용한 손쉬운 식사법을 소개하고, 4장 'Not Ready!'에서 미처 준비 안 된 응급 상황에서 빠르게 요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5장 'Beyond Ready!'에서 매일의 요리를 위한 식단과 쇼핑 목록을 들려준다. 말미에 4주짜리 식단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용량 환산을 1장으로 정리한 다음, 레시피 인덱스를 덧붙여 찾아보기 쉽게 했다.

 

 

아내는 이 책을 곰곰 들여다보더니 엄청 쉬운 레시피에 건강식이 한아름 담겼다고 감탄, 또 감탄한다.

메뉴를 보면 다양한 식재료와 도구를 사용해 전 세계의 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게 돼 있다. 평소 맛깔스런 소스나 드레싱을 잘 구비해 두면 더 없이 유용하다. 물론 이에 대한 간단 레시피도 모두 포함돼 있으니, 이 책 한 권으로 별미를 실컷 즐길 수 있겠다. 두 아들 오웬과 올리버까지 함께 거들었으니 게다가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한 간식거리도 풍성하다.

평소 만두를 좋아하는 내 아들의 구미를 당긴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뒥셀 치킨(209쪽)! ‘뒥셀’은 17세기 요리사가 그의 고용주 ‘마르키스 뒥셀’의 이름을 만든 맛있는 필링이다. 뒥셀은 만두나 미트볼에서부터 닭고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뒥셀을 미리 만들어 두면(6개월까지 냉동보관 가능), 생 닭고기만 있어도 근사한 저녁거리를 만들 수 있다.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를 보면 따라하기 쉽다. 무엇보다 레시피마다 냉장·냉동보관 기한을 명시해 놓아 더 없이 좋다. 가령 뒥셀 치킨의 경우 냉장보관은 4일, 냉동실은 3개월까지 가능하다. 미리 만들어 재워두면 이만한 간식거리가 또 있을까.

 

 

책을 우리말로 옮긴 송윤형 작가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 요리 레시피와 이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 ‘챨리네 다양한 생활’(http://www.themlife.co.kr)에 올리고 있다.

송 작가가 추천하는 메뉴는 단연 수블라키(144쪽)다. 수블라키는 그리스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작은 꼬치다. 돼지고기, 양고기와 닭고기 모두로 만들 수 있어 아이들도 능히 좋아할 만한 메뉴가 아닐 수 없다. 만들기도 간단하니 금상첨화!

 

“팔레오 식이요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양성분, 첨가제, 어떤 식재료가 쓰였는지 뿐 아니라, 식품의 생산과정, 사육 및 재배 방법과 조리 방법까지. 자연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음식이 내 몸과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 책은 건강한 식이 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팔레오 식이요법이나 저탄수화물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 쉽고 재미있고 맛있게 해당 식이요법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 역자의 말 중에서

 

수블라키에 대한 헨리 퐁의 평가가 압권이다. “꼬치에 끼워서 그릴에 구운 것보다 더 팔레오스러운 게 어디 있겠어?” 호오~ 그렇다면, “여보, 오늘 저녁은 수블라키 어때?”

이제 장을 보러 가자. 오늘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와 레시피를 먼저 본 다음, 무엇을 사야할지 결정하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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