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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위로 한 그릇 - KBS 아나운서 위서현, 그녀의 음식 치유법
위서현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그 길에서 우연히 그대를 만났다."

위서현, 그녀는 '
우연한 만남'이란 삶이 결코 약속한 적은 없지만 반드시 선사하는 흐뭇한 약속이라고 평한다. 그녀는 공간과 사람, 음식과 이야기, 음악과 농담, 그리고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 같은 것들을 통해 삶들을 부드럽게 다독이고 쓰다듬는다.

이 책은 그녀의 톡톡 튀면서 때로는 엄마 품처럼 포근한 감성으로 즐겨 찾고 위로를 얻는 힐링 푸드에 관한 이야기다
. 삶을 끌어가는 데 있어서 언제나 삶이 숨 쉴 공간, 채워질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서 언제나 하나를 더 배운다. 그러니 비워둔 채, 부족한 채로 만족한다.

 

위서현은 이화여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을 전공했다. KBS 아나운서로 일하며 뉴스, 교양 프로그램, 1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라디오에서는 '책 읽는 밤' 진행을 맡고 있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과 재래시장
, 숨어 있는 맛집들과 케이크 가게를 찾아다닌단다. 그 속에서 글과 음악, 그리고 한 그릇의 음식이 주는 사소고하도 커다란 위안을 얻고 믿으며,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가령 가끔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가곤 하는
, 예술의 전당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백년옥'. 여기는 옛날 손부두 혹은 콩비지찌개를 늘 시킨다고 한다. 그녀는 두부 한 모에서도 인생을 살아갈 겸허한 지혜를 배운다.

열정이란 너무 뜨거우면 스스로 타버리고 너무 억누르면 스스로 사그러든다
. 그러니 처음의 열정을 오래 이어가려면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묘하게 품어야 한다. 그것이 담백함이다. 물과 불을 동시에 품은 두부처럼 끝없이 단련되고, 충분히 정련된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다.(170)

어디 이 뿐인가
. '광화문집'의 김치찌개를 먹으며 "삶의 허기로 갈라진 틈이 꼭 맞게 메워진 시간"이었다고, 그래서 든든해진 만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자랑한다.


하루 종일 글을 쓰며 보내기로 한 어느 일요일
, 향긋한 홍차를 우려내는 3분은 참선의 시간과도 같았다고 토로한다. 눈물 나게 매운 청양 고추를 맛보고서 "그 통점을 넘어서고 이겨내면 칼칼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매운 맛도 겸허하게 즐길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한다.

이탈리아 할머니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손맛 나는 음식들이 가득한 '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여느 평범한 장미꽃에 어린왕자의 시간과 의미가 쌓여 단 하나의 특별한 장미꽃이 된 것처럼 다가오는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 골목에 있는 카페 '커피랩'. 이 얼마나 풍성한 감성인가. 먹지 않고도 절로 군침이 돌고, 배부르고 또 넉넉해진다.


나는 이 책을 내려놓으며 그녀와 함께 얼그레이의 진한 향을 맡고 싶다. 그래서 콜필드의 질풍노도같은 방황에 대해, 와타나베가 느낀 상실의 시대에 대해 그리고 핍이 되찾고자 했던 순수에 대해 수다를 떨고 싶다.


천천히 음미하듯
당신만의 걸음으로 걸어요.
시간이 걸린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
고귀한 정신과 향기는
그 시간 속에 깃드는 것이니
,
당신만의 걸음으로 걸어요
.


그녀는 초콜릿 브라우니를 처음 먹었던 열두 살, 새로운 세계가 열린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녀는 여전히 끊임없이 열리는 새로운 세계로 향한 문을 향해 기꺼이 오늘도 열고 건너가 열광하리라. 그리고 또 우리에게 전해 주리라. 그러니 데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녀가 건네는 '뜨거운 위로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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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 禪詩, 깨달음을 노래한 명상의 시, 개정신판
석지현 엮음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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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엮고 옮긴이 석지현(釋智賢) 선생은 일찍이 초판 서문(1974년)에서 "잘못되고 객기 부린 곳은 세세생생(世世生生)을 두고 바로잡겠다"던 언약을 만 38년이 지나 그대로 지켜냈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한글세대에 맞게 시편 일부를 새로 엮거나 빼기도 하고, 한문 원시에 일일이 한글 음을 달아 보기 쉽도록 했다. 한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난자(難字)가 한둘이 아니니, 선생이나 현암사의 편집진이 얼마나 큰 수고를 더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석 선생에 의하면 선(禪)은 달마의 '불립문자(不立文字)'로부터 출발한다. 일체의 깨달음은 누가 전수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경전에서도 찾을 길 없다. 오직 자기 자신 속에서 직관적인 깨달음[得道]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경지와 희열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 그래서 선승들은 자신들의 ‘깨달음을 시를 통해 표현(以詩寓禪)’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선시(禪詩)의 출현이다. 그래서 선시는 선시(仙詩)요, 오도송(悟道頌)이요, 증도가(證道歌)이기도 하다.

책 표지를 보면 한 승려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표지 속의 승려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고개를 수그리고 낮잠을 자고 있다. 이 그림은 조선 말기 화가 혜산 유숙(1827~1873)이 그린 '오수삼매'(午睡三昧)이다.

 


이 그림에서 연상되는 선시를 본문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벽송 지엄은 "옷 한 벌 밥그릇 하나로 '조주의 문'을 드나들었네"(마하연에서)라고 노래했고, 다이구 료칸은 "아는 이의 집에서 이틀 밤을 묵네 / 옷 한 벌과 나무 밥그릇 하나여"(이틀 밤)라고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옷 한 벌 마저 거추장스러워 조주(趙州)는 "제일로 걱정되는 것은 잠자리에 누울 때라 / 옷 한 벌 없으니 무엇을 덮고 자겠는가"(멍청이의 노래)라고 읊었고, 함월 해원은 "내 생애여 무엇이 남아 있는가 / 표주박 하나 벽에 걸려 있네."(표주박 하나)라고 노래했다. 옷 한 벌 없이 지내고, 달랑 표주박 하나 조차 벽에 걸어 내버려두었다. 바로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이 아니겠는가!

책에는 98명의 선사, 시인 그리고 무명씨가 등장한다. 석 선생은 책 뒤에 '작가별 찾아보기'를 붙여 우리가 특정 작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듯 일백여 선사 등의
선시 384편을 18개 장의 시상(詩想)으로 나누어 담았다.

게중에 내 마음을 울린 선시 몇 편과 그 해설을 소개해 본다.

해탈

-소요 태능

한 그루 그림자 없는 나무를

불 속에 옮겨 심네

봄비가 적셔주지 않아도

붉은 꽃 어지럽게 피어나네.

賽一禪和之永
새일선화지영
一株無影木 移就火中裁 不假三春雨 紅花爛漫開
일주무영목 이취화중재 불가삼춘우 홍화란만개

우물 밑에서
-습득

우물 밑에서 붉은 티끌이 일고
높은 산 이마에 파도가 치네
돌계집이 돌아이 낳고
거북이의 털이 날로 자라네.

井底紅塵生
정저홍진생
井底紅塵生 高山起波浪 石女生石兒 龜毛數寸長
정저홍진생 고산기파랑 석녀생석아 구모수촌장

그 누구도 짝할 이 없이
-작가 미상

그 누구도 짝할 이 없이 언제나 높고 높아
일천 강에 달 비치듯 온갖 곳에 응하나니
꽉 막혔으나 허공에 가득 차서

볼 때는 먼지 한 오라기도 볼 수가 없네.

偈頌
게송
獨行獨座常巍巍 百億化身舞數量 縱令逼塞滿虛空 看時不見微塵相
독행독좌상외외 백억화신무수량 종령핍색만허공 간시불견미진상


앞서 언급한 조주(趙州)가 읊은 '멍청이의 노래(十二時歌)'는 어떤가? 이 시는 축시, 인시, 묘시, 진시, 사시, 오시, 미시, 신시, 유시, 술시, 해시, 자시 등 하루 일과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조주는 120세를 살고 간 선승이었다. 40년은 참선, 40년은 운수행각 그리고 나머지 40년은 제자 지도로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검소하디 검소한, 무르녹은 선승의 범접할 수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전율하듯 느낄 수 있었다.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휴정의 '백운산에 올라(登白雲山吟)'을 읽을 적에는 석 선생의 해설이 자못 감탄스러워 무릎을 쳤다.

계수나무 열매 익는 향기 달에 나부끼고
소나무 찬 그림자 구름에 스치네

桂熟香飄月
계숙향표월
松寒影拂雲
송한영불운

이제, 선생의 해설을 보자. "첫 구가 매우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생각에서 '계숙(桂熟)'을 끌어낸 것도 좋으려니와, 그 계수나무 열매 익는 향기가 달에 나부낀다는 '표(飄)'자에는 귀신을 울릴 수 있는 묘함이 깃들어 있다. 2구 송한영불운(松寒影拂雲)의 '영불운'도 예사 글귀는 아니다. 한 시인이 일생을 갈고 닦는다 해도 찾아낼까 말까 한 그런 글귀다. 도대체 이런 글귀가 어떻게 예사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 그것은 시를 쓰겠다는 작위심이 없는 무심지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237~238쪽)

나는 이렇듯 선생의 해설을 읽으며 또 다른 묘미를 느낀다.

왕유의 '석양(鹿柴)'

빈산에 사람 없고
들리느니 말소리뿐
지는 햇살 숲 깊이 들어와
푸른 이끼 위에 비치고 있네.

鹿柴
녹시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
공산불견인 단문인어향 반경입심림 부조청태상

산등성이
- 작가 미상

산등성이 넘고 보면 또 구름이 앞을 가려
기진맥진 허기져서 흐물흐물 해메다가
발길 꺾어 돌아서서 집에 와보니
꽃 지고 새 우는 봄 여기 있었네.

偈頌 其八
게송 기팔
一重山了一重雲 行盡天涯轉苦辛 來屋裏坐 落花啼鳥一般春

일중산료일중운 행진천애전고신 맥답귀래옥리좌 낙화제조일반춘

선재 동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에 따라 53명의 스승을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난다. 선재가 만나는 스승들 가운데는 도둑놈도 있고 깡패도 있고 사기꾼도 있고 창녀도 있고 의사도 있고 백정도 있고 고행자도 있고 구두쇠도 있고 장사꾼도 있고 난봉꾼도 있고 소녀도 있다. 선재는 그들에게서 모두 그들이 겪은 나름대로의 체험, 하나의 진실을 얻는다. 마침내 나그네 길은 끝나고 선재는 잠에서 깬다. 아차! 자신이 처음 출발했던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구도는 자신이 번민했던 그 자리에 해답이 있는 것일지니, "내가 나에게로 돌아오면 그곳이 바로 고향 아니고 무엇이리."

영가 현각의 '깨달음의 노래'(證道歌)도 이를 증언한다. "무지의 잠에서 깨어 보니 / 원래부터 모든 것은 나에게 있었네 / 꿈속에선 지옥도 있고 고통도 있었으나 / 꿈 깨고 보니 한 구슬 빛뿐이네."

큰 깨달음을 노래한 오도송(悟道頌)이기도 하다. 나는 그 의미를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일 뿐!

그간 절판되어 이런 좋은 싯구를 접할 수 없어 무척 아쉬워 하던 차에 현암사에서 용기(?)를 내어 재간하게 된 것을 참 기쁘게 생각한다. 자고로 시는 자꾸 읊고 노래해야 그 빛이 영롱한 법이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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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억 - 다가올 성공의 문을 여는 생생한 이미지 능력
이케다 타카마사 지음, 이동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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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쉽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자, “'미래기
억'을 활용한 목표 달성법“이다.



그렇다면 미래기억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가 의미 부여를 할 때 머릿속에 있는 세 가지 상자의 기억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즉 과거기억, 현재기억, 미래기억이 그것이다.

어떤 행동을 일으킬 때 사람은 이 세 개의 기억 중 어느 하나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가령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깨끗이 정돈된 방에서 편안히 쉬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또 “방이 깨끗해지면 지금보다 한층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미래기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과거기억, 현재기억, 미래기억 중 어떠한 기억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머릿속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이 무엇인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기억은 질보다 양이므로 새로운 것이든 오래된 것이든 체험한 횟수가 많은 쪽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목표 달성과 미래기억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평소에 미래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을 주저없이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하면서, 이는 능력이 아닌 '습관'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괴롭지 않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자기 편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가령 다이어트를 시도할 경우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모델을 상상하거나, 멋진 애인과 출세를 모두 손에 넣게 되는 것을 상상하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미래기억을 활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다어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기억을 만들 때 중요한 점은 '감정이 움직일 때까지 미래기업 만들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에게 자신 없어 하는 살마일지라도 "장차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미래기억을 만들어 놓으면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행동을 하면 "일이 하기 싫어져 일을 뒤로 미루거나 아예 일에서 손을 떼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앤서니 바린스는 "미리에 대한 꿈의 평균 수명은 0.2초"라고 했다. 즉, "이것을 하고 싶다!"고 느길 뿐이며,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비행기는 첫 이륙시 연료의 80퍼센트를 소모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작'은 비행기나 우리에게 모두 어려운 모양이다.

저자는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착각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착각① 목표는 미래를 바꾸는 것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지향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지금 현재의 행동이다. 목표는 먼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를 바꾸는 것이다.

착각② 목표를 실현 가능성을 보고 결정한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의 덫에 갇히면 "실현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니 안 하겠다!"며 처음부터 행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에 행동할 가치가 있는지 어떤지!"를 생각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착각③ 목표 달성 못하는 내가 참
한심하다
생의 목표는 무엇을 달성하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하는가에 있다. 목표를 세우는 참된 목적은 성장하는 것이며 목표 달성을 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착각④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목표를 변경해서는 안된다
목표의 역할은 "지금 당장 얼마만큼 변할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얼마만큼 성장시키는가"에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를 덩구 변화시키고 자기 자신을 더욱 더 성장시킬 수 있도록 목표를 다시 설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착각⑤ 기한은 꼭 엄수해야 할 정해진 시간이다

기한을 정하는 이유는 오로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성장해 나갈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기한을 자기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지 스스로 얽어매기 위한 족쇄로 생각할지에 따라 목표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이제 10년 동안 계속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나 꿈을 찾아 매진해 보자! 그것도 즐겁고 신나는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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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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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내가 같이 가주었으면 좋겠어?”
린지는 아서 오프의 집에 가려고 원피스를 입는다. 린지가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처음 본다. 학교에 갈 때는 청바지나 운동복을 입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이야기를 여기서 하려고 한다.

이 소설은 리즈 무어가 썼다. 그녀는 작가이자, 음악가이며 교수다. 만만치 않은 이 모든 일들을 해내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출판사 소개를 보니 “뉴욕 특유의 세련된 절제미를 보여주며 마치 한 편의 악보처럼 유려하게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했다. 그녀의 이력과 결부시킨 셈인데, 실제로도 그랬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게다가 개운하기까지.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 오랜만이다.

난 이럴 때면 항상 생각한다. 왜 우리 작가들은 이런 작품을 쓰지 못하는 걸까? 아직 덜 익어서?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나는 우리 소설에서는 항상 작가의 불안감이 배인 냄새를 맡는다. 어딘가 쫓길 때 흩어지는 땀 냄새같은. 이해도 된다, 하긴, 이 세상의 온갖 좋은 소설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작가들은 얼마나 힘들소냐 이 말이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셋이다. 아서 오프, 샬럿 터너 그리고 켈 켈러. 우선 아서 오프를 보자. 이 남자는 교수였다가 샬럿과의 데이트가 이슈가 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애정 관계에 휘말렸다고 판단한 대학측은 윤리위원회를 소집하여 그를 회부한다. 하지만 아서는 출석 통지서를 받고 아예 출근하지 않는다. 샬럿 터너는 말없이 아서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둘이 만난 지 근 20년 만에 전화가 연결된다. 한편 켈은 샬럿의 아들. 과연 이 세 사람은 어떻게 풀려질까. 여기에 소설의 묘미가 있다.

이들은 한결 같이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 샬럿 터너는 거의 매일 잠시도 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알콜 중독이다. 아서 오프는 음식 중독으로 고도 비만이다. 켈 켈러는 야구에 인생의 승부를 거는 야구 중독이다.

왜 이들은 중독이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저자는 그 원인을 본질적인 ‘외로움’에서 찾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교감을 나눌 대화 상대도 없고, 그렇다고 지친 심신을 의지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가 이들을 돌보는 것도 아니니, 결국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타인이 아닌 물화된 대상이다. 타인과 소통할 수 없으니 점점 고립된다. 아서 오프와 살렷 터너는 거의 집에 틀어박혀 외톨이로 지낸다.

그렇다면《무게》의 원제 ‘Heft'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어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짐이 되는 것, 고통스럽게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복잡하고 힘겨운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단어는 진지하고 심각하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앞의 두 가지 의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 책 인물 모두가 나름의 짐을 지고서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삶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모든 결정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떠안은 문제 때문에 마음으로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등장 인물들은 ‘어떤 것’을 두려워하고 그 대상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고, 자신에게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 대상에 심취하고 빠져든다. 어떻게 보면 소심하기 짝이 없고, 인생의 패배자가 아닐 수 없겠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해진다. 어느새 등장 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낀다. 나도 그들처럼 어딘가에 중독되어 있을지 모른다.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다. 아니 중독이 아니어도 이와 비슷한, 이 빠진 그릇 같이 묘한 불완전성을 느낀다. 내 자신이 진정 원하고 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의 시각과 평가 속에 왜곡되고 고통 받는 그런 삶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세상을 향해 소통하고 발을 내딛는 극적인 계기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에게서 비롯된다. 아서에게는 율란다가 있었고, 켈에게는 린지가 그랬다. 이들을 중개로 해서 아서와 켈은 세상을 달리 보기 시작하고, 타자와 함께 부대낄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마침내 켈이 아서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은 이 소설에서 다룬 무게와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는 정점이다. 그래서 나는 아서를 찾아 길을 나서는 켈러를 위해 기꺼이 원피스(거의 입지 않는)를 입는 린지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아! 내게도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 우리 인생의 ‘무게’는 기꺼이 함께 나눌 가족 혹은 타인에 의해 덜어진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숨어들기만 하는 움츠림은 결코 자기 자신도 구할 수 없다. 다만, 일시적인 도피일 뿐.

내가 힘든 길을 나설 때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면, 누군가 내 곁에 있어 의지가 되어 주면 좋겠다.

“정말 내가 같이 가주었으면 좋겠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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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리에 간다면 -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
모모미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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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파리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셀부르의 우산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레미제라블, 모나리자, 토탈 이클립스(랭보), 물랭루즈, 몽마르뜨, 전혜린, 바르세이유의 장미, 고흐 형제, 그리고 달빛 흐르는 세느강의 밤 배.

파리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 언젠가 아내랑 둘만의 여행을 갔을 때 아내는 파리가 별로라고 했다. 지저분하고 불친절해서 싫단다. 하긴 몽마르뜨로 갈적에 탄 택시의 운전사가 아랍인이었다. 그는 이리저리 골목길을 빙빙 돌면서 난폭하게 운전했고, 도착해서는 미터 요금보다 더 많이 요구했고, 게다가 팁까지 달라고 버티는 것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말도 통하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쳐도 태도가 영 시원찮았다. 그러니 아내가 질렸다는 표현 대신 파리가 싫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난 왜 파리가 좋으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망설임 없이 개방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 내게 파리는 예술의 도시요, 육감적인 도시요, 풍요로운 도시였다.

개인적으로 파리에는 출장과 여행을 합쳐 모두 5차례 이상 갔었다
. 게 중에 한 번이 앞서 말한 아내와 함께 한 거였고.

모모미가 쓴 책
,《다시 파리에 간다면을 혹~하게 읽었다. 나도 파리에 대해선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가 발품 손품 팔아 파리 구석구석을 누빈 정성이 온통 묻어나 있었다!

파리에서 머물렀던 스튜디오에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빛이 들었다.
자신의 방에 언제 빛이 드는지 안다는 것은
아마도 그 공간을 사랑하는 뜻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 유난히 애착을 보인다
. 후라이 팬도 하나 덜컥 사고, 스튜디오의 주인 베르나르와 니콜 부부를 비롯해서 이웃들과도 살갑게 지냈던 모양이다.

그녀의 친구
y는 파리에 오면 에펠탑은 못 봐도 로댕 미술관만은 꼭 가봐야 한다고 했는데, 난 그러질 못했다. 루브르, 오르세, 피카소는 둘러보았지만 로댕은 놓치고 말았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못내 아쉽다.

y
를 따라 로댕 미술관의 어느 전시실로 들어갔을 때 나는 잠시 멈춰서고 말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 내 시야에 맺혔다. 그것은 빛이었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빛이었다.(45)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빛.‘ 그래,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그냥 느끼고 또 느끼는 거지. 지중해에 가면 강렬한 빛의 향연에 압도되듯이 말이다.

특이했던 풍경은 쉬는 날만 열린다는 카발로티 거리의
휴일 미술관.’ 이 곳은 젊은 여성 예술가 두 명이 아이디어를 내어 상가 셔터문에 고갱, 모딜리아니, 로트렉 등 많은 에술가들의 작품을 그려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 상점이 문을 열면, 곧 셔터가 올라가면 볼 수 없으니 이른 아침이나 일요일 오후에 찾아야 한다고 한다. 거리의 낙서(그래피티)와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나서 좋았다. ^^


이제 완연히 가을이다
. 이 맘 때 파리에서라면 어디가 좋을까? 저자가 추천하는 곳은 와인 파티가 열리는 베르시 공원이다. 이 공원은 한 때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와이너리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400그루의 포도나무가 남아 있다고 한다.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이 공원에서 매년 와인과 관련된 큰 파티를 연다고 하니 벌써 내 마음은 현지에 달려가 있다.

이외에도 모모미는 발품으로 찾아낸 빌라촌, 거리 등등 탐나도록 이쁜 곳들을 두루두루 소개한다. 가령, 지도를 보아 우연히 꽃들의 도시를 발견하고 무작정 찾아가거나, 바스티유 근처 주말 시장에 갔다가 저 멀리 고가도로 위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그쪽으로 향한다. 여행이란 이런 것일 테지? 꼼꼼하게 일정과 볼거리를 체크하고 나서는 것도 알뜰하게 보낼 수 있어서 좋겠지만, 무작정 발가는 대로 맘가는 대로 길을 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내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스튜디오의 안주인 니콜이 소개해 주었다는
파리의 고양이 마을’. 이 곳은 파리 19구에 있는 빌라촌으로 건물에 아르튀르 랭보, 클로드 모네, 폴 베를렌, 펠릭스 포르, 사디 카르노 등 프랑스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의 진짜 명물은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애교 넘치는 고양이들. 골목마다 많게는 서너 마리의 고양이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집주인들의 취향이 엿보이는 정원들이 세심하게 가꿔져 있다고 한다.

그녀는 살림꾼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 벼룩 시장이나 재래 시장을 찾아다니며 그 풍경을 멋지게 스케치해서 보여준다. 시장 만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우리 가족이 영국에서 매주 일요일이면 인근 공원이나 공터에서 열리는 카 부츠 시장
(차 드렁크에 물건을 싣고 와서 파는 벼룩시장)에 거의 빠짐없이 들러 어린이책, 장난감 그리고 생활용품 등을 한아름 사오곤 했다. 우리의 아름다운 가게도 실은 영국의 옥스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파리지앵도 아나바다 정신이 몸에 배여 있는 모양이다. ^^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간 파리에서 내가 놓친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 내가 다시 파리에 간다면, 그녀가 했던 것처럼 따라 해 보고 싶다. 게 중에서도 진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비오는 날 미술관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트램을 타고 파리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것, 그리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에 앉아 거리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녀는 책 부록편에 직접 둘러보고 꼼꼼하게 체크해 봤음이 틀림없을 진짜배기 카페
, 레스또랑, 베이커리, 상가(벼룩 시장까지) 그리고 숨어 있는 볼거리들을 잔뜩 채워 놓았다. 이만하면 팬서비스도 만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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