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
박종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0월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2000억 원 가량 증가한 8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기준금리(1.25%)보다 작년 금리가 0.5%포인트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기사에 따르면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시중금리와 연동성이 적은 집단대출이나 장기간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중소기업대출 저리 자금(연이자 0.75%)을 3%대 고리로 대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5년 전만 해도 3.0%대였다. 올해 6월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전격 인하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에서 말하는 ‘기준금리’는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환매조건부매매(RP, Repurchase Agreements) 7일물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다. ‘환매조건부매매(RP)’란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 금리를 보태 되사거나 파는 조건으로 거래되는 채권을 말한다. ‘기준금리’는 일종의 채권 금리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금리는 경기 흐름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 상황이 투영되어 있다. 금리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다. 각 금리 간의 스프레드를 살펴보면 미래의 경제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국고채 3년 – 기준금리 스프레드’ 또는 ‘국고채 10년 – 국고채 3년 스프레드’다. 이런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면 미래에 금리가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반영되는 것이며, 경제 상황이 금리가 상승한 만큼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2015년 12월 16일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이후 추가 금리 인상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께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신속한 구조 조정과 적극적인 경기 부양,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경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가령 미국 제조업과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세계 통화정책의 추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어떨까? 그는 국내외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 흐름을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국내적으로는 0%대 금리가 시간 문제로 보이며, 곧 성장률도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기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한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금리와 통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 경제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아우른다. 다가올 경제의 미래를 금리로 예측해 보는 통찰력은 빼놓을 수 없는 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가 마저 쓰지 못하고 마친 유고 작이다. 1916년 5월부터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해서 그해 12월 14일 제188회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위궤양이 악화되어 내출혈로 1916년 12월 9일 사망했다.

그가 작가로 데뷔한 때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호토토기스》에 발표한 1905년이었다. 이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작 10여 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는 일관된 흐름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심오한 관조다.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는 일본이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고, 군국주의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부산하기 이를 데 없던 때였다. 게다가 새로운 서양 문물이 쓰나미 처럼 쏟아져 정신적으로도 혼란을 겪던 때이기도 하다.

작가의 눈은 결코 현실에서 떠날 수 없는 법. 나쓰메 소세키 역시 20세기 초 사회의 격변을 냉철하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작가는 사람들이 신식 문물에 떠밀려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사람이라면 응당 찾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고민했으리라.

‘명암’(明暗)은 밝음과 어두움의 이중적인 반어를 지닌 말이다. 사람 관계에서 ‘명암’이라면 누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누구를 싫어하기도 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때는 좋아졌다가 어떤 때는 싫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에 대한 이야기다.

쓰다와 오노부는 요시카와 부인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 부부. 부부 사이의 감정은 주위 상황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선 돈 문제다. 그 다음은 사랑이다. 돈과 사랑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부부를 둘러싸고 시누이 오히데, 쓰다의 친구 고바야시, 쓰다의 옛 애인 기요코, 기요코를 소개해 준 요시카와 부인 등 인물들 사이의 긴장 관계가 주요 골자다.

쓰다는 옛 애인 기요코에 대한 향수가 있다. 기요코가 온천에서 요양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망설인다. 오노부는 이런 쓰다를 두고 ‘자존심은 단순한 허세’(425)라며 만나볼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오노부 역시 자존심이 세다. 돈이 궁함에도 불구하고 오카모토 고모 댁에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자존심 때문이다. 작가는 사람 관계의 명암은 자존심에 달려 있고, 그 자존심은 허세라고 오노부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노부와 오히데의 관계를 보면 사람의 평가에 대한 선와 악의 문제를 보여준다.

현암사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펴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9월이었다. 이 『명암』이 14권에 이르는 전집의 마지막 권이다. 그 사이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는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우리와 일본과는 가깝고도 먼, 애증(愛憎)의 관계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최고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이 간행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려운 출판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집을 펴낸 현암사의 수고에 뜨거운 축하 박수를 보낸다.  마침 올해는 나쓰메 소세키가 타계한 지 꼭 백 주년이 되는 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스트 아미 - 제2차 세계대전 일급비밀부대 이야기
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고스트 아미(ghost army), 유령 군대. 이 책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실존했던 특수 부대, '고스트 아미는'의 활약성을 그렸다. 때는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로부터 몇 주 후였다. 미군은 1100명 규모의 특수 부대, 23부대를 유럽에 급파했다. 이들은 화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었다.

 

작전은 단 하나. 적과 아군을 깜쪽같이 속이는 것이었다. 군 최고 수뇌부만 아는 그들은 말 그대로 유령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전장에서 '기만'을 위한 전술, 가히 아트 수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령 공기 주입식 모조 탱크와 수송 트럭을 만들고, 불도저로 전차 바퀴 자국을 내며, 거대한 스피커로 대부대가 이동하거나 주둔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엉터리 정보를 담은 모스 부호를 날리기도 했다.

 

▲고스트 아미 부대원들이 모조 공기주입식 탱크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작전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면 적들도 미리 대비하기 마련이다. 작전의 성패 여부를 떠나 막대한 희생이 따르기 쉽다. 이들이 발휘한 기지 덕분으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저자들이 소개한 활약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라인강 도하 작전이었다. 고스트 아미에게 1945년 독일로 진격하던 미9군 제30보병사단과 제79보병사단이 실제 공격 지점보다 남쪽으로 16㎞ 아래에서 도강 공격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들은 모조 탱크와 군용차 200대를 동원하여 마치 두 사단이 실제 도강을 하는 것처럼 기만술을 펼쳤다. 독일군이 엉뚱한 곳에 화력을 집중한 덕분에 실제 두 사단이 라인강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사망자는 31명에 그쳤다. 사실 노르망디 작전이 하나의 거대한 기만술의 승리였다. 독일군은 연합군의 상륙 작전이 임박했음을 눈치챘으나, 칼레에 집결한 위장 함대에 속아넘어갔다.

 

저자 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는 1996년 50년 만에 기밀해제된 '고스트 아미'에 관한 방대한 기록과 문서를 찾아 정리했다. 고스트 아미 출신 병사들과의 인터뷰, 편지, 일기와 회고록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당초 릭 바이어는 '고스트 아미'란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이들을 조명하면서 '고스트 아미'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겠다. 우선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제2차 세계 대전의 비사(秘史)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어 예술적 재능으로 뭉친 병사들이 그린 수채화와 드로잉 을 감상하는 맛이다. 가령 추상주의 화가 엘즈워스 켈리, 패션 디자이너 빌 블라스, 야생동물 화가 아서 싱어, 사진작가 아트 케인 등이 모두 고스트 아미 출신이었다.

 

살다보면 정공법보다 우회 전략이 더 먹힐 때가 있는 법이다. 삶이 곧 전쟁터라고 했든가. 넘어서야 할 상대가 있다면 정면 대결보다는 에둘러 가거나 그럴 듯하게 위장하는 것도 하나의 비책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9-05 0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완결한 작품이다. 1915년 6~9월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시대의 배경은 1904년 무렵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공 겐조의 삶은 나쓰메 자신과 거의 일치한다. 가령 영국 유학을 마친 후 대학 강사로 활동한 점, 유년기에 양부에게 수양아들로 보내졌다 본가로 되돌아왔다는 점, 자주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한 점(폐병의 전조같이)이나 천연두를 앓은 점, 작품에 등장하는 누나와 형 등 가족 관계 역시 그대로 빼닮았다.

그래서 당시 나쓰메와 그 일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나쓰메 작가의 시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04년 무렵이면 청일 전쟁의 승전 이후 러일 전쟁을 앞둔 때다. 일본은 청이라는 대국을 물리쳤으니 그 분위기가 가히 대단했을 것이다. 환희와 승리에 대한 도취... 작가의 시선은 오히려 한발짝 물러나 있다.

가령 겐조를 두고 "습속을 중시하기 위해 학문을 한 듯한 나쁜 결과에 빠지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그에게는 아무튼 자신의 분별없는 짓을 식견이라 자랑하고 싶어 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107쪽)라고 한다든지,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뭔가 해내야 한다고, 또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67쪽)한다고 묘사한 대목은 자신의 술회일지도 모른다.

겐조는 신경질적인 우직한 성격, 생계를 위한 일에 허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와한다. 이것이 또 신경쇠약의 원인이 되기 마련이다. 나쓰메도 그러했듯이.

작가는 영국 유학을 통해서 유럽 문명의 발흥을 직접 목격하고 왔다. 막 일본은 시작이었다. 그의 눈에 과연 일본은 험난한 열강들의 각국장에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긍정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관조자의 자세다. 다만 얽힌 실타래같이 잘 풀어내야 할 역사의 전조랄까.

작가는 겐조와 누나(나쓰)와 형(조타로), 그리고 양부(시마다)와의 관계를 "모든 것이 퇴폐의 그림자이고 조락의 빛인 가운데 피와 살과 역사가 뒤얽힌" 관계라고 묘사한다. 청을 이겼다고 들뜨지 말고 차분히 대국의 기본과 밑거름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항변일지 모른다.

이야기 서사는 '돈'과 관련되어 있다. 겐조와 일가, 양부와 장인과의 관계는 돈을 빌리고 꾸어주는 것이다. '돈'은 곧 부국강병의 상징이다. 전쟁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물자와 돈에 대한 요구는 넘쳐난다. 하지만 작가의 눈에는 물질적 요구는 결국 사람 사이의 정신과 관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악으로 보인다. "물질적 요구에 응하려고 마련한 그 돈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정신적 요구를 채우는 방편으로서는 오히려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66쪽)

소설가 정이현의 평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겐조의 삶은 "시종일관 몹시도 현실적인 세속의 일들에 압박당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한갓 '길가의 풀 한 포기'라고 자조하게" 만든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