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 BBC가 방송하고 이종필이 해설하다
스티븐 호킹 지음, 이종필 옮김/해설 / 동아시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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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티븐 호킹 박사가 타계하기 전인 2016년 1월 BBC 라디오에서 가졌던 두 차례의 대중 강연을 이종필 박사가 우리 말로 옮기고 해제한 것이다. 강연 제목은 "블랙홀은 털이 없을까"와 "블랙홀은 흔히 블랙홀이 칠해져 있는 것처럼 검지 않다" 등 두 가지다.

 

이종필 박사는 입자물리학 전문가다. 하지만 그의 영역을 넓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부터 인터스텔라와 블랙홀 같은 우주론,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까지 다양하다.

 

원제 『Black Holes: The Reith Lectures』에서 "The Reith Lectures"는 1948년 초대 BBC 이사장을 맡았던 존 리스(John Reith)경의 이름을 딴 것이다. 존 리스 경은 유명 인사를 섭외하여 국민들을 위한 대중 강연을 펼쳤다. 1948년 첫 강연은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이 나섰고, 2017년에는 부커 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힐러리 맨틀이 했었다.

 

리스 강연은 보통 30분 정도 진행된다. 강연자가 15분 내외로 한 다음, 청취자와의 질의 응답이 이어진다. 호킹 박사의 두 강연은 1988년 펴낸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에서 블랙홀 관련 핵심 되는 내용을 담았다.

 

첫 번째 강연 "블랙홀은 털이 없을까?"는 먼저 답을 하자면 "털이 없다!"이다. 이 말은 블랙홀이 형성될 때 크기와 모양은 붕괴된 물체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오직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 속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털이 없다"는 말은 다른 군더더기를 털어내고 매끄럽게 단순화됐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속도의 값을 구해 블랙홀의 모형(크기와 형태)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처음에 '블랙홀'(불어로 trou noir)이 외설적이라 하여 거부 반응이 있었다. 수탉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국조다. 강의 원문을 보면 이렇다. “the French saw a more risque meanings for years they resisted the name ‘trou noir’ claiming it was obscene. (중략) Black hole has no hair to the French this just confirmed their suspicious.” (세 번의 웃음. 호킹 박사의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다.)

 

1963년 로이 커, 존 휠러와 1967년 워너 이즈리얼의 연구를 종합하면 자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완전한 구형이어야 하고, 그 크기는 질량에만 의존한다. 자전 속도가 0이 아닐 경우 블랙홀은 적도 부근이 불룩하게 솟아오른다. 자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적도 부근이 더 튀어나온다. 호킹박사는 1971년 고정 상태에서 자전하는 모든 블랙홀에는 대칭축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블랙홀의 크기와 형태는 오직 질량과 회전 속도에 위해서만 결정된다. 별이 붕괴를 일으켜서 블랙홀을 형성한 그 밖의 성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서 “블랙홀은 털을 없다”고 알려졌다. 이 말을 되짚어보면 블랙홀이 생성될 때 많은 정보가 상실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편 인도의 찬드라세카르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태양 질량의 1.4배 이상 큰 차가운 별은 자체 중력에 저항할 수 없다(찬드라세카르의 한계). 별의 질량이 한계보다 작다면 백색왜성(흰난장이별)이 될 수 있다. 가령 백조자리 X-1의 주위를 돌고 있는 별의 경우 강력한 엑스 선을 방출하고 있다. 별이 나선 운동을 하면서 표면이 떨어져 나가면서 매우 뜨거워져 엑스 선을 내는 것이다. 백조자리 X-1의 질량을 측정해보니 태양 질량보다 최소 약 6배에 달했다. 이는 곧 X-1이 블랙홀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1.4배 미만이라면 블랙홀이 아닌 백색 왜성이 될 것이다.

 

블랙홀이 정상 상태가 될 때 전체 질량(total mass), 회전 상태(state of rotation), 전기전하(electric charge) 등 세 가지 변수만 가진다. 블랙홀이 지닌 세 가지 특성, '질량, 회전 상태, 전기전하'를 일컬어 ‘털이 없다’는 말로 쉽게 설명한다. 여기서 '회전 상태'는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스핀)과 같은 맥락으로 사용된다. 한편 '전기전하'는 블랙홀이 왜 입자나 복사를 방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는 블랙홀이 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강연 "블랙홀은 흔히 블랙홀이 칠해져 있는 것처럼 검지 않다"는 좀 더 심오한 이론이다. 과연 블랙홀은 흔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어떤 빛이나 물질(혹은 에너지)도 빠져나갈 수 없는, 혹은 아무것도 방출하지 않은 채 완전히 검을까? 두 번째 강연의 핵심은 "블랙홀은 실제로는 결코 검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블랙홀은 쇠를 달구었을 때처럼 불그스름한 빛을 내며 입자와 복사를 방출한다. 질량이 작은 블랙홀일수록 더 많은 복사를 방출하며, 이는 큰 블랙홀보다 더 쉽게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발 더 나아가 빅뱅 이후 생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산만한 질량'(수십억 톤)을 가진 원시 블랙홀은 그만큼 찾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킹 박사는 1974년 블랙홀이 복사(‘호킹 복사’)를 방출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블랙홀이 복사를 방출하는 원리를 보자. 책에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체 공간은 가상의 입자와 반입자 쌍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입자들은 끊임없이 쌍으로 물질화하고 분리되고, 다시 합쳐져 사라져 버린다. 가상 입자는 들뜬 상태의 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빛 스펙트럼 준위에서 만들어진다. 이 입자는 실제 입자들과는 달리 입자검출기에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는다.

 

한 쌍의 가상 입자 중 하나가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면 상호 소멸을 위해 필요한 짝을 잃어버린 다른 하나는 남게 된다. 버려진 입자, 즉 반입자는 자기 짝을 따라 블랙홀 속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무한대로 멀리 탈출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볼 때 블랙홀이 복사하는 것처럼 보인다(아래 그림).

 

 

『시간의 역사』에서 설명이 좀 더 자세하다. 입자/반입자 쌍의 하나는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하나는 음의 에너지를 가진다. 음의 에너지 입자는 짧은 수명의 가상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입자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항상 양의 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이다. 가상입자는 상대를 찾아서 함께 소멸해야 한다. 질량이 큰 물체 가까이 있는 입자는 멀리 벗어나려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줄어든다. 블랙홀 내부의 중력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실제 입자조차도 음의 에너지를 가진다. 음의 에너지를 가진 가상 입자는 블랙홀 안에서 실제 입자나 반입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그 입자는 더 이상 짝을 찾아 소멸할 필요가 없다. 버림받은 짝 역시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거나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실제 입자나 반입자로 블랙홀 가까운 곳(사건의 지평선 바깥쪽)에서 탈출할 수 있다.

 

호킹 복사의 개념이 제안되었을 때 학계의 반발은 격렬했다. 기존 블랙홀의 관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주배경복사와는 달리 호킹 복사는 아직 발견 또는 검출되지 않았기에 이론적으로만 정립돼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이종필 박사에 따르면 이렇다. 블랙홀의 온도는 절대온도로 수천만 분의 1도에서 1억분의 6도 정도에 불과하다. 우주의 온도 절대온도2.7도(–270.45℃)와 비교가 안 된다. 블랙홀이 호킹복사를 하더라도 질량의 변화를 우리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10의 60승 년이 걸린다.

 

이 책으로 입문했다면 읽기 어렵다는 호킹 박사의 다른 책 『시간의 역사』나, 『호두껍질 속의 우주』에도 도전해 보자. 최근 빅뱅과 우주배경복사에 대해 우리 학자가 쓴 좋은 책도 나왔다. 이강환 박사의 『빅뱅의 메아리』나 이석영 교수의 『빅뱅 우주론 강의』 증보판은 우주의 탄생과 기원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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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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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으로 읽는 그리스인 조르바. 이종인 선생의 작품 해제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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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스 - 뇌신경과학자의 감각 탐험기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9
마테오 파리넬라 지음, 황승구 옮김, 정수영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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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파리넬라(Matteo Farinella)는 2013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게다가 그래픽 저널리즘과 과학을 주제로 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

 

신경과학과 만화의 만남그러고 보니 2015년 국내에 소개된 저자(뇌신경학자 하나 로스와 공동작업)의 작품이 바로 뉴로코믹이었다. NEUROCOMIC, 신경과학neuroscience과 만화comic를 합친 말이다뉴로코믹에선 뇌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뉴런의 숲을 헤치며 뇌신경을 탐험한다.

 

이번 책은 우리가 느끼는 감각(the Senses)에 관한 것이다즉 촉각미각후각청각시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의 원리를 증상 현실 같은 만화로 보여준다만화 주인공과 함께 신경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감각이 어떻게 감작되고어떻게 뇌로 전달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또한 감각에 관해 앞서 연구했던 위대한 과학자들과 최신 연구 결과까지 두루두로 접할 수 있다푸른지식에서 선뵌 과학 만화를 주제로 한 그래픽로직 시리즈 아홉 권 째다.

 

저자 마테오 파리넬라(Matteo Farinella)

 

우리는 매일 지각하고느끼며인지하면서 살고 있다. ‘감각’ 하면 뭔가 알 듯 한데 딱히 설명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이를 설명해 놓은 과학 책을 접어들어도 어렵긴 매한가지다여기에 이 책이 미덕을 십분 발휘한다우리는 흥미로운 일러스트와 코믹한 만화로 키득거리며 읽다보면 어려운 감각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어느새 체득하게 된다가령 다양한 촉감처럼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 피부 속 신경세포꿈틀거리는 미뢰음식이 풍미를 만끽하게 하는 콧속의 멋진 궁전착시를 유발하는 속임수의 정원 등 만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를 맘껏 즐길 수 있다.

 

과학과 만화의 만남에 대해 저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최근 그가 사이언스 넷링크와 가진 인터뷰를 참조하면 좋겠다.

 

나는 만화를 그리거나 보면 볼수록 만화가 과학을 이야기하는 가장 강력한 포맷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왜냐 하면 만화는 어른이든 아이든 과학에 관해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과학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만화라면 환영할 것이다또한 만화는 세포나 단백질 같은 개념을 캐릭터로 바꾸어 보여줄 수 있고뇌신경과학 같은 어려운 내용도 흥미로운 스토리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그래서 만화에는 새로운 은유가 필요하다과학자인 내게 만화는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게 해주는 놀라운 도구다.”

*원문 출처 : http://sciencenetlinks.com/blog/snl-educator/steam-within-pan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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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책 〈82년생 김지영〉이 도착했어요!

 

우선 책 수령 등록했어요. 겉지 뒤쪽 하단 우측에 있는 바코드 숫자(13자리)를 입력하면 되네요. 열심히 읽고 다음 주자에게 얼른 바통을 넘겨야겠어요~ 실은 일찍이 읽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읽으려 합니다. :)

 

특이한 것은 속지 맨뒤 보니 다음 독자에게 넘길 메시지 쪽지가 첨부돼 있네요. 다섯 번째 독자까지 바통을 넘길 수 있군요. 멋진 이벤트 응원합니다! ^^

 

*이벤트 바로가기 :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eventId=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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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하게 솟아올라 펄럭이면서 말하던 불꽃은
더 할 말이 없었는지 잠잠해졌다. 그리고
친절하신 시인의 허락을 받아 떠났다.

 

그때 그를 뒤따라오던 다른 불꽃 하나가
혼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기 몸을
줄로 다듬어 준 사람의 울음을 따라
처음으로 울었던 시칠리아의 황소*가

*아테네의 명장(明匠) 페릴루스는 시칠리아의 폭군 팔라리스에게 놋쇠 황소를 만들어 바쳤다. 팔라리스는 죄인을 황소 안에 넣어 태워 죽이면서 죄인의 비명 소리가 황소 울음소리처럼 울려 나오도록 했다. 그 첫 번째 희생자가 바로 페릴루스 자신이었다.

 

그 안의 비탄에 빠진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울부짖으면,
비록 놋쇠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고통으로 찢어지는 자의 신음 소리처럼 들리듯,

 

그렇게 그 불꽃 안에 있는 불타는 영혼으로부터
벗어날 길도, 틈도 찾지 못하던 고통의 소리는
불의 언어로 변해 갈 뿐이었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지옥편》(민음사) 27곡 (275~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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