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986년 4월 26일 01시 23분 58초. 벨라루스 국경에 인접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4호 원자로가 몇 차례의 폭발 후 녹아내렸다. 원전은 우크라이나에 있었지만 벨라루스가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사고 결과 5천만 퀴리의 방사성 핵종이 방출되었고, 그 중 70퍼센트가 벨라루스에 도달했다. 국토의 23퍼센트가 오염되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는 4.8퍼센트, 러시아는 겨우 0.5퍼센트였다. 원전이 하나도 없었던 벨라루스가 뜻하지 않은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 후 150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한다. 체르노빌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아직도 체르노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8쪽).

 

체르노빌 전에 벨라루스인 10만 명 중 암환자는 82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통계를 보면 10만 명 중 6천 명이 암환자다. 거의 74배나 늘어난 것이다. 사고 후 10년 뒤 벨라루스인의 평균 수명이 55세로 줄었다.

 

1979년 3월 28일 04시경 미국 쓰리마일 원자력 발전소 2호기에서 미국 원전사상 최대의 사고가 발생한지 7년만이었다.

 

이 책이 발간된 때는 1997년이었다. 2008년 초판에서 검열 때문에 제외되었던 인터뷰와 인터뷰 추가분이 더해져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가 몇 해 전 일본 훗카이도에 있는 토마리 원전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녀가 체르노빌을 언급하자 토마리 원전 직원들은 “우리가 일하는 원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아라며 “원전 건물 위로 비행기가 떨어져도 끄떡없고, 가장 강력한 지진 8.0의 강진도 견뎌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2011년 3월 11일 14시 45분께 일본에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하여 모두 11기의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났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거의 30개국에서 443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국 104기, 프랑스 58기, 일본 55기, 러시아 31기 그리고 한국 21기.

 

과연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할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문제없다고, 안심하라고 말한다. 마치 일본 원전 직원들이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그녀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이 책이 ‘미래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도 미래 언젠가 또다시 닥칠 수 있는 인류의 재앙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그 해 10월 미국은 쓰라마일 원전을 재가동시켰다. 역사와 현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스베틀라나는 어떠한 사건이 역사가 되려면 최소한 50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생긴지 30여 년이 흘렀다. 그녀는 사고 당시부터 10여 년 동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을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한 사람들은 소방대원이었다. 바실리 이그나텐코도 그런 소방대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아내 류드밀라는 10년이 지난 시점에 당시 모습을 떠올리며 스베틀라나와 인터뷰했다. 바실리가 없는 현실을 이겨내려는 류드밀라의 지난한 몸부림은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원전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프리퍄티(‘프리피야트’라고도 한다)를 영원히 떠나야 했던 나데즈다 페트로브나 비곱스카야, 온 몸이 다 막힌 상태로 눈만 열린 채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라리사 Z 엄마, 전 벨라루스 과학 아카데미 핵에너지 연구소 바실리 보리소비치 네스테렌코 소장의 회한, 그리고 익명으로 인터뷰한 사람들...

 

어쩌면 이 모든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무감각하게 21기나 되는 원전을 껴안고 산다. 마치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는 먼 나라의 이야기요, 우리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천부당만부당한 사건처럼 아무렇지도 않다. 당장의 안락함이 중요하지 미래의 재앙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만일, 만일에 말이다, ‘그날’이 오면 스베틀라나가 대신해서 들려주는 슬픔과 고통도 곧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하나의 소리 없는 우리의 ‘미래 연대기’다. 깨어있는 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다. 우리는 과거에서 교훈을 배워 미래의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