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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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청준은 1968년 매잡이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전라도 어느 산골 마을에서 길들인 매로 산꿩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매잡이와 벙어리소년의 이야기다. 작가는 작품에서 산업사회를 맞아 사라져가는 우리 것에 대한 진한 향수를 담고 있다.

영국에서도 매잡이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한때 참매들은 브리튼 제도 전역에서 번식했다. 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 탓에 사람들이 매를 날리는 일은 제한되었다. 19세기 후반 무렵 영국의 참매는 멸종했다.

1960년대 이후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참매를 수입하여 키우고 방사했다. 오늘날 약 450쌍 정도까지 늘어났다. 현재 영국에는 몇몇 지역에 매보존협회가 있어 역사적인 전통을 이어간다. 부럽기 그지없다.

헬렌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친다. 런던 언론사의 사진기자인 아버지가 어느날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 보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깊은 아쉬움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한동안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커튼을 치고 혼자 지냈다. 거기서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을 더듬다가 어린 시절부터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매를 떠올린다.
아버지와 함께 산과 들을 누비며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새를 관찰하고 동물을 눈여겨보았다.

 

"아빠가 내 옆에 서 있었다. 우리는 새매를 찾고 있었다. 매들이 근처에 둥지를 틀었고, 그 7월 이후 아빠와 나는 새매들이 가끔 우리에게 선사하는 장관을 기대하고 있었다." - 25쪽

열두 살 때 처음 본 조련된 참매, 한때 일했던 어느 맹금 센터에서 울타리에 부딪혀 나가떨어진 늙은 암컷 참매를 돌보아 준 기억. 그때부터 참매는 헬렌에게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헬렌은 매를 길들이기도 하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매 사육사에게 새끼 참매를 분양받아 집에 데려온다. 아, 얼마나 조바심이 일었을까?

 

 '그래, 이 매를 잘 키운다면 아버지와 같이 보낸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녀는 참매에게'메이블'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헬렌이 참매 ‘메이블’과 함께한 모습

"어릴 때 나는 매 훈련에 깃든 역사적이고 황홀한 매력을 사랑했다. 아이들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되리라는 소망을 소중히 여기듯, 나도 그것을 소중히 여겼다. 은밀한 마법 같고, 자신을 비범하게 만들어 줄 더 깊고 신비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리라는 소망." - 192쪽

언젠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계단의 중간 허리에 세워져 있던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본 적이 있다. 기원전 190년 로도스 섬 주민들이 에게해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사모트라케 섬에 세웠다는 그 조각상. 나는 비록 머리와 양팔을 잃어버렸지만 완벽한 구도와 조형미를 보면서 감탄하여 마지 않았다. 로도스 섬 주민들이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만들었으되, 니케는 스스로 장엄함 같은, 하나의 선, 하나의 빛을 창조한다.


헬렌에게도 그랬다. 참매를 키우면서 끝모를 상실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치유의 힘을 얻었다. 헬렌은 "내가 참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참매를 나를 사로잡은 것"(48쪽)이라고 고백한다. 마침내 참매를 얻었을 때 그 현실감에 깜짝 놀랐다. "테르모필레 전투를 현실로 느끼는 것과 비슷했다."(55쪽)

헬렌은 어릴 때부터 즐겨 읽고 매 훈련의 지침서로 삼은 테렌스 핸버리 화이트의 <참매>와 비교하며 메이블을 길들이고 키운다.

그녀는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령 메이블을 처음 장갑 위에 올려 놓을 때 "불타는 횃불을 들고 있는 느낌"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좋았다.

매를 길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강압이나 체벌이 아닌 먹이를 선물하는 긍정적인 강화 뿐이다 . 또하나 '거기 있지 않은' 과정에 골똘히 집중하는 것. 매를 키우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진배 없지 않은가. 결국 매에게도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하지 싶다.

 

나도 그녀 처럼 참매 하나 키우고 싶어졌다. 물론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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