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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
아브람 더 스반 지음, 한신갑.이상직 옮김 / 현암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은 사회학에 관한 책이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갖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이 딱이다!
이 책은 사회 조직의 기원과 작동에 관한, 사람들이 서로 의존하는 양식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내게 낯설다. 아브람 더 스반.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사회과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그의 경력을 보니 네덜란드 지성을 대표하는 석학이지 싶다.
흔히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쉽게 풀어낸다고 한다. 괜히 어려운 용어, 난해한 공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그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스반 교수의 《함께 산다는 것》은 독자가 사회학에 대한 기본 개념과 체계를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채사장이 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스반의 책이 훨씬 더 기본적인 개념을 알기 쉽고 풀어냈다.
나는 처음에 사회학에 관해서 뭐, 네덜란드 학자가 쓴 책을 읽어야 할까 의문을 가졌었다. 네덜란드나 한국이나 사람들이 사회 조직 내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사회와 정치의 기본 구성과 작동 원리는 비슷하겠지 싶다. 이 책은 사회학에 관한 일반론을 다룬다.
『함께 산다는 것』은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하나의 시각에서 사회의 구조와 동학을 일관되게 설명하면서 역할 갈등, 자기 충족적 예측, 사회화, 계층, 분업 등 사회(과)학의 핵심 개념과 논리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 '옮긴이의 말' 중(240쪽)에서
스반 교수는 생존 조건과 네트워크, 기대와 역할, 사회화와 문명화, 언어와 종교, 경쟁과 협력, 생산과 교환, 시장과 화폐, 국가와 권력 그리고 지구화 등 사회학에서 다루는 영역 전반을 얘기한다. 이토록 다양한 주제를 손바닥만한 분량(그렇다고 너무 짧은 것은 아니다)에 세련되게 풀어나가는 그의 솜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저자의 입장은 중립적이다. 이에 관해서는 본문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겠다.
가령 국가 개입에 관한 설명에서 "국가 형성의 최종 단계는 국가 개입의 확장, 즉 삶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의 관여 수준이 높아지는 것"(198쪽)이라든가 "사람들의 삶에 국가가 개입하는 범위와 수준이 확대되면 그 자체 한계가 생긴다"(199쪽)라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화폐 부분에서 저자는 "화폐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161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화폐는 노동의 단위 시간당 등가로서 교환 가치를 지니기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설명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회와 사회학에 대한 이해를 총괄적으로 섭렵할 수 있었다. 내가 그간 알고 있던 개념은 그 연관성을 다듬고, 애매하게 알고 있던 용어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우고 깨어있는 지성을 염원하는 독자에게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