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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앤터니 호로비츠는 코난 도일 재단에서 출간하는 공식 셜록 홈즈의 작가다. 그는 16살 때부터 코난 도일의 작품에 심취했다고 한다. 현재 소설 외 〈포와로 시리즈〉, 〈아르센 뤼팽〉 등 시나리오 작가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호로비츠는 전작 《실크 하우스의 비밀》(The House of Silk, 2011)에서 홈즈와 왓슨을 전면에 등장시킨 바 있다. 도일이 했던 방식 그대로 홈즈와 왓슨의 대화체까지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었다. 이번 작품,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MORIARTY, 2014)에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 도일이 창조했던 인물들을 새롭게 되살리는 한편 감칠 맛 나는 멋들어진 스토리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891년 4월 24일부터 약 한 달 간.
런던 하이게이트 인근 머턴 가 근처에서 20대 남성 조너선 필그림이 손이 묶인 채로 머리에 총을 맞았다. 그는 누구이고 왜 잔인하게 살해되었을까?
그리고 스위스 마이링겐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로 추정되는 익사체가 발견된다. 바로 《마지막 사건》(The Final Problem, 1893)에서 홈즈와 최후의 일전을 벌였던 바로 그 모리어티 교수다. 이때가 1891년 5월 4일.
* 오늘날 라이헨바흐 폭포 근처 암석에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적힌 명판이 있다. 내용은 "이 끔찍한 장소에서 1891년 5월 4일, 셜록 홈즈가 모리아티 교수를 사라지게 하다. "라고 쓰여 있다.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의 대결(1893년 삽화)
두 남자가 시신이 안치된 세인트 미카엘 성당 지하에 모였다. 런던 경시청 앤설니 존스 경감과 프레더릭 체이스라고 하는 남자.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앤설니 존스’라는 이름은 《네 사람의 서명》(The Sign of Four, 1890)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호로비츠는 1981년 시점으로 회귀하여 존스 경감을 생생한 주역으로 되살렸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과 함께 미궁과도 같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오호~
여담이지만 왓슨은 《네 사람의 서명》에서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홈즈 사무실에 들른 마리 모스턴 양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에게 반했고 결혼에 이른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아내를 얻고 존스는 영예를 얻네." 한편 《모리어티의 죽음》의 맨 뒷장에서 왓슨의 회고록을 만날 수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모리어티 교수(왼쪽), 라이헨바흐 폭포로 가는 협길(1893년 삽화)
이야기의 구도는 존스 경감과 프레드릭 체이스를 중심으로 한 축과 클래런스 데버루와 그의 수행단(에드거와 릴런드 모트레이크 그리고 스코치 라벨)의 축이 서로 대립하며 전개된다. 추리와 스릴러의 재미 그리고 반전의 묘미까지 두루 다 갖추었다.
흔히 영국 소설들이 그러하듯 호로비츠 역시 영국 풍물과 런던에 대한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가령 런던탑의 까마귀,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시청)는 물론이거니와 스위니 토드, 살인마 잭 같은 악인도 언급한다. 이는 영국 전통에 대한 자부심도 한 몫 하려니와 실제 배경이 되기에 그렇겠지 싶다.
문자 트릭. 《공포의 계곡》(The Valley of Fear, 1914~1915)에서 나온 바 있는 트릭 또한 등장한다. 도일이 백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오늘날 독자에게 멋진 퍼즐을 소개한 것이다. 역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인정한 작가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겠다.

존스 경감이 모리어티의 시신에서 발견한 종이에 적힌 글은 무엇일까? 존스는 《주홍색 연구》 3장에 적힌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확인해 보니 정확하게는 2장 추리의 과학(The science of deduction)의 앞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다.
호로비츠도 이를 모를 리 없었을 터. 그렇다면 무슨 연유로? 내 생각에 존스 경감이 예리하긴 하지만 아주 치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경감의 성격은 스토리의 전개상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셜록 홈즈 시리즈의 멋을 되새길 수 있었다. 백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련한 추억에 잠길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잠시 상상해 본다. 다음 이야기는 무엇이 좋을까? 음, 왓슨과 모스턴 양의 결혼 생활이 가미된 이야기라면 더 멋지지 않을까? 호로비츠 씨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