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죽지 않는다 - 인터넷이 생각을 좀먹는다고 염려하는 이들에게
클라이브 톰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1997IBM이 개발한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에게 여섯 게임을 내리 승리했다. 인간과 기계의 팽팽한 지능 대결은 허무하게 끝났다.

 

1998년 카스파로프는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인간과 컴퓨터가 한 팀이 되어 체스 게임을 벌이는 것. 상대는 탑 랭킹의 베셀린 토팔로프였다. 그들은 컴퓨터가 추천하는 수를 참고할 수 있었다. 다만 제한 시간이 60분이었기 때문에 마냥 기계에 의지할 수 없었고 때로는 직관도 필요했다. 카사파로프는 컴퓨터와 인간이 결합된 새로운 팀을 켄타우로스로 명명했다. 결과는 33으로 비겼다.

 

2005년 인간과 컴퓨터의 조합에 제약이 없는 프리스타일시합이 열렸다. 노트북을 사용해 체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 수를 참고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추어에 가까운 팀이 쟁쟁한 마스터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카스파로프는 이 결과를 두고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과 인간의 전략적 지침이 결합하면 놀라운 실력이 나온다.”고 결론지었다.

 

클라이브 톰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기술 과학 분야의 탁월한 저널리스트이다. 뉴욕타임스매거진, 와이어드와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지적 성실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책은 제목 값을 톡톡히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야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의 범주도 광범위하다. 정치와 사회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와 개인의 일상 그리고 온라인 글쓰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디지털 툴(가령 스마트 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카메라, 센서 등)이 우리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툴은 엄청난 규모의 외부 메모리를 활용하면서 사소한 것까지 기록되는 세상이 되었다. 또한 아이디어와 사진과 사람과 뉴스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쉽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생각 공개의 과잉을 부추긴다.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은 위키피디아처럼 군중이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부터 TV 프로그램 리캡(전체 내용을 몇 개의 장면으로 쪼갠 동영상), 맵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스마트폰 앱에 올린 사진으로 시작되는 SNS (카카오톡, 밴드같은) 토론 스레드, 정치 풍자를 위해 재치 있게 슬쩍 해온 서평 스레드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각종 형태의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효과는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모습을 지배할 것이다. 그 영역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과 연결될 것이다.

 

앤드루 K. 우즈는 집단적 무지는 정보의 문제라고 단정한다. 집단적 무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널리 전파하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와 생각을 알게 되면 의외로 쉽게 집단적 무지를 몰아낼 수 있다.

 

저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변화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06월 이집트에서 칼리드 사이드라는 젊은이가 경찰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사망했다. 사이드의 참혹한 시신의 모습은 SNS 게시판을 도배했다.

 

아제르바이잔의 SNS 탄압 사례를 보면 한국의 국정원과 군경이 왜 사이버 감시와 여론 조작(사이버 댓글 등을 통한)에 혈안이 돼 있는지 잘 알게 된다. 또한 일부 보수층에서 종북 몰이를 하는 정치적 의도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집트 당국은 사이드가 마약중독자라고 흑색 선전하기도 했다.

 

소련 붕괴 후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겪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사회 안정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일부 급진 세력의 저항에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는 식으로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정치 선전은 상당 정도 효과를 보았다.

 

왓슨. IBM에서 사용이 허락된 거의 모든 종류의 자료를 입력한, 퀴즈 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슈퍼컴퓨터다. 놀라운 것은 지식이나 상식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재치 있으면서도 엉터리 같은 곁말 놀이를 이해한다는 사실이다. ABC에 출연한 왓슨은 몇 해 전에 연이어 74명을 물리쳤던 세계 퀴즈 챔피언 켄 제닝스를 간단히 제압했다.

 

자 지금은 왓슨을 어디에 이용하면 좋을까? IBM은 메모리얼 슬로운케터링 암센터와 손잡고 의학 버전을 만들고 있다. 왓슨에 의학적 사례와 새로운 의학 연구를 입력하여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지금 X라는 약을 먹은 환자는 미열이 있고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어떻게 보는가?” 왓슨은 가장 신뢰가 높은 예측부터 여러 가지 답을 내놓을 것이다. 물론 최종 진단은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왓슨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빠르게 진단하고, 오진율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견해는 컴퓨터와 인터넷은 인간의 우수성을 새로운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물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지스 함과도 같은 멀티 촉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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