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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김혜나. 작가는 201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당시 작품은 『제리』. 제리는 노래방에서 주인공 ‘나’가 만난 멋진 남자 선수 이름이다. 작품 속에서 스물두 살의 ‘나’는 거의 매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남자 친구 강과 섹스를 나누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스무 살이던 그녀는 『제리』에 나오는 ‘나’처럼 매일 술 마시며 비틀거리며 삶을 소비해 버리는 비루한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체중 70킬로그램 이상 허리사이즈 33인치.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따금 학교에 가더라도 국어책 속에 실린 현대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소설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냥 술 마시고 노는 일 외에는 다른 무엇도 재미있지 않았단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망가지고 있었다.
요가. ‘요가’라는 말은 ‘말(馬)에 멍에를 씌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멍에가 없는 말처럼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그런 마음이 지쳐 쓰러지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요가’라는 멍에를 씌워 차분히 다스려 주어야 한다고.
딱히 뚜렷한 목적도 없이, 그냥 다이어트를 위해, 마냥 어설프게 만난 요가. 요가를 통해 작가는 거듭나고, 또 거듭났다. 그 사이 진정한 스승의 이끎도 있었다.
이 책은 작가가 요가를 통해 자신을 바꾼 인생 이야기다. 볼품없는 몸매 탓에 거지반 숨어 지내야 했던 사춘기 시절, ‘죽고 싶다’라는 욕망 그리고 우울증, 이십 대에 등단을 위한 욕망으로 인간 관계마저 끊어 버린 두문불출. 낙방할 때마다 온종일 토해냈던 눈물들... 그녀는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다. 거침없는 하이 킥!
어쩔거나, 그녀의 진짜 인생은 요가를 만나면서 시작되었으니. 사바아사나. “사바아사나는 완전한 소멸, 죽음을 의미해요. 그리고 소멸은 곧 부활을 의미하죠. 모든 존재는 소멸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진정으로 죽어야지만,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는 거에요.”
작가는 요가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김혜나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생명’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율했다.
네덜란드 의사가 남긴 의학 서적에는 단 한 줄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배가 따뜻하고, 머리가 차가우면 이 세상의 병원과 의사는 아무 필요가 없다.’ 그녀는 진정한 스승을 만나 아사나를 새로 시작한 지 칠 개월 만에 배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 그녀가 마침내 이전에 앓던 심신의 고뇌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존재 그 자체로서 완전한 ‘사랑’을 받았으며, 신에게 받은 이 사랑을, 나의 존재를, 퍼서 나누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신에게서 받은 이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 238쪽
나는
이 책을 통해 요가의 참 뜻,
큰
뜻을 처음 깨우쳤다.
『바가바드
기타』와
『하타
요가-프라디피카』라는
요가경을 알게 된 것도 무엇보다 기뻤다.
특히 『바가바드 기타』는 개인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참나(atman)를 찾아가라는 크리쉬나 신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인도의 대서사시라고 한다. 전사 아르주나에게 크리쉬나 신이 다가와 상황을 해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작가는 『바가바드 기타』를 읽고 나서 어떤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제리』의 마지막 장을 끝맺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삶, 진리 그리고 그 현신으로서의 예술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리라. 옴 샨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