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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 마케팅의 눈으로 보는 삶, 그리고 세상
필립 코틀러 지음, 방영호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필립 코틀러는 1967년 《마케팅 관리론: 분석, 계획, 통제》를 발표했다. 기존 마케팅 지침서들은 대부분 농업 시장과 산업용품 시장에 관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코틀러의 완전히 새로운 지침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세계 유수 기업에 자문했으며 전 세계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마케팅 강연을 했다. 또한 명예박사학위를 15개나 받았다. 그는 현재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 국제마케팅 담당 석좌교수로 있다. 그간 55권에 달하는 책을 썼다. 이 책은 마케팅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룬 코틀러가 자신에 관해 쓴 이야기다.
코틀러는 아내 낸시와 세 딸 그리고 손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야기도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세 딸, 아미, 제시카와 멜리사의 사진을 실었다. 또한 세 딸에게서 얻는 아홉 명의 손주도 그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고 사진도 게재(2명이 빠진 7명)했다. 그는 참 가정적인 아빠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부친 모리스 코틀레브스키(Kotlerevsky)는 러시아 출신이다. 17세에 사회주의 혁명이 한창이던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코틀러(Kotler)로 짧게 줄여 성으로 정했다. 모친 베티 부바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2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었다. 부모는 시카고에서 만나 세 아들을 보았다. 첫째 필립은 1931년 5월 27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이어 남동생으로 밀턴과 네일이 있다.
밀턴은 중국에 코틀러 마케팅 그룹을 설립해서 세계적인 자문 회사로 키웠다. 형의 명성과 후광이 큰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네일은 필립과 함께 뮤지엄 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학창 시절 고전을 읽으며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 때 읽은 작품 허먼 멜빌의 『백경』,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잘 알려져 있듯 고전 운동(Great books movement)이 시작된 곳은 코틀러의 고향 시카고였다. 당시 시카고 대학 로버트 메이나드 허친스 총장은 모티머 애들러와 머리를 맞대고 고전 운동을 창안했다. 고전 100권의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이 위대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접하게 했던 것이다. 코틀러에 따르면 이 고전 운동은 시카고 대학을 삼류에서 일류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서글픈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코틀러는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웠다. 틈틈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을 평생의 숙원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랭크 나이트 같은 시카고 경제학파에게서 경제학을 배운 그는 MIT로 진학한다. 여기서 그는 폴 새뮤얼슨, 프랑코 모딜리아니, 로버트 솔로 같은 쟁쟁한 교수들에게서 케인스주의를 배우게 된다. 그는 MIT 재학 시절 당시 래드클리프 대학을 다니고 있던 아내 낸시를 만났다.
그가 현재 석좌 교수로 몸담고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은 시카고에 있다. 돌고 돌아 결국 고향에 정착하여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켈로그’라는 명칭은 존 켈로그가 대학원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시리얼 회사 켈로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단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그가 관심을 기울인 분야의 전문가와 추천 도서도 엿볼 수 있다. 가령 비제이 고빈라다잔의 『리버스 이노베이션』 같은 책은 나도 덩달아 읽고 싶어졌다.
널리 알려진 ‘4P’라는 전문 용어도 그가 《마케팅 관리론》에서 처음 사용했다. 4P 전략은 지금까지도 정치, 사회, 종교, 예술 그리고 보건 분야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 당신의 제공품은 무엇입니까? (제품 Product)
- 제공품의 편익과 비용은 무엇입니까? (가격 Price)
- 제공품을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겁니까? (유통 Place)
- 제공품을 어떻게 홍보할 겁니까? (홍보 Promotion)
내가 4P 이론을 처음 접한 것은 건강증진사업 모델을 개발할 때였다. 당시 캐나다 보건당국은 청소년대상 금연 캠페인에 4P 이론을 적용, 획기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농구와 록스타를 배경으로 점프력을 높이거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려면 금연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특히 소득의 편중에 대한 코틀러의 지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부에 의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 위험을 막기 위해 기대치만큼 높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논리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부자들은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돈 잔치를 즐긴 반면, 노동자들의 실제 소득은 1980년대 이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 서약’을 본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자신이 인연을 맺었거나 방문했던 적이 있는 나라들, 가령 인도, 일본, 스웨덴,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멕시코,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브라질의 호세 살리비 HSM 설립자와의 인연은 각별해서 초청강연을 위해 열두 차례 이상 브라질을 방문했다고 한다.
올해 84세에 이른 코틀러는 아직 몸과 정신은 60세 수준이라고 말한다.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선언한다. 노장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독특한 그의 취미도 참 흥미롭다. 세공품 네츠케와 츠바 수집 이야기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물씬 느끼게 해 준다.
옮긴이 방영호는 기업에서 마케팅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살려 『카오틱스』, 『퍼스널 마케팅』, 『전략 3.0』 등을 번역한 바 있다. 코틀러의 생각이 온전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은 옮긴이의 공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