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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리더십과 미국시대의 창조
조지프 나이 지음, 박광철.구용회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요한가? 물론이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더 그렇다.
최근까지 미국은 글로벌 군사, 경제 및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는 유일한 나라였다. 중국이 급부상하여 G2시대를 맞이한 지금에도 여전히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1백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파워 원천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20년 이상 이와 관련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그에 따르면 미국 리더들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어떤 이는 변혁적이기도 했고, 어떤 이는 현상 유지에 그치기도 했다.
그는 거래적 스타일과 영감을 주는 스타일로 구분한다. 강요와 보답에 하드파워 자원을 다루는 리더들이 거래적 스타일이다. 이에 반해 매력과 설득의 소프트파워 기량에 의존하는 리더십을 영감을 주는 스타일로 구분한다.
학자들은 거래적 리더십 스타일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더 효과적이며, 영감을 주는 스타일은 급속하고 불연속적인 사회 정치적 변화기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드파워 기량에는 조직 능력과 마키아벨리식 정치력을 들 수 있고, 소프트파워 기량에는 감성 지능, 의사소통, 비전이 있다.
저자는 여기에 '상황 지성(contextual intelligence)'을 추가한다. 상황 지성이란 어떤 사건이 진행 중일 때 빨리 배우고 변화할 수 있는 적응력 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추세를 적절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뜻한다. 이는 거래적 스타일이나 영감을 주는 스타일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지위와 힘을 이해하는 광범위한 정치기량의 바탕이 된다. 그래서 '맥락적 지능'이라 쓰기도 한다.
저자는 미국의 시대를 연 과정을 크게 7단계로 구분한다.
1. 글로벌 세력균형으로의 진입: T. 루즈벨트, 태프트, 윌슨
2. 정상과 고립으로 복귀
3. 제2차 세계대전 참전 : F. 루즈벨트
4. 견제와 해외 영구 주둔 : 트루먼, 아이젠하워
5. 베트남과 지나친 확장
6. 베트남 이후 조정기
7. 냉전 종식과 단극 제제 : 레이건, 조지 부시
여기서 미국의 역할과 힘이 증가한 시기는 1, 3, 4, 7단계 등 네 시기였다. 이에 반대 다른 세 단계는 상대적인 위축 또는 미국의 역할이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미국의 우위 창조에 기여했던 4개 단계에 재임했던 주요 대통령 8명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자세한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26대 테어도어 루즈벨트 (Theodore Roosevelt): 재임 1901-1909.
27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William Howard Taft): 재임 1909~1913.
28대 토머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재임 1913~1921.
32대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재임 1933~1945. (3선)
33대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 재임 1945~1953.
34대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재임 1953~1961.
40대 로널드 윌슨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재임 1981~1989.
41대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재임 1989~1993.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미국판 대통령학이다. 8명의 대통령의 스타일과 리더십 그리고 미국의 이익에 기여했던 공헌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때로 의도는 변혁적이지만 결과는 변혁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 반대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최종 평결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대가 바뀌면서 자신의 이익과 편견이란 시각에서 과거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 23쪽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분석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주요 정책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곁들여지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사람들이야 역사나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니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저자는 시대 상황에 따른 리더의 역할에 대하여 ‘강의 흐름’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강의 흐름은 기후와 지형이라는 큰 구조적 힘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나 행위자의 모습과 조류에 따라서 흔들리는 통나무에 매달리는 것과 통나무를 조정해서 바위들을 피하며, 전복되기도 성공하기도 하면서 급류를 타는 래프터의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 109~110쪽
영웅이 시대를 만드느냐 시대가 영웅을 만드냐 하는 논란에도 꽤 좋은 답변이 될 성 싶다. 탁월한 성찰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윤리적 함의는 어떤가? 가령 필리핀의 독립 운동을 무력으로 탄압한 T. 루즈벨트의 결정이나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했던 트루먼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케네스 윈스턴은 일상의 실천에서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감은 세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첫째는 양심. 이는 개인적이거나 종교적인 것으로 개인들이 도덕적 진실성을 성취하도록 이끈다. 둘째는 부편적인 도덕성의 규칙. 마지막은 윤리 강령과 전통적인 기대들.
미국의 리더들은 이 3가지 모두에 얽매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의무의 원인들은 수시로 서로 갈등을 일으킨다.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리더들은 가장 중요한 도덕적 역할의 하나로 지지자들에게 집단의 (합리적인) 결정 방법을 위해 절차와 제도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몸소 이를 엄격히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놀드 울퍼스는 외교정책에서 리더들의 윤리를 판단하는데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선의 도덕적 선택들을 하는 것"이 최선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답일 것이다.
*사족 : 미국이 1906년 필리핀에서 자행한 홀로 대학살의 희생자는 약 6백 명이었다. 본문에 6백만 명(152쪽)으로 나와 있는 것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