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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평점 :

예병일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연구한 의학자다. 미국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의학사를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서 16년간 생화학을 가르쳤고, 작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현대의학은 아직 복잡하고 정밀한 인간의 몸과 관련해 그 구조와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몸 특성 탓에 약이나 인체 생리에 영향을 미칠 만한 물질이나 병균이 침입했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의 몸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저자는 의학을 단지 과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의학은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면서 크게 발전했지만, 엄연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의학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인체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현상뿐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의학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소개한다. 역사, 미술, 영화와 드라마, 윤리와 법, 문화와 사회, 그리고 첨단과학 등 융합의 관점으로 의학을 조망한다.
미국의 영화 배우 수제인 소머스는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암을 고치는 미국 의사들》에서 암 환자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지 항암제 치료에만 의존해서는 삶이 더 피폐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첨단과학에 사회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의학을 꿈꾼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을 이해하고 통찰한 다양한 학문의 성과를 융합하여 ‘의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시도한다.
예 교수의 시선이 닿은 곳은 무척 광범위하다. 자신의 주 전공인 의학의 역사에 대한 통찰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 간호학의 대두, 3D 프린터를 활용한 인공장기, 의료윤리와 생명윤리, 환자의 권리, 그리고 유전체 해독과 개인별 맞춤의학까지 두루두루 걸쳐 있다. 특히 최근에 유행한 감염병, 조류독감과 에볼라 출혈열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의학에 관한 인문학적 소양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예 교수는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일침(一針)을 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3가지다. 즉 부족하지 않은 음식과 학습 기회, 건강한 위생상태가 그렇다. 그는 이 요소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한 국가가 관리하는 의료보험제도에서 건강보험공단(국가 대리인 성격으로서의)의 보상과 개인의 부담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의학사의 주요한 신기술과 새 발견 그리고 현대의학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통찰을 키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인간과 인간성에 관한 성찰이 있어야 이기(利器)로서의 의학을 온새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