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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산 들꽃
이상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2월
평점 :

이 작품은 1978년 현대시학을 통해 인연을 맺은 시인 이상규가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그이는 머리말에서 이야기의 모태에 대해 들려준다.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서 전란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포산(현 대구시 달성군 현풍)에서 발굴된 현풍 진주 하씨 무덤에서 나온 한글 편지와 고목과 배자 등의 고문서를 소재로 하고 남명 조식 선생의 문하였던 고대 정경운 선생이 남긴 『고대일기(孤臺日記)』를 배경으로 하여 임진왜란 때에 영남 사람들의 일상사를 그린 상상적 팩션입니다. -4쪽
포산이라는 이름은 범어로 ‘끌어안는다’라는 뜻. 소슬산(所瑟山)이라 하는데 ‘소슬’은 곧 ‘포(包)’를 이르는 말이다. 곧 ‘끌어안는 산’이라는 뜻. 포산은 현재 이름으로는 현풍이고, 소슬산은 비슬산으로 부른다.
시인은 달성군 현풍 솔례 마을의 선비 곽주로 환생하여 당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곽주의 아내가 바로 진주 하씨다. 시인도 시간을 거슬러 왜군이 초토화시킨 현장으로 기꺼이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아니 목격자의 시각으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의병들의 봉기도 눈부시다. 함양에 노사상, 박손과 안음에 정유명, 삼가에 노흠, 박사재, 의령에 곽재우가 창의를 결성했다. 의병장으로는 홍의장군 곽재우와 고령의 김면 등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이에 반해 무능하기 그지없었던 경상감사 김수는 난리 중에도 곽재우를 역적으로 모는 간계를 꾸민다. 한편 일본의 사절단으로 황윤길과 함께 갔던 김성일은 왜침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노라며 조정에 잘못된 의견을 피력했었다. 난이 발생한 뒤 그는 경상우도 초유사로 임명되어 자신의 오판을 만회하기라도 할 듯이 분전했다.
한편 화랑이의 ‘들난 년’ 달래의 활약은 자못 감탄스럽다. 그녀는 ‘돌격대 앞장에 서서 닥치는 대로 왜적의 모가지를 거두어 들였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시인이 꿈꾸는 영웅의 현신(現身)이기도 하겠다.
루카치는 ‘역사 소설은 현대적 서사’라고 했다. 시인은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아무런 죄도 없이 칼을 맞고 쓰러진 이들의 상처를, 그 참혹한 생애를 역사를 통해서만 읽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여럿이면서 하나이어야 한다.” 이는 밖의 적을 상대하지 않고 내분으로 자멸하는 것을 경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