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수산나 타마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각광받는 작가다. 올해 나이 쉰 일곱. 그녀는 투명한 물감 같은 문체와 담백한 과일 같은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이 작품은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 마테오가 아내 노라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글이다. 겉표지 그림을 보면 아름드리 나무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기웃거리는 독자에게 수산나는 묻는다. “여기는 시간이 정지한 곳입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우리 생은 어쩌면 깊은 고뇌와 따뜻한 연민 한 스푼 그리고 애틋한 사랑 한 줌을 씨줄 날줄 엮듯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장병 전문의였던 마테오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깊은 산골짝에 홀로 들어와 5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먼저 떠나간 아내 노라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이의 글을 따라 가다보면 노라와 처음 대면했던 장면 하며,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와 여장부 같이 괄괄한 어머니 그리고 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뭐, 그네들의 일상이라고 해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수산나가 마테오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곧 우리네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쉽게 공감하고 깊이 상념에 빠지게 되는 모양이다. 꿈을 꾸듯 아련하고, 산에 스미는 안개 처럼 어렴풋한 기억들과 회한들이 이어진다.

 

“사랑의 법칙은 기후 법칙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해. 공기가 항상 고기압권에서 저기압권으로 이동하려 하듯이 우리 내부에도 갑자기 그런 공간이 생겨. 그리고 이런 공간은 바람을 불러오지. 기압 차이가 별로 없을 때는 가벼운 바람이 불어. 하지만 그 차이가 많다면 폭풍이 불지.”

 

▲수산나 타마로(Susanna Tamaro)


그래, 수산나는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을 관조하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생의 진리와 참 모습을 드러낸다. 밀란 쿤데라의 반성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할머니 옆에 앉아 물었어.
“하느님이 누굽니까?”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지.

“하느님은 기저귀를 갈아 줘야 하는 어린아이란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생에 대한 의미의 재발견이다. 생명의 정수이자 만물의 본원은 맑은 순수함 그 자체가 아닐까? 이것은 어쩌면 ‘영원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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