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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대 그리스 철학에 관해 참 재미진 책을 발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그런저런 깜냥인 줄 알았더니, 점점 읽어가자니 한껏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줄스 에반스는 영국 태생 기자다. 특이하게도 철학커뮤니티 ‘런던필로소피클럽’을 창립했다. 철학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며 보통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다루는 삶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책을 펼치면 라파엘로가 무명이던 스물 일곱 살 때 그린 아네테 학당으로 시작한다. 라파엘로는 당시 명함을 내밀만한 철학자들을 몽땅 한 자리에 끌어 모았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디오게네스 등등.
에반스는 대환영이다. 그는 다양한 개성과 생각을 지닌 인물들이 바티칸 궁전의 벽에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개방적이고 소란스러운 분위기, 누구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활기 넘치는 논쟁의 분위기가 마냥 좋단다. 물론 그는 책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한껏 돋군다.
책의 메인 테마는 스토아 철학이다. 이와 관련하여 큰 그림의 이해를 위하여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헤라클레이토스도 다룬다. 스토아 철학을 계승한 현대 철학과 응용 학문에 대해서도 정수리가 뻗친다.
“삶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철학이 어떤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저자가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질문이다. 에반스에 따르면 그 해답은 스토아 철학에 있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자기 긍정에 의한 도덕적 훈련이다.
우리가 반복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근육’도 특정 운동을 반복함으로써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훈련을 충분히 하고 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적절을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듯 철학적 훈련은 제2의 본성이 되고, 좋은 삶의 흐름이라고 부르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
앨버트 엘리스와 아론 벡이 창시한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소크라테스적 방법론을 새롭게 창조하여 스스로 질문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가령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살펴보고 감정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면 정서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도 스토아 철학에 뿌리를 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을 응용한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가령 군의관 론다 코넘은 에픽테토스의 ‘회복탄련성’을 응용해서 ‘포괄적 장병 힐링 프로그램’(Comprehensive Soldier Fitness)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군을 대상으로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이는 장병들의 경우 자살률 저하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이외에도 널리 알려진 전문가나 학자들의 인터뷰나 전문적인 식견도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가 언론인이다 보니 인맥도 폭넓어 다양한 견해를 취합, 정리하는데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 독자 입장에서야 저자가 발품 팔아 일군 열매를 한 아름 따는 일만 남았다.
저자와 함께 고대 그리스 철학의 뿌리를 찾아 유람을 다니다보면 더 없이 유쾌하고 흥겨워진다. 교양 수준을 높이는 재미도 그렇지만, 이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탐스런 화두가 지천으로 널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