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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배웠다
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우주비행사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이 책을 읽으며 ‘독서는 간접 체험’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우치게 된다.
크리스 해드필드(Chris Hadfield). 나는 구글링을 통해 이 이름을 찾는다. 우와 사진 이미지, 장난 아니다. 맞다! 우주비행사라는 직업, 미국에서도 분명 영웅일 테지?
책 표지를 보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부르는 해드필드의 모습이 실렸다. 마침 유튜브를 통해 그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었다. 2013년 5월 지구 귀환을 앞두고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를 불렀다. 이 영상은 우주에서 촬영된 최초의 뮤직비디오라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내가 들은 시점을 기준으로 조회수 2,500만에 육박했다.
크리스는 캐나다 출신이다. 1988년 미공군 시험비행학교를 최우수 졸업, 1992년에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었다. 1995년 11월 12일 아틀란티스를 타고 첫 우주비행에 나섰다. 첫 우주유영은 2001년이었다. 2013년 6월 은퇴하기 전까지 그는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으로서 144일간 우주에 체류하는 동안 모두 25차례의 비행에 올랐다.
짐작해 보건대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방대한 분량의 학습과 고강도의 훈련을 모두 이겨내야 할 것이다. 노래도 가수 빰칠 정도로 수준급. 참으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은퇴 뒤 그는 우주비행사의 경험을 살려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이 책도 2013년에 나온, 갓 구운 따끈따끈한 우주비행의 체험담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우주비행사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엄청난 공부와 훈련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제한된 자원과 환경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겠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기웅변에도 능해야 한다.
자, 이것 말고 뭐가 더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궁금증도 자세히 들려준다.
무중력 공간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은 지구와 많이 다르다. 가령 양치질할 때는 치약을 삼켜야 하고, 손을 씻을 때 헹굴 필요 없는 비누가 섞여 있는 물주머니를 사용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고, 축축한 천으로 몸을 닦는다.
머리 감을 때는 역시 헹굴 필요가 없는 샴푸로 두피를 열심히 문지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젖은 머리카락들이 우주선을 떠다니다가 공기 필터를 막거나 다른 사람들의 눈이나 코로 들어갈 수 있다고.
운동할 때 땀에도 주의해야 한다. 운동 중에 수건을 옷에 달고 있거나 옆에 수건을 띄워놨다가 땀을 닦는다. 나중에 수건의 물기는 여과기를 통해 흡수, 오줌과 함께 재순환되어 물로 사용된다.
오줌을 먹는 물로? 정말 “예쓰”다. 2010년까지는 우주정거장에서 쓰는 물을 우주왕복선이나 재보급선을 통해 거대한 원통형 가방에 담아 배달했다. 물 배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는 자체 정화시스템으로 연간 약 6,000리터의 물을 조달한다. 원심력으로 인공 중력을 만들어 오물을 걸러내는 여과기와 증류기를 통해 땀, 세수한 물, 심지어 오줌까지 마시는 물로 바꾼다. 크리스는 “우주정거장의 물은 실제로 미국 가정의 수돗물보다 더 깨끗하다‘고 평한다.
음식은 어떨까? 무중력으로 인한 코막힘 때문에 음식 맛이 조금 밍밍하단다. 마치 코감기 걸렸을 때 느껴지는 맛 같은. 그래서 우주에서 지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양념이 강한 음식을 갈망하게 된다. 우리가 해외로 나가게 되면 김치나 라면 맛을 그리워하게 되듯이.
정작 크리스는 우주정거장에서 우리와 다른 생각에 몰두한다. “다음에는 무엇이 내 목숨을 노릴까?” 아주 사소한 실수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주생활의 경험을 살려 독자에게 아낌 없이 조언한다.
근본적으로 지구 밖의 생활은 두 가지 중요한 면에서 결코 딴 세상이 아니다. 경이로움과 즐거움 아니면 짜증과 불만 중에서 어느 쪽이든 선택하기에 달렸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 아니면 거창하고 자극적인 순간 중에 어느 쪽을 가치 있게 여길지도 선택의 문제다. 궁극적으로 진짜 질문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느냐는 것이다. - 264쪽
자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지구를 통째로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경이로움을 느낄 뿐 아니라 아주 겸손해진다”고.
우주정거장에서 지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도 발생한다. 가령 크리스가 지구 귀환을 얼마 앞두지 않았을 때 우주정거장 좌측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생겼다. 암모니아는 배터리와 전력시스템 그리고 생활공간내 냉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과열이나 전력 부족으로 셧다운 될 지도 모르는 상황.
당시 사령관이었던 크리스는 자신의 지휘 하에 우주유영을 통해 수리를 완벽하게 마쳤다. 보통 우주유영은 몇 년 아니면 적어도 몇 달 전에 미리 계획한다고. 급작스레 이루어진 우주유영에 모두들 얼마나 초긴장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는 책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어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듯 생생했다!
아홉 살 때부터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크리스. 그는 1992년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어 2013년 은퇴하기까지 장장 21년간 우주정거장과 함께 했다. 우주정거장에서 새롭게 배운 인생 이야기, 이제 여러분이 크리스와 함께 떠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