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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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에는 성이 어떻게 묘사되어 있을까? 중국과 서양의 성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푸코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난 날 교회는 신도들에게 그들이 범한 더러운 죄를 사실 그대로, 크든 작든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고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고해실에서 고백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자기반성을 위해 참회하는 소설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가령 루소의 참회록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실의 수기등이 그렇다.

 

서양에서는 성에 대한 고백체가 색정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내 인생의 비밀, 행복한 여인의 추억, 독신 남성의 자서전, 방탕한 여인의 참회, 조세핀 회고록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중국인에게는 이런 역사 전통과 역사 훈련이 결핍되어 있다. 유가의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사고방식에서 중국인의 성은 언제나 열심히 하되 적게 말하는 것이었다. 대신 중국의 색정소설 속엔 정력제나 방중술 등 중국 전통의 것들이 가득하다.

 

·청 시대의 필기 소설 속의 성이나 색정적인 이야기는 갈등과 충돌 가운데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는 중국 남녀가 일찍이 겪었던 쾌락과 고통, 호기심과 흥분, 부끄러움과 분노, 순결함과 비열함, 함성과 신음, 잔인함과 자비로움, 그리고 탐닉과 해탈에 대하여 기록했다. 이것들은 중국인들이 ()’이라는 길 위에서 어떤 마음의 길을 걸으며 어떤 의 역정(歷程)을 겪었는지를 이해하는 귀한 자료이다. - 15~16

 

지은이 왕이쟈는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대만 의대를 졸업했다. 허나 글쓰기가 좋아 의업을 접었다. 그의 글은 인문과 과학이 정련된 스타일이라고 평해진다.이 책을 통해 왕이쟈의 글쓰기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겠다.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다. 중국 고전에서 이를 다룬 작품이나, 방중술에 관한 비방(秘方)은 우리에게도 제법 소개되었다.

 

 

왕이쟈는 중국 전래의 방대한 고전과 문학을 통해 중국인의 사랑과 성을 그려낸다. 주제도 다채롭다. 가령 숨기기와 엿보기, 색정의 서사적 구조, 방종과 억압, 성과 권력, 남근 사상, 정력제와 방중술, 여성상, 동성애, 변태 성욕 등 두루두루 눈길이 닿아있다.

 

책을 보면 명·청 시대의 필기 소설 156편을 골라 주제에 맞게 싣고, 각 장마다 저자의 비평을 덧붙여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마련해 놓았다. 이는 독자 입장에서 전래 작품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된다.

 

저자는 중국의 사랑과 성을 논하면서 색의 합성과 분해라는 독특한 시각을 선보인다.

 

"인간의 성 행위는 비록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모두 남성, 여성, 생식 쾌락, 경쟁, 이익, 건강, 도덕, 법률, 그리고 예술 등 몇 가지 원색을 서로 다른 비율로 합성하고 배합해서 이루어졌다." - 16

 

이런 관점은 성과 관련된 중국 문화의 특색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사실 여성 차별과 동성애의 억압, 권력과 성의 유착 그리고 다양한 성 이미지의 본색과 원형은 덧칠해진 가색(假色)을 겉어 내야 온새미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함의에서 저자는 푸코가 말한 권력과 성의 담론에 근접해 있다.

 

본문에 인용된 중국 고전의 성 풍속을 읽는 재미는 참으로 능준하다. 고전에 대한 저자의 풍미한 식견은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지평을 한껏 넓혀줄 것이다.

 

한편 옮긴이 이기흥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중국 공부를 즐기던 것이 이제 본업이 된 모양이다. 이 책의 원서는 중국 옛 문헌과 현대 문장이 까다롭게 뒤섞였을 것이다. 그이의 노고가 더 각별했을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작년에는 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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