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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웅들 - 필멸의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아고라의 지성 소크라테스까지
그레고리 나지 지음, 우진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문고전의 결정판이 아닌가 싶다. 고대 그리스 고전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신고전주의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행했다. 셰익스피어가 그리스 고전들을 당시 실정에 맞게 ‘다시쓰기(rewriting)’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이삼백 년 전 당시에도 인문학적 고전은 상당한 힘을 발휘한 모양이다.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영감과 지적 모멘텀을 안겨주었다.
오늘날 고전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고전을 읽는 독자들은 참으로 위대하다. 샤를 단치가 한 말이다.
“현재 읽히지 않는 걸작은 얼마든지 있다. 그 책들은 미래에는 소멸해 버릴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위대한 독자다. 그들이 많든 적든 간에 현재 읽히지 않는 불멸의 고전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까.” - 《왜 책을 읽는가》 267쪽
번역가 최세희 씨도 그랬다. 책에는 단지 먹물이 묻은 글자 뿐이지만 독자가 읽는 그 순간 깨어난다, 고.
그레고리 나지 교수는 하버드대 그리스 고전문학 석좌교수이자 그리스고전연구센터 소장이다. 나지 교수는 원래 헝가리 태생이다. 1942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올해 일흔을 훌쩍 넘었다. 이 책은 그간 자신의 연구 업적과 역량을 총 망라한 대작이지 싶다. 분량도 천 쪽을 넘는다.

▲그레고리
나지(Gregory Nagy) 교수
책에 나오는 그리스 영웅들의 모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뒷세이아』, 아이스퀼로스·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사포와 핀다로스의 시, 그리고 플라톤의 대화다.
저자는 때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스어 원문을 함께
소개한다. 가령 중국 고전을 옮길 때 원문을 덧붙이는 것은 해석상의 논란을 방지하는 차원도
있겠지만, 한시(漢詩)의 경우처럼 고아한 운치를 더할 목적도 있다. 나지 교수의 주 전공은 호메로스를 비롯한 그리스 시(詩). 그래서 나지 교수는 호메로스에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게다가 고대 그리스의 유물(항아리 같은)에 새겨진 그림 등을 도판으로 실었다. 문학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기도 했을 테니까. 이 책은 문사철(文史哲)에 미학까지 겸비한 셈이다.
나는 그간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그리스 고전들을 읽어
왔다. 다행히 나지 교수가 메인 텍스트로 활용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아이스퀼로스·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이 그렇다.
내게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을 읽는 시간은 그리스 고전의 ‘다시읽기’(rereading)다. 단편적이거나
들쑥날쑥 아로새겨진 그리스 고전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의 시간이다.
이 책은 옮긴이 우진하 씨의 우직한, 지적 성실과 출판사의 남다른 장인 정신이 없었더라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내용도 두께도 만만치 않다.
허나
잰걸음을 놓듯,
산에
스미듯 읽다 보면 어느새 단치가 말한 ‘위대한
독자’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이
책, 두고두고 마음 내킬 때 읽어도 좋겠다.
주말마다 떠나는 인문학의
지적 탐사도 꽤 운치 있겠지 싶다.
아무쪼록
이 책이 독자의 인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더 없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