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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지음 / 더퀘스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빅솔론의 해외영업부 임흥준 부장이 책을 냈다. 역사와 비즈니스가 만났다! 빅솔론은 2003년 1월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미니프린터 전문기업. 불과 창업 10년 만에 세계 2위 업체가 된 ‘히든챔피언’이다.
임흥준 부장은 빅솔론의 창립 멤버로, 엡손, 시티즌 등 굴지의 일본 대기업이 장악한 세계 시장을 맨손으로 개척해야만 했다. 당시 그는 영업 경험이 전무한 초짜 비즈니스맨이었고, 선배도 매뉴얼도 없었다.
그는 영업 사원으로 생존하기 위해 ‘세계 역사’, 특히 ‘전쟁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영업이 ‘인간’을 다루는 일이라면, 그 방법은 결국 오랫동안 축적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통해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역사 공부는 그가 전 세계 60개가 넘는 나라에서 승승장구하는 발판이 됐다. 그리고 10년 뒤, 임 부장은 당당히 업계의 거물로 우뚝 섰다.
인문학의 시대에 ‘역사’ 분야는 그중의 핵심 고리일 것이다. 역사를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이끌어내고, 전쟁사를 통해 영업 전략을 이끌어낸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책에는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실전 비즈니스 노하우가 담겨 있다. 나는 이중에서도 특히 몽골군의 서하 공략전과 테르모필레 전투가 인상적이었다.
서하 공략전을 들여다보면 몽골군의 유연한 발상을 엿볼 수 있다. 1208년 공략 당시 서하는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왕국으로 대륙의 맹주 금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서하는 금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였다.
서하 진영은 성곽 안에 틀어박힌 채 수성전에 돌입한다. 몽골군은 기마전에는 강했지만 공성전에는 약했다. 몽골군은 화친을 제안하면서 뜻밖의 공물을 요구한다. 고양이 천 마리와 제비 만 마리였다. 이는 몽고인들이 즐겨먹는 전통 음식의 재료라는 정보도 슬쩍 흘린다.

물론 서하는 요구를 들어준다. 이를 넘겨받은 몽골군은 고양이와 제비의 꼬리에 기름 먹인 솜을 매달고 불을 붙여 일제히 풀어놓았다. 고양이와 제비는 유독 귀소본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성안은 불바다가 되어 대혼란에 빠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몽골군은 대공세를 가하여 마침내 서하를 함락시킬 수 있었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을 맞아 몽골군의 전술에서 배운 유연한 발상을 응용한다. 당시 영수증 프린터 매출이 격감하자 라펠 가격제를 도입한다. 100대를 사는 가격과 500대, 1000대를 구매하는 가격에 차등을 둔 것이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09년 말 연간 영업실적이 2008년 대비 5퍼센트 감소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시 일본이나 미국 업체들의 매출이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까지 급감한 것을 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겠다.
임 부장은 기존의 방법과 전략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쳤을 때 창조적 발상으로 이를 극복해낸 것이다. 그가 기존 선입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인문학 공부를 통해 교훈을 익히면서 이를 실전에 적극 응용하였던 결단력에 있었다.
테르모필레 전투는 영화 〈300〉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그리스 최정예 부대는 페르시아의 대군에 맞서 테르모필레 골짜기에 진을 쳤다. 그리스 병사는 스파르타 군 300명을 포함해서 총 7천 명 규모. 이에 반해 페르시아 군은 약 40만 명에 육박하여 산술적으로 57대 1의 우세를 보였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길목을 지킴으로써 무려 일주일이나 페르시아 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신립 장군의 실수를 꼬집는다. 천혜의 요새 충주산성을 포기하고 탄금대에 서 맞선 것이 패착이라는 것이다. 신립 장군은 북방 오랑캐와의 전투에서 승승장구했던 최정예 기마군을 철썩 같이 믿었을 것이다. 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전략적으로 오판했다. 전투 당시 내린 비로 땅이 지척거려 기마부대가 제대로 운신하기 힘들었고, 왜군의 신무기 조총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신립은 적도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2007년 임 부장이 새로운 신흥시장을 개척할 무렵이었다. 그는 온라인상의 정보 길목을 지키기 위해 무역 포털사이트를 조사, 고객의 방문빈도가 높은 곳 10개를 추렸다. 이중에 탑이었던 알리바바(www.alibaba.com) 사이트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말라가 사장과 거래선이 텄다고.
당시 베네수엘라 정부는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상점과 국세청간 판매관리시스템을 연결하는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를 포착한 중국이나 대만 업체도 뛰어들었지만 임 부장은 베네수엘라까지 날아가는 성의도 보였다. 마침내 대박! 호~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보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허를 찌르는 발상으로 대역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역사의 갈림길. 이는 우리 인생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비즈니스 현장에서 남다른 성공을 일군 저자의 독특한 비법(?)을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겠다. 이제 우리도 ‘역사’에서 자신만의 필살기를 찾아보자. 그게 사업이든 공부든 연애든 거침없음에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