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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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식어버리는 사랑이 아니라 은근히 뭉근히 오래가는 우정.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를 지음(知音)’이라고 한다. 수많은 지인(知人)’ 보다는 나만의 소리를 가려들어주는 사람, ‘지음이 그리운 요즘이다.

팟캐스트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이동진의 빨간책방’일테지. 2012년 4월 첫방 이래 올해 114일 현재 106회를 돌파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작가 김중혁, 두 사람이 책에 관해 솔직담백한 토크를 나눈다. 매회 평균 15만 이상 다운로드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생은 나무로 살고 싶어 하는 작가 허은실은 병이 될 만큼 과민하고 예민하다
. 뒤늦게 시를 만났고, 시집 낼 준비도 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이 책은 이미 시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오프닝 에세이를 쓰고 있다.

미국 영화평론가 로저 애버트는 영화란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상자에 난 창문이라고 했다
.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른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허은실에게 창문은 책이다. 책은 다른 세계,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그녀는
빨간 책방의 오프닝 에세이를 모아 당신에게만 열리는 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내게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이기도 했다. 나는 작가가 선봬는 책을 읽고, 창을 연다.

작가는 우리 마음의 문간에 등불 하나씩 켜두자고 권한다
.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오지 않는 고도50년 넘게 기다렸듯이 오지 않을 사람, 혹은 오지 않을 시간들을 기다릴 때 그 부재를 견딜 수 있는 의지가 되자고 다독인다. 그 등불일지언정 시린 손, 언 가슴을 서로 녹이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기에.

볕 좋은 날은 책을 펼쳐서 우리가 찾는 무언가에 좀 더 다가가보자
. 땀띠 나는 더운 여름에는 책의 그늘에 숨어도 좋겠고,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겨울에는 두꺼운 고전을 읽어도 좋겠다. 그러면 서향(書香)이 배여 우리 영혼의 체취를 만들지 않을까? 그래서 시인 고은은 책은 자궁이라고 했나보다.


▲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 이동진(왼쪽)과 김중혁

 

다스름. 국악에서 개별 악기와 악기들 간의 조율을 뜻하는 음 맞추기. 먼저 남을 탓하기 전에 남들 사이에서 혼자만 불협화음의 소음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란다.


우리는 또 이렇게 시간이라는 강물 위를
흔들리면서 다만
흘러갑니다.

로키 산맥 해발 3,000미터의 수목 한계선 지대.

말 그대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데요.

바람에 맞서느라 나무들은

키가 작고 볼품없이 뒤틀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로 만들어야

공명이 뛰어난 바이올린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 92

창조, 창작의 ()’에는 만들다, 비롯되다란 뜻만이 아니라 다치다, 상처 입다, 슬프다이런 뜻도 있다고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슬픈 만큼 공감하게 되는 것이리라. 제주도의 돌담들처럼, 작가는 좀 허전한 듯 헐렁한 듯 사람도 그러면 좋겠다고 채근한다. 바람이 드나들 구멍을 마음에도 가져야 큰바람이 올 때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소설가 함정임은 삶은 미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 수필가 피천득은 팔순이 넘어서도 미술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영혼을 위한 여백을 마련하는 것, 우리는 조금 더 탐미적이어도 좋겠다.
 

도와 목적을 잊어버리고 마음을 방목하는 것.
소설을 읽는 일처럼 그 자체로 즐겁고 순수한 탐미의 시간.
그런 무의미에 너무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길 바랍니다. - 137

 

작가에 따르면 책을 읽는다는 건 책에 배인 온갖 소리와 냄새, 외로움, 웃음소리 같은 작은 입자들에게까지 스미는 삼투(滲透)의 과정이다. 책과 몸을 섞는 일이다. 또한 책을 읽는 일은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남긴 무늬를 내 안에 새겨 넣는 일이요, 그 노력의 결실을 수확하는 것과도 같다.

나는 이 책을 책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오래 읽어야겠다
(만화가 강풀도 그랬다). 작가의 글에서 함께 느낀다는 공감을 얻고, 함께 운다는 공명을 깨워 팍팍한 살이를 지탱할 힘을 얻고 싶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열리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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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글이 참 매력적이시네요 읽으며 울림을 받았어요 하나같이 멋진 말씀들이라 되뇌이게되고 무엇보다 손닿는곳에 두고두고 보겠다는 글이 가장 인상적이고 설레이게 합니다 저두 서점가면 그냥지나치지 말구 꼭 읽어봐야겠어요~^^꿀밤되세요!

사랑지기 2015-01-19 03:28   좋아요 0 | URL
북님 너무 감사합니다. 님 댓글에 절로 힘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