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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신준환 박사는 지난 30년간 나무를 연구하는 일을 평생의 천직으로 삼았던 나무 전문가다. 그는 2014년 1월 국립수목원장을 퇴직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모처럼 얻은 여유 덕분일까? 신 박사는 나무를 연구하면서 보고 느낀, 나이테처럼 켜켜이 각인된 나무의 지혜를 우리에게 선물로 안겨 주었다. 고은 시인은 이 책을 두고 “깨달음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뒤늦게나마 철이 들었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경의를 표한다”.
나는 금방 책에 빠져든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지극히 사랑하면 보게 되는 것들. 이 책에는 한 평생 외곬으로 나무와 숲을 사랑한 이에게서 볼 수 있는 애정과 겸손이 마치 애찬(愛餐) 처럼 넉넉하게 스며 있다.
“나무에 지성이 없다고 무시하지 말고 나무에서도 보고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아야 나무와 더불어 잘 살아갈 지혜를 닦을 수 있다.” - 29쪽
책을 읽으며 나무와 숲에서 인생을 사는 지혜를 깨닫고, 사람 대하는 미덕을 배운다. 저자는 “이제는 나무가 되어보자”고 말한다. 숲이 아름다운 이유는 “숲에 적응하느라 이웃 나무의 눈치도 보고, 산림 생태계의 여건도 받아들이며 몸이 굽은 것”(42쪽)이란다. 나는 혹시나 똑똑한 척 자만했던 적은 없는지 슬며시 옷깃을 여민다.
나목(裸木)이 벌건 대낮에도 부끄럽지 않게 서 있는 것은
밤이 되면 달빛으로 고운 몸을 씻고
빈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맞이하기 위함이다.
이는 저자가 나무에서 얻는 지혜와 깨달음을 표현한 선시(禪詩)와도 같다. 나무는 밑둥을 잘라내도 통째로 뽑아내도 끈질기게 싹을 틔우고 가지를 낸다. 저자는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의 본성에서 '자신은 돌보지도 못한 채 거의 벌거숭이처럼 우리를 키워내신 우리의 어머니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저자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그는 "생명은 정의될 수 없는 열린 물음"이라고 말한다. 생명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이 망가지면 다른 쪽도 약해지고, 적응을 쩨쩨하게 잘 해야 살아남는다. "살아가기 위해 해볼 것은 다 해보는 수밖에 없는 운명", 그것이 생명이라는 것.
나무를 잘 자라게 하려면 가지치기를 해야 하듯이 저자의 문장도 어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세련된 문장을 공부하는 데도 이 책이 훌륭한 교본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책에 실린 사진도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