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방법!

교감하는 부모가 아이의 십대를 살린다
마이크 리에라 지음, 이명혜 옮김, 최성애 감수 / 더퀘스트 / 2012년 11월

한 지인이 내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지인의 십대 아이가 자꾸 어긋난다는 것이다. 속이 상해서 야단도 쳐 보지만 나이지지는 않고, 지인도 이게 아닌데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기하는 것보다는 참고가 될 만한 책을 소개해 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10대들의 사생활》(2011, 시공사)이었다. 이 책은 10대의 호르몬과 뇌 발달에 따른 신체와 정서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있다. 즉 생리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반해 이 책, 《교감하는 부모가 아이의 십대를 살린다》는 심리학과 행동발달에 주안을 두고 있다. 저자는 우선 부모에게 아이가 꼬마였을 때 썼던 방법을 바꾸라고 주문한다. 십대의 심리와 행동은 꼬마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대 아이를 둔 부모는 그때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어야 하며,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 물론 긴밀한 유대관계는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십 대에게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을 감수한 최성애 박사는 “십대 부모의 성공 키워드는 인내, 신뢰 그리고 감정의 유대감에 있다”고 조언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었다.
첫째, 내가 십대 시절을 보낼 때의 감정과 행동이 제대로 된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일종의 검증이라고 할까,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이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둘째, 내 아이가 슬기롭게 사춘기를 넘길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하는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과연 이 책이 내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예스!"였다. 큰 도움이 되었다. 온통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며 읽어 나갔다. 저자는 근거를 둔 "확실하고도 실제적인 조언"을 풍부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이 책은 십대 아이와 교감하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특히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에 관해 얘기하는 법'은 이 책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좋은 팁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의 친구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이에게 친구 선택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격이므로 자칫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질풍노도와 같은 십대(또는 사춘기)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우리 아이가 부모인 나의 바람과 현명한 충고를 순순히 따르게 만들고자 이 책을 골랐다면, 잘못 짚으셨다. 부모와 십대 아이 사이의 상반된 견해들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간극을 뛰어넘어 부모와 아이가 서로 뜻 깊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만이 진짜 문제로 오롯이 남는다.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이게 다다. 다시 말해 부모의 뜻이 아이와 서로 다르더라도, 아이와 교감하며 그 곁에 머무는 방법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 16~17쪽

이렇듯 저자는 부모가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다 안다는 듯이 잔소리나 설교를 늘어놓는 전문가형을 꼽는다. 이는 한국의 부모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 아닐까 싶다.

대신 호기심 많은 부모가 되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부모가 알은 체하면서 아이에게 다가선다면 십대들이 쌓아놓은 단단한 성벽에 부딪쳐 자칫 감정적 유대가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대화가 없어지니 오해가 커지면서 더욱 큰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행동에는 또래 친구들이 부모보다 더 크게 영향을 끼치지만, 동시에 태도 면에서는 부모가 또래 친구들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 23쪽

부모는 '형식'에 산다. 이 말은 십대의 행동을 보고 미래를 쉽게 속단하는 경향을 지양하라는 뜻이다. 부모는 지금 십대 아이의 잘못을 바로 잡지 않으면 미래 꿈나무로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십대는 '순간'에 산다.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즉흥적이고 돌발적으로 행동하게 되기 마련이다. 자리에 가만 앉아 있어도 수만 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변덕이 심하고 감정이 널뛰기 하듯 종잡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아이에게 지레 "넌 커서 뭐가 될래?"라든가,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는 식으로 꾸짖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아무리 못되게 굴더라고, 제발 내 편이 되어 줘요!"

부모가 바라는 것은 십대 자녀가 관계와 교감의 중요성을 배워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가는 것 하나뿐이다. - 336쪽

따라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가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격차를 해소하도록 인내하고 신뢰하면서 감정의 유대를 통해 이끌어내는 것이다.

나는 십대 아이를 둔 (예비) 부모라면 이 책을 얼른 볼 것을 추천해 드린다. 십대 아이를 온새미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 발달과 호르몬의 생리적인 변화를 알고 이에 따른 정서와 행동 방식을 파악해서 감정의 유대를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