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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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경식 선생은 1951년 일본 쿄토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이다. 1920년대에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간 할아버지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불러 들였고, 선생은 일본 패전 6년 뒤 태어난 것이다.

 

디아스포라. 원래 이산(離散) 유대인을 가리키는 이 말은 현대에는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고향을 떠나 이리 저리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선생과 같은 재일조선인도 식민 지배와 민족 분단이라는 외적인 힘에 의해 이산당한 백성인 처지에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단다.

 

그는 디아스포라라는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것은 즐겁지 않지만, 머조리티에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선생이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자라면서 겪었을 민족적 차별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남다른 감수성과 예민함을 키우게 한 배경인지도 모른다.

 

이제 60대 중반 반백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에 나온 이 책은 우리 것에의 애착과 본류에 대한 귀의가 아닐까 싶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듯.

 

이 책의 제목에서 '조선'이  들어간 대목을 보자. 언뜻 조선왕조 시대 미술이나 북조선 미술을 떠올리기 쉽다.  선생에 따르면 '한국'이라는 용어가 제시하는 범위가 민족 전체를 나타내기에는 협소하다고 생각해서 '조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을 보면 우리의 옛날과 현대 미술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조선'이라는 말이 학대를 받아온  호칭이기 때문이란다. 식민지배와 민족분단 속에서 우리는 '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 긴장과 불안, 때로는 공포마저 느낀다. 선생은 '조선'이라는 말을 이러한 '학대'에서 구출하고 싶어한다.
 
여담이자만  노마 히데키 교수는 《한글의 탄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어로 <간코쿠韓國>는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이하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 즉 한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간코쿠고(한국어)라 부르지 않고 학술적으로는 <조센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31쪽). 꼭 선생이 아니어도 일본 학계에서 한반도를 조선이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선 미술 순례를 통해 신경호, 정연두, 윤석남, 미희=나탈리 르무안 등 현존 작가를 비롯해서 파독 간호사로 독일로 건너간 송현숙 작가, 세상을 떠난 이쾌대, 신윤복 그리고 5 18의 증언자이며 정치탄압 피해자인 홍성담 작가 등 8인을 다룬다. 이외 말미에 '순례의 중간 보고'라는 형식을 빌어 이중섭과 조양규 작가를 소개하니 총 10인인 셈이다.

 

선생이 우리 미술을 통해 탐색하는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이 오랫동안 우리에게 던져온 물음이기도 하다. 선생의 미적 여정은 철학적 사색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과연 '우리'란 무엇이며 '미술'이란 무엇이가, 이러한 질문을 둘러싼 폭넓고 깊은 대화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그 대화가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하고, 시야를 넓히는 단계로 이어진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겠다." - 13쪽

한편 선생은 70년대 군사독재 시절 형들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힘겹게 보냈다고 한다. 이제는 달라진 상황(그렇다고 별반 나아지지는 않은!)에서 자신의 미적 탐구를 온새미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거나 예술을 접하는 미학적 감수성은 어쩌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새로운 발견을 체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우리 미술과 예술을 찾는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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